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14章 妖婦의 肉體 앵앵은 발가벗은 몸으로 혁사린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나신은 실로 신의 걸작품이라 할 만했다. 출렁.... 천하의 모든 명공(名工)이 천 년을 두고 심혈을 기울여 빚은 명품인가? 부풀대는 부풀었고 들어갈 대는 적당히 들어가 화려하기 짝이 없는 젖가슴, 눈부신 설백(雪白)의 살결에 부푼 정상의 연붉은 유실(乳實)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혁사린의 시선이 부드러우면서도 아찔한 허리를 지나 두 조각의 옥기둥 밑으로 미끄러진다. 순간 드러나는 유혹, 울울창창한 밀림과 검은 숲에 둘러 싸인 마르지 않는 샘에 그만 혁사린의 혼백은 반쯤 달아나고 있었다. [흐음....! 괜찮군, 이리 와!] 욕정과 끈끈한 살기가 어린 음성에 앵앵은 바들바들 떨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혁사린은 침상에 느긋이 걸터앉은채 다가오는 앵앵에게말했다. [본마를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면 그땐 죽는다. 시작해봐.] [....!] 파르르 입술을 떨며 앵앵은 침상으로 바싹 다가섰다. 혁사린은 느긋하게 침상에 누웠다. 그 순간 앵앵의 나신이 그의 몸위를 올라탔다. 두 상체가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붙었다. 이어 꽃잎보다 붉은 그녀의 입술이 혁사린의 입술을 송두리째 점령해 버렸다. (웁....) 황홀감이 혁사린의 전신으로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그녀의 젖가슴이 혁사린의 가슴을 마구 비볐다. 또한, 그녀의 뼈없는 손이 혁사린의 은밀한 곳으로 슬금슬금 이동하고 있었다. 돌연, 어디를 어떻게 건드렸는가? [헉....!] 혁사린의 온몸이 세차게 경련하며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열락에 젖은 신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겼고 입술도 반쯤 열린 채 세상의 고통을 혼자 짊어진 듯 검미를 찡그렸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혁사린의 옷이 하나씩, 하나씩 그녀의 손에 의해 벗겨지기 시작했다. 탄탄한 가슴이 드러나고 우람한 그의 아랫도리 상징도 거침없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 너무도 컸기 때문일까? 일시 그녀의 상체가 휘청이는 듯 했다. 하나 곧 그녀는 그의 사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두 손으로 공손히 감쌌다. [흡....!] 혁사린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이 흘렀다. 그의 사내가 촉촉하고 따뜻한 입이란 이름의 늪 속에 잠겨졌다. 그리고 한없이 불을 지피는 그녀의 입공격에 혁사린은 그만 하늘을 나는 듯한 황홀경에 빠지고 말았다. [하으윽....!] 무언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뜨거운 열기가 혁사린 내부로부터 솟구쳐 올랐다. 그는 그녀의 머리채를 나꿔챘다. 무엇이라도 붙잡지 않으면 이 폭발할 듯한 열기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불길이 타오른다. 세찬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타오른다. 그녀의 봉사는 황홀했다. 그녀의 입굴과 혀는 흡사 문어의 빨판인양 혁사린의 실체를 휘감고 빨아들였다. 혁사린은 눈 앞이 노래지고 하늘에 별이 왔다갔다 했다. [아음...!] 앵앵의 전신은 땀으로 매끄럽게 젖은 채 불빛에 윤기나는 번들거리고 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니 두 번 다시는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끈끈한 여체였다. 혁사린은 전륜천왕이 그녀를 아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혁사린이나 전륜천왕이나, 나이나 위치를 떠나 두 사람 모두 사내이기 때문이다. 앵앵에겐 여체의 신비가 모조리 있었다. 매끄러운 살빛, 풍만하면서 탄력을 지닌 젖무덤, 늘씬하게 뻗어내린 다리와 통통한 허벅지, 유난히 무성한 짙은 숲과 은밀하게 자리한 채 아찔한 유혹을 뿌리고 있는 신비의 비지(秘地)... 가히 숨막힐 정도로 현란하기 그지 없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체엔 뜨거운 본능이 살아 숨쉬는 듯했다. [....!] 혁사린은 앵앵의 여체가 뿜는 유혹에 숨조차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가슴이 진탕되었다. 혁사린은 풍만한 앵앵의 젖무덤을 만져 보았다. 뭉클-!