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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장 다섯째 나팔과 여섯째 나팔 재앙의 묵시들
구속사적 개관
본장은 넓게는 현 우주와 역사의 결정적 종말이 최종 도래하기 직전의 말세에 있을 상당 기간의 범우주적 대환난(大患難)에 대한 일련의 묵시들, 즉 상호 점진적으로 강도를 더해가면서 연속되는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재앙 등 일련의 삼대 7중 재앙의 묵시를 보도하는 제 4-18장까지의 일련기사의 연속 부분이다.
또한 본장은 좁게는 8:6-11:19에 이어지는 일곱 나팔(trumpet)의 재앙에 대한 일련 기사의 연속부분이다.
이런 문맥하의 본장에서 전반부 1-12절은 다섯째 나팔 재앙으로서 황충이 다섯달 동안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재앙을, 그리고 후반부 13-21절은 여섯째 나팔의 재앙으로서 네 천사와 2억의 마병대가 이 땅의 삼분지 일의 사람을 죽이는 대학살의 재앙이 전개될 것이라는 묵시를 보여 준다.
이러한 내용의 본장의 기사들은 각각 그 묵시의 내용이 극히 현란하고 심대한 주제를 나누고 있으나 역시 그 개별적 의의보다는, 제4-18장의 일련 기사에 포함된 여타의 삼대 7중 재앙 관련 기사와 더불어 상호 강도를 더해가는 점진적 연속 관계에 있는 삼대 7중 재앙을 구성하는 일부로서의 전반적 의의가 더욱 크다. 따라서 세부 문단 구분과 각 문단별 의의는 해당 강해 주석을 참조하기로 하고 본 개관에서는 본장의 다섯째 및 여섯째 나팔 재앙의 기사가 전 삼대 7중 재앙 기사와 함께 갖고 있는 전반적인 구속사적 의의만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세상 끝날이 최종적으로 도래하기 직전의 소위 말세에 상당 기간의 범우주적 대환난이 있을 것임을 보여 주는 일련의 묵시 전반을 구속사적 관점에서 고찰할 때 이들은 결국 성도에게 죄로 오염되어 필연적으로 종말을 맞을 현 우주와 역사의 종말과 심판 과정에는 실로 각 인생이 혼자 힘으로는 감당키 어려을 정도의 대환난이 있을 것이라는 엄정한 사실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성도로 하여금 그 대환난 자체에 대해서는 물론 대환난 전․후의 전구속사적 지평에 대하여 확고한 종말론적 인식과 각성을 가질 것을 경고 내지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겠다.
이런 말씀 앞에서 일차적으로 우리 성도 각자는 세상 끝날 직전의 대환난의 도래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여 평소 경건한 삶을 사는 동시에 신앙의 능력과 용기를 연단하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단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대환난이 실제 닥칠 때 대환난의 겉모습만 보고 절망하지 말고 그 대환난의 이면 곧 이는 단순한 파멸과 고통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현 역사를 종결시키시고 나아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도래시키기 위한 과정에 불과함을 확신하고, 성도에게 감당할 힘 이상의 시험을 허락지 않으시며 또 시험 당할 때 힘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추호의 혼들림 없이 끝까지 인내하여야 할 것을 각오하게 된다(고전 10:13; 히 3:14).
한편 궁극적으로는 이처럼 말세의 대환난과 나아가서는 죄로 오염된 현 역사의 최종적 종말을 분명히 선포하고 있는 성경 말씀 앞에서 우리는 태초 첫 사람 아담(Adam)의 선악과 범죄 이후부터 겉잡을 수 없이 중폭되어온 인간의 범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필연성과 공의성을, 그리고 그 절대성을 새삼 생생하게 각성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처한 오늘날의 세상이 그토록 엄청난 모순과 질고에 휩싸인 원인도 인간의 범죄에 있으며, 그 결과는 대종말의 심판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태초에서 종말에 이르는 도도한 구속사의 도정에서 각자 처한 삶의 자리에 굳게 서서 하나님의 나라의 확장을 위하여 이 세상 속에서 그리고 이 세상 속으로 헌신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본향은 오직 새로이 도래하고 있는 신천 신지(New Heaven and Earth)의 천국임을 늘 기억하여 천국을 지향하는 역동적 삶을 살 것을 거듭 결단하게 된다.
다섯째 나팔 재앙
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 하나가 있는데 저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
2 저가 무저갱을 여니 그 구멍에서 큰 풀무의 연기 같은 연기가 올라오매 해와 공기가 그 구멍의 연기로 인하여 어두워지며
3 또 황충이 연기 가운데로부터 땅 위에 나오매 저희가 땅에 있는 전갈의 권세와 같은 권세를 받았더라
4 저희에게 이르시되 땅의 풀이나 푸른 것이나 각종 수목은 해하지 말고 오직 이마에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사람들만 해하라 하시더라
5 그러나 그들을 죽이지는 못하게 하시고 다섯 달 동안 괴롭게만 하게 하시는데 그 괴롭게 함은 전갈이 사람을 쏠 때에 괴롭게 함과 같더라
6 그 날에는 사람들이 죽기를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죽고 싶으나 죽음이 저희를 피하리로다
7 황충들의 모양은 전쟁을 위하여 예비한 말들 같고 그 머리에 금 같은 면류관 비슷한 것을 썼으며 그 얼굴은 사람의 얼굴 같고
8 또 여자의 머리털 같은 머리털이 있고 그 이는 사자의 이 같으며
9 또 철흉갑 같은 흉갑이 있고 그 날개들의 소리는 병거와 많은 말들이 전장으로 달려들어가는 소리 같으며
10 또 전갈과 같은 꼬리와 쏘는 살이 있어 그 꼬리에는 다섯 달 동안 사람들을 해하는 권세가 있더라
11 저희에게 임금이 있으니 무저갱의 사자라 히브리 음으로 이름은 아바돈이요 헬라 음으로 이름은 아볼루온이더라
12 ○ 첫째 화는 지나갔으나 보라 아직도 이 후에 화 둘이 이르리로다
여섯째 나팔 재앙
13 ○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들으니 하나님 앞 금단 네 뿔에서 한 음성이 나서
14 나팔 가진 여섯째 천사에게 말하기를 큰 강 유브라데에 결박한 네 천사를 놓아 주라 하매
15 네 천사가 놓였으니 그들은 그 년, 월, 일, 시에 이르러 사람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예비한 자들이더라
16 마병대의 수는 이만만이니 내가 그들의 수를 들었노라
17 이같이 이상한 가운데 그 말들과 그 탄 자들을 보니 불빛과 자주빛과 유황빛 흉갑이 있고 또 말들의 머리는 사자 머리 같고 그 입에서는 불과 연기와 유황이 나오더라
