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唐梦周微笑道:"城门失火,殃及池鱼,这也是没有办法的事,承蒙见告,多谢了。"
黑衣少女望了唐梦周一眼,靥泛笑意道:"这倒好,省得我硬不起心肠*⑴,下不了手。他们的人何在,何不唤来见我。"
劲装汉子道:"匪徒害死马匹后即潜逃无踪。"
黑友少女颔首笑道:"看来他们不愿在此官道上动手,诸位放心饮用。"
白发老妪哈哈大笑道:"姑娘倒是镇定如恒。"
黑衣少女冷冷一笑道:"事已至此,急也无用,不如沉着应付。"
接着向白发老妪低声密语一阵。
只见白发老妪面有难色,低声争执。
白发老妪叹息一声,苦笑摇首道:"你也太执拗了,老身实在强不过你。"
说着缓缓起身,望吕剑阳席前走去,冷冷说道:"二位最好与我等同行,不然恐遭杀身之祸。"
吕剑阳剑眉一剔,倏又忍住,他目睹唐梦周神情安详,心念一转,道:"好!但到时你我各行其是。"
白发老妪霜眉耸耸,精芒闪射,道:"只要二位不与我等为敌,任凭二位。"
一劲装汉子疾掠而入,道:"四外百丈深林丛草中人影闪动,我等已落入严密监视中。"
店后小二走出忽又添增酒食,一老者抓起酒壶,满满斟上一碗酒,正欲就唇,唐梦周忽一扬右掌。
老者手中酒壶叭的一声四分五裂,酒汁泼溅满地。
唐梦周淡淡一笑道:"这酒最好不要喝!"
酒汁溅落之处突冒起丝丝青烟。
老者面色大变,左掌五指疾如电光石火抓起小二。
小二面色惨变惊呼出声。
唐梦周道:"他又不知情,阁下放了他吧!"
老者鼻中微哼一声,手掌松了小二。
店小二一溜烟地逃进内面。
黑衣少女笑靥如花,问道:"少侠是如何知道的?"
唐梦周道:"酒色不对!"
黑衣少女忽道:"走!"
其余人众星拱月般簇拥着黑衣少女望店外走去。
黑衣少女回眸嫣然一笑道:"二位也来吧!"
吕剑阳、唐梦周二人默默随后走出店外,只见马匹俱倒毙在道旁林木内。
他们一行横过官道朝小路僻径奔去。
约莫一个时辰后一行奔人深山中,地形愈来愈险,不觉行至一处壑谷内,只见峭壁如刃,危崖似堑,古木森森凌空耸霄。
蓦地--
山谷中响起一片尖锐哨声,此落彼起,刺耳惊心,随风飘散,令人不寒而栗。
白发老妪目中逼射慑人寒芒,指挥众人各占方位,只见人影飞掠,四散奔去。
黑衣少女眸光冷凝,端坐一块山石上,秀发飘飘,神态略现不安。
白发老妪则拄杖守护黑衣少女之侧。
唐梦周与吕剑阳立在相距黑衣少女十数丈一块突出山石之下。
吕剑阳低声道:"此女乃武林第一绝色,难道贤弟毫不动心么?"
唐梦周道:"回眸一笑百媚生,六宫粉黛无颜色*⑵,狷狷此豸,我见犹怜,美则美矣,男女之间最重两情相悦,片面相思,又有何用。"
吕剑阳微微一笑道:"此女乃华山无忧谷主万胜霹雳刀柏春彦爱女,冷面西施无双女柏月霞,风闻她艳若桃李,冷若冰霜,不苟言笑,今日她神情却大大不同。"
弦外之音不言而知,唐梦周不禁心神一震。
白发老妪突用龙头铁拐在地面划一极大圆圈,径广十丈,忽目注吕剑阳道:"你们也进来。"
吕剑阳道:"多谢了!"
拉着唐梦周进入圈中。
白发老妪在圈内布设了一堆堆大小石块。
吕剑阳低声道:"她已布下了五行生克奇门,看来他们将是决心负隅一战!"
唐梦周道:"吕兄精通此道么?"
吕剑阳面露愧容一笑道:"奇门遁甲之学博大精深,愚兄甚少涉猎,而且姿质驽钝,不堪造就。"
这时,谷外飘传过来数声清澈长啸,由远至近,飘回灵空袅袅不绝,入耳心惊。须臾,四外不远处起了喝叱金刃劈风之声,显然无忧谷手下已与来敌动上了手。
盏茶时分过去,传来数声沉闷冷哼。
黑衣少女柳眉一皱,道:"来人倒是不少,他们众寡悬殊,力有不敌,徒然送死,召他们回来。"
白发老妪迅快取出一支竹管,吹出裂帛刺耳响音。
只见无忧谷手下九人从四面八方退来,遍身血污,有数人尚伤得不轻,经无双女柏月霞及白发老妪传声指点方位退入奇门。
柏月霞低喝道:"你们九人均在松下守着治理伤势,无论如何不准出手。"九人退向一颗奇松下。
霎那间四面八方涌来卅余名黑道凶邪,老少不一,僧道俗均有,尚有三名长发怪人,俱都被阻在奇门外,目露凶光。
唐梦周低声问道:"五大邪神是谁?"
吕剑阳答道:"五大邪神年岁均在古稀之年,崖岸自高,不常在江湖露面,亦不屑于与小辈人物动手,此刻必隐在不远处。"
唐梦周道:"他们志在什么?紫电剑?"
吕剑阳道:"如非为了紫电剑,他们尚不屑于出手露面咧!"
