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3일(2키로 걸어 산띠아고 대성당에 도착)
8시 알베르게를 나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구시가로 향했다. 구시가에 들어가 바르에서 직석주스와
밀크커피와 크로아쌍으로 아침 먹고
조금가니까 어느 바르앞에 눈에 익은 개와 배낭이 보인다.
바르 안에서 아침 먹는 주인과 눈인사 하고 지나쳐
9시 10분 드디어 산띠아고 대성당 앞의 오브라도이로 광장 (Praza do Obradoiro)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감격에 겨워 통곡하는 순례자가 많다는데 오늘은 안 보인다.
바닥의 조형물은 1987년에 까미노가 유럽문화재로 선포된 것을 기념하는 초석인데 지금은 많은 사람
들이, 이곳을 까미노 원점이라며, 이 가리비 문양 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 유명한 바로크식 오브라도이로 전면(the Baroque Obradoiro Facade)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맑은날 밤에 머리를 성당쪽으로 하고 광장의 코블 포장 위에 등을 대고 누워서, 치켜 보아야 한다지만,
낮에 올려다 보아도 장관이다.
우리는 우선 순례인증서를 받기로 하고, 성당을 향해서 볼 때, 오른쪽에 있는 골목으로 돌아가서 다시
오른쪽으로 두번째 골목의 코너에 있는 순례자 사무소(Oficina del Peregrino)의 2층 사무실(1층에서
는 숙소, 교통편 등을 안내 한다는데 오늘은 너무 일러서 그런지 아무도 없다.)로 갔다.
이곳에서 끄레덴씨알을 제출하여 심사 받고 라틴어로 된 순례 인증서, 꼼뽀스뗄라(나)를 받았다.
도네이션을 원한다는 벽보를 보고 5유로 넣었다.
비종교적 이유로 했더라도 순례길을 걸은 사람에게는 전통적인 꼼뽀스뗄라 대신에 아름답게 채색한
별도의 증서를 준다는데 보지 못 해 아쉽다.
이제는 야고보 성인을 포옹할 차례이므로 남쪽 광장(Praza das Praterias)을 통해 성당으로 들어갔다.
제대를 향하여 제대 오른쪽에 있는 통로로 가서 제대 옆에 뚤린 문을 통해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13세기에 제대 중앙에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하여 모셔놓은, 순례자 산띠아고의 등 뒤쪽에 이른다.
이분을 뒤에서 포옹하고 등에 장식한 가리비 조개에 친구(입맞춤)할 때 미묘한 감정이 일었다.
특히, 제대 위에서 내려다 본 신부들의 미사 집전 모습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체험이었다.
옛날에는 이곳에 순례자가 자기 머리에 써 볼 수 있는 금관도 있었고, 자기가 쓰고 온 모자를
산띠아고께 씨워 드리는 전통도 있었다는데...
옛날에도 있었겠지만 지금도 수사 한 분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사진 못 찍게 감시한다.
나는 이곳에서 1차 걷기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헌금함에 5유로 넣었다.
반대쪽으로 내려 오면 옆에 산띠아고의 지하묘실(The Crypt)이 있다. 이곳에는 산띠아고의 유골과
그 분의 두 제자( Theodore 와 Athanasius )의 유골을 합장 하였다는 은으로 장식한 관이 안치되어
있어 기도 드리는 사람이 많았다.
기도에 방해 될까봐 사진을 안 찍었으므로 묘실 밖에 있는 별 모양의 이름 모를 사진이라도 보자.
중세의 순례자들은 도착한 날 대성당에서 밤샘 하는 풍습이 있었다 한다. 그래서 성당 문이 열리면
남보다 먼저 제단 앞의 좋은 자리를 차지 하려고 매우 혼란 스러웠는데, 특히 1207년에는 손을 쓸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어 교회를 많이 고쳐야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단다,
성당 앞의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관광객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림이나 조각에서 본 옛날 순례자
복장이 떠올라, 상상으로 관광객 모두에게 입혀 보니 장관이다. 지금은 그래도 영어라는 공용어 라도
있지만 지방마다 다른 언어를 쓰던 중세에는 얼마나 떠들썩 했을까? 생각만해도 재미 있다.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꺾어진 2단 층계를 올라 대성당으로 들어가면, 현재의 대성당 전면 구조물
( The Baroque Obradoiro Facade)을 덧붙여 건축하기 전의 옛 출입구 였던 뽀르띠꼬 데 라 글로리아
(Portico de la Gloria)가 있다.
이것은 1168년 마떼오(Mateo)란 사람이 건축한 것 이라는데, 이 곳에는 기독교계의 상징적 인물들의
크고 작은 부조가 빽빽하게 조각되어 있다.
특히 중앙 기둥에는 다윗의 아버지 이세의 가계도(The Tree of Jesse), 산띠아고(Santiago) 와 성모
(The Virgin)상이 있다.