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탱탱한 탄력감이 느껴졌다. 슬쩍 손만 대어도 금방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정말 엄청난 육체다.) [아아...] 앵앵은 그의 손길이 스치기 무섭게 야릇한 느낌을 받은 듯 신음하며 몸을 움추렸다. 혁사린은 움찔했다. (예민한 육체다. 손이 닿기 무섭게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의 손길은 곧 젖가슴에서 매끄러운 배를 지나 깊숙한 허벅지까지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 [아...으음!] 앵앵은 혁사린의 손길이 아래로 향해감에 따라 꿈을 꾸는 듯 야띵릇하고도 뜨거운 신음을 흘리며 꿈뜰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나신이 가늘게 경련했다. 그녀는 혁사린의 부드러운 애무에 온몸에 전류가 짜르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발가락에 꼿꼿이 힘이 들어갔다. 아울러, 사내의 손길이 더욱 깊이 들어오길 열망하며 그녀는 자신의 두 다리를 스스로 벌렸다. (이토록 뜨거운 육체라니...) 혁사린은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실로 그로서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의 손이 여인의 깊은 숲과 계곡에 이르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훅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더우기 계곡 속에 자리한 신비의 꽃망울은 어느 새 흥건한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아아...] 앵앵은 눈을 꼬옥 감았다. 감긴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혁사린의 허리를 두 팔로 꽈악 껴안았다. 일순, 앵앵의 턱이 혁사린의 손에 의해 올려지고 그녀의 입술 위로 혁사린의 입술이 포개졌다. 혁사린의 혀가 앵앵의 입 안으로 깊이 밀려들어 갔다. 앵앵은 황홀한 느낌에 그의 혀를 깊이 빨아들였다. 혁사린은 뜨거운 불길이 단전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음...] 앵앵의 허리가 꿈뜰했다. 아랫도리로 사내의 묵직한 것이 강하게 전해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미 사내의 맛을 아는 여체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타올랐다. 그녀는 더욱 그의 허리를 끌어 안은 채 바싹 자신의 하체를 밀착시켰다. [음...] 혁사린은 나직한 신음을 흘려냈다. 아울러 불같은 본능이 치솟았다. 일순, 앵앵의 교구가 은어처럼 팔닥였다. [아학...!] 혁사린의 손이 아예 그녀의 부끄러운 곳을 가득 점령하고는 강렬하게 애무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의 혀는 그녀의 젖가슴에 애처로이 떨고 있는 유실을 살며시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녀는 와락 혁사린의 목을 껴안았다. 물컹! 혁사린의 얼굴이 하나 가득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에 파묻혔다. 뭉클한 촉감이 얼굴로 전해져 들었다. 그는 입안 가득 탱탱한 탄력이 어린 젖가슴을 탐스럽게 물었다. [아...아흐흑...!] 앵앵은 뜨거운 비음을 흘려 내었다. 그녀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와함께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가 더 화알짝 벌려지는 것을 느꼈다. 이에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상체를 일으켜 반듯이 누운 혁사린의 하체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활짝 무릎을 벌리고 걸터 앉은 그녀의 아랫쪽에서는 퍼런 핏줄이 툭툭 불거진 거대한 육괴가 천정을 향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커! 이렇게 큰건 처음이야!) 숱한 사내를 받아들였던 그녀조차도 전율할 정도로 그 육괴는 장대했다. 묘한 두려움과 함께 온몸을 핥고지나가는 전율이 앵앵의 육감적인 교구를 떨게 만들었다. 소변보는 자세로 쪼그린 그녀의 중심부의 원색 균열지대에서는 뜨거운 온천수가 철철 넘쳐 흘러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육체는 민감한 만큼 분비물의 양도 많았다. 뜨거운 체액은 아래에 누운 혁사린의 아랫배에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목이 마르구나 와라!] 여전히 손가락으로 앵앵의 비역을 희롱하던 혁사린이 명령했다. 그말을 들은 앵앵의 교구에 세찬 경련이 스쳤다. 