18 이 세 재앙 곧 저희 입에서 나오는 불과 연기와 유황을 인하여 사람 삼분의 일이 죽임을 당하니라
19 이 말들의 힘은 그 입과 그 꼬리에 있으니 그 꼬리는 뱀 같고 또 꼬리에 머리가 있어 이것으로 해하더라
20 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그 손으로 행하는 일을 회개치 아니하고 오히려 여러 귀신과 또는 보거나 듣거나 다니거나 하지 못하는 금, 은, 동과 목석의 우상에게 절하고
21 또 그 살인과 복술과 음행과 도적질을 회개치 아니하더라
본문 & 자료노트
보감-9:7-10 황충의 모습과 상징적 의미
1. 전체 모양-전장터 위하여 예비한 말: 빠른 기동력과 무서운 공격력을 지닌 자
2. 머리-금면류관 비슷한 것: 하나님의 허락으로 한시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하는 자
3. 얼굴-사람의 얼굴: 지혜로 천하 만민을 유혹하는 자
4. 머리털-여아의 머리털: 인간을 유혹할 만한 매력을 지닌 자
5. 이-사자의 이: 무서운 탐욕과 파괴력을 지닌 자
6. 가슴-철흉갑: 강한 방어력을 지닌 자
7. 날개소리-병거와 말들이 달리는 소리: 신속하고도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자
8. 꼬리-전갈 꼬리, 쏘는 자: 치명적인 영향력을 지닌 자
보감-9:20,21 회개치 않는 자들의 특징
1. 교만함(시 52:1-3)
2. 세상 지혜, 물질만 의지함(시 52:7)
3. 영적으로 무지함(시 82:5)
4. 죄앙에 대하여 무감각함(잠 23:35)
5.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음(사 57:11)
6. 악한 가르침을 좇음(렘 2:25)
7. 위선적임(렘 3:10)
8. 강팍함(겔 2:4,5)
9. 말씀을 깊이 받지 않음(마 13:5)
10. 하나님의 참으심을 무시함(롬 2:4)
11. 사탄의 세력에 속해 있음(엡 2:2)
12. 하나님의 종을 대적함(살전 2:15)
13. 주께 대한 순종을 싫어함(살후 1:8,9)
14. 다른 신과 우상을 믿음(계 9:20,21)
15. 끝까지 회개치 아니함(계 9:20,21)
원어연구-9:5 괴롭게 함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바사니스모스'( )로 바사노스에서 유래한 유래한 것이다.
여기서 '바사노스'는 원래 리디아에서 나는 보석 종류의 하나로서 금속에 섞여 있는 비금속 물질을 추출해 낼 때 시험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시금석이었다. .
이에서 사람으로 하여금 고통을 주어 진실을 폭로하게 하는 고문대나 고문의 기구, 또는 그러한 고문으로 인한 '고통' 자체를 뜻하는 의미가 유출되었다. 이러한 의미의 '바사노스'에서 유래한 '바사니스모스'는 시금석이나 고문기구에 의한 '시험', '고통', '고문'을 뜻한다.
따라서 본문에서 이 단어는 이마에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사람들을 황충이 마치 고문하듯이 괴롭게하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인맞지 아니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이러한 고통이 아무 이유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의 시금석을 통하여 밝혀진 그들의 죄로 인하여 주어지는 것임을 이 단어는 보여주고 있다.
신학용어-9:1,2, 무저갱
'무저갱'이란 용어는 계시록 이외에는 눅 8:31에서 단 한 번 사용되었을 뿐 모두 계시록에서만 7번 사용되었다(9:1,2.11; 11:7; 17:8; 20:1,3). 그러나 '무저갱'의 개념은 신 구약 성경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용어의 정의(定雌)
'무저갱'에 해당하는 헬라어 '아뷔쏘스'( )는 '영원히 깊은', '한없이 깊은'이란 뜻의 형용사이나 이것이 명사적으로 사용되어 '밑없는 깊은 구렁'이란 뜻을 갖는다. 구약 성경의 헬라어 역본 70인역(LXX)에는 현재와 같은 체제의 우주로 조성되기 이전의 모든 피조물 덩어리인 '깊음'(창 1:2)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테홈'( )을 헬라어 '아뷔쏘스'로 번역하고 있다.
또 '테홈'은 땅 아래의 거대한 지하수역(地下水域) 또는 밑모르는 깊은 바다를 가리키는 단어였다(출 20:4). 그리고 욥 41:31에는 이곳이 거대한 바다 짐승(leviathan)의 거주지로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무저갱'은 히브리어 '테홈' 보여주는 것과 같이 지하의 특정한 한 곳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끝날 하나님의 최후 심판으로 악한 영(靈)들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유황 불못으로 떨어지기 전에 잠시 머물러 있을 어떤 장소를 가리킨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2. 무저갱에 대한 성경의 언급
구약에서 신약의 무저갱의 개념을 반영하면서 개역 성경에서의 경우 바다 물밑으로 번역된 '테홈'은 단순히 악한 세력들의 도피처로만 언급되어 있다(시 74:13; 사 51:10; 암 9:3). 그런데 신약에 와서 무저갱은 구약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타락한 천사들과 세상에 속한 군왕들을 가두는 '어두운 구덩이' 또는 '흑암'(벧후 2:4; 유 1:6)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롬 10:7에는 악한 세력들이 최후의 심판을 받기 전에 머무는 중간기 처소인 '음부'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계시록에서는 악한 영들이 최후 심판을 받아 최종적으로 들어갈 유황 불못이 있는 지옥과는 구별된 중간기 처소로서의 무저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계 17:7; 7:17).
이에서 우리는 성경의 무저갱의 개념에 대한 계시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보다 상세하고 분명하게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태초부터 종말까지 이어 지는 구속사(救贖史)의 흐름에 따라 구속사와 관련된 모든 사실과 진리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또 분명하게 주시는 하나님의 계시의 점진성에 따른 것이다.
3. 의의
무저갱에 대한 성경의 분명한 언급은 우리 성도들로 하여금 이 세상의 모든 악한 세력들이 그 배후에 있는 사탄과 악령들에 의하여 현세상에서는 비록 그 권세를 부리고 있으나 사탄 및 그의 수하들은 지금도 하나님의 능력의 장중에서 제어당하고 있으며 마침내 최후 심판날에는 반드시 멸망하게 되리라는 사실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해준다.