逼袭围来的群邪中不乏谙晓奇门之学之人,三个面目森冷的怪人察出奇门玄奥,经由三个不同方位率众欺入。
白发老妪拐杖一顿,腾空飞起,落在南面的方位。
黑衣少女面笼严霜,拔出肩后长剑。只听一声呛啷啷龙吟响起,剑已出匣,亮出一道眩目紫虹,寒气逼人眉宇,砭骨透体,接着跃向乙木方位。
唐梦周禁不住脱口赞道:"好剑!"
接着又道:"戊土方位空虚,我等应助一臂之力。"
说着向戊土方位走去。
吕剑阳撤出肩后金戟,随行走前,目注欺入群邪。
突然白发老妪一声大喝,龙头铁拐疾挥而出,杖影漫空,挟着排山倒海劲风攻向两个突入奇门禁制中的凶邪而去。
她一击之力非同小可,而且施展独门凌厉的招式,一双凶邪迎击无力,双双怪嗥一声,身形被击飞半空堕下,血肉横飞而死。
其余群邪因不明步法,均阻在奇门之外,不得其门而入。
乙木方位亦为三黑道凶邪侵入。
柏月霞紫电剑犀利无匹,紫飚寒芒流奔疾闪,砭骨剑气把三邪圈住。 只见紫虹一紧,三邪惨嗥出口,身形绞成一团肉泥。
这时吕剑阳截迎着两邪,施展昆仑心法猛攻,招式精奥,但一对凶邪尽是黑道中有数的高手,又是以二对一,十数照面过去,吕剑阳迫得转攻为守,陷入苦战中。
突听唐梦周低喝道:"小弟助吕兄一臂之力。"
却不见他出手,左侧凶邪不知怎地,招式缓了一缓。
吕剑阳手中金戟一式"金蛇出穴"疾刺而出,"嚓"的一声刺人心坎要穴,带出一股泉涌鲜血腥红夺目。
另一凶邪猛感真气一逆,心中大骇,欲倒跃退出奇门,吕剑阳大喝道:"那里走!"戟势凌扬刺中后胸,重伤倒地。
奇门外群邪见状不由震住,纷纷倒退开去。
蓦地--
阵外传来一声厉啸,啸声中一条庞大身影飞落奇门外,现出一红面秃额老者,银眉凤目,颔下银白稀疏短须根根见肉,眼神却阴森慑人。
随后四条身影鱼贯掠至一列敞开。
吕剑阳低声道:"五大邪神均到齐了,红面秃额老者名'夺命勾魂判'乌南辉,貌似婴儿者为'阴阳童叟'白襄,尚有'丧门神'颜昌,'吊客神'卜无极,'无常天尊'时北年。"
五大邪神十道目光凝视在柏月霞手中的紫电剑上久久不语。
良久,夺命勾魂判乌南辉才阴恻侧笑道:"柏姑娘,老朽与令尊私谊颇笃,所以老朽不欲伤害於你,似又不愿姑娘捡得现成。"
柏月霞道:"各凭机缘,得者即是物主,晚辈不愿担待捡来现成之名。"
乌南辉道:"这个老朽承认,但老朽等死伤了多少人,因姑娘趁虚而入取有,试问老朽能否心甘?"
柏月霞冷冷说道:"五位老前辈亟欲取得紫电,是否为了图霸武林,抑或用来屠戮异己?"
"都不是!"
"为什么?"
柏月霞道:"这未免费人猜测了。"
乌南辉面色一沉,冷笑道:"老朽向不求人,但因重大之事需用此剑,一俟用毕即赠与姑娘。"
"不成!"
柏月霞断然拒绝道,
"晚辈需用此剑更殷。"
"这个老朽不是不知道,"
乌南辉道,
"但姑娘武功不但不能保有此剑,徒恐招致杀身之祸,而且令尊性命亦将难保。"
柏月霞面色一变,叱道:"谁说我无法保有此剑。"
五邪忽身形奇幻一闪,竟然均踏入奇门禁制中。
乌南辉道:"遁甲之学博大精深,柏姑娘有此能耐已算是不错的了,无奈尚难不住老朽等。"
话音一顿,又道:"姑娘最好交出紫电剑,不要逼老朽等出手。"
柏月霞忽向白发老妪道:"傅嬷嬷,请闪开一旁,无论胜负不准出手。"
白发老妪面色激动不忿,满头银发根根飞起,却又强行忍住,鼻中微哼了一声。
乌南辉哈哈大笑道:"老朽等向例人不犯我,我不犯人!姑娘放心就是,只要姑娘属下不妄动,决不为难他们。"
吕剑阳发现唐梦周面上已蒙着一块黑巾,诧道:"贤弟决意伸手么?"
唐梦周道:"无忧谷既把你我认作同路人,小弟何能坐视无动於衷。"
只听乌南辉道:"姑娘你出剑吧!"
柏月霞一招"百鸟朝凤"攻出,幻出漫空流霞紫芒,挟着逼人剑光袭去。
五人倏地身形一跃,疾占五行方位,右掌劈出一股如山涌劲风,左手各飞出一个银球,迅疾无此撞向紫电剑。
"当、当、当",三个银球先后击中剑身,力道不啻千斤,柏月霞虎口发热,宝剑几乎脱手飞出。
柏月霞右腕一紧,紫电剑幻出数百道流星,指向五大邪神诸人重穴。
乌南辉哈哈大笑,道:"姑娘剑法果然不同凡响,但不幸遇上了老朽五人。"
五个银球、掌力同时出手,他们配合有意想不到的奥奇,看似杂乱无章,其实前后呼应,攻击部位暗合旷绝武学。
阴阳童叟白襄攻出银球"当"的一声,击中紫电剑身。
只听柏月霞口中发出一声惊呼,紫电剑带出一线流芒竟脱手飞起半空。
五邪见机不可失,身形倏地腾空扑去抓向那支紫电剑。
蓦见半空中一条人影斜掠飞至,迅疾无伦抢先捞住紫电剑,震腕挥出一片紫飚,喝道:"下去!"
