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 대음집에 도착해서인지 오늘 아침은 다들 늦잠이다.
햇살이 좋아 마당이 아닌 아래 터에 테이블과 의자를 펼쳤다.
최근에 중고로 편의점 테이블과 의자 세트를 저렴하게 구매하여 가져다 놓았는데 드디어 쓰게 된 것이다.
집의 구조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제일 안쪽에 4칸짜리 한옥이 있고, 그 뒤로 한 단 높게 대숲이 있다.
이 대숲이 집을 아늑하게 덮어주고 있다.
집 앞으로 마당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작은 텃밭과 수돗가가 있다.
여기 텃밭은 우리가 1년간 가꿀 예정이다.
마당의 왼쪽에는 창고와 현재는 쓰지 않는 아랫방이 있다.
아랫방 아궁이를 보니 불 땐 흔적이 역력하다.
전에 아랫방을 사용했었던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아랫방을 정비하여 우리만의 찜질방으로 사용해 봐야겠다.
눈이 내리는 몹시 추운 겨울날, 아궁이에 불을 때고 따뜻한 방에 들어가 있으면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
마당 가운데로 골목길이 나 있고 좌측으로는 야외 화장실과 아래 터가 있다.
현재 아래 터는 밭으로 경작하지 않고 그냥 비어 있다.
그 아래 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대음집이 길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앞 냇가와 건너편 마을 그리고 그 너머 저 멀리 지리산이 다 보인다.
오늘같이 날씨가 좋은 날이면 지리산 노고단까지 다 보일 정도이다.
잠도 안 깬 눈을 비벼대며 음악을 틀고 의자에 앉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본다.
햇살은 나를 따뜻하게 비추고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린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해본다.
이 아침이 참으로 느긋하고 따뜻해서 좋다.
그러다 문득, ‘여기서 아침을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어서 내가 아침을 준비할 결심을 한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여기서 먹으면 기가 막히겠지?’
다들 잠에서 깨지 않게 조용히 부엌으로 가, 문을 닫고 아침을 준비한다.
아내가 좋아하는 연한 드립 커피,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스, 브런치에 빠지지 않는 식빵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아침엔 역시 제철 과일이지.
준비한 음식을 가져다 놓고 마지막으로 커피를 가는데 그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다 준비된 것을 눈치챘는지 방안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다들 일어나. 아침 식사가 밖에 준비됐어. 오늘 아침은 밖에서 먹자. 날씨도 좋아.”
아침 식사를 알리는 소리를 지르자 다들 일어난다.
아래 터에는 준비된 음식에, 아침을 알리는 싱그러운 음악 소리에, 따뜻한 햇살에, 그리고 봄날의 따뜻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요리 솜씨는 별로이지만, 음식 재료가 좋았는지 아니면 밖에서 먹는 게 좋았는지 다들 맛있게 먹는다.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풍경과 함께 그 뒷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 아침을 즐기며 느긋하게 한참을 먹다 보니 어느새 아내가 없다.
잠시 후 버너와 프라이팬을 들고 나타난다.
아침 잘 얻어먹은 보답으로 후식 감자전을 해 준단다.
아내의 감자전은 아이들도 나도 무척 좋아한다.
감자를 채를 썰어서 소금으로 간해 그냥 부쳐 먹는데 그게 왜 이리도 맛있는지 모르겠다.
감자 말고는 별게 들어간 것도 없는데 말이다.
빵만 먹고 끝내기가 아쉬웠는지 막 부친 따뜻한 감자전이 등장하자마자 젓가락질은 멈출 줄을 모른다.
신나게 먹고 즐기다 보니 배는 부르고 시간은 어느새 아침을 지나 낮에 가까워진다.
우리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아침을 먹은거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래도 앉아 있었네.
아이들은 배가 부른지 소화 시킨다며 동네 산책을 떠난다.
시골 간다고 신나며 챙긴 킥보드를 타고 두 녀석은 동네 여행을 떠나고 아내와 나는 남은 커피만 홀짝거린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