9:1-12 다섯째 나팔 재앙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말미암아 결정적으로 최종 도래할 현우주와 역사의 대종말 직전에 이 세상에는 일곱 인 ․ 나팔 ․ 대접 재앙이라는 '삼대 칠중 재앙'이 있을 것인데 본문은 그 가운데서 두번째 칠중 재앙인 일곱 나팔 재앙 안에서도 다섯번째 나팔 재앙에 해당하는 것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편 이와 같이 다섯째 나팔 재앙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본문에서 등장하는 재앙의 구체적 수단은 사탄에 의해 열린 무저갱(無底坑)에서 연기와 함께 올라온 전갈의 권세를 가진 황충이다(1-3절), 이 황충은 앞의 네 재앙과 같이 자연계는 해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 악인들만을 해하되(4절) 죽이지는 못하고 다섯달 동안 괴롭게 한다(5절). 그러나 그 해하는 고통이 너무 커서 사람들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호소하나 죽지 못한다(6절). 그리고 이어 재앙을 내리는 수단인 황충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고(7-10절). 그것을 움직이는 조종자인 사탄의 색다른 명칭이 언급되어 있다(11절). 마지막으로 다섯째 재앙 이후에도 아직 두 개의 나팔 재앙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본단락은 마감한다(12절).
본문은 이제 하나님의 재앙은 점점 더 강화되어 재앙이 자연이라는 간접적 수단에 의해 가해지지 않고 사탄의 세력이라는 직접적 수단에 의해 가해지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며, 더 나아가서 이러한 재앙은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구분하여 선택적으로 집행된다는 것도 아울러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은 또한 재앙이 점점 더 강화되어감으로 세상은 점점 더 심판의 핵심부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바야흐로 세계는 최후의 심판을 향해 치달아 가고 있다는 말이다.
본문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인을 맞은 자,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가 자신의 죄를 깨끗이 했다는 것을 믿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사는 자는 사탄이 결단코 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믿고 그 뜻대로 살고자 하는 우리는, 자비로우신 하나님은 우리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 가운데 있게 하시고 또 견딜 수 없는 환난을 주시지 아니하신다는 것을 믿는 가운데(고전 10:13), 우리에게 어떠한 환난과 고통이 닥쳐 올지라도 두려워하여 악에 굴복하지 말고 그러할수록 더욱 굳센 믿음으로 승리하는 하나님의 자녀다운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9: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 하나가 있는데 저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 이 천사는 계 8:1,6에 언급된 일곱 천사 중 한 명이다. 이 천사가 나팔을 분 것은 제 8장에 이어 다섯번째 나팔 재앙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늘에서 땅에 띨어진 별 하나. - 사 14:12에 보면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라고 되어 있고, 눅 10:18에 보면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서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신 ․ 구약의 말씀들을 고찰해 볼 때 본문의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사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Tertullian, Arethas, Bede, Alford, Greiidanus, Barclay, Walvoord, Vitringa). 이에 반해 일부 학자들은 일곱 천사장 중 하나인 우리엘(Uriel)이 무저갱을 지배한다는 위경의 기사를 근거로(에녹 1서 19:1; 20:2) 본문의 별이 하나님의 사자(使者)인 선한 천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Bengel, De Wette, Rist) 신빙성이 없다. 이처럼 본문의 별이 사탄이라는 견해는 이 별이 '땅에 떨어졌다'는 데 중요한 근거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타락했다' 또는 '나쁘게 되었다'는 의미로서, 적어도 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표현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표현의 수식을 받고 있는 '별'은 선한 천사를 가리키는 것이기 보다는 악한 천사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더욱이 본문에서 '떨어진'에 해당하는 훤어 '페프토코타'( )는 완료형으로 이미 떨어져 있는 상태를 가리키고 있는데 그것은 앞에서 살펴본 사 14:12과 눅 10:18의 내용과 잘 부합되고 있다. 즉 이 별의 떨어짐은 지금 이 시점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하늘에서 떨어졌음을 나타내 준다(Greijdanus). 따라서 본문에 나타난 별은 타락한 천사(요 8:44) 사단을 지칭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이러한 사단과 관련된 보다 상세한 내용은 그랜드 종합 교리의 '귀신론' 부분을 참조하라.
무저갱의 열쇠. - '무저갱'(아뷔쏘스)이란 말은 본서에 7번이나 언급되어 있다(1,2,11절; 11:7; 17:8;20:1,3). 히브리어의 '테홈'( )을 음역한 '아뷔쏘스’는 본래 '바닥 없는', '깊이를 알 수 없는'이라는 뜻의 형용사로 사용되었으나, 나중에는 '깊은 곳'을 의미하는 명사로 사용되었다. 즉 이 말은 '밑도 끝도 없이 깊은 어두운 곳'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처럼 심연의 깊은 곳을 뜻하는 이러한 '무저갱'은 본서에서 지옥, 음부와는 또 달리 짐승과 사단이 잠시 갇혀 있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20:1-3). 한편 천년 왕국이 있다고 주장하는 전천년주의자들은 무저갱을 실제로 있는 어떤 장소로 해석한다. 그러나 천년 왕국을 상징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무천년주의자들은 이 무저갱을 실제로 있는 장소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사단이 그리스도의 권능에 의해 속박되어 있는 상태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한다. 우리는 이 양자의 견해 중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짓지 못한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랬듯이 본서의 계시들은 마지막까지 이해하기 난해한 상징들로 예언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말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이 예언이 이루어질 때에야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무저갱의 열쇠'를 사단이 받았다는 것은 무저갱이 문자적 장소를 지칭하든 상징적 장소를 지칭하든 사단이 갇힌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풀려나는 것을 상징한다. 따라서 본절은 말세의 어느 때에 사단이 마음껏 돌아다니며 온갖 악행을 자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9:2 저가 무저갱을 여니 그 구멍에서 큰 풀무의 연기 같은 연기가 올라오매 해와 공기가 그 구멍의 연기로 인하여 어두워지며 저가 무저갱을 여니. - 하나님으로부터 무저갱의 열쇠를 받아 든 사단은 마치 제 세상을 만난듯이 무저갱의 문을 활짝 열고서 범죄 후 그곳에 갇혀 있던 자신의 수하 세력들을 이끌어 낸다. 항상 악을 행하고자 열망하고 인간이 구원받는 것을 시기하는 사단이 잠시 얻은 자유를 마음껏 악을 행하는데 사용하고자 발악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큰 풀무의 연기 같은 연기가 올라오매…어두워지며. - 하나님이 시내 산에 강림하실 때의 장면을 연상케 하는 구절로(출 19:18), 세상의 대종말의 때에 있을 인간세상에 대한 사단의 포괄적인 악한 영향력을 시사한다. 혹자는 본절에서 해와 공기가 연기로 어두워지는 것을 7절 이하에 나타난 사단의 악한 영향으로 해석하며(Hughes), 혹자는 본절의 '연기'를 진리를 흐리는 이단 사상으로 해석하고 '해와 공기'를 인간의 이해력, 판단력 또는 양심으로 해석하여 본절은 종말의 때에는 사단의 수하에 있는 이단 세력 등의 발호로 이 세상의 혼란이 심화될 것을 나타낸다고 해석하는데(Greijdanus)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9:3 또 황충이 연기 가운데로부터 땅 위에 나오매 저희가 땅에 있는 전갈의 권세와 같은 권세를 받았더라