五邪究竟是血肉之躯,不敢强接剑锋,硬生生翻回落下,只见紫电剑已落在一蒙面少年手中。
柏月霞见状又喜又惊,喜的紫电剑未落在五邪手中,料不到唐梦周有如此高的武功,惊的是忧心唐梦周是否璧回原剑。
乌南辉狞笑一声,厉喝道:"小辈,速交出紫电剑,不然你将死无葬身之地!"
唐梦周淡淡一笑道:"五位名列邪神,威震武林,对付在下这无名末学,用不到如此疾言厉色,五位尽可伸手拿去。"
五邪缓缓向唐梦周身前逼来,无常天尊时北年大喝道:"小辈,你出招吧!"
唐梦周道:"五位不是要这柄紫电剑么?"
五邪突地银球、掌力同时攻出,疾如雷霆,唐梦周腾身飞空而起,只见紫虹电飚急震,五邪齐齐冷哼一声,倏地飘身开去,银球索链为剑芒削断落地,袍袖均有割裂痕迹,目露惊悸之色。
唐梦周哈哈大笑道:"五位不愿见柏姑娘捡得现成,不幸却为在下现成捡来,如有不忿,在下愿以这柄紫电剑领教五位绝学。"
说着略略一顿,又道:"在下知道五位志在得剑,并无伤害柏姑娘及在下之意,所以球、掌出手,无非欲将紫电剑逼得脱出手,否则必难逃五位联手一击之下。"
乌南辉阴侧侧一笑道:"你知道就好。"
唐梦周微微一笑道:"但在下紫电剑在手,形势显然逆转,如放手一拚,鹿死谁手*⑶不得而知。"
乌南辉不禁一怔,其余四邪神态激动,似欲出手,为乌南辉示意制止,冷笑道:"尊驾是何来历?何必诡秘本来面目?"
唐梦周道:"在下说过,在下只是武林无名小卒,独来独往,与眼下在场各位均不相识,何必称名道姓,至于紫电剑在下并不十分需要,但不愿送与五位。"
乌南辉厉声道:"为什么?"
"因五位在武林声誉令人无法奉承。"
唐梦周冷冷笑道,
"落在五位之手不啻与虎添翼,江湖之内徒增血腥。"
五邪身形一动,唐梦周哈哈长笑,冲霄拔起七八丈高下,沾足树柯横枝,扑向峭壁藤萝丛草中,一闪而隐,接着传来唐梦周语声道:"五位倘要寻觅在下,家住黄河源头,本年内在下恭候光临就是。"
柏月霞不禁大为忧急,频频以眼注视白发老妪。
吕剑阳亦大感意外,只觉唐梦周此举不可思议。
五邪怒容满脸,胸中热血沸腾不可抑制,互望了一眼,十道锐厉眼神仰面注视峭壁之上,似知唐梦周仍隐在原处未走。
柏月霞忽闻唐梦周蚁语传声道:"姑娘请勿忧急,稍时自会壁还原赵*⑷,不过五邪询问姑娘在下来历时,只推称不知便是。"
吕剑阳亦得唐梦周指示如何应付五邪。
※ ※ ※ ※ ※ ※ ※ ※ ※
<4-2>
그 말을 듣자 당몽주(唐梦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문에 불이 나면 해자 연못의 물고기가 재앙을 입는 법,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소? 아무튼 알려줘 고맙소이다."
흑의소녀가 당몽주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양 볼에 예쁜 보조개를 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우리는 기 죽거나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⑴ 손을 쓰지 말고 일단 침착히 지켜보도록 해요. 그런데 그들은 지금 어디 있다는 거지? 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거지?"
경장 사내가 대답했다.
"놈들은 말을 죽인 후 도망쳐 숨은 듯합니다."
흑의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들이 관도(官道)상에선 우리에게 손을 쓸 생각이 없는 듯하니 여러분들은 안심하고 음식을 드세요."
백발노파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아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하시군요!"
흑의소녀가 냉연(冷然)히 웃으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서두른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좋을 거예요."
하고 말한 뒤 돌연 목소리를 낮춰 백발노파에게 몇 마디 하였다.
그러자 백발노파가 얼굴에 난색을 표하면서 역시 낮은 음성으로 뭐라 대꾸하며 고집을 피우는 듯하였다.
잠시 후 노파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더니,
"아가씨 고집이 워낙 강하니 노신이 더이상 이길 수가 없군요."
하고 투덜거리며 여검양에게 다가오더니 냉랭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젊은이는 우리와 동행하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 살신지화(杀身之祸)를 면하기 어려울 게야."
여검양(吕剑阳)이 발끈하여 순간 눈썹을 치켜세웠다가 이내 가라앉혔다.
왜냐하면 여검양은 당몽주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침착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돌려 흔쾌히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우리는 우리대로 알아서 행동할 것이외다!"
백발노파의 서리처럼 하얀 눈썹이 하늘로 치솟고 여검양을 향한 두 눈에선 정망(精芒)이 폭사되었다.
"흥! 우리를 적대시 하지 않는 이상 자네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네!"
그때 별안간 또 다른 경장대한(劲装大汉) 하나가 질주하듯 들어오더니 보고하였다.