닳고 닳은 그녀가 혁사린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어....어서...!] 흥분과 기대로 몸을 떨며 앵앵은 무릎 걸음으로 혁사린의 상체쪽으로 이동하여 하체를 그쪽으로 불쑥 내밀었다. 백옥같은 기둥이 벌어진 중앙부의 깊은 옹달샘에서는 꿀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혁사린은 앵앵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들어 그녀의 옹달샘으로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세차게 그녀의 꿀물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하악!] 앵앵의 두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다. 수백가닦의 벼락에라도 맞은 듯한 전율이 그녀의 알몸을 훑고 지나갔다. [죽...죽어!] 그녀는 몸을 뒤로 활처럼 젖힌 채 울부짖었다. 무르익은 원색의 석류 속살이 몽땅 사내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또한 그녀의 균열 구석구석을 헤집고 핥아대는 미끈덩한 이물질의 희롱에는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흐윽!] 마침내 앵앵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혁사린의 얼굴 위로 엎어졌다. 그녀는 엎드린 자세로 두 다리 사이에 혁사린의 얼굴을 낀 채 발작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이번에 네가 나를 만족시켜줄 차례다!] 비몽사몽간을 헤매는 앵앵의 귓전으로 혁사린의 준엄한 음성이 들려왔다.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는지라 앵앵은 혼미한 중에서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후들후들 떨며 다시 혁사린의 아랫도리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혁사린의 거대한 육괴를 움켜쥐고 그것을 꿀물의 홍수로 번들거리는 자신의 중심부로 이끌어갔다. 혁사린의 혀와 입술에 유린당한 앵앵의 중심부는 에민할대로 해져있었다. 저절로 결연을 일으키며 벌름거리는 연분홍살점들은 또 다시 뜨거운 불덩이를 맞아들이며 자지러졌다. [하아악!] 혁사린의 고추선 굴강한 육괴위에 달덩이같은 둔부를 내리누르며 앵앵은 짐승같이 울부짖었다. 혁사린의 실체는 너무도 용적이 커서 숱한 경험으로 단련된 그녀의 그릇도 뻐근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혁사린의 불덩이를 한치한치 몸안으로 받아들이며 앵앵은 마치 작살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앵앵은 이를 악물고 엉덩이를 혁사린의 아랫도리 위에 완전히 내리눌러 그의 거대한 불기둥을 남김없이 몸안에 받아들였다. 앵앵은 자신의 예민한 속살이 찢어지며 혁사린의 그것이 목구멍까지 치미는 느낌을 받았다. (아아...) 그녀는 자신의 몸안에서 꿈틀거리며 요동치는 혁사린의 실체를 실감하며 절로 몸을 떨었다. 입구가 찢기는 듯한 최초의 작력감이 서서히 사라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쾌감이 전신으로 번져 오르는 것을 느끼며 환희의 신음을 토해냈다. [아아...아흐흑...] 그녀의 나신은 사내의 움직임에 의해 격렬하게 출렁였다. 그녀는 파도가 내리치는 암초처럼 뜨겁게 신음했다. 그녀의 늘씬한 두 다리는 어느새 그의 허리를 휘어 감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혁사린은 앵앵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정열은 끝이 없었다. 아니, 그런 그를 맞아 조금도 지치지 않는 앵앵 역시 뜨거운 여자임은 틀림이 없었다. [헉헉....] 그녀는 혁사린의 몸 위에 걸터 앉아 가장 깊숙하고 짜릿한 행위를 거침없이 치루고 있었다. 출렁이는 젖가슴, 팽팽히 긴장한 둔부.... [아흐흐흑....] 자지러진다. 그리고 그녀의 뽀얀 둔부가 벼랑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혁사린의 기교는 실로 엄청났다. 기기묘묘한 체위(體位), 이런 자세로도 과연 그게 될까 싶었지만 그녀의 몸은 뼈없는 연체동물처럼 혁사린의 사내를 기이한 자세에서도 집어 삼키고 율동한다. 우뚝 서서, 의자에 앉아서, 침상에 상체를 걸치고, 짐승의 교미하는 자세로...! 별의별 자세를 선보이며 그들은 화려한 정사를 치루고 있었다. 정사의 열기가 더해가면 더해 갈수록 혁사린의 몸에 번지르한 땀이 맺혔다. 그는 오직 뜨거운 열기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었다. [아아흑....] [으음....] 