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새벽

[김병현]

어제는 독서모임에서 박노해를 읽었는데요 새내기 선생님은 박노해를 모르고 알라딘 베스트셀러 중에서 책을 추천했는데요 그래서 박노해 이름 뜻이 노동해방이란 말에 눈을 새벽처럼 켜고 놀라기도 했는데요 나는 민중가요 노동의 새벽이 생각났어요 찬란하게 취해있던 대학시절 지하 동방 학번 앞자리가 다른 선배가 노동의 새벽을 펼치면 우린 죽었다 싶었지요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붓는다 소절마다 한 잔씩 마시고 캬~소리를 동시에 내는데 한 곡을 부르면 네다섯 잔은 마셔야했지요 근데 하필 도돌이표가 있어 선배 마음 따라 노래는 끝날 생각을 안하고 찬 소주는 계속 차오르고 안주는 끓는 노래 뿐이고 내일은 기필코 노래책에서 노동의 새벽을 찢어버릴거야 새벽이 오기까지 악을 쓰며 희망과 분노를 위해 노래했지요 어린 선배는 노새처럼 응앙대고 노래책이 술에 절어 울 무렵에는 우리도 선배가 되어 기타를 잡았지요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우리도 노동을 하고 싶었지요 할 수 있었지요 해 뜨기 전 개미인력에서는 한 명씩 이름이 불려 어디론가 실려가는데 비쩍 마른 안경잽이 대학생들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지요 인력소장과 어색하게 앉아있다가 선택 받지 못한 우리는 개미인력 계단을 내려가며 해 뜨는 걸 보았지요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가난해서 황홀한 아침 순대국을 먹었지요 노가다로 동방에 앰프를 바꾸겠다는 계획은 그날 순대국에 소주만 덜 먹었어도 더 빨리 이루어졌을텐데요 노동의 새벽은 건재했고요 노동해방은 요원하고요 혁명 시인은 이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