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부산 해운대 '문탠로드 (달맞이 길)' 인근 상가에 유명
빵집을 오픈 한 A사장은 요즘 매일 한숨을 달고 산다. 지난 6개월 동안 하루 매출이 정상 매출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A사장은 가게 인근에 2,400세대 규모의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비싼 돈을 들여 빵집을 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당초 입주계획을 6개월이나 넘기고 있는데도 입주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사장은 "2,400세대 단지로 1만 여명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빵집을 열었지만 입주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비를 고스란히 날릴 상황"이라며
불안해 했다.
22일
해운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 아파트'는 조합측과 시공사간 공사비 분쟁으로 입주 지연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10년 해운대 AID주공아파트를
재건축 하면서부터다. 국내 유수의 H건설과 D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난해 말 완공했다. 하지만 H건설 측은 조합으로부터 아파트 공사비 4,700여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10월부터 해당 아파트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H건설은 조합원분을 제외한 534가구를 지난 2011년 6월 일반
분양했지만 45가구만 분양됐다. 3.3㎡당 1,500만원에 이르는 높은 분양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원인이었다. 분양 부진이 공사비 미지급으로 이어지면서 양측의 분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입주 불가' 사태로 번진 것이다. 현재 조합과 시공사 간 협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는 A씨처럼 지역 상권이 고스란히 안고 있다. 힐스테이트위브 인근의 해동시장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지난해 10월 준공 뒤 3개 층 규모의 상가 매매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상권 형성이 안돼 8개월째 별다른 실적이 없다. 이날 찾은 해운대구 중2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현장은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다. 아파트 주 출입구를 막고 있는 육중한 철문은 한쪽만 열려 있고, 내부 곳곳에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외부인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군데 군데 나붙은 '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경고
현수막도 분쟁이 한창 진행 중임을 드러내고 있다. 해운대
동부지역의 최대 상권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는데, 막상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진원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지자체도 세수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운대구청도 이 건물에 대한 18억 원 상당의 재산세 부과가 올해 안에는 불가능해졌다. 부산시는 입주자들에게서 거둬들여야 할 취득세 200여억원도 사실상 올해 안에 부과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대ㆍ두산건설,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 500억 공사대금 떼일 위기사라져버린 부산 랜드마크의 꿈
[월요신문 김보배 기자] 부산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 시공사들이 조합 측과 '추가분담금'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은 해운대 주공AID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에 공동 참여해 지난해 말 공사를 완공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 당시 이곳이 부산의 랜드마크로 재탄생될 것이란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일반분양이 채 9%를 넘기지 못했다. 이렇게되자 당초 계약한 공사대금 중 일부를 받지못하게 된 현대건설은 조합 측에 할인분양과 함께 추가분담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확정지분제'로 계약했기 때문에 추가분담금을 줄 수 없다고 맞서며 현재 마무리 공사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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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는 지난해 12월 공정률 99.9%로 단지 외 도로 마감 포장을 제외한 모든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시공사와 조합의 추가분담금 책임 소재 문제로 갈등을 빚어 공사가 중단되면서 아직까지도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 |
현대·두산건설, 재건축조합과 추가분담금 두고 마찰 관계자들, 재건축조합·비대위 내부 갈등해결이 우선
해운대 주공AID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두산건설이 추가분담금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추가분담금 책임 소재를 두고 양 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며 “건설사는 단순도급제로 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합은 확정지분제를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공AID아파트는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1525번지 일대에 지난 1975년 미국의 대외원조기관인 AID(국제개발처)로부터 차관을 들여와 5층짜리 45채, 2060가구 규모로 건립됐다. 그러나 지난 2003년 7월 집중호우로 일부 건물의 지반이 무너져 그동안 붕괴우려가 큰 흉물로 여겨져 왔다.
주공AID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조합은 지난 2006년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설계를 채택, 대규모 재건축을 계획하고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이에 현대건설이 두산건설과 55대45의 지분으로 주공AID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 시행사인 재건축조합과 지난 2009년 시공계약을 맺고 힐스테이트위브 건설에 들어갔다.
단순도급제 vs 확정지분제
힐스테이트위브는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의 연면적 49만7000㎡에 지하7층~지상53층짜리 21채, 2369가구에 해당하는 대규모 재건축 계획으로 진행됐다.
재건축조합은 기존 조합원분을 제외한 534가구를 지난 2011년 6월 일반분양했다. 일반분양 물량만 4000억원에 달하지만 분양률은 8.4%(45가구)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분양가가 원인이었다.
현대건설은 현재 3466억원의 공사비 중 347억원을, 두산건설은 3460억원의 공사비 중 140억원의 잔액을 받지 못한 상태로, 지난해 8월부터 조합 측에 20~30%의 할인분양과 미지급 공사비를 분담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조합은 계약이 확정지분제로 이뤄졌기 때문에 지급 의무가 없다며 맞섰고, 할인분양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유치권을 행사하고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양측은 계속해서 계약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맞서고 있다.
현대건설이 주장하는 ‘도급제’와 조합이 주장하는 ‘확정지분제’가 그것이다.
도급제는 시공사가 공사만 맡고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받는 형식이다. 확정지분제는 시공사가 조합원에 무상지분을 약속하고 일반분양 물량의 비분양에 따른 손실 전체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조합은 입찰 공고문에 ‘사업방식은 확정지분제로서 조합이 제시하는 도급공사계약 내용을 따르는 업체에 한함’이란 내용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추가분담금에 대한 책임은 현대건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 A씨는 “확정지분제로 계약한 것만은 확실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관계자는 “계약서 상 정확히 확정지분제인지 도급제인지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현대건설은 통상적인 도급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도급제로 해석하고 있다”며 “조합 측은 사업이 잘 되지 않자 불분명한 조항을 가지고 확정지분제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개월간 지연된 입주
현대건설과 조합이 마찰을 빚는 동안 지난해 12월 예정돼 있던 재건축조합원 1835가구의 입주가 연기됐다. 마찬가지로 지난달로 예정됐던 일반분양 534가구의 입주도 무기한 연기됐다.
일반분양 계약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입주자비상대책협의회는 지난 2월 배덕광 해운대 구청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당시 참석자들은 4년여에 걸친 공사 기간에 원룸을 전전하는가 하면 일부 노부부는 자식들 집으로 흩어져 생이별한 채 생활하고 있고, 아직 준공이 안됐는데도 계속되는 대출 상환요구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 등을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로 상경해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대위는 “현대건설 측이 추가분담금, 할인분양, 공사 중단, 유치권 행사, 절대입주불가 등으로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여러 차례 편지와 전화, 개별 방문 등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명백한 대기업의 횡포인 만큼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주 예정 시기를 넘겨 반년이 지나도록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측이 책임공방을 이어가면서 준공이 지연돼 일반분양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입주지연 등의 사태로 계약해지 사유가 성립되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조합의 임원진이 대거 바뀌면서 해결의 길이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 건축과 재개발팀 관계자는 “지난 15일 조합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총회가 열려 기존 조합장과 몇몇 임원들의 해임이 결정됐다”며 “새로운 조합 집행부가 구성되면 조합 내 의견일치가 이뤄져 시공사와의 합의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입주가 몇 달째 늦어져 입주예정자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협상을 해야 한다”며 “양 측의 협상 후 조합에서는 구청에 준공처리 신청을 해야 하고, 이를 통과하면 입주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조합 측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비대위와도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조합이 재정비되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서로의 양보가 전제돼야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