열락의 숨결은 뜨거웠다. * * * 혁사린은 하염없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문득 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걸렸다. (후후훗...왔군.) 혁사린의 등 뒤에 어느 새 신마가 나타나 있었다. [엽마, 요즈음 재미가 좋은 듯하군.] 혁사린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조금...] 신마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섰다. [엽마, 그대에게 할 말이 있다.] 혁사린은 어깨를 추스렸다. 신마는 일순 두 눈에 야릇한 광채를 떠올렸다. [노부는 자네에게 한 가지 무공에 대한 자문을 얻고자 한다.] [후후훗...너의 무공은 나보다 강할텐데?] [그렇지. 그러나 이번에 익힌 무공은 네가 더 깊을게야. 노부는 이러한 무공을 익혔다.] 신마는 허공을 향해 오른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일순간에 강기가 뻗어 육백십이변을 차단했다. [어떤가? 부족한 곳은 없는가?] 혁사린은 잔잔하게 웃었다. [흐음...자네가 전개한 수법은 나의 수법과 비슷하군. 그러나 육방(六方)이 모자라.] [어떻게 하면 되는가?] [진기를 두 손가락에 주입시키고 동시에 발출하게. 그리고 다시 빠르게 회전시키게.] 신마는 그가 시키는대로 했다. [어떻게 말인가?] 파파팟... 그런데, 돌연 허공에 나타난 강기가 방향을 바꾸어 혁사린에게 뻗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하핫...엽마, 네놈의 최후다.] [흐흐흣...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 이렇게 전개해야 완벽하지.] 갑자기 혁사린의 신형이 육백 십이 변으로 회전했다. 파츠츠츳---! [크---아---악!] 신마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크...크으으...네놈은...미리 알았단...말이냐...] [후후훗...어리석은 놈, 노부를 하잘 것 없이 본 것이 실수다.] 갑자기 혁사린의 몸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슷... 우드득... 혁사린의 얼굴과 골격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난 모습은 놀랍게도 신마의 모습이었다. 혁사린은 이내 자신의 옷을 벗어 신마에게 입히고 자신은 신마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신마의 얼굴과 전신을 빠르게 주물렀다. 우드득... 이어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신마는 어느 새 엽마로 탈바꿈해 있었던 것이다. 혁사린은 이어 신마의 오른손 식지를 으깨었다. 뒤이어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시...신마...놈이...동주의 명을 받고...노...부를...> 혁사린은 만족한 웃음을 띄웠다. [신마는 동주의 명을 받고 엽마를 죽였다. 이제 한바탕 난리가 나겠군.]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후후훗...이제는 전륜천왕의 수하 노릇을 해야겠군.] 스스슷... 그의 신형이 점차 엷어지기 시작했다. * * * 마중사영(魔中四影)- 그들은 아수천왕의 측근 중에서도 무서운 위력을 지닌 고수들이다. 아수천왕의 한 부분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지금 그들은 탁자를 마주한 채 한창 노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일영(一影) 선우상(鮮于相)의 앞에는 은자와 황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나머지 삼영들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벌써 이레 째 나머지 삼영은 일영에게 거의 밑천이 바닥나 있었다. 똑또르르... 주사위 구르는 소리에 사영들은 숨을 죽였다. [크흐흐...노부가 또 이겼군.] 일영은 음흉하게 웃으며 은자를 거두어 들였다. 그때였다. 돌연, 지극히 차가운 음성에 이어 신마가 나타났다. [후후훗...선우상, 속임수를 쓰지 마라.] [속임수?] 나머지 삼영의 두 눈에서 야릇한 광채가 폭사되었다. (그렇다. 속임수가 아니고서야 어찌 매번...) 분노와 살기가 그들 전신에 자욱이 번져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신마(神魔)는 조금 전 혁사린의 손에 의해 죽음을 당했지 않은가? 그렇다. 지금 나타난 자는 바로 혁사린이었다. 신마로 변장한 혁사린은 천천히 탁자로 다가선 뒤 주사위 세 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힘을 주었다. 딱! 주사위가 반으로 쪼개지며 그 안에서 조그만 쇠구슬이 나오지 않는가? [앗!] 삼영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일영의 안색이 창백하게 일그러졌다. [크흐흐...신마, 네놈이 감히...] 