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구분하는 진정한 차이는 에너지이다. 강한 의지, 분명한 목적, 흔들림 없는 결단력이 있으면 어떠한 것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위대한 인간과 소인배의 차이이다.
《토머스 풀러》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겸양은 모든 미덕의 근본'이라고 교육 받으며 '잘난 체하지 마라', '나서지 마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예의바름 뒤에 교활함을 감추거나 침묵 뒤에 자신의 무능력함을 숨기려고 한다. 사람들이 겸양의 미덕을 실천하려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입에 발린 칭찬과 보답에 대한 기대, 다툼과 갈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특히 보호와 상호존중에의 기대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손한 태도와 양보를 통해 타인의 공격 또는 비평으로부터 자신을 잘 방어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빌 게이츠와 타이거 우즈로 대표되는 현대 자유경쟁사회와 같이 능력주의를 제일로 내세우는 사회에서는 이런 좋은 태도가 오히려 성공의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거만과 동의어로 흔히 기독교에서 자기 숭배의 죄악으로 꼽히는 '교만'은 중세교회에서 말하는 첫 번째 죄이자 가장 중요한 죄이다. 교만은 자만심으로 자신을 부풀려 외부에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교만하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패배를 받아들이고 실패와 맞바꾸어야 할 만한 죄악은 결코 아니다. 만일 당신의 아이들이 특목고나 의대를 갈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면 그 아이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당신이 국회의원이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사회적 명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게 마땅하다.
어떤 일이든지 일의 성취에는 의례 반발이 따른다. 우리가 어떤 일을 성취하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강한 반발을 살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의미 없는 대중의 장단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때로 당신의 존재 자체가 그들을 화나게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당신은 이미 그들을 초라하게 만들 어떤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아마 그들이 갖고있지 못한 사회적 명망을 갖고 있거나, 상대방이 없는 능력과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또는 당신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보다 더 자유분방한 삶의 양식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은 세인의 사랑을 받고 있거나, 미모가 뛰어 난 부인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들이 느끼기에 당신이 경제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들이 당신보다 못한 어떤 상황에 얽매여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화를 낸다. '부자이면서도 행복하게 살고, 게다가 봉사정신도 투철하고 가정적이며 자식들까지 공부를 잘하는 사람' 을 만나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는 이치와 같다.
다른 경우, 사람들은 그들이 보기에 당신에게만 유별나게 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되는 어떤 성취 때문에 화를 낸다. 또는 당신은 그들이 항상 원했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를 두려워했던 무엇인가를 이미 달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쏟은 수년 동안의 노력과 희생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행운이 어떤 특권처럼 당신에게만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당신이 그들의 부족함을 책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당신은 그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외에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어떤 행위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단지 그들을 당황케 하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어떤 진실을 대표할 뿐이다. 그래도 그들은 화를 낸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노'라고 말하거나 불평만 잔뜩 터뜨릴지도 모른다. 당신이 글을 올릴 때마다 악성 댓글로 화풀이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그것 때문에 반발한다고 해서 당신에게 가치 있는 특성들을 결코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설사 당신이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당신에게 고마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저마다 주관적 감정이나 요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체면' 따위는 고려하지 말고 주저하지도 말고 실행에 옮겨라. 특히 정치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겸양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으면 어떤 짓을 해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가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자존심에서 우러 나오는 일종의 '거만함과 뻔뻔한 태도'다.
그렇다. 최고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높은 자존심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자부심은 자기 존중이고 개인적인 위엄이다. 자부심은 성공의 내적 만족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법이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결코 남에게 인정하지 마라.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믿는다. 게다가 그런 믿음에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서 그가 자기 스스로를 믿고 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이 알게 만든다. 또한 자신감이란 한 사람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겨 한층 더 많은 의욕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어떤 분야이든 최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어려운 일에도 자신감에 넘친다. 그것이 그들이 최고의 자리에 도달한 이유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파는 것은 나 같은 작가나 점쟁이, 세일즈맨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직업의 사람에게나 중요한 요소이다. 매사 겸허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쉽게 인정 받을 수 없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도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때로 거만함과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짱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만한 사람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한다. 상대가 누구건 겁먹지 말아라. 자신을 팔 용기가 없다면 바보 취급을 받으며 쫓겨날 뿐이다. 요즘같이 치열한 사회에서 '상대의 주목을 끌기 위해선 무엇이든 한다'라는 각오가 없다면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건 "내가 제일"이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고 내뱉을 수 있을 만큼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가 좋다.