나는 이곳에 3번(1차때 2번, 이번에1 번) 갔는데 매번 단체관광객이 관광을 시작하는 10시 경에 가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가이드 들과 관광객이 발 디딜 틈 조차 없이 많아서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순례자가 산띠아고에 도착해서 대성당에 들어가면 제일먼저 이세의 가계도가 있는 중앙기둥의 중간
부분을 오른손으로 만짐 으로서, 무사히 도착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의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리석 기둥에 다섯개의 손가락 자국이 패였다지만, 내 눈에는 기둥을 조각할때 우연히 생긴
형태로 보인다.
이 기둥 하단부에 마떼오의 흉상이 있는데 이흉상에 머리를 세번 부딪치면 마떼오의 상당한 지식이
옮겨 온다는 풍습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기둥도, 흉상도 울타리로 보호 하고 있다.
성당 안쪽으로 들어가 전면 제단을 보면, 최상단부에는, 양쪽에 있는 거대한 황금 천사상의 호위를
받으며, 백마 타고 칼 휘두르는 '무어참살자 산띠아고'(Santiago Matamoros)상이 있고 중앙에
우리가 뒤에서 포옹했던 '순례자 산띠아고'(Santiago Peregrino)상을 모셔 놓았다.
성당 안 팎에서 처음 만나는 순례자들이 (그들은 우리를 까미노에서 보았다며) 부인 발은 어떠냐고
물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정말 고맙고 정겨운 까미노 걷기의 일면이다.
"저 많은 순례자들이 우리를 주시하니, 유색인종 몸가짐을, 퇴계선생의 가르치심 대로, '신기독:愼其獨'
해야겠네..."
집사람이 잘 걷지 못함으로 기념품점과 음식점이 많은 골목 만 돌아 보고 쉬다가
순례자를 위한 정오미사에 참례했다.
15분전에 갔더니 토요일 인데도 제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어디 있다가 모여 들었는지 순례자 복장을 한 사람들도 수백명은 되는것 같았다.
여러곳의 고해소에 신부님들이 계시므로 한분께 영어로 말씀드렸다 "우리집 사람이 스페인어도 모르고
영어도 못 하는데 고해하고 싶어 하니 허락해 주십시요" 했더니, 끄떡이신다.
집사람은 우리말로 고해하고 죄를 용서 받은 후, 성체를 받아 먹었다.
미사 시작전에 순례자들의 출발지 별 국적과 인원수를 낭독 한다는데, 귀머거리의 귀에도, 10분 가까이
낭독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도, 미사 중에 그 유명한 대형 향로를 흔드는 강복 의식이 있었다. 이곳의 대형
향로(Botafumeiro)는, 원래의 것을 나폴레옹 군대에게 약탈 당한 뒤, 1851년에 다시 제작한 것으로
카톨릭 교계에서는 제일 큰 향로라 한다.
최대 8명으로 구성된 전담요원(Tiraboreiros)들이 제대앞에서 좌우 방향으로 흔드는데 거대한 향로가
자욱한 향연을 내 뿜으며 신도들의 머리위를 스치듯 지나치며 드높은 천장까지 좌우로 180도 이상
흔들리는 광경은 장관 이었다.
어느분의 글에도 이 장엄한 강복의식이 있었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우리는 복받은 사람이다.
<<대성당 부속 박물관>>
((입장료 : 5유로
전시장 : 대성당 건물 내에 3곳으로 분산 되어 있고 출입구가 3곳 모두 전면 광장에 있기 때문에(1곳은
성당 내부에서도 출입이 가능하다) 3번 들어가야 함으로 표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전시물 : 바티칸 등 세계적 박물관을 떠올리면 비교가 안되지만 입장료를 지불하고 둘러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발코니는 전면 광장을 사진 찍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산띠아고에는 10여개의 박물관이 있다는데, 많은 분들이 순례박물관(Museo das Peregrinacions)이
무료지만 볼거리가 제법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주는 지도를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산띠아고에서 공짜 밥 얻어 먹기>>
((대성당 앞의 오브라도이로 광장 북쪽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큰 건물(The Hostal de las Reyes
Catolicos)은 원래 병든 순례자들을 치료하고 보호하던 시설인데 지금은 별 다섯개 짜리 국립 관광호텔인
빠라도르(Parador Nacional de Turismo)가 되었다.
그래서 그 전통의 흔적 이라도 남길려고, 매일 9시, 12시, 오후 7시에 순례자에게 음식을 제공 한다는데
실제로 먹어본 분 들의 글도 읽었다.
대상자 : 순례인증서(꼼뽀스뗄라(나))를 소지한 순례자
인원수 : 매회 선착순 10명이므로 가이드북에 일찍 가라고 했는데,
1월에 갔던분은 여러번 먹었지만 신청자가 10명도 안 됐단다.