일영의 살기어린 음성에도 혁사린은 아랑곳 하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주사위 안에 들은 쇠구슬에 공력을 주입시켜 조종을 하니 이기는 것은 당연하지.] [일영! 그럴 수가 있소!] 나머지 삼영이 탁자를 집으며 일어섰다. 그러나 일영은 태연했다. [흐흐흣...그렇다면 어쩔테냐? 이미 노름은 끝났는데 말이다.] 이영이 손을 내밀었다. [돌려주시요!] [어림없는 수작...] [뭣이!] 마중사영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혁사린이 어깨를 추스리며 그들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 [흐흐흣...흥분하시지 마시게. 노부가 공평하게 해결해 줄테니...] [어떻게?] 일순, 혁사린의 왼손이 빠르게 삼영의 등 뒤에 있는 쌍검에 이르렀다. 때를 같이하여 검광이 번뜩였다. [이렇게!] 번쩍! [아앗...크아아악!] [아윽...] 피가 튀였다. 그리고, 삼영을 제외한 나머지 세 마인은 허리가 동간난 채 탁자 위에 쓰러졌다. 쿠당탕! [신...마...네...네가...] 삼영은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혁사린은 여유있는 미소를 흘렸다. [삼영, 이제 저 많은 액수가 그대의 것이다.] [하지만...] [왜? 싫은가?] 혁사린은 말을 하면서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일영의 병기인 자전도(紫電刀)를 집어 들었다. 삼영은 흠칫했다. [신마, 이 일을 아수천왕께서 아시면 나는...] 혁사린은 자전도를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후후훗...아수천왕, 그는 오늘의 일을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무엇 때문에...왜?] [알려줄까?] 삼영은 주춤했다. 혁사린은 자전도의 끝을 손가락으로 쓸며 잔인하게 말했다. [네놈마저 죽는다면 아수천왕은 영문도 모르게 되지.] [뭐...뭣이!] 삼영이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어, 그의 신형이 팽그르르 돌며 이영의 병기인 혈편(血鞭)을 집어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목줄기가 따끔한 것을 깨달으며 무거운 신음을 토했다. [크...르륵...신...마 네놈이...네놈이...] 삼영은 혈편은 힘없이 떨어뜨리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혁사린이 들고 있는 자전도에 선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머금었다. [마중사영...네놈들은 도박을 하다가 서로 다툰 끝에 서로의 병기에 의해 죽어간 게야. 일영, 이영, 사영은 삼영의 쌍검에...그리고 삼영은...일영의 자전도에...] 잔인하며 철저한 계책! 혁사린은 반으로 쪼개진 주사위를 살인현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후후훗...속임수 때문에 빗어진 살인이다. 노름...속임수를 쓰면 죽음이 따르게 돼.] 스스스스... 혁사린의 신형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 * * 아수천왕은 그는 대노했다. [마중삼영의 죽음에는 음모가 있다. 동주 놈이 아니면 막내인 염라천왕의 짓이다. 크흐흐...도전이냐? 좋다. 네놈들을 깡끄리 쓸어주마.] 전륜천왕은 긍지에 몰린 호랑이가 되어버렸다. [크흐흐...나를 제거하겠다고? 오냐! 가뜩이나 앵앵이 엽마에게 몸을 준 것도 부족해 오히려 엽마의 기술이 엄청나다고 낙원당에 와서 떠들어 열불이 터지는데 날 죽이겠다고! 줘아! 셋 중 하나만이 남아 무림에 출도할 것이다.] 이어 그는 수라청이 쩌렁쩌렁 울리는 대갈성을 터뜨렸다. [듣거라. 전 제자들에게 철저한 무장을 명하라.] [예!] [영마(影魔)! 너는 지금 곧 태세를 갖추어라! 그리고 놈들을 사분시켜라.] [예!] 문득 전륜천왕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혈객(血客)...이제 네가 필요하다. 나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너...오너라. 지옥갱을 향해서...] -혈객(血客)! 전륜천왕이 자랑하는 신비객이며 아수천왕이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자, 그는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었단 말인가? 염라천왕 역시 치를 떨고 있었다. [크크크...두 형의 도전인가? 오너라. 이제 나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 신마 놈이 감히 엽마를 죽이다니...크흐흐...모조리 죽여버리겠다.] 완전히 분열된 지옥갱! 그 와중에서 혁사린은 조용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쿠르르릉---! 지옥갱 전체가 진동하고 있었다. 