"주위 백 장(丈) 내외의 수풀 속에서 사람들의 그림자들이 어른거리는 게, 우리들을 엄중히 감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시간이 경과하였을 때 점소이가 술과 음식을 추가로 내어 왔다.
일행 중 노인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주전자를 들어 잔에 술을 가득 채운 후 입에 대었는데, 그 순간 당몽주의 오른손이 번쩍 들리더니 노인의 손에 들고 있던 주전자와 술잔이 굉음을 내고 산산조각이 나며 술이 온 바닥에 튀어 버렸다.
당몽주가 담담히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술은 마시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술이 튄 바닥에서 푸른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노인은 안색이 크게 변하여 즉시 왼손 다섯 손가락으로 전광석화 같이 점소이의 목덜미를 움켜잡았고, 점소이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비명을 질렀다.
당몽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친구도 몰랐을 테니 풀어주는 게 좋겠습니다."
노인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지만, 이내 점소이를 잡은 손에 힘을 풀었고, 점소이는 쏜살같이 가게 안으로 도망쳐 버렸다.
흑의소녀가 예쁜 보조개가 핀 고혹적인 미소를 띠곤 당몽주를 바라보았다.
"소협(少侠)께선 술에 독이 든 것을 어떻게 아셨나요?"
"술의 색깔이 이상했소."
그녀가 웃음을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출발해요!"
마치 별 무리가 달을 에워싸듯 사람들이 흑의소녀를 호위하여 주점 밖으로 나갔다.
도중 그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더니 다시 예쁜 웃음을 지으며(回眸嫣然一笑) 두 사람에게 말했다.
"두 분도 같이 가세요!"
여검양과 당몽주 두 사람은 묵묵히 그녀 일행을 따라 주점 밖으로 나갔는데, 그들의 눈에 말들이 모두 도로 옆 숲 가에 죽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가지 않아 일행은 관도를 벗어나 외진 작은 길로 들어섰고, 그로부터 한 시진(时辰) 정도 더 지나자 어느 산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계곡을 따라 깊이 들어갈수록 지형이 점차 험해져 갔다.
양쪽 기슭은 모두 높은 절벽으로 마치 칼을 세워 논 듯 가팔랐고, 계곡 안은 오래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하늘을 덮고 있었다.
별안간 산곡(山谷) 안 이곳 저곳에서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마치 수많은 귀신들이 울부짖는 듯한 그 소리는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지며 듣는 이들로 하여금 모골이 송연해지고 몸서리를 치게 만들었다.
그러자 백발노파가 두 눈에서 강렬한 한망(寒芒)을 폭사하며 사람들은 지휘하여, 각 방위를 점하여 방어 준비를 갖추게끔 명령하였고, 사람들은 사방으로 몸을 날려 명령대로 각자의 위치를 잡았다.
흑의소녀는 차가운 눈빛을 발하며 가운데 큰 바위 위에 침착하게 앉아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가운데 다소 불안해 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고, 백발노파가 지팡이를 짚고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당몽주와 여검양은 그녀로부터 십여 장 떨어져 돌출된 바위 아래 서 있었다.
여검양이 작은 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
"무림 제일의 미녀를 앞에 두고서 현제는 어떻게 추호도 마음이 동하는 기색이 없단 말인가?"
당몽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글들 중, '고개를 옆으로 돌려 예쁘게 웃으니 천자백태(千姿百态) 요염함이 발산되며, 육궁(六宫) 안 모든 비빈(妃嫔)들의 아름다움은 졸지에 빛을 바랬다*⑵.'라는 구절이 바로 저 여인을 위한 것이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나름 강직하다고 자부하던 저 역시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색은 미색일 뿐, 남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며 희열을 느끼는 것으로, 한쪽이 일방적으로 그리워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여검양이 얼굴에 묘한 웃음을 띠었다.
"그녀는 화산(华山) 무우곡(无忧谷)의 곡주인 만승벽력도(万胜霹雳刀) 백춘언(柏春彦)의 딸 '냉면서시무쌍녀(冷面西施无双女) 백월하(柏月霞)'로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녀는 절세의 미모를 지녔으면서 성격은 얼음과 서리처럼 차갑고, 함부로 말하거나 웃지 않는다고 하던데, 오늘 본 그녀는 소문과는 매우 다른 것 같네."
그의 말 속에 다른 뜻이 숨겨져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었기에 당몽주는 마음이 한 차례 진탕 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때 백발노파가 갑자기 들고 있던 용두철괴(龙头铁拐)로 지면에 너비가 십 장 가까운 큰 원을 그리더니 여검양을 향해 말했다.
"자네들도 이 안으로 들어오게!"
여검양이 즉시 사례하며 당몽주를 붙잡고 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백발노파는 원 안에 크고 작은 돌무더기들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여검양이 당몽주에게 낮게 속삭였다.
"그녀가 이미 오행생극기문(五行生克奇门)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보아하니 저들은 진법에 의지하여 일전을 겨뤄볼 생각인 것 같구먼."
당몽주가 물었다.
"여 형께선 진법에 대해 잘 아시나요?"
여검양이 다소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문둔갑(奇门遁甲)이 워낙 박대정심(博大精深)한 학문인데 비해, 우형(愚兄)은 그저 조금 섭렵한 게 전부이고 자질조차 우둔하여 감히 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네."
"너무 겸손한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때였다.
멀리 골짜기 밖에서 몇 차례 청량한 장소(长啸) 소리가 들렸는데, 끊어질 듯 하면서도 다시 이어지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휘파람 소리에 사람들은 놀람 속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잠시 후 사방 멀지 않은 숲속에서 고함과 아우성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병장기들이 바람을 가르며 맞부딪치는 소리들이 뒤섞여 들려 왔는데, 이는 무우곡(无忧谷) 수하들과 적들이 교전에 돌입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날 무렵, 몇 차례의 낮고 무거운 신음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러자 흑의소녀가 버들잎 고운 눈썹을 찌푸렸다.