황충이‥‥권세를 받았더라. - '황충'에 해당하는 헬라어 '아크리스'( )는 '메뚜기'를 가리키는데 성경에서 '황충'은 종종 엄청나고도 처참한 재앙을 가져다 주는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 묘사되기도 한다(신 28:28; 왕상 8:37; 대하 6:28; 7:13; 욜 1-2장). 또 이 황충은 무수히 많은 떼로 몰려 다니는 특징을 지니므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 언급되기도 한다(시 105:34; 나 3:15). 하여튼 본문에서는 이 황충이 무저갱으로부터 나온 연기에서 나오는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이는 그것들이 사단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해석을 취하는 자들은 이 황충을 A.D. 7세기에 일어나 13세기까지 기독교 국가들을 유린하였던 이슬람 교도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Scott). 반면에 상징적 해석을 취하는 자들은 ①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을 흐리는 이단자들 또는 하나님을 믿지 못하게 하는 사상을 만연사키는 사상가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거나(Greijdanus) ② 하나님의 심판을 수행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사단에 속한 어떤 악한 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한다(Hughes, Ladd).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할 것은 이 사단의 세력인 '황충'을 과거 한 시대에만 나타났던 존재들로 국한시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장 역시 종말의 어느 때에 일어날 상황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역사적 해석을 취하는 해석은 취할 수 없다. 또 상징적 해석 가운데서도 후자의 견해가 문맥의 흐름상 보다 자연스럽다. 한편 여기서 '전갈'(스코르피오스)은 사막 지대의 돌밑에 사는 파충류로 꼬리끝에 독침이 있어 한번쏘이면 고통이 대단하고 치명적인 해를 입히기도 한다(신 8:15; 왕상 12:11; 눅 10:19). 따라서 황충이 전갈의 권세와 같은 권세를 받았다는 것은 황충의 권세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임을 시사한다.
9:4 저희에게 이르시되 땅의 풀이나 푸른 것이나 각종 수목은 해하지 말고 오직 이마에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사람들만 해하라 하시더라
땅의 풀이나 푸른 것이나 각종 수목은 해하지 말고. - 본래 황충은 곡식이나 초목을 먹어 치우는 곤충이다(시 78: 46; 욜 1:4; 암 7:1). 그것들은 하늘을 온통 덮을 정도로 떼지어 다니므로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풀잎 하나 남지 않고 완전히 황폐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 그것들에게 그들의 일차 공격 대상인 곡식과 초목을 해하도록 허락지 아니하신 것은 이 재앙이 자연계에 닥치는 재앙이 아닌 인간들에게 직접적으로 닥치는 재앙임을 시사해 준다. 그리고 이 사실은 또한 '황충'이 문자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것임도 암시해 준다(Lenski).
이마에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사람들만 해하라. - 하나님의 인'에 대해서는 계 7:2 주석을 참조하라. '하나님의 인 맞은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의 보호 아래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을 가리키며 그와 반대로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불신자를 가리킨다. 제 7장에서 보았듯 이미 하나님께서는 일곱째 인이 떼어지기 전에 자신의 택한 백성을 확실히 구별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앙을 집행할 천사들의 행동을 유보시키시고 아직인 맞지 아니한 자기 백성들에게 인을 치셨다(7:3). 그리고 이제 하나님은 그 하나님의 인을 맞은 자들을 사단의 해로부터 보호하고 계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단이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해할 수 있지만 오직 하나님께서 허용하신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욥 1:6-12; 2:1-6). 한편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을 순금같이 연단하시기 위하여 환난 중에 처하게도하시지만(벧전 4:12) 결코 환난에 굴복하도록 내버려두시지는 않는다(고전 10:13). 그러므로 우리 모든 성도는 비록 육신적 환난에 처할지라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영생의 소망을 소망하는 중에 끝까지 믿음의 인내를 하여야 할 것이다(롬 5:3,4).
9:5 그러나 그들을 죽이지는 못하게 하시고 다섯 달 동안 괴롭게만 하게 하시는데 그 괴롭게 함은 전갈이 사람을 쏠 때에 괴롭게 함과 같더라
그러나 그들을 죽이지는 못하게 하시고. - 본절은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일깨워 준다. 하나는 사단이 자기의 권세로써 사람들을 해할지라도 그 모든 행위는 하나님의 섭리 하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하나님께서 불신자를 해악 아래 두시더라도 무조건적으로 그 생명을 거두어 가시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회개의 기회를 주신다는 사실이다.
다섯 달 동안 괴롭게만 하게 하시는데. - 본절의 다섯 달이라는 기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견해가 있다. ① 고트족이 로마를 통치하던 5년간을 말한다(Vitringa). ② 이슬람 교도들이 과거 7,8세기에 기독교국을 유린하였던 150년간을 의미한다(Mede, Ellicott). 이는 다섯 달이 150일인 것을 하루를 1년으로 잡은 계산에 의한 것이다. ③ 5는 만수(滿數)인 10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 이므로 짧은 기간을 지칭한다(Hengstenberg) ④ 이것은 단순히 짧은 기간이나 하나님에 의해 제한된 일정 기간을 의미한다(Wordsworth). 이상의 제 견해들 중 ①,②는 이미 역사상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만 국한시켜 이해한 해석이므로 계시록 전체의 성격과 잘 합치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③,④가 타당성을 지니는데 일반적으로는 ③항 보다는 ④항이 보다 적절한 견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Ladd).
9:6 그 날에는 사람들이 죽기를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죽고 싶으나 죽음이 저희를 피하리로다
죽기를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 무저갱에서 올라온 연기에서 나온 황충이(3절)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자들을 괴롭히자 그들은 죽고자 하였다. 이는 그만큼 그들이 받은 고통이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것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그들은 죽으려고 애써도 죽을 수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악인들은 그들이 받도록 정해진 만큼의 고통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본절은 하나님을 모르는 인간들이 하나님께서 인내하시며 그리스도를 믿을 기회를 주실 때에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며 하나님을 거부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아니하고 사단의 종노릇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따르던 사단으로 인해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과 괴로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 주고있다. 그러므로 이런 사실을 깨닫는 우리는 이미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구원의 은혜를 업수이 여겨 내버리므로 다시금 사단의 종노릇하는 어리석음을 결단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롬 6: 17,18; 빌 2:12; 히 6:4-6).
