2022년 11월 22일
날짜를 쓰고 보니 22.11.22 누군가 이 날 태어났다면 참 좋은 날이었을듯 싶다.
어떤 일을 하든 닥쳐야 하는 내 성격에 이번 후기는 참 빠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져 가는 기억이 점점 아쉬워 빨리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22년 11월 22일은 만추를 지나 겨울로 가는 길목인가 싶게 스산한 가을비가 오락가락 한다.
도지정문화재 기념물 제 43호로 지정된 한라산 [존자암지]는 한라산 볼레오름 남쪽 비탈에 자리잡고 있다.
존자(尊者)란 불가에서 석가를 대신하여 불교를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제자에 한하여 높여 부르는 칭호이다.
존자암의 창건연대에 대해서 여러 설들이 있는데 한반도에서 제일 처음 생긴 절이라는 주장이 있다.
불교계와 일부 학자들이 한반도의 불교문화가 제주도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으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고려대장경] 제 30권 `법주기`에 실린 기록으로
"부처님의 16존자(제자) 가운데 6번째 발타라 존자가 탐몰라주에 머물렀다"
- 석가모니에게 16제자가 있는데 여섯번째 존자인 발타라 존자가 기원전 540년 경 900명의 제자를 이끌고 탐몰라주에 왔다라는 기록이다.
탐몰라주는 곧 탐라를 말하는 것으로 지금의 제주이고, 절터가 남아 있는 존자암지는 당시의 사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게 존자암터는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발굴조사가 실시되었고 대웅전과 국성재각 등 주요 건물에 대한 복원 공사를 2001년에 시작하여 2002년에 마무리 하였다.
그렇다면 한라산 존자암은 현재 복원되어 서귀포시 하원동 산1-1에 위치하고 있는데 도지정문화재 기념물 43호인 한라산 [존자암지]는 존자암인가? 존자암지인가? 라는 의문을 품으며 존자암으로 향하는 오솔길로 들어섰다.
참나무류가 많았던 존자암 올라가는 길에서 우리는 겨우살이를 보았다.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하늘을 배경으로 낙엽을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 기생하고 있는 겨우살이
기생하며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하여 겨우살이 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오늘로 크리스마스가 꼭 한 달 남았다.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를 하면 연인이 되거나 결혼을 해 행복해진다는 서양 속설이 생각난다.
kissing under the mistletoe *mistletoe - 겨우살이
생각만??? 아니 상상도 해본다 ㅎㅎㅎ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날은 묘한 감정이 들락날락하여 가끔 우울해 지곤 한다.
날씨 탓만 하기엔 의문점이 많다.
내가 있는 이 낯선 제주도라는 물리적 공간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치게 감성적인 나의 성격 탓 같기도 하다.
나의 이 센티멘탈(sentimental) 하고 이모셔널(emotional) 한 필링 (feeling) 은 나의 뇌가 자극을 받았을 때 돌고래 소리로 나오곤 한다.
숨이 멎을듯한 아름다은 풍경을 보았을 때나, 온화하고 따듯한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잘 알지 못했던 지식을 전달해주시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을 때 종종.
이 날도 나는 몇 번의 돌고래 소리를 낸 것 같다. 가끔 그 소리를 듣고 웃고 즐거워 해주는 언니들이 있다. 그러면 나도 즐겁다.
우리는 속세의 길을 걸어 일주문까지 다다랐다.
보통의 절들이 대부분 긴 길을 걸으며 진정으로 불가의 수행 길로 갈 것인지 아닌지 고뇌 하도록 입구에서 부터 일주문까지의 길이가 길다고 한다.
높지 않은 경사길이지만 숨을 고르며 고뇌와 번민 속에서 다다른 일주문 앞에서 어떤이는 출가를 결심하고 그 문을 지났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출가외인 - 여자가 결혼하는게 수행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일주문을 통과한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 출가 (出家) : 1. 집을 떠나감
2. 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성자의 수행 생활에 들어감
+ 출가 (出嫁) : 1. 처녀가 시집을 감 *嫁 - 시집갈 가
제주에 고려시대의 3대 사찰로 법화사, 수정사, 원당사가 있다.
제주가 원나라의 지배하에 놓였을 시기에 전성기를 이룬 것으로 추정하는 법화사는 노비만 260명에 달하는 규모의 절로 태종이 법화사에 있는 아미타삼존불상을 나주로 옮기도록 하였는데 이때 불상을 담은 감실의 높이와 폭이 각각 7척이었다고 하니 좌대를 제외한 불상의 높이만 해도 6척은 되었을 것이다. 이 불상에 대한 기록으로 미루어 법화사의 규모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정사 또한 노비가 130명에 달하고 주춧돌의 크기로 봐서 규모가 굉장히 큰 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제주시 외도지구가 개발되면서 터마저 없어져 기록만 남아있을 뿐이다.