"공격해 온 적의 숫자가 적지 않은 듯 하군요. 차이가 너무 나면 막기도 어렵고 헛되이 부하들만 희생될 뿐이니 그들을 불러들이세요."
백발노파가 즉시 품에서 대나무 관을 하나 꺼내 입에 대고 불자, 비단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음향이 귀를 찔렀다.
잠시 후 무우곡 부하 9명이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사방에서 퇴각하여 왔는데, 그들 중 몇몇은 부상 정도가 가볍지 않아 보였다.
냉면서시(冷面西施) 백월하(柏月霞)와 백발노파가 다급히 소리치며 그들에게 오행생극기문(五行生克奇门)으로 들어오는 방위를 일러주었다.
백월하가 9명의 부하에게 낮은 음성으로 지시했다.
"그대들은 소나무 아래로 가 부상을 치료하는 데 전념하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나서거나 출수하지 마세요!"
부하들은 물러나 진 안의 한 그루 소나무 아래로 향했다.
순식간에 삼십여 명의 흑도 무리들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들의 구성을 보면 노소(老少)의 구별 없이 속인에서 승려, 도사를 망라하고 있었으며, 그 외에 세 명의 얼굴이 차갑고 머리를 길게 기른 괴인(怪人)들이 있었다.
그들은 기문진의 외곽에서 진입이 저지되자, 두 눈에 흉광을 번뜩이며 서 있었다.
당몽주가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오대사신(五大邪神)이 누굽니까?"
여검양이 대답했다.
"오대사신들은 모두 나이가 고희(古稀)에 이른 자들로서, 평소 강호 출입을 거의 하지 않으며, 성격이 오만하여 후배나 하수들은 하찮게 여기어 상대하지 않는다고 하더군. 지금 이 시각 분명 가까운 곳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네."
당몽주가 다시 물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요? 자전검(紫电剑)?"
"자전검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들이 이렇게 나설 리가 없겠지."
기문(奇门)을 둘러싸고 있는 흉사의 무리 중 나름 기문지학(奇门之学)에 대한 이해가 있는 자들이 다소 있었는지, 특히 세 명의 냉면괴인(冷面怪人)들은 기문진의 현묘함을 한동안 관찰하더니, 이윽고 수하들을 이끌고 세 개의 다른 방위에서 진입하기 시작했다.
백발노파가 즉시 철괴(铁拐)로 땅을 치며 위로 솟구치더니 허공을 가로질러 남쪽 방위로 내려섰다.
동시에 흑의소녀가 추상같은 표정으로 어깨에 멘 장검을 뽑았는데, '드르릉' 하는 용의 울음소리를 내며 검이 겁집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한 줄기 눈부신 보랏빛 광채가 뻗어 나왔고, 싸늘한 한기(寒气)가 보는 이들의 미간을 찌르며 몸속으로 침투하여 뼈마저 시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검을 뽑아 들자마자 몸을 날려 을목(乙木) 방위를 점하였다.
당몽주가 자신도 모르게 찬사를 발하였다.
"오, 좋은 검이로다!"
곧이어,
"무토(戊土)가 비었으니 우리가 도와줍시다!"
하며 몸을 움직였다.
여검양 역시 어깨에 맨 금극(金戟)을 빼 들고 앞으로 달려가선 침입 중인 흉사의 무리들을 노려보았다.
그때 돌연 백발노파가 일성대갈(一声大喝)하며 용두철괴(龙头铁拐)를 질풍처럼 휘두르니 지팡이 그림자가 허공을 가득 채웠고, 산을 밀치고 바다를 뒤엎을(排山倒海) 기세의 경풍(劲风)이 기문진을 침입한 후 금제(禁制)에 막혀 허둥대던 두 명의 흉사(凶邪)를 향해 몰아쳤다.
그녀의 일격에 실린 경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독문의 치명적인 수법마저 더해지다 보니, 두 명의 흉적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벗어나 있었다.
두 차례의 처참한 비명 소리와 함께 비적들의 몸뚱어리는 충격으로 하늘로 뜨면서 산산이 찢어져 사방으로 피와 살 조각이 뿌려졌다.
남쪽 방위의 나머지 흉사들도 기문진에 저지된 채 허둥대면서 이리저리 부딪기나 할 뿐 누구도 진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을목(乙木) 방위 역시 세 명의 흉사들이 침입하였다.
백월하가 예리하기 비할 데 없는 자전검(紫电剑)을 휘두르자 자색 한망(寒芒)이 사방으로 발산하는 가운데 뼈를 찌르는 듯한 차가운 검기(剑气)가 일순 세 사람을 휘감았고, 그 가운데 자색 광선이 번개처럼 뻗어나가더니 세 마디의 참혹한 비명 소리가 뒤를 따랐다.
여검양은 두 명의 적을 맞이했고 곤륜심법(昆仑心法)을 시전하여 맹공을 퍼부었다.
그의 초식은 정교하고 심오했지만, 상대 두 사람이 모두 흑도상 뛰어난 고수였으며 또한 혼자서 둘을 상대하다 보니, 10여 차례의 회합이 지나면서 점차 수세로 몰려 고전 중이었다.
홀연 당몽주가,
"소제가 작은 힘이나마 형을 돕겠습니다."
하고 낮게 외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당몽주가 실제로 출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다.
