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좋아하는 이유는 입장료가 천 원이라 부담이 없다는 점이 첫 번째 이고 넓지 않아 한바퀴를 다 돌아도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음이 두 번째요 국립현대미술관이 있어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세 번째 일 것입니다. 더불어 주변에 오래되고 믿을 만한 맛집이 있다는 점을 보너스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즐겨 찾는 식당은 정동극장 옆 추어탕 맛집 남도식당과 서울 3대 메밀 집으로 꼽히는 유림면 그리고 덕수궁과 이름이 같은 덕수정입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덕수정에 들렀는데 이 집은 정성스럽게 내놓는 밑반찬과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부대찌개와 오징어볶음을 각각 1인분씩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대부분 식당들이 찌개나 탕인 경우 2인분부터 주문을 받기 때문에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소비자 입장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하는데 여기는 손님의 입장에서 주문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인분부터 주문을 받는 식당들은 마치 두 명이 중국집에 갔는데 자장면이나 짬뽕 하나로 통일하여 시키라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정말 무례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덕수궁은 원래 이름이 경운궁이었고 일제 말 고종이 강제로 폐위된 후 이곳에 머물게 되었는데 아들인 순종이 아버지 고종의 장수를 빈다는 뜻으로 德壽宮(덕수궁)으로 이름을 개명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러 번 다녔는데 이름의 유래를 이번에야 알았네요 아무튼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배우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한 시간여 머문 덕수궁에서 제가 찍은 사진 수를 헤아려보니 무려 130여 장이더군요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는데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뜻일 겁니다. 그중에 가려 뽑아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 보내드립니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