원당사는 원나라 기황후의 전설이 담긴 사찰로 제주시 삼양동에 자리하고 있고 제주대 평생교육원 '오름 해설사' 기본 과정에서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학습할 수 있다.
옛부터 '절 오백, 당 오백'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 사람들은 자연과 신에 대한 신앙심이 깊었다.
그러나 중종 25년(1530)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 의 기록에 의하면 민간신앙과 종교가 뒤섞여 성행했으며 섬지방 특유의 생활조건과 몽골 강점기에 들어온 라마교에 의해 파계가 조장된 탓에 불교계가 타락했던 듯하다.
이러한 불교계의 폐단에 철퇴가 내려진 것이 숙종 28년(1702) 이형상이 제주 목사로 부임해오면서 이다.
목사는 숭유억불 정책에 의해 세속화된 절들을 모두 불질러버리고 그 잔해를 쓸러버려 오백에 이르던 제주의 절들은 모두 그 자취를 감추고 어느곳에 어떤 사찰이 얼마만한 규모로 존해했었는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온전하게 남아 있는 불교 관계 기록이 거의 없다.
존자암지에서 발굴된 유적으로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세존사리탑인 석종 모양의 부도가 있다.
존자암지의 부도는 현무암으로 연꽃봉오리 모양을 본따 만든 사리탑으로 유려한 곡선미와 세련된 조각미를 지녔다.
고려시대의 특징인 8각의 기단 위에 놓인 하대를 옆에서 깎아 들어가 직경 23cm의 사리공이 돌출되도록 만들었고, 옥개석은 제주 초가 지붕의 형태로 만들었다.
발굴 당시에는 부도 기단석은 흐트러져 있고 부도는 굴러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 것을 현재의 위치에 옮겨 세웠다.
교수님의 설명에 관심을 갖고 귀담아 듣던 한 여행객이 우리의 단체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 주셨다.
사진 속 부도의 모습이 정말 수려하다.
멀리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교수님이 카노푸스(노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
카노푸스는 한국에서는 남쪽의 수평선 근처에서 매우 드물게 볼 수 있는데 밤하늘에서는 시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밝은 별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고도가 매우 낮아 쉽게 볼 수 있는 별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산 노인들만 보았다는 뜻으로 노인성이라 이름 붙이고 예로부터 노인성이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믿어졌다.
그 노인성을 두 번 보셨다는 교수님은 한 번만 더 보시면 만수무강 하실 거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진정 믿음이 있으신 것 같다.
'즐겁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이런 최면이 곧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교수님은 우리들이 지난 세월,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별과 같이 반짝이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느끼기에도 정말 제주에 와서 여러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인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 은하수를 이끌고 계시는 김천석 교수님이야 말로 정말 '별 중에 별' 이 아니실까. 게다가 잘 생기시기까지 ㅎㅎㅎ
우리의 수업은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의 '문화탐방지도사' 과정이다.
제주의 역사와 전통문화, 문화재 산책을 통한 제주, 제주인에 대한 이해이다.
우리는 매주 수업이 끝나고 카페문화 탐방도 함께 하고 있다.
이날은 오전 일정으로 수업은 불참하셨지만 식사시간에 참석하셔서 얼떨결에 커피까지 쏘시게 되신 최선생님 덕분에 정원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티 타임을 가졌다.
메뉴는 롱블랙, 다쿠아즈 등
여기서 우리는 카페 메뉴 중 새로운 메뉴를 알아본다.
+ 아메리카노 - 머그잔에 에스프레소:물의 비율 = 1:5
👉 caffe americano 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하여 마시는 방식
+ 롱블랙 - 플랫잔에 에스프레소더블샷:물 = 1:2
👉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주로 마시는 방식으로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올리기 때문에 크레마가 남고 양은 적어 더욱 강한 풍미를 느낄수 있다.
+ 마카롱 -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쿠키 중 하나
👉 머랭(달걀 흰자에 설탕,아몬드가루를 첨가하여 거품낸 혼합물, 밀가루X)으로 만든 쿠키 2개 사이에 크림이 포개진 작은 햄버거 모양
+ 다쿠아즈 - 프랑스 남서쪽 닥스 지방에서 시작
👉머랭(달걀 흰자에 아몬드,코코넛,바닐라 향료늘 섞어 거품낸 혼합물에 밀가루를 섞음)을 낮은 온도 오븐에서 바삭하게 구워낸 후 두개의 다쿠아즈 사이에 버터크림 등을 넣음
이렇게 우리는 카페 문화 체험도 하고....