그런데 왼편에서 공격해오던 자가 왠지 모르게 갑자기 몸놀림이 느려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여검양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금사출혈(金蛇出穴)의 수법으로 수중의 금극(金戟)을 휘몰아쳐 가자, '찻!' 하는 소리와 함께 창 끝이 상대의 명치 부근 요혈을 정통으로 찔렀고, 선홍색 핏줄기가 뿜어졌다.
한편 다른 흉사 하나는 돌연 몸속 진기(真气)가 역행하는 것을 느꼈고 심중 크게 놀라 일단 기문진을 뛰쳐나가려 했다.
여검양이 큰 소리로 일갈하였다.
"어딜 도망가느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금극(金戟)이 가슴을 찔렀고 중상을 입은 상대는 즉시 고꾸라졌고, 기문진 밖에서 상황을 목격한 무리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분분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진 바깥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몸집이 커다란 신영(身影) 하나가 공중에서 날아 내렸다.
얼굴이 붉고 머리가 벗겨진 노인으로 흰 눈썹에 봉황의 눈을(银眉凤目) 갖고 있었으며, 턱 아래로는 은백색의 짧은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어 피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고, 음산한 눈빛은 보는 이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었다.
곧이어 그의 뒤에서 추가로 4명의 사람들이 일렬로 모습을 나타냈다.
여검양이 낮게 속삭였다.
"오대사신(五大邪神)이 모두 왔군. 붉은 얼굴의 대머리 늙은이가 바로 탈명구혼판(夺命勾魂判) 오남휘(乌南辉)라네. 그리고 얼굴이 아직도 어린이 같은 자가 음양동수(阴阳童叟) 백양(白襄), 이어서 상문신(丧门神) 안창(颜昌)과 조객신(吊客神) 복무극(卜无极), 그리고 무상천존(无常天尊) 시북년(时北年)이군."
오대사신은 백월하(柏月霞) 수중의 자전검(紫电剑)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경과한 후, 탈명구혼판 오남휘(乌南辉)가 측은한 표정에 음산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백(柏) 낭자, 이 늙은이는 영존(令尊)과의 우의가 돈독했던 사람으로, 낭자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소이다. 그렇다고 낭자가 귀한 물건을 줍다시피 거저 얻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구려."
백월하가 머뭇거림 없이 응수하였다.
"각자의 인연에 따라 물건을 얻으면, 얻은 자가 곧 주인인 법, 후배는 귀한 물건을 거저 얻었다는 얘기는 사양하겠습니다."
오남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노부도 인정하지만 우리 측에서 여러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가며 애를 쓰는 사이, 낭자가 빈틈을 노려 물건을 취해간 사실을 노부는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구려."
백월하가 냉랭한 음성으로 물었다.
"선배님들께서 그리도 절실히 자전(紫电)을 얻고자 하심은 무림의 패권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도륙내는 데 쓰기 위함입니까?"
"둘 다 아니네."
"그럼 뭡니까?"
하고 백월하가 되물으며 말을 이었다.
"누구라도 그리 여길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오남휘는 표정이 굳어지며 냉소를 날렸다.
"노부는 지금까지 남에게 무슨 일을 부탁한 적이 없지만, 극히 중요한 일로 그 검을 써야 할 일이 있다네. 약속하건대 다 쓰고 나선 즉시 낭자에게 돌려 주겠소."
"안 됩니다!"
백월하가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후배도 이 검을 꼭 써야 할 데가 있습니다!"
"노부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데?"
오남휘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낭자의 무공만으로는 이 검을 보유할 수도 없고 단지 살신지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영존의 목숨마저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가?"
백월하는 안색이 변하여 꾸짖었다.
"흥! 내가 검을 지킬 능력이 없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오대사신(五大邪神) 다섯이 일제히 신형을 번뜩이더니 뜻밖에도 기문진의 금제에 저지 당하지 않고 진 안으로 순식간에 진입하였다.
오남휘(乌南辉)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둔갑지학(遁甲之学)은 박대정심(博大精深)한데, 백 낭자가 이 정도의 능력이라도 갖고 있음은 무척 대단하다 할 수 있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부 등을 잡아두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지."
말을 잠시 멈췄다가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아가씨는 노부 등이 손을 쓰게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자전검을 내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소."
백월하가 상기된 얼굴로 백발노파를 돌아보며 말했다.
"부(傅) 할멈, 옆으로 비키세요. 그리고 승부가 어찌되든 절대 출수하지 마세요!"
백발노파의 얼굴은 분노를 못 참아 실룩거렸고, 성난 은백의 머리칼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지만, 결국 억지로 참으며 단지 한 차례 콧방귀를 뀌더니 몸을 뒤로 물렀다.
오남휘가 껄껄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노부의 관례 중 하나가 남이 나를 범하지 않는 한 나도 남을 범하지 않는 것이오. 낭자의 수하가 경거망동하지 않는 이상 나 역시 결코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니, 낭자는 안심해도 좋소."
한편 여검양은 당몽주가 이미 검은 수건으로 얼굴에 복면을 한 것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현제는 손을 내밀기로 결심했소?"
당몽주가 대답했다.
"무우곡은 형님과 나를 같은 길동무로 여기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때 오남휘가 소리쳤다.
"낭자, 어서 먼저 출검(出剑) 하시오!"
백월하가 백조조봉(百鸟朝凤)의 초식을 발휘하여 공격을 개시하자, 하늘은 자주빛 노을로 가득 찼고, 사람들은 자주색 검광에 휩싸였다.