모든 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크하하핫! 시작이다. 누구의 세력이 강한가? 오직 나 뿐이다. 세 형제는 이렇게 광소를 토했다. 그들은 그동안 이룩해 놓은 은밀한 기관을 작동시키고 있었다. 모조리 가두어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 * * 모습을 나타낸 전륜천왕은 일신에 눈부신 청포를 입고 있었으며 허연 수염은 보기 좋게 자라있었다. 왼쪽 허리에는 은빛 찬연한 고검을 차고 있었다. 주름살 하나 잡히지 않는 동안(童顔)이었다. 두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광채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그는 자신들의 수하와 함께 말없이 팔선탁에 앉아있었다. 그때였다. 수라십이마 중 마지막인 궁마(弓魔)가 급히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동주께 아룁니다.] [무슨 일이냐?] [예, 염라천왕와 아수천왕이 각기 동과 서의 여덟 번째 기관을 파괴하고 곧장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전륜천왕은 의외로 침착했다. [흐흐흐...죽음을 향해 오는군. 오너라 박살을 내주겠다.] 그는 급히 수하들에게 명했다. [신마!] [예!] 혁사린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너는 제자 육십 명을 이끌고 동쪽을 차단하라. 전부 죽여버려라!] [예!] 혁사린은 벌떡 일어났다. 이어 그는 육십여 명을 이끌고 빠르게 사라졌다. [풍마!] [예!] 혁사린의 등 뒤로 전륜천왕의 거듭된 명령이 들려오고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 혁사린은 선두에 서서 수하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각기 흩어져 기관을 파괴하라. 연후...] 그때 한 인물이 물었다. [어찌 기관을 파괴하라 하십니까?] [멍청한 놈. 기관은 거의 모두 다 폭약이나 암기로 되어 있다. 놈들과 겨룰 때 암기가 적과 우리를 구별해 준다더냐?] [아...] 그자는 그제서야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혁사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기회다. 나는 절세비경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그가 막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신마!] 휘익! 돌연 정면 통로에서 한 인영이 빠르게 날아왔다. 혁사린은 상대가 누구라는 것을 알자 음흉하게 웃었다. 그는 수라십이마 중 첫째인 비마(飛魔)였다. 비마는 수라십이마 가운데 가장 무공이 고강하며 그는 아수천왕의 수하였다. 그의 두 눈에서는 사악하기 이룰 데 없는 녹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크크크...신마, 네놈이 마중사영을 살해했다는 것을 본마는 알고 있다.] 혁사린은 아주 음산하게 웃었다. [흐흐흐...용케도 알아냈지만 너무 늦었다. 네놈은 여기에서 삶의 끝을 헤맬테니까...] [크크크...그럴까?] 비마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조소가 피어올랐다. (놈은 강하다. 속전속결을 해야 한다.) 혁사린은 빠르게 생각하고 있을 그 순간 가공할 살강이 비마의 전신에서 폭사되어 나왔다. [신마! 네놈의 최후다!] 파파팟---! 혁사린은 그의 공세에 내심 경악했다. 혁사린은 뒤로 신형을 젖힌 천영환상보에 수록된 천해승극팔황검공(天海昇極八荒劒功)을 시전했다. 파츠츠츳... [크아악!] 비마의 전신이 분시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혁사린은 비마의 찢어진 시신 조각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쿠악!] [으아아악!] 곧이어 그의 눈 앞에 넓은 광장이 나타났고 그곳에서는 처절무비한 대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륜천왕, 아수천왕, 염라천왕의 휘하들이 한데 엉켜 무자비한 살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시체는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동생...어서 속히 만앙묘(萬仰墓)로 가세요. 지금이 절호의 기회예요.] 어디선가 백화홍의 전음이 들려왔다. 혁사린은 피투성이가 된 채 아수천왕의 수하와 처절하게 겨루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혁사린은 자신이 신마로 변장한 사실을 그녀에게 말해준 뒤라 그녀는 그를 쉽게 알아보았다. [누님...함께 가야합니다. 여기는 너무 위험합니다.] [바보...안돼요. 어서 가요. 지금 혈가람이 그곳에 가 있을 거예요. 그는 동생을 위해 앞길을 터주고 있어요. 