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엎드려(掘) 일하는(業) 모습을 한, 면적 1.71㎢의 작은 섬 굴업도.
방문 당시 인구 10가구 20명의 작디작은 섬이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굴업도가 세인의 입줄에 오르내리게 된 데는 몇 가지 사연이 있다.
우선 1994년, 핵폐기물 처리시설 예정지로 선정되었다는 발표다.
현대의 골칫거리인 핵폐기물 처리 적소로 떠오른 까닭은 몇 안 되는 주민과
인천에서 90㎞,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13㎞나 떨어진 지리적 조건이었다.
하지만 굴업도 인근 지하로 거대한 단층이 지나는 것이 밝혀졌고
장래에 화산과 지진활동이 예상되어 대상지에서 빠지는 행운을 잡았다.
다음은 2006년, 섬 전체를 깎아 골프장과 레저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어느 대기업의 발표였다.
그 구상이 가능했던 건 굴업도의 대부분,
민박주인의 말에 의하면 90% 이상이 그 기업 소유이기 때문이었다.
작은 섬 주민들은 찬반으로 갈려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행정당국에서는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사업 착공은 되지 않은 상태다.
섬 곳곳에 철조망을 쳐놓고 사유지이니 출입을 삼가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 섬이 지닌 학술적 가치는 뭘까?
먼저 손꼽히는 게 굴업도에서 펄쩍 뛰면 건너게 되는 토끼섬 절벽에 만들어진 ‘해식와’다.
이 해식와는 120여m나 형성되어 있는데 문화재청이‘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인정할 정도로 특별하다.
해식와는 소금물이 녹아든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낸 장관이다.
다음은 모래언덕 즉 사구(砂丘)다.
목기미 해변 옆의 사구는 어느 해 겨울 5개월 동안 2m를 전진했다는
전문가의 증언을 감안하면 움직이는 섬인 셈이다.
이처럼 왕성한 사구의 활동은 덕적도 부근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와 만든 결과인데
이런 것들이 바로 학술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인의 관심을 끈 게 정부의 빼어난 경관 인증이다.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늘어나던 발길이
2009년 제 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대상과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 환경부장관상 등이
이 섬에 주어지며 방문객이 부쩍 늘어났다.
굴업도는 차를 가지고 갈 필요가 없는 작은 섬이라 집을 나서는 발길이 한결 가볍다.
이 섬은 인천 연안부두와 연육교로 이어진 제부도에서 갈 수 있다.
두 곳 모두 직접 가는 배가 없어 덕적도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
굴업도행 배는 11시 20분에 출항했다.
덕적도에서는 굴업도, 문갑도, 백아도, 울도, 지도 등을 순회하는 여객선이 하루에 한번 운행한다.
홀수날에는 위 순서로, 짝수날에는 반대 순서로 운행하는데 그에 따라 소요시간도 물론 다르다.
숙박은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민박 주인들이 배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 트럭으로 여행객을 큰말까지 태워다 준다.
큰말은 굴업도 유일의 마을이다.
굴업도 목기미 해수욕장은 굴업도를 이루는 동섬과 서섬을 이어준다.
목기미 해수욕장은 모래를 퍼다 붓는 뭍의 해수욕장과는 달리
바람에 모래가 날려 와 모래사장이 커지는 현상도 보인다.
앞서 설명한 사구를 연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사람 발길이 늘어나고 섬이 개발되면 분명 여기도 모래를 퍼부어야 할 상황이 되지 않을까.
굴업도 최고봉인 138m의 덕물산은 오르는 내내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굴업도와
주변 풍광을 보는 행복은 경험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덕물산에서 인근의 연평산으로 가다보면 사람이 만든 것처럼 작은 연못 주변의 장난감 같은 늪도 만난다.
연평산을 올랐다 내려와서는 유명한 코끼리 바위를 봐야 한다.
풍화작용이 빚은 자연의 걸작품인 탓이다.
굴업도 개머리 언덕 주위는 나무가 없어 전망도 좋을뿐더러 더없이 멋진 초록빛 풀밭이었다.
땅 주인이 방목한 걸까? 초원을 뛰노는 꽃사슴과의 만남도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개머리언덕 주변의 해변은 매바위, 거북바위 등등 각종 기암괴석의 경연장으로 정신을 홀딱 빼앗아 간다.
개머리 언덕은 요즈음 유행하는 야영족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방문 및 작성시기 : 2013년 6월)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저도요
잘읽고 잘보고갑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현상이 생기는군요.
외국 어느나라 에서 본것 같은 그림인데요?
진짜 궁금 합니다.....
꼭 한번은 가봐야 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