오대사신 다섯은 재빨리 몸을 날려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의 오행(五行) 방위를 즉시 점하며 일제히 우장(右掌)을 벽출(劈出)하니, 산이라도 옮길 듯한 위력을 지닌 경풍(劲风)이 휘몰아쳤고, 동시에 왼손으로부터 하나씩의 은구(银球)가 번개처럼 빠르게 비출되어 백월하 수중의 자전검을 향했다.
"땅, 땅, 땅"
그중 3개의 은구가 자전검의 검신에 격중하였고, 큰 충격과 함께 백월하는 검을 쥔 손아귀가 불에 덴 듯한 뜨거움을 느끼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하였다.
그녀가 오른손에 다시 힘을 주어 검을 단단히 조이자, 자전검에서 돌연 수백 갈래의 섬광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며 오사(五邪)의 중혈(重穴)을 겨냥했다.
오남휘의 너털웃음 소리가 들렸다.
"낭자의 검법은 과연 범상치 않으나 우리 다섯 늙은이를 만난 게 불행이구려!"
그들이 장풍과 함께 동시에 사출한 다섯 개의 은구들은 뒤죽박죽 제각기 던져진 듯 보였어도 실은 앞뒤전후가 서로 호응하고 공격 부위를 암암리에 다르게 안배한 오묘한 절학(绝学)이 숨겨져 있었으니, 음양동수(阴阳童叟) 백양(白襄)이 사출한 은구가 뒤늦게 날아와 땅! 소리와 함께 자전검의 검신에 충돌하였다.
백월하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자전검은 한 가닥 유망(流芒)처럼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허공을 날았다.
오사(五邪)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고, 일제히 몸을 날려 하늘로 솟구쳐 자전검을 취하려 하였다.
그 순간...
돌연 한 줄기 인영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들더니 신속무비하게 자전검을 나꿔챔과 동시에, "물렀거라!" 하고 호통을 치며 자전검을 쥔 손목을 털 듯이 흔들었고 자주빛 검기가 섬광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천하의 오사(五邪)라 할지라도 결국 피와 살로 만들어진 육신, 검날을 직접 접응할 엄두는 꿈도 꾸지 못하고, 허공에서 후다닥 몸을 돌려 지면으로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시선을 집중하여 주위를 살펴보니, 몽면(蒙面)의 젊은이 한 명이 손에 자전검(紫电剑)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편 백월하는 정신을 되찾아 상황을 살펴보곤 심중 기쁨과 걱정이 교차하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기쁜 일은 자전검이 오사의 수중에 넘어가지 않았고, 또한 당몽주가 이렇게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고, 걱정은 그가 과연 자전검을 돌려줄지 말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남휘가 사납게 웃으며 거칠게 말을 던졌다.
"젊은이, 어서 자전검을 내놓지 않으면 죽어도 묻힐 곳을 찾지 못할 거다!"
당몽주가 담담히 웃으며 대꾸했다.
"다섯 분은 사신(邪神)의 반열에 올라 무림에 위세를 떨치고 계신데, 소생 같이 이름도 없는 일개 무림말학(武琳末学)에게 그리 사나운 말씀까지 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그저 얼마든지 손을 써서 다시 취하면 될 텐데."
오대사신이 천천히 압박하듯 당몽주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중 무상천존(无常天尊) 시북년(时北年)이 돌연 거칠게 소리쳤다.
"어린 놈, 어서 먼저 손을 쓰거라!"
당몽주가 담담하게 대꾸했다.
"다섯 분들께는 자전검을 원하시지 않았소? 손 쓰는 순서 따위로 입씨름 할 게 뭐 있습니까?"
격분을 못 참은 오사가 일제히 은구(银球)와 장력을 동시에 발출하니 천둥을 동반한 폭풍우가 당몽주에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곧바로 당몽주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시야에서 순간 사라졌고, 이어지는 찰나에 텅 빈 하늘에서 돌연 자줏빛 섬전(闪电)과 벽력(霹雳)이 만천화우(满天花雨)처럼 오사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경악한 오사(五邪)는 허둥지둥 간신히 몸은 피했지만 은구를 연결하던 쇠줄은 하늘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검망(剑芒)이 스쳐 지나는 순간 모조리 절단되어 버렸다.
정신을 수습한 오사는 자신들이 옷소매에 한줄기씩 검에 벤 자국이 남아 있음을 발견했고, 상대가 손속에 사정을 두었음을 알게 되자 놀란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당몽주가 껄껄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다섯 분께선 백 낭자가 자전검을 손쉽게 얻은 것에 불만을 가졌었는데, 이번에는 소생이 불행하게도 너무 쉽게 취한 셈이 되었습니다. 만약 불만이 있으시다면, 소생은 기꺼이 자전검을 갖고 여러분들의 절학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곤 잠시 멈췄다 말을 계속했다.
"소생이 보기에 다섯 분은 검을 얻겠다는 의지는 있었어도, 백 낭자나 소생을 다치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은구와 장력을 사용할 때 자전검만을 겨냥하여 탈취하려 하신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 다섯 분이 실제로 연수(联手)하여 제대로 공격하였다면 저로서는 막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오남휘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알았으면 됐네."
당몽주가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일단 자전검이 제 손에 들어온 이상 상황이 바뀌어, 전력을 다해 싸우면 누가 보검을 차지할 수 있을지*⑶ 알 수 없게 되었군요."
오남휘는 당몽주의 자신감 가득한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나머지 네 명의 사신은 격분을 참지 못해 당장이라도 출수할 기세였는데, 오남휘가 그들을 제지하더니 차갑게 웃으며 당몽주에게 물었다.
"귀하의 내력을 말해 줄 수 없소? 왜 본래의 얼굴을 숨기고 있는 거요?"
