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감상입니다.
무대인사 표를 잡아놓고 현생이 가로막아서 못 갔었는데
그 뒤로 쭉 못 보다가... 이러다 오티티로 보겠다 싶어 월요일 아침부터 영화관에 다녀왔는데
너무 재밌고 음울한 오락영화였습니다.
매우 현대적인 고전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화면이 레퍼런스를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정태의 캐릭터는 히치콕의 <이창> 속 제임스 스튜어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변주한 타입의 캐릭터지요.
스토리 및 연출에서 데이빗 핀처의 2014년작 <나를 찾아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면서
모든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의 꿈 조나단 드미의 <양들의 침묵> 이 스쳐 지나가고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의 흔적도 보입니다.
감독님의 영화를 향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한편, 스토리 및 캐릭터가 개성을 가지고 촘촘하게 짜여 어떤 요소도 허투루 볼 수 없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엑기스로 이뤄진 영화라서
감독님의 차기작이 기대됐어요.
또한 배우님과 신혜선 배우님의 연기 대결이 아주 첨예했습니다.
구정태와 한소라는 각기 다른 의미로 미친 사람들인데
구정태는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범죄 행동을 일삼지만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한소라는 망가진 사람입니다. 그녀는 잃을 것이 없어서 잃을 것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허상으로 지은 성을 지키려 고군분투합니다.
이 둘이 맞붙는 장면마다 너무나 즐거웠어요.
부동산에서 소라가 집 키를 내어주는 장면에서는 과도하게 밝은, 평이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의 긴장이 느껴졌다면
후반에 이종학의 집에서 맞붙을 때는 흥미진진하고 스릴있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지키려고 치열하게 수를 내미는 중인 미친 사람들의 악다구니...
진짜 재밌었어요.
구정태가 어머니의 유골을 자기 손으로 훼손해야만 했을 때 연기가 인상 깊었던 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할일을 멈추지 않는 건 정말 처절한 생존 본능이죠... 이걸 소화하신 게 대단했고
구정태의 일상적인 모습이라든가 조금 높은 목소리 톤 같은데서 영 미덥지 못하지만 사회에서 1인분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생활감이 느껴져서
최근 삼식이 삼촌으로 배우님을 '김산'으로 보고 있다가...
아 이 분 바리에이션이 참 넓은 배우였지 새삼 되새겼습니다.
구정태의 범죄 행동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면 안 되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이었음을 못박는 것도 좋았고요.
형사 역할의 이엘님도 정말 좋았습니다. 신뢰하고 싶어지는 형사님이자 이야기를 받쳐주는 훌륭한 조연이었죠!
그러고보니 이엘 형사님의 일을 얄밉게 뺏어가는 형사분이 <삼식이 삼촌>의 차태민 역할 배우분이더라고요!
차태민 캐릭터도 참 재미있게 짜여진 캐릭터라서 눈여겨 보고 있기에 반가웠습니다.
이걸 만든 사람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싶어지는 그런 영화였어요.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