9:7 황충들의 모양은 전쟁을 위하여 예비한 말들 같고 그 머리에 금 같은 면류관 비슷한 것을 썼으며 그 얼굴은 사람의 얼굴 같고 황충들의 모양은 전쟁을 위하여 예비한 말들 같고. - 본절에서부터 11절까지는 황충의 모양에 대해 설명한다. 이는 황충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황충의 속성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먼저 본절에서 황충의 모양이 군마(軍馬) 같다는 것은 황충이 기동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렘 4:13). 잘 조련된 군마는 무서운 힘과 돌파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하여 그러한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는데 적절한 비유가 되고 있다.
금 같은 면류관 비슷한 것을 썼으며. - '금 면류관'은 통치권을 상징하므로 본문은 무저갱에서 나온 황충이 하나님의 인 맞지 아니한 자들을 제압하고 그들의 왕노릇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통치권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황충이 쓴 금면류관은 진짜가 아니라 금 같은 면류관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황충의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한시적인 것으로서 고작 다섯 달 동안만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5,10절; 사 28:1-3).
얼굴은 사람의 얼굴 같고. - '사람'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혜'를 상징한다. 따라서 황충의 얼굴이 사람의 얼굴과 같다는 것은 황충이 지혜로운 존재임을 의미해 준다. 그러나 그는 그 지혜를 사람들을 미혹에 빠지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대적케 하는 사단의 일을 하는 데 사용한다(고후 11:13; 계 12:9).
9:8 또 여자의 머리털 같은 머리털이 있고 그 이는 사자의 이 같으며 여자의 머리털 같은 머리털이 있고. - 혹자는 마호메트 휘하의 이슬람교도들이 아름답고 긴 장발머리를 했었다고 주장하면서 본절의 황충이 그 이슬람교도들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Wordsworth). 그러나 황충을 그러한 과거의 특정한 세력으로 해석하는 것은 올바른 이해 자세가 아니다. 왜냐하면 황충은 전면적으로 세상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사용된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서 소위 말세의 대환난의 때에 준동할 사단의 세력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3절 주석 참조. 더군다나 본문이 말하고 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은 문자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매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본문은 황충이 잠언에 나오는 음녀처럼 사람을 미혹하는 요소를 가지고 하나님을 떠나게 하도록 유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잠 7:6-23). 이렇게 볼 때 황충은 강력한 전투력과 지혜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7절) 인간을 홀리는 매력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소위 말세의 대환난기에 활약할 어떤 세력 또는 부류로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한 해석이다.
그 이는 사자의 이 같으며. - 사자의 이는 무엇이든지 공격하여 씹어 삼킬 수 있는 파괴력을 상징한다(욜 1:6). 그리고 이같은 사자의 무서운 공격력은 심히 굶주린 경우에야 나온다. 따라서 이 표현은 어떤 목표를 공격할 때에 나오는 황충의 무서운 탐욕과 파괴력을 상징한다 하겠다.
9:9 또 철흉갑 같은 흉갑이 있고 그 날개들의 소리는 병거와 많은 말들이 전장으로 달려들어가는 소리 같으며 철홍갑 같은 홍갑이 있고. - 흉갑은 가슴에 차는 갑옷으로 방어용 무기이다. 그 흉갑이 철흉갑 같다는 것은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는 강한 방어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무저갱에서 나온 황충은 강한 공격력 뿐만 아니라 자신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방어력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13:4-8).
그 날개들의 소리는‥‥달려 들어가는 소리 같으며. - 황충이 날개짓을 할 때 나는 소리를 묘사하고 있는 본절은 욜 2:5의 내용과 유사하다. 이처럼 황충이 날개짓하는 소리가 마치 많은 말들과 병거들이 적진을 향해 돌격할 때 나는 소리와 같다는 것은 신속하고도 막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9:10 또 전갈과 같은 꼬리와 쏘는 살이 있어 그 꼬리에는 다섯 달 동안 사람들을 해하는 권세가 있더라 전갈과 같은 꼬리와 쏘는 살. - 거미류에 속하는 절지 동물의 하나인 전갈(scorpion)은 일반적으로 열대 기후지의 메마른 곳에서 서식하는 생물로 그 꼬리에 침을 가지고 있고 그 침 속에 독을 품고 있다. 이 독은 종류에 따라 무해한 것도 있긴 하나 대개는 치명적인 것이다. 3절 주석 참조. 이러한 전갈의 특성을 반영하여 본문은 황충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영향력을 말하고 있다(사 9:15). 한편 7절서부터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 사용된 황충은 강한 힘과, 지혜와, 미혹하는 매력과, 튼튼한 방어력과,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인간을 공격한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말세에 이러한 세력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오직 이것을 이길 수 있는 권세를 가지고 계신 그리스도를 온전히 의지해야 할 것이다. 다섯 달 동안 사람들을 해하는 권세. - 5절의 주석을 참조하라.
9:11 저희에게 임금이 있으니 무저갱의 사자라 히브리 음으로 이름은 아바돈이요 헬라 음으로 이름은 아볼루온이더라
저희에게 임금이 있으니 무저갱의 사자라. - 잠 30:27에는 땅에 사는 가장 작고도 지혜로운 생물 중 하나로 '임군이 없으되 다 떼를 지어 나아가는 메뚜기'가 언급되어 있다. 때문에 혹자는 이 구절에 의거하여 황충들에게 임금이 있다 한 본절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장에 나오는 황충은 실제 황충이 아니라 사단의 수하 세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황충으로 상징되는 사단의 수하 세력이 그들의 임금인 사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실제 메뚜기에게 임금이 없다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다. 한편 본문에 언급된 임금이 무저갱의 사자(使者)로 언급된 점을 들어 일단의 학자들은 이 임금을 위경 에녹 1서에 나오는 천사장 곧 무저갱의 권세를 가지고 있는 천사로 묘사된 우리엘(Uriel)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Bengel, Rist). 1절 주석 참조. 그러나 인간들을 해하는 황충의 세력은 사단의 수하 세력이며, 또 본서에서 '사자'는' '별'과 같은 말로 사용되는데(1:20) 본문의 사자는 1절의 별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무저갱의 사자는 사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야 옳을 것이다(Alford, Plummer).