유명한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경천진동할 만한 뻔뻔함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이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뻔뻔한 아티스트가 있다. 1991년 데뷔 무렵에는 어떤 지방 갤러리의 작품 전체를 훔쳐 '또 다른 후진 것들(Another Fucking Readymade)'라는 타이틀로 전시회를 열어 암스테르담에서 체포됐고, 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그에게 허용된 전시공간을 광고 에이전트에게 팔아 넘겨 스키아 파렐리라는 새 향수 제품을 선전하는 장소로 쓰게 했을 정도다. 밀라노에서는 너무나 진짜처럼 보이는 세 어린이의 목을 나무에 매달아 놓은 '목을 맨 어린이들(Hanging Kids)'라는 작품으로 밀라노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는데 정의감 넘치는 한 시민이 아이들을 구출해 더 화제가 됐었다. 그 이후 밀라노 당국은 그의 설치미술이 정말로 예술작품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사이 미술시장에서 카텔란의 가치는 더욱 치솟아 그가 예전에 500만원에 팔았던 '천장에 매달린 박제된 말 작품(트로츠키의 발라드)'이 뉴욕 경매장에서 20억원 이상의 가격으로 되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무한성취자에게는 자신감의 상한가 따위가 있을리 만무한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니 특히 인사성과 예의가 바라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랐다. 이렇게 말하는 내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사회의 위계질서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독불장군이고 예의 없고 거만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인간이다. 어릴 때는 '예의 없다'고 꾸중을 들은 적도 있고, 고등학교 때는 별명이 '거물급'일 정도로 건방지다고 담임에게 걸핏하면 구타를 당하곤 했다. 서양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단순히 '길들이기'였다. 혹자는 유교문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예'에 의문을 제기하는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세계화 시대에 가장 성공한 영웅들의 경우에 비추어 보아도 잘못된 교육이었음은 분명하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큰 꿈을 갖고 거칠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에게 이상하거나 비이성적이고 거만한 사람들로 비쳐진다. 어떤 면에서 작가들은 모두가 그런 인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교의 가치관인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겸양의 미덕을 실천할 줄 아는 인간이 되라"는 정석을 무시하고 뻔뻔하게 성공한 예는 그 수를 셀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다. 이를테면 이 시대의 영웅들인 김용O과 유시O의 경우가 그런 전형적인 사례다. 그들은 거만하기로 우리 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인물들이다. 기실 그들이 그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특유의 거만함과 거칠게 밀어 붙이는 터프함 때문이었다. TV나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때로 온화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는 그 온화함이 자취를 감춘다. 협상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위협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협박 당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그들이 항상 누군가를 위협하고 있는 장면뿐이다.
연예인 중에는 최민수가 터프한 남자로 정평이 나 있지만, 정치분야에서 터프하고 뻔뻔하기로는 이명박과 이해찬을 빼고는 말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김영O은 터프하고 뻔뻔함, 그 자체였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도 모두 거칠게 밀어 붙여 성공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그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뻔뻔하고 터프함과는 정반대, 즉 겸허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라는 것은 아마 생각만 해도 성질이 나며 구역질이 나올 정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성공의 비법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길'을 알려준다. 대다수의 기준으로 볼 때 아주 비정상적인, 아니 유별난 사람이 되는 걸 자랑으로 여기라고 말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심해 사람들의 분노를 사면서도 성공한 경영자가 많다. 과거에 기업 임원들은 재벌 회장들 앞에서 벌벌 떨었다. 80년대에 이명박 사장이 내가 있던 현장을 방문해 테니스를 칠 때 현대건설 직원이었던 나는 밥줄을 끊길까 두려워 근처에 갈 생각도 못했다. "존경과 외경 그리고 때로는 공포심 그 자체를 불러일으키는 인물" 중 아마 미국과 한국에서 한 인물을 선택하라면 헨리 포드 2세와 정주영을 1순위로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겸손하고 예의 바른 인물들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정석을 깨고 살아왔다. 아마 사람들에게 '조선일보 100자 평' 식으로 발언기회를 허용한다면 "당신은 정말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당신 같은 인간이 성공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끝간데 없이 달릴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그들만의 성공 비결이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들 각오가 서있지 않으면, 그리고 실제로 반감을 살 정도가 아니면, 사람을 움직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강연에서 때로 직접 얼굴에다 대고 상대가 기분이 상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런 발언이야말로 지지자들에게는 결정적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상대가 공격만 하고 여러분은 방어만 한다면, 여러분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최상의 방어는 정중한 공격임을 명심하라. 사람들의 반감을 사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겸손하고 예의 바른 모습 뒤에 교활함을 숨기기 보다는 솔직함이 낫다. 가슴에 품은 야망이 크다면, 그만큼 사람들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 얼마만큼 의미가 있는 일을 성취하는가는, 얼마만큼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들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와 비례한다. 언뜻 보면 거만하고 뻔뻔하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성공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자신감과 자기 어필, 혹은 강한 풍채를 나타내는 것일지 모른다. 게다가 거만함은 사람을 내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을 끌어당긴다. 사람들은 자긍심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고 만족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긍심의 높이를 10cm만 높여라. 성공의 여신은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진 인간의 편이다.
그렇다. '스턴버그'의 말대로 성공으로 가는 길은 남들에게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거만하고 뻔뻔한 태도는 분명 성공 비결이다. "뻔뻔하고 지독한 놈! 저렇게 하면 누구는 돈 못 벌어!"라는 말을 들어도 개의치 말아라! 패자의 그 말은 당신에게 보내는 최대의 찬사다.
Kabbu의 『양처럼 살 것인가 늑대처럼 살 것인가』 책 중에서
... 글쓴이는 무계획적인 철학자를 뜻하는 'kabbu'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스스로를 학문과 세속의 지혜를 결합시킨 최초의 인텔리겐치아로 칭한다. 완전히 다르고 의미있는 철학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글과 강연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양처럼 살 것인가 늑대처럼 살 것인가』,『정보브로커』와『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으며, 『내 안의 백만장자』와 『행동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를 직접 번역해 책으로 내기도 했다. Wife는 현재 예술마을 헤이리에서 영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검색사이트에서 'kabbu'로 찾으면 kabbu의 개인도서관이 나오며, 독자들은 이곳에서 앞으로 나올 책들의 완성돼 가는 과정은 물론 유익한 정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