당몽주가 대답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소생은 무림의 일개 무명소졸로서 강호상을 독왕독래(独往独来)할 뿐,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분들과는 안면이 없는 바, 굳이 통성명(通姓名)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전검은 소생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다섯 분에게 넘기고 싶지는 않군요."
오남휘가 성난 음성으로 물었다.
"이유가 뭔가?"
당몽주가,
"다섯 분의 무림에서의 아름답지 못한 명성(盛名)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한 후 냉소를 치며 말을 이어갔다.
"자전검이 여러분들의 수중에 들어가면, 이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으로, 강호에는 피비린내만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란 말입니다."
당몽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사(五邪)가 일제히 당몽주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당몽주가 하하 낭랑하게 긴 웃음을 터트리며 하늘을 향해 7, 8 장 높이로 치솟은 다음 옆으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를 딛고 발을 힘차게 구르니, 그의 몸은 비호처럼 곧장 건너편 등나무 숲으로 뒤덮인 절벽으로 향했고,
"다섯 분께서 혹시 소생을 찾고 싶으시면, 황하(黄河)의 원두(源头=강의 발원지)에 살고 있으니 올해 안에 왕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외침과 함께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백월하가 걱정과 다급함이 뒤섞인 시선을 연신 백발노파에게 던지고 있었고, 여검양도 당몽주의 이런 행동이 불가사의하다는 듯 연신 시선을 좌우로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사(五邪)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속으로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씩씩거리며 서로를 바라보더니, 마치 당몽주가 달아나지 않고 여전히 절벽 등나무 수풀 사이 제자리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듯, 일제히 얼굴을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절벽 위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때 홀연 백월하(柏月霞)의 귀에 개미처럼 미약한 당몽주의 전성(传声)이 들려왔다.
"백 소저, 걱정하지 마시오. 물건은 잠시 후 틀림없이 돌려 드리겠습니다.*⑷ 그리고 오사(五邪)가 저의 내력을 추궁할 텐데, 그저 모른다고 잡아떼시면 됩니다."
연이어 여검양에게도 당몽주의 전성이 와서 같은 방법으로 오사를 대하라는 당부가 전달되었다.
(4-2 마침)
〔註]
*⑴省得我硬不起心肠 : 나름 본문대로 해석했읍니다만, 고수님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⑵回眸一笑百媚生,六宫粉黛无颜色
(눈을 돌려 한번 웃으면 백 가지 애교가 철철 넘쳐, 육궁의 단장한 미녀들 모두 낯빛을 잃어버렸네)
唐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长恨歌)에서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구절로 원래는 다음과 같다.
她回眸一笑千姿百态娇媚横生,宫中的其他妃嫔都显得黯然失色。
(그녀가 고개를 돌려 예쁘게 웃으니 천자백태(千姿百态) 요염함이 발산되며, 육궁(六宫)의 다른 모든 비빈(妃嫔)들의 아름다움은 졸지에 빛을 바랬다.)
여기서 육궁(六宫)은 황후(皇后)와 비(妃)들이 사는 궁실(宮室)을 말함.
*⑶鹿死谁手(녹사수수)
사슴(鹿)은 천하 백성을 의미하며 ‘축록(逐鹿)’은 ‘사슴을 쫓는다’란 의미로 천하를 얻는 경쟁을 지칭함,
角逐(각축-사슴의 뿔을 노림), 中原逐鹿(중원축록) 등이 같은 의미로 사용됨.
鹿死谁手(녹사수수)란 성어는, 즉 '사슴이 누구 손에 죽을지 모른다'란 말은 대사(大事)를 승패나 성패를 알 수 없을 경우 사용되는 듯함.
출전-진서(晉書)
*⑷壁还原赵(벽환원조) : '壁'은 같은 발음의 옥(玉)을 의미하는 '璧' 대신 사용된 듯 합니다.
'벽옥(璧玉)을 주인이었던 조(赵)나라에 돌려주다'란 말은 전국시대, 인상여(藺相如)가 화씨벽(和氏璧)을 온전하게 진(秦)나라로부터 조(趙)나라에 돌려보낸 고사에서 나온 말로서, 일상에선 '빌려 온 원래의 물건을 손상 없이 온전하게 되돌려 주다'란 의미로 활용됩니다.
화씨벽(和氏璧) : 천하 제일의 옥(玉)을 의미하며 초(楚)나라 사람인 화씨(和氏)가 발굴했기 때문에 화씨지벽(和氏之璧)으로 불리며 연성벽(连城璧)이라 불리기도 함.
화씨벽이 흘러흘러 나중 조(赵) 나라의 소유가 되었는데, 조 혜왕(惠王) 때 당시 전국시대 최강국이던 진(秦) 나라의 소왕(昭王)이 15개의 성(城)을 줄 테니 화씨벽을 달라 강요하였고, 인상여(藺相如)가 옥을 갖고 사신으로 진나라에 가서 용기와 지혜로 소왕(昭王)을 설득한 후 옥을 무사히 조나라로 갖고 돌아왔다는 일화가 있음.
'완벽귀조(完璧归赵)'란 성어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옥을 온전히 보전하여 돌아왔다는 표현입니다.
이 성어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완벽(完璧)'이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그외 璧还, 璧回, 璧赵, 归赵, 返璧, 反璧, 奉璧이란 단어들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합니다.
첫댓글 좋은 번역!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전에 잠깐 손대봤지만 중국어를 잘 모르니 진척이 되질 않더군요. 응원합니다^^
번역기 의존하며 손품발품 팔고 있을 뿐입니다.
태상장로님,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고사성어 공부도 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우곡의 백월하라고? 여자 너무 좋아하지마라. 집안 망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