히브리 음으로 아바돈이요 헬라 음으로‥‥아볼루온이더라. - 히브리어 '아바돈'은 '파괴', 또는 '멸망'을(욥 26:6; 28:22; 잠 15:11), '아볼루온'에 해당하는 헬라어 '아폴뤼온'은'파괴자', '살인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본절에선 '아바돈'과 '아볼루온'이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본서 저자는 '파괴'라는 의미의 '아바돈'을 의인화시켜 '파괴자' 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Ladd). 여기서 '아폴뤼온'이 그리이스의 신 '아폴로'(Apollo)와 그 발음이 비슷하므로 '아폴뤼온'이 아폴로를 지칭한다는 견해가 있으나(Johnson, Lenski)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저자가 같은 의미의 단어를 히브리 음과 헬라 음이라는 이중의 음으로 설명한 것은 저자 요한의 기록 특징 중 하나로서(요1:38,43; 4:25; 6:1; 9:7; 11:16; 19:13,17,20; 20:16), 히브리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설명하고자 한 저자의 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인간을 해하는 황충의 우두머리는 사단으로 그의 이름은 '파괴자'요 '살인자'인 것이다(요 8:44).
9:12 첫째 화는 지나갔으나 보라 아직도 이 후에 화 둘이 이르리로다
첫째 화. -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헤 우아이 헤 미아'( )를 직역하면 '그 하나의 화'라는 말이다. 이것은 곧 계 8:13에 언급된 남은 세 화 중 하나인 다섯째 나팔 재앙을 가리킨다.
보라 아직도 이 후에 화 둘이 이르리로다. - 다섯째 나팔 재앙(1-11절) 외에 아직도 여섯째 나팔 재앙(13-21절)과 일곱째 나팔 재앙(11:14-19)이 남았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천사가 이처럼 다섯째 나팔 때부터 남은 화(禍)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그 화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며 또한 그렇게 극한 환난을 예고함으로써 사람들의 회개를 촉구하기 위해서이다.
9:13-21 여섯째 나팔 재앙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말미암아 결정적으로 도래할 현 우주와 역사의 대종말 직전에 이 세상에는 '삼대 칠중 재앙'이 내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두 번째 칠중 재앙인 일곱 나팔 재앙을 설명하는 첫 부분인 8:6-13에서는 첫 번째로부터 네 번째 나팔 재앙을 하나로 묶어 언급하고, 두 번째 부분인 9:1-12에서는 다섯 번째 나팔 재앙을 독립적으로 묘사하였고 이제 세 번째 부분인 본문에서는 여섯 번째 나팔 재앙에 관하여 설명한다.
여섯 번째 나팔 재앙에 관한 예언의 말씀에서 요한이 밝히고 있는 심판의 구체적 수단은 정하신 때에 사람의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예비되었다가(15절) 전쟁에 의한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유브라데 강에서 풀려나는 네 천사이다(14절). 전쟁이라는 것을 통해 인간을 살륙하기 위해 준비되었던 이 네 천사는 풀려나자마자 거대한 군대를 조직한다(16절). 그리고 나서는 조직한 군대의 가공할 만한 전력(戰力)으로 예정된 대로 사람의 삼분의 일을 죽이고(17,18절), 뒤로는 사람들을 거짓으로 미혹하여 사망의 올무에 빠뜨린다(19절).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천사가 일으킨 전쟁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은 극심한 심판의 환난 가운데서도 회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더욱더 사단이 미혹하는 우상 숭배에 더욱 몰두하고(20절), 도덕적으로도 더욱 문란한 생활을 한다(21절).
본문은 최후의 심판이 가까워져 오고 이 세상에 극심한 말세의 대환난이 임하면 세상에 대한 사단의 지배가 너무 강해져서 그때까지 믿지 아니한 자들은 죽기를 구하여도 죽지 못하는 극심한 재앙의 고통을 체험하는 가운데서도(6:16; 9:6) 도저히 사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가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눅18:8). 즉 말세에는 그리스도를 믿고 싶어도 쉽사리 믿지 못하는 저주 아래 놓이게 된다는 것을 본문은 아직 심판의 재앙 가운데 있지 않은 이들에게 분명히 알려 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을 명심하여 아직 평온한 때를 살고 있으면서 그리스도를 믿지 아니하는 이들은 믿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는 결단을 내려 다가오는 환난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먼저 믿은 이들은 가능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그러한 심판의 환난 가운데서 고통당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시는 영생을 누리도록 복음을 전파하는 데 열심을 내야 할 것이다(딤후 4:2).
9:13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들으니 하나님 앞 금단 네 뿔에서 한 음성이 나서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 이 천사 역시 계 8:1,6에 언급된 일곱 천사 중 한 명이다. 이 천사가 나팔을 분 것은 이제 여섯 번째 나팔 재앙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나님 앞 금단 네 뿔에서 한 음성이 나서. - 여기서의 금단은 8:3의 '보좌 앞 금단'과 같은 것으로 모세 당시의 성막이나 솔로몬 당시의 성전에서 볼 수 있던 것과 같은 지성소 앞에 있는 향단을 지칭한다(Plummer). 그리고 그 '금단의 네 뿔'은 금단의 네모서리에 설치된 돌출부를 가리킨다(출 30:2). 성경에서 그 '뿔'은 힘과 능력, 보호와 구원을 상징하였다(Kalisch). 한편 8:3에 의하면 이 향단은 성도의 기도를 모아 하나님 앞에 바치는 단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금단의 네 뿔에서 음성이 난 것은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응답은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의 호소(6:9,10)와 성도들의 기도(8:3-5)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즉 이 음성은 악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상징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계 8:3 주석 참조.
9:14 나팔 가진 여섯째 천사에게 말하기를 큰 강 유브라데에 결박한 네 천사를 놓아 주라 하매 큰 강 유브라데. - '유브라데 강'(the river of Euphrates)은 노아 홍수 때 노아의 방주가 머물렀던 아라랏 산이 있는(창 8:4) 아르메니아 산맥(Armenia mountains)에서 발원하여 동남쪽으로 타우루스(Taurus) 산맥을 따라 흘러 바벨론 평야를 거쳐 티그리스 강(theriver of Tigris)과 합류하여 페르시아 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긴 강이다. 역사적으로는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시고 그들을 거기에 거하게 하시기 위해 만드신 에덴 동산이 이 강을 끼고 위치했었다(창 2:14). 그리고 이 강은 하나님께서 후에 이스라엘 민족에게 허락하신 약속의 땅의 동편 경계로 지적되었으나(창 15:18; 신 1:7; 수 1:4) 실제로 그 강 유역을 지배했던 것은 이스라엘의 최 전성기인 다윗과 솔로몬 시대 뿐이었다. 이 강의 좌우 지역은 매우 비옥하여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발생시켰으며, 그러한 만큼 많은 열강들이 끊임없이 그 일대를 침공하여 점령하였다. 앗수르, 바벨론, 메데·파사 등이 그러한 열강의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한편 역사상 이스라엘이 범죄할 때 하나님은 그들 열강을 이용하여 이스라엘을 침공토록 하여 벌하였는 바 그래서 구약 성경에서 유브라데라는 명칭은 종종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였다(사 8:7; 렘 2:18; 13:4; 46:10; 51:63). 본절에서도 '유브라데'는 그러한 의미를 따라 여섯째 나팔 재앙은 전쟁에 의해 참혹한 죽음의 재앙이 있을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결박한 네 천사. - 7:1에 보면 이와 유사한 네 천사가 바람을 다스리는 권세를 가지고 땅 네 모퉁이의 바람을 잡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본문의 천사들 역시 그처럼 동서남북 사방에서 자연을 관리하는 천사, 또는 자연을 다스리는 권세를 받아 하나님의 심판을 집행하는 천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본문의 네 천사가 결박되어있다는 점이다. 만일 이 천사들이 악한 천사가 아니고 선한 천사라면 굳이 결박되어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선한 천사들은 의로우신 하나님의 선한 피조물이므로 결박당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며, 또한 하나님께서 심판의 집행을 유보시키고자 할 때에도 선한 천사에게는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7:3). 따라서 본문의 네 천사는 7:1과 같은 자연을 관리하고 다스리는 천사가 아니라 사람의 삼분의 일을 죽이기 위해(15절)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천사이되, 때가 찰 때까지 결박시켜 놓은 악한 천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Lenski). 한편 혹자는 본문의 네 천사를 과거에 터어키가 유브라데 지역에 세운 네 개의 슐탄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Clarke) 그것은 하나님의 종말의 심판을 과거 시대에로 되돌려 적용시킨 해석이므로 타당하지 않다. 즉 본문의 예언의 말씀은 장차 있을 실제적이고도 광범위한 종말적 대환난에 대한 것이므로 그러한 과거적이고 국지적인 견해는 타당성이 희박하다.