육지 사람들 빙떡 맛보라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셔서 손수 빙떡 만들어다 주신 김선생님 덕분에 존자암 사찰 앞에서 빙떡을 먹어본 제주 식문화 체험수업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맛있는 순대를 나눠먹고자 아이스박스에 뜨거운 물 담아 고이고이 모셔온 순대를 맛보게 해주신 우선생님, 키친타올로 곱게 싸서 보관해논 꿀먹은 사과를 한웅큼 내어주신 이선생님, 우리의 에너지와 건강을 책임지시는 최선생님, 양선생님 등등등
순간순간이 감동이다.
보면 볼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아꼽다! 우리 문탐 11기 선생님들👍👍👍👍👍
- epilogue -
나는 오늘 이 후기를 집중해 써보겠다고 아침부터 노트북을 들고 한라도서관으로 향했다.
조용한 도서관 창가 구석에 앉아 사진 정리하고 글을 막 쓰기 시작했는데 노트북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한시간 만에 전원이 나갔다.
오후에 돌아와 아이들 학원 라이딩 중 잠깐 에이바우트 커피숍에서 또 짧게 글을 썼다.
지금은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 우루과이 전이 진행되고 있는데 난 오늘 축구보단 후기를 완성해야 겠다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벌써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했던 2002년으로 부터 20년이 흘렀다.
20년 전 "열정이 넘치던 나는 밤새 리폼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청바지 위에 태극기를 치마처럼 두르고 광화문에 갔다.
그 때 찍힌 사진이 그 다음해 어느 사진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고 상품으로 2박 3일 일본여행권 두 매를 받아 일본 여행을 다녀왔었다.
월드컵에 열정적이었기에 얻은 행운이었다.
+ 열정(熱精) - 어떠한 일에 대해 갖는 뜨거운 마음. 이러한 마음에서 피어나오는 감정을 정열이라 한다.
내일 나는 오늘보다 더 열정적으로 하루를 보낼것이다.
첫댓글 와.. 대단하십니다. 감동적입니다.
그날의 경험과, 나의 모습을 믹스해서 남기는 글은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너무 너무 잘 보았습니다.
우와~ 첫댓글 감사드려요 ㅎㅎㅎ
선생님 덕분에 더더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수 있었음에 또 한번 감사.... 사진 첨부^^
수업 내용도 재미있게 정리되어있고, 경민샘의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면모를 가늠할 수 있는 참으로 멋진 리뷰네요. 경민샘의 맑고 높은 돌고래소리가 앞으로도 자주 들리길 기대하며…
그나저나 겨우살이 밑에서 키스라니… 너무 낭만적이잖아!!! 다음생을 기약하며💖
nonono 다음생이라니요~
크리스마스 한달 밖에 안남았는데요...
우리 25일에 존자암 오르는 오솔길에서 만납시다욧!!!!
감사드립니다.
총무님의 운영과 흔쾌히 응해주신 장경민님 감사드림니다.
감성이 철철 넘치는 후기 잘보았습니다.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ㅎㅎ
드디어 코비드19가 제게도 왔네요
30일 까지 격리라 다음 수업도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건강 잘챙기시고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2주 연속 빠졌고
선생님이 2주 연속 빠지시면
한달간 이별입니다 흑흑
저희 큰아이 생일이 11.22일 입니다.
부득이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치 수업을 듣는 듯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너무 정감이 있네요. 제주에 푹 빠져있는 게 느껴져요. 문득 겨우살이 밑에서 서성거려볼까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ㅎ
몰랐던 커피 문화 상식까지 알려주는 센스,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상냥하고 예쁜. 경민샘...글도 너무나 서정적으로 잘쓰시네요.
수업리뷰가 아니라 수필한컷같은 맑은 경민샘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도서관에서, 에이바웃에서
노트북 펼쳐 앉은 경민님의 모습이
멋지게 오버랩 됩니다~
열정에 정성까지 더하니
한편의 훌륭한 작품이 되었네요~
작년 9월 오리엔테이션에서
초롱초롱 반짝이던 눈동자가
기억납니다, 수고하셨어요^^
우와 ~^^
후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간결하고, 부드러운
솜씨에 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포근하게 합니다.
엄청난 내공이 있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담주도 남은사과 긁어모아 가지고 갈게요 ~^^
동기님 글만 보고 얼른 나가려다
반가운 이름 석 자에 그리운 장소 석 자가 보이네요. ㅎㅎ
코스모스인 척 강단있고!
엄살쟁이인 척 천하무적!
자주 돌고래 쇼 쇼 쇼~ 짝짝짝~^^
돌고래쇼 궁금하면
우리 다음 학기에 다시 동기로 만나봄이 어떨까요??
@장경민 그런 동기라면 동의하오. 그런데 동지섣달엔 동면하려고? 동짓날 별처럼 빛나는 동기들과 팥죽먹고 별보러가자요. ㅎㅎ
일명, '동동밤'
(동지 冬至 同志 기나긴 밤, 동기 同期 動機 있는 밤으로~^^)
아침부터 비도오고 괜히 '동'자에 꽂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