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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염원 담긴 개정안 국회 표류 ‘근심’
계묘년 토끼의 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풍성하고 따뜻한 연말을 기대했지만, 그런 분위기를 읽기 어려운 게 업계의 요즘이다. 올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단계판매 업계는 경기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반등을 도모했다. 하지만 여전히 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각종 규제들은 종사자들의 힘을 뺐으며,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넥스트이코노미는 다단계판매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규제나 제도의 빈틈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고물가와 고환율·고금리·고유가 등 4고현상으로 인한 경제침체는 다단계판매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악영향을 줬다. 업계에선 경기 악화가 다단계판매산업 위축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의 손발을 묶은 방문판매법의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필요에 의해 규제를 거듭한 방문판매법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함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90년대 초 만들어진 후원수당률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려운 규제로 손꼽힌다. 당시 어수선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선 잡고보자’는 식으로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서종희 연세대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후원수당을 100분의 35로 제한하는 현행법이 만들어진 시점에 실질적으로 이러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며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후원수당의 상한을 100분의 35로 정했는지에 대한 입법 이유를 찾아봐도 알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제품 판매에 대한 수당은 기업의 자율인데, 법으로 묶어 두려는 것은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유사업종 대비 차별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답답한 상황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국회에서 인식하고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이다. 김희곤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4월 다단계판매의 후원수당률 상향을 골자로 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법 개정으로 명칭과 지급형태 등과 관계없이 ‘판매활동을 장려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후원수당에 포함시켜 판매원의 이익이 실질적으로 감소됐다”며 “유사 업종으로 다단계판매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받는 후원방문판매의 후원수당 총 지급한도(매출액의 38%)는 다단계판매보다 높아 규제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업계에선 그동안 옥죄어온 규제로부터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답보상태인 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정안에 대한 방문판매법 소관위인 정무위원회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선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후원수당의 총 지급 한도를 매출액의 38%로 상향하여 규제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현행 35% 기준에 대한 경제적 분석 등 타당성 검토가 부족한 점에서도 후원 수당 비율 상향 시 긍정적인 효과(판매원 동기부여로 인한 업계 활성화) 및 부정적인 효과(사행적 조직 확장으로 인한 피해 우려) 분석을 통한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 의견을 낸 공정위에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후원수당지급의 한도 상향이 사행성을 부추기고,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공정위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현실을 외면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 산하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하는 ‘소비자 빅데이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의 소비자 상담건수는 전체의 0.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약 3년간 방문판매 대비 다단계판매의 상담건수는 약 2.3%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의 0.1%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피해의 우려만 늘어놓는 모습에 업계의 피로감만 늘고 있다.
업계는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양적 성장은 물론 질적으로도 견실한 성장을 거듭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수준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제1금융권에서 다단계판매 업체와 지급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등 업계에 대한 상향된 신뢰가 체감되고 있다. 은행권에선 그동안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지급보증계약을 맺지 않았는데, 변화된 다단계판매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는 문을 열어주고 있다.
유사수신 다단계판매 오해 그만
다단계판매로 오인되는 불법 피라미드 사기의 증가도 업계가 속을 앓는 사안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업계가 억울하게 도매금으로 비난받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자들 중 일부만 처벌받고 있으며, 제2, 제3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현 방문판매법은 미등록·거짓 등록한 다단계판매조직을 운영한 자를 징역 등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통 운영자만 처벌하고 있으며, 가담자들은 법망을 피해가는 실정이다. 대규모 투자사기를 살펴보면 불법 업체인줄 알면서도 주범과 동조해 피해를 키운 가담자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담자도 처벌함이 옳아 보이지만, 현행법은 ‘개설·관리 또는 운영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때문에. 가담자들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에 대한 필요성을 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다.
사례를 살펴보면 피해자들 다수가 지사장이나 본부장 등으로 불리는 가담자들의 투자설명회나 사업설명회를 통해 투자에 참여한다. 사람들을 끌어 모은 가담자로 인해 수많은 피해가 양산되고, 사기 범죄가 성립했음에도 이들은 주범이 아니란 이유로 처벌을 피해왔다.
이러한 법의 허점을 노리고 소위 ‘모집책’으로 불리는 가담자들은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주범 역시 법의 빈틈을 이용,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형태로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따라서 업계에선 이러한 범죄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법안의 마련을 촉구해왔다. 유사수신관련 사기행위가 미디어에 보도될 때마다 애꿎은 다단계판매업계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 2월 전봉민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방문판매법 일부개정안에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전 의원은 미등록 또는 거짓등록 다단계 및 후원방문판매 조직에 가담한 판매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봉민 의원은 “개정안 발의는 미등록 또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다단계 조직임을 알면서도 해당 조직에 가입해 판매 업무를 수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처벌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개정안이 지난 2월에 발의됐음에도 한 번의 검토보고 이외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정무위에선 미등록 다단계조직 범죄 근절을 위해 관련자를 엄벌할 필요성에 공감하나,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돼 과잉 범죄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감에 그칠게 아니고 개정안의 취지를 현실화 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다단계판매업계 한 관계자는 “매스컴에서 불법 유사수신에 대해 보도할 때마다 다단계판매업계가 억울하게 뭇매를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업계에서 다단계판매업과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하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한 피해가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처리를 부탁드린다”고 토로했다.
용어정리 ‘필수’, 이미지 훼손 ‘멈춰’
업계의 숙원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용어정리다, 빈틈없는 관리 시스템으로 무자격 사업자들을 솎아낸 후 견실한 성장을 이뤄왔음에도 여전히 다단계라는 용어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업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유사수신이나 사기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미디어에서 피라미드 방식을 다단계로 오용하면서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지게 됐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표시하며, 바로잡자는 한 목소리를 내곤했다.
물론, 업계는 그동안 언론에서 불법업체를 보도할 때마다 정식 등록 다단계판매업체와 불법 피라미드를 구분하는 바른 용어 사용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인식을 바꾸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게 바로 용어변경이다. 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업계를 비롯해 학계에서도 새로운 용어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다단계판매’ 대신 업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법으로 정한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이러한 염원이 담긴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박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발의 됐다. 방문판매법 안에 있는 모든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회원직접판매’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성준 의원은 “다단계판매라는 용어가 가상화폐 투자 또는 유사수신거래에 무분별하게 사용돼 다수의 소비자들이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소비행위를 꺼려하므로, 현행법상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에 ‘다단계판매’를 ‘회원직접판매’로 변경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려 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공정위에선 박 의원의 개정안이 “용어 변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며 “포섭범위가 광범위해 판매방식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와 공제조합에서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서 설명한 다른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점은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는 정무위원회의 법률 검토보고서에서 “다단계판매라는 용어가 언론 등에서 가상화폐 투자 또는 유사수신거래 등의 ‘불법 피라미드판매’ 행위와 구별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처럼 다단계판매는 합법적인 영업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불법피라미드판매’와의 용어 혼동으로 소비자에게 불법적이고 부정적인 판매형식을 연상시켜 다단계판매업자의 정상적인 판매활동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현 업계 상황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
아울러 “불법 피라미드판매와의 외형 구분이 모호하여 합법적 다단계판매업자 및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회원직접판매’로 변경하려는 개정안처럼 법률상 용어를 변경할 필요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단계판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음에도, 업계 스스로가 어찌하지 못하는 여러 규제와 상황 때문에 힘이 빠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올해 발의된 여러 개정안들 중 후원수당률과 용어정리 같은 업계의 숙원들은 하루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종사자들 모두 주저앉지 말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처 : https://www.next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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