9:15 네 천사가 놓였으니 그들은 그 년, 월, 일, 시에 이르러 사람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예비한 자들이더라 그 년,월, 일시에 이르러. - 14절의 네 천사를 유브라데 강변의 네 강국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는 본절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즉 1년을 360, 한달을 30, 날을 1로 계산하여 합하면 391인데 이 숫자가 터어키가 1282년에 동로마 제국을 침공하여 1672년까지 지배한 기간 391년과 같으므로 그것을 지칭한다고 해석한다(Clarke). 그러나 이 견해는 일년을 360으로 잡은 것이나 날을 1로 잡은 것 등이 너무 주관적이고, 더욱이 '시'는 계산에서 생략하고 있어 정확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본문을 해석하는데 있어 '그 년, 월, 일, 시'를 어떤 '기간'으로 보는 모든 견해는 위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그것과 동일한 문제점을 노출시킨다. 따라서 본구절의 '그 년, 월, 일, 시'는 어떤 '기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Alford, Lenski, Plummer, Vincent). 즉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심판의 시기를 정해 놓으셨고, 바로 그 때에 심판이 이루어질 것인데 본절은 그 정해진 심판의 때를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때는 하나님만이 정확히 알고 계신다(행 1:7).
사람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예비한 자들. - 이 환난의 직접적 대상은 여전히 하나님을 거부하고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불신자들이다(4,20,21절). 그리고 삼분의 일이라는 숫자는 전체에 대한 부분이라는 의미로 하나님의 진노의 재앙이 아직도 마지막 대접 재앙을 앞두고 제한적으로 집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것은 곧 사람들로 하여금 회개하여 구원을 얻도록 하시려는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시사해 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계 6:8; 8:7주석 참조.
9:16 마병대의 수는 이만만이니 내가 그들의 수를 들었노라 마병대의 수는 이만만이니. - '마병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무장한 군대를 의미한다. 오늘날에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현대식 무기가 있기 전의 과거 시대에 있어 말로 무장한 군대는 중무장 부대를 의미했다. 한편 '이만만'이란 문자적으로는 이만의 만이므로 이억이라는 숫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수는 '2'에 만수인 10을 네 번 곱해 얻은 수를 다시 만으로 곱해 산출한 수로서 무수히 많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준다. 계 14장 연구자료 참조. 따라서 이 숫자는 문자적인 의미에서의 이억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숫자의 군대가 전쟁에 동원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로 보건대 여섯번째 나팔 재앙은 전 세계적으로 무시무시한 전쟁이 있을 것을 암시해 준다. 즉 마지막 때에 인류는 이제까지 상상도 하지 못한 큰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을 이 예언은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Hendriksen).
9:17 이같이 이상한 가운데 그 말들과 그 탄 자들을 보니 불빛과 자주빛과 유황빛 흉갑이 있고 또 말들의 머리는 사자 머리 같고 그 입에서는 불과 연기와 유황이 나오더라
이상한 가운데. -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엔테호라세이'는 '환상 가운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요한이 환상 중에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계시를 목도하고 있음을 나타내준다. 계 4:2 주석 참조.
불빛과 자주빛과 유황빛 흉갑이 있고. - 일단의 학자들은 터어키 군대가 동로마 제국을 침공할 때 그 군대의 복장색이 본절에 언급된 것과 같은 색이었다고 하면서 본문의 여섯째 나팔 재앙이 터어키 군의 침공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Scott, Ellicott). 그러나 본장의 계시 역시 앞으로 있을 큰 환난에 관한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15절 주석 참조. 불빛과 자주빛과 유황빛은 전부 붉은 계통의 색을 나타내는데 이것은 전쟁으로 인해 발생할 재난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무난할 것 같다.
말들의 머리는 사자 머리 같고. - 말은 일반적으로 기동력을 상징하며, 사자는 용맹성과 파괴력을 상징한다. 따라서 말의 머리가 사자 머리 같다는 것은 신속하게 상대를 제압하고 정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입에서는 불과 연기와 유황이 나오더라. - 고대의 신화에도 이렇게 입에서 불을 뿜어 내는 동물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단순한 불일 뿐이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불과 연기와 유황이 분출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따라서 본문은 그러한 신화들을 배경으로 삼지 않은 독특한 것이라 하겠다. 한편 불과 연기와 유황은 앞에서 언급된 불빛과 자주빛과 유황빛과 연관되는 것들로 역시 전쟁의 재난을 상징하는 것이다. 특히 화약 무기 또는 고도로 발달한 전자 무기들을 가지고 치르는 현대 전쟁은 실로 불꽃놀이를 벌이는 것과도 같은 양상을 띠고 있으므로 본문을 그러한 현대나 미래의 전쟁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아무튼 무수한 수의 병사가 무수한 중무기들로 무장하고 싸우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대규모 전쟁을 의미한다. 거기에 불과 유황이 난무한다는 것은 엄청난 파괴와 살상 행위를 나타내 주는 바 과거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장면을 상기시켜 준다(창 19:24). 특히 성경에서 유황은 언제나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것이었음에 비추어 볼 때 이 여섯번째 재앙의 가공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있다(창 19:24; 욥 18:15; 사 30: 33; 겔 38:23).