어서! 늦으면 혈가람이 위험해요...] [혈가람이...] 혁사린은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동생, 빨리 가요. 혈가람의 목숨이 위험해요. 금역에는 지옥갱에서 가장 무서운 마령칠혼(魔靈七魂)이 지키고 있어요.] [마령칠혼!] 혁사린은 크게 경악했다. (그렇다면...혈가람이...) 그는 급히 생각하며 외쳤다. [누님, 그럼...] 파파팟---! 그의 신형은 눈 깜짝할 사이에 광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 * * 만앙묘(萬仰墓)- 역대 지옥갱주들의 무덤이 자리해있는 이곳은 그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곳으로 달리 성역(聖域)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 입구에서부터 보기에도 끔찍한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스스슷... 혁사린의 신형이 그곳에 가볍게 내려섰다. [아...혈가람은 이미 안으로 들어갔구나.] 그는 곧 신형을 날렸다. 안으로 들어갈 수록 더욱 짙은 피비린내가 풍겼다. (혈가람은 절정의 마환금혼대진(魔幻金魂大陣)을 가볍게 파괴하고 안으로 들어갔구나.) 만앙묘에는 절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혈가람을 막지는 못한 듯했다. 사방은 온통 숲 뿐이었으며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한데 그때였다. [크아악!] 바로 앞쪽에서 처절하기 이룰데 없는 비명이 들려왔다. 뒤이어 지극히 음산한 괴소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혈가람...네놈이 감히...] (혈가람이다!) 혁사린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번개같이 신형을 날렸다. 그러나 곧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이곳에서 웃음이 들려왔건만 시체도 없었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가?) 혁사린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문득 그의 시야에 하나의 거대한 고목이 들어왔다. (저곳이다!) 혁사린은 번개같이 고목 밑둥지에 자리한 커다란 구멍으로 신형을 날렸다. 고목 안은 너무도 어두웠다. 밑으로 통하는 기다란 계단이 있었다. 이곳이 바로 지옥갱의 조사전인 만앙묘의 실체였다. 혁사린은 급히 신형을 날려 아래로 내려갔다. 혁사린은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선혈을 발견했다. [응...? 저것은...]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피묻은 옷자락이 보였다. (아앗! 저 옷자락은 혈가람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변을 당했단 말인가?) 혁사린은 대경실색을 하며 재빨리 사방을 둘러보았다. 기다란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통로 좌우로는 석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은 역대 지옥갱주들이 안장된 곳이었다. 그때였다. 파파팟---! 멀리서부터 강기가 번뜩이는 음향이 들려왔다. 분명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였다. [혈가람...기다리시오. 내가 가고 있소. 조금만 견뎌주시오.] 스스스슷! 혁사린의 신형은 더이상 빠를 수 없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여덟 갈래의 미로(迷路) 앞에 혁사린은 한순간에 도착했다. 주위를 살피던 혁사린의 얼굴에 반가움과 놀람의 감정이 물결되어 드리워졌다. 혈가람이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처절하게 사투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혈가람은 두 명의 마인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오른팔은 이미 어깨에서부터 짤라져 나갔으며 복부는 갈라져 창자가 꾸역꾸역 밀려나올 정도였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용했으나 그런 그의 앞에는 두 명의 마인들이 살기등등히 그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채 십여합도 견디지 못하고 혈가람의 몸은 산산조각이 날 절대위기를 혁사린은 느꼈다. 혁사린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왔소! 조금만 버티시오!] 그 순간 혈가람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혁사린을 보았다. 혈가람은 피식 웃었다. (와 주었군.) 