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지난 4월에 결혼을 했다. 여름에 장남 부부가 주선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이 경주로 가족 여행을 갔다. 한옥 팬션에 묵으며 계림과 대릉원을 둘러보고 월정교에서 사진도 찍었다. 경주 최부자가 살았던 교촌마을에서 유명한 김밥도 사 먹고 운 좋게 전통 공연도 보고, 밤에는 안압지 야경을 감상했다. 맛집 투어도 곁들인 알찬 경주 여행을 마무리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주 산내면에 있는 천주교 성지인 진목정성지순교자기념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했다.
약 한 시간을 달려 진목정성지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는데 가까운 곳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는 없는데 계속 울음소리가 들려 자세히 들어보니 내 차량 엔진 쪽에서 우는 소리가 났다. 보닛을 열어보니 새끼 고양이가 살짝 보였다. 어떻게 저곳에 들어갔는지 신기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꽉 끼여서 자력으로 나오지 못하고 울기만 하고, 우리는 어떻게 꺼내야 할지 방법이 없어 막막한 실정이었다. 그냥 두었다가 카센타에 가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양이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발걸음을 잡았다.
한참 궁리하던 작은 아들이 범퍼를 제끼니까 새끼 고양이가 나오더니 도망을 갔다. 다행이었다. 다치지는 않았구나 안심을 하고 성당에 들어갔다.
미사에 참례한 신자가 거의 없었다. 아들 부부가 독서(복음을 전하기 위해 미사에서 성경을 읽는 것)를 하고, 비신자인 어머니도 같이 미사에 참례했다. 미사 후 성지를 둘러보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며느리가 인상을 굳히고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여기 두고 가면 굶어 죽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다. 애완동물에 대해 무지한 나는 “길 고양이가 되어 주워 먹고 살겠지. 가자!”라고 설득하는데 곤란한 표정으로 “한 쪽 귀 끝을 자른 고양이는 중성화수술을 한 고양이고, 영역 동물이라서 이런 데서 살기 어려워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주어야 합니다.”라며 아주 고집을 부렸다. 아들만 있는 나와 아내는 이럴 때 강압적으로 행동하곤 했는데 차마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는 큰 소리조차 못하고 쩔쩔매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어머니는 “쟈가 왜 저카노? 고양이가 도망가고 없는데 우짜라꼬?”라며 한숨을 쉬셨다.
며느리 고집에 하는 수 없이 온 가족이 고양이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고양이에게 낮선 곳이어서인지 멀리 가지 않고 근처 도로 옆 풀숲에 웅크리고 있었다. 한 명은 고양이를 지키고, 나머지는 어떻게 잡을지 대책을 강구했다. 며느리가 차에 고양이가 먹을만한 게 있다며 유인을 하자고 했다.
덩치가 산만한 큰아들이 고양이를 살살 부르고 새끼 고양이는 조심조심 가까이 왔다. 우리는 고양이가 오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는데, 다행하게도 고양이가 와서 먹이를 받아먹었다. 정말 고맙게도 고양이가 잡혔다.
마침 차 트렁크에 빈 상자가 있어 고양이와 먹이를 같이 넣고 출발지로 되돌아갔다. 차 안에서 고양이는 순하게도 얌전히 있어 주었다. 밤새 주차했던 공터에 도착하여 고양이를 내려주었다. 며느리는 가게에서 소시지를 사서 뛰어오더니 고양이에게 주는데 깔짝거리며 제대로 먹지를 않았다. 한참을 지켜보니 다소 떨어져 있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가서 같이 놀았다. 친구 고양이인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며 행복감이 차올랐다. 아까는 며느리가 이해가 잘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며느리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네가 오늘 큰일 했네. 고양이 삶을 되돌려 줬네.”하니 며느리가 배시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