9:18 이 세 재앙 곧 저희 입에서 나오는 불과 연기와 유황을 인하여 사람 삼분의 일이 죽임을 당하니라
세 재앙. - '불과 연기와 유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것들은 다양한 무기와 방법들을 통해 사람들이 죽임을 당할 것을 의미한다.
사람 삼분의 일이 죽임을 당하니라. - 다섯째 나팔 재앙에서의 황충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권세만 받았을 뿐 생명을 앗아가지 못하였다(5절). 그러나 여섯째 나팔 재앙에서의 마병대는 이처럼 사람을 실제로 죽이는 권세까지 받았다. 이는 거대한 대규모 전쟁에서 수많은 인간이 악의 권세 아래 놓여 살륙당하게 될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죽임당하는 것이 아니라 삼분의 일이 죽임 당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하나님의 심판이 제한적인 것임을 나타내 준다. 이에 대해서는 15절 주석을 참조하라.
9:19 이 말들의 힘은 그 입과 그 꼬리에 있으니 그 꼬리는 뱀 같고 또 꼬리에 머리가 있어 이것으로 해하더라
말들의 힘은 그 입과 그 꼬리에 있으니. - 말들의 입에 있는 힘에 대해서는 17,18절에서 언급되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입에만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도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꼬리에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섯째 나팔 재앙 때의 황충과도 같으나(10절) 황충은 주로 꼬리에 힘을 지니고 있던 반면 본문의 말은 앞 부분의 입에 더 큰 힘을 지니고 있고 게다가 꼬리에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Plummer). 이것은 여섯째의 나팔 재앙이 다섯째 나팔 재앙보다 더 강력한 재앙임을 암시해 주는 동시에 여섯째 나팔 재앙을 집행할 세력이 앞으로는 무력으로, 뒤로는 거짓으로 사람들을 가차없이 죽일 것을 의미해 준다.
그 꼬리는 뱀 같고. - '뱀'은 본서에서 '사단'을 상징한다(12:9; 20:2). 그리고 '뱀'은 또한 간교함을 상징한다(마 10:16). 따라서 꼬리가 뱀 같다는 것은 여섯째 나팔 재앙을 통해 사람들을 죽이는 세력이 뒤로는 음흉하고 교활한 술책과 거짓을 사용할 것임을 말해준다. 한편 본문의 말들이 이처럼 꼬리에 사단의 간교함을 가졌다는 것은 결국 14절의 결박한 네 천사가 분명히 악한 천사들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14절 주석 참조.
꼬리에 머리가 있어 이것으로 해하더라. - 꼬리에 머리가 있다는 것은 꼬리에도 지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사단의 세력은 강력한 파괴력으로 뿐 아니라 교활한 술책을 써서 뒤로도 교묘하게 사람들을 해한다는 것을 본문은 명백하게 보여 주고 있다.
9:20 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그 손으로 행하는 일을 회개치 아니하고 오히려 여러 귀신과 또는 보거나 듣거나 다니거나 하지 못하는 금, 은, 동과 목석의 우상에게 절하고 남은 사람들. - 하나님의 심판으로 죽은 삼분의 일의 사람들(18절)을 제외한 나머지 불신자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그 혹독한 하나님의 심판의 재앙을 겪었으면서도 회개하지 아니하고 여전히 불법과 우상 숭배를 자행한다. 소위 말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처럼 그 마음이 완고하고 강퍅할 것임을 본문은 보여 주고 있다.
그 손으로 행하는 일을 회개치 아니하고 오히려‥‥우상에게 절하고. - '손으로 행하는 일'은 우상을 만드는 일을 지칭한다(신 4:28). 그러므로 본문은 자기 손으로 만든 우상을 자기가 숭배한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은 넷째 나팔 재앙 후에도, 다섯째 나팔 재앙 후에도 앞으로 남아 있는 큰 재앙을 예고함으로써 남은 사람들의 회개를 촉구하셨다. 12절 주석 참조. 그런데도 인간들은 그러한 하나님의 긍휼을 무시한 채 심판의 무서운 재앙 속에서도 돌이키지 아니하고 오히려 더욱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각종 죄악과 우상 숭배 행위를 저지른다(21절). 하나님이 내리시는 재앙은 분명하게 인간의 죄악으로 인한 것이었으나 완악한 인간들은 그 죄악에 더욱 몰두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신들이 만든 우상을 자신들의 신으로 섬기고 있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라 하겠다. 한편 우상 숭배 행위는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는 죄악 중 하나이다. 이에 관해서는 출 20:4,5 주석을 참조하라.
9:21 또 그 살인과 복술과 음행과 도적질을 회개치 아니하더라. - 20절에 언급된 것이 하나님께 대한 죄악이라면 본절에 언급된 것들은 사람에 대한 죄악으로 '복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십계명의 후반부에 언급되어 있는 것들이다(출 20:13-15). 사실 하나님을 믿지 아니하는 자들은 우상 숭배를 행할 뿐만 아니라 이처럼 인간간의 기본적 도덕도 지키지 않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 대한 섬김과 인간에 대한 도덕은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일관된 존재의 가치 체계이기 때문이다(요일 4:20). 한편 '복술'(파르마케이아)은 '마법사'를 뜻하는 '파르마콘'( )에서 유래한 말로, '요술' 또는 '마법'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술이나 마법은 하나님의 권능을 모방하며 대항하는 것으로(출 7:11,22) 교묘한 속임수로써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복술은 진리를 모방하여 사람들을 미혹하는 거짓이다. 그래서 갈 5:20에서 바울은 이것을 분명하게 육체에 속한 일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복술'은 거짓 이적으로 사람을 속이며 미혹하는 짓이므로 결국 사람들의 배후에서 역사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권위에 도전하는 불경 죄인 것이다. 한편 혹자는 본절에서의 '복술'이 이교제의(異敎祭儀)에서 주문(呪文)을 외우는 것을 가리킨다고 보기도 한다(Ladd). 그러나 이 견해는 별 타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무튼 양심이 화인 맞은 어리석은 인간들은 자신들의 죄악으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의 재앙 속에서 환난을 겪고 죽임을 당하면서도 그 죄악을 그치거나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하나님을 대적하며 죄 가운데 머무른다. 그리고 이 사실은 성령께서 그 골수와 심령을 쪼개어 감동 감화시키지 않는 이상은 육체적 재난이나 물질적 파멸 따위가 인간의 완악한 마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함을 일깨워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 변절할지 모르는 우리 자신을 믿지 말고 오직 우리를 인도 보호하시는 성령을 따라 살되 끝까지 성령을 소멸치 말며 항상 성령 충만해 있어야 하겠다(고전 9:27; 갈 5:16-26; 살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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