일순, 그는 혼신 공력을 끌어올리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핫! 이것이 나 혈가람의 절학인 혈패멸사천(血覇滅死天)이다.] 파---츠츠츳---! [크아앗!] 가공무비한 강기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 광경을 본 혁사린은 혼비백산 했다. [안되오! 물러서시오!] 그러나, 쿠아아아앙! 두 마디의 섬칫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동시에 피와 살이 사방으로 퉁겼다. 혁사린은 신형을 날려 떨어지는 혈가람을 품으로 받았다. 혈가람의 몸은 완전한 피투성이였고 하나 남은 왼팔마저 잘려버리고 말았다. [무서운 놈!] 한편 마령칠혼 중 살아남은 자는 겨우 두 명 뿐이었다. 그들의 두 눈에서는 사악한 기가 물신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혁사린은 그들의 존재를 아주 무시한채 혈가람을 불렀다. [혈가람...] 혈가람은 희미하게 눈을 떴다. [후후훗...미안하오. 그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서...] [...!] [천웅(天雄)이라 불러주시오. 나의 이름이오.] [천...웅...] 혈가람은 문득 살아남은 두 명을 응시했다. [아깝군...저놈들마저 제거했어야 하는데...후후훗...남을 위해 죽는다는 것...그것은 곧 행복이며...영원한 삶이요.] 혈가람은 입가에 슬픈 미소를 머금었다. [백화홍...그녀는 불쌍하오. 그녀를 돌보아 주시오.] [천웅...!] 혁사린은 가슴이 메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서로 얼굴을 맞대며 술 한잔 나눈 기억도 없다. 오히려 서로를 경계한 그들 두 사람이었다. 훗날 백화홍을 통해 서로의 길이 같음을 알았지만 지옥갱의 이목이 주목된 엽마로 변장해 있는지라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인지라 가슴 속에 뜨거운 정(情)이 자리잡았었다. 그런데 술 한잔 나누지도 못한 채 혈가람의 몸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후후훗...나를 위해...울고 있는...그대는...생각보다 강하지 못하구...료...] [그렇소. 나는 강하지 못하오.] 혁사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혈가람은 꺼져가는 음성으로 띄엄띄엄 말했다. [강해지시오. 그대만이...무림을 구할 수 있소...] [...] [부탁이...있소...] 혁사린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오. 내 생명이라도 바칠 것을 약속하오.] [후...후훗...나머지 두놈을...내가 보는 앞에서...통쾌하게...죽여 주시오.] 혁사린은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천천히 혈가람을 내려놓았다. 문득 혈가람의 입가에 평온한 미소가 번졌다. [단...일초에...놈들을...그리고...당신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소.] 혁사린은 눈물을 삼키며 마주 미소를 던졌다. 그것은 차라리 통곡이었다. 혈가람이 안타깝다는 듯 입을 열었다. [미안하오. 내 힘으로...내 힘으로 비경을 찾아...그대를 기쁘게 해주려고 했는데...] 이 순간 혁사린은 천천히 몸을 돌려 살아남은 두 명의 마령이혼을 응시했다. [그대들은 죽을 준비가 되었소?] [크크큽...신마, 네놈이 감히...] 마령이혼의 음성이 채 사라지기도 전이었다. [천웅! 보시오. 이것이 저주의 마공 독존마혈공이오!] 독존마혈공(獨尊魔血功)! 수양제(隋煬帝)가 세상을 휘어잡기 위해 만든 무서운 마공이 혁사린 손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콰콰콰---콰쾅---! 파츠츠츠츳! 번---쩍---! 정녕 이것이 인간에게서 발출된 무공이란 말인가? [크아아악!] [아아악!] 두 마디의 비명은 흡사 악귀의 절규처럼 처절무비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마령이혼의 시신은 장내에서 사라졌다. 갈가리 찢긴 채 허공으로 분산된 것이었다. 그 모습에 혈가람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혁사린은 그 옆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천웅 보았소? 놈들의 죽음을?] [...] 그러나 혈가람은 대답이 없었다. [처...천웅!] 애타게 혁사린이 불렀지만 혈가람은 이미 숨을 거둔 것이다. [천...웅...크으흑...] 울고 있는가? [천...웅...그대는...그대는 바보구료.] 자신을 좋아했던 사람을 위해 죽어간다는 것, 나약한 사람들을 위해 애쓰다가 산화한다는 것, 그것이 혈가람이 택한 마지막 길이었다. 그러기에 혈가람의 죽음에 혁사린이 더욱 마음 아파하는 것이다. [천---웅!]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