제공하는 음식 : 이 호텔의 식당 종업원들이 먹는 것과 동일한 음식.
신청장소 : 이건물을 향해 서서, 왼쪽으로 보면 비스듬히 내려가는길이 있다.그 길로 내려가면 끝부분에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입구를 관리하는 도어맨 에게 인증서를 보여주면 된다.
먹는곳 : 일행을 따라가면 된다. 호텔식당이 아니고 종업원들이 먹는곳 이지만
같이 먹지는 않는 것 같다.))
<<어느 식당 이야기>>
((내가 까미노 걷기전에, 글을 재미있게 쓰신, 어떤분의 여행기를 읽었는데, 그분은 산띠아고에 3일을
묵으면서 거의 매일 맛있고, 값싸고, 배부르게 주는 어느 순례자 식당에 대해서 음식 내용까지 설명하
며 흥미있게 썼지만, 식당 이름과 위치는 언급하지 않아서, 내가 산띠아고에 갔을때 먹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여행 잡기를 쓰면서, 식당 이름과 위치를 알아 내려고, 외국인 여행기들을 세 시간 이상
뒤져서, 비슷한 글을 발견하고 식당 이름을 찾고나서,
이번에는 위치를 찾느라고 또 30분을 소비하여 드디어 뉴욕타임즈의 식당 평가 싸이트에서 위치도
찾아 냈다. 제가 3시간 30분을 들여 찾아낸 것이니 산띠아고에 가시면 많이 이용하시기 바란다.
이름 : Casa de Manolo
위치 : 쁘라자 쎄르반떼스 (Praza Cervantes s/n) : 대성당 뒤쪽으로3-5분도 안걸린다.
까미노 따라 대성당 으로 올때 지나온 광장이다.
평가 : 별셋 : 가격대비 우수함.))
<<어느 잠 자리 이야기>>
((내가 1차 걷기때 사리아에서 부터 버스 타고 산띠아고로 갔으므로 부근의 알베르게 위치도 몰랐을 뿐
아니라 순레자도 아닌데 알베르게에서 자기가 싫었다.
그래서 대성당을 둘러 보고 나서 가까운 바르에 들어가 맥주 한 잔하며 주인 영감에게 잠잘 방을 찾고
있다고 하니까 자기집에는 없지만 아는집이 있다며 20여 미터 떨어진 옆의 바르로 데리고 가서 소개
시켜 준다.
하루 18유로 라고 함으로 방 좀 보자니까 200 미터쯤 떨어진 건물로 안내해서 방을 보여 주는데 가격을
생각하니 맘에 들었다, 이틀 잘테니 둘째날은 15유로만 받으라고 하고 33유로 주고 이틀간 묵었다.
내가 머문곳은 다세대 주택 형태로 길옆의 큰문을 열쇄로 열고 들어가서 2층의 문을 또 열쇄로 열면
조그만 거실이 있고, 여기서 침실 4개와, 욕조및 샤워시설이 있는 공용 화장실과,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아파트형 구조였다.
방에는 알베르게 싸이즈의 침대와 책상과 소형 이불장이 있었고, 주방은 힐끗 드려다 보기만 해서 시설
이 어떤지는 기억에 없다. 공용 화장실은 깨끗했다.
열쇄를 3개 주었는데, 길가의 문, 거실 문, 내방 문 열쇄여서 출입이 자유 로웠다.
다음날 외출 했다가 돌아와 보니 침대도 정리하고 청소도 해 놓았다.
첫날은 다른방 한 곳에서 인기척이 났으나, 두째날은 나 혼자인 것 같았다. 내가 간 날이 9월 10일
이므로 조금 한가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이곳을 빌려주는 바르의 위치 : 위의 "공짜 밥 얻어 먹기"에서 얘기한 호텔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몇미터
더 내려가면 만나는 첯번째 길(Rua das Carretas :호텔 옆의 첫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20-30미터가면 길 왼쪽에 바르 간판이 있다.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경찰서:Local Police:이곳 1층 중앙에 스페인에서 제일(???)깨끗하고 널찍한
무료 공중화장실이 있다)
바르의 상호 : O' Cabazo (Meson-Parrillada : Hospedaje)
전화번호 : 981 57 64 87 ))
첫댓글 그동안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어려운 길을 무사히 다녀오시고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한 번 가볼수 있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복받은 사람이다."라는 말씀...저도 더불어 복 받은 느낌입니다...^^* 행복하소서~
힘들게 수집하신 정보 하나라도 빠뜨릴까 세심하게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감사합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떠나고픈 마음과 쉽게 나설수 없는 길임이 틀림없으니 아쉬운 마음들이 싱숭생숭하게 만드네요. 좋은글과 값진 경험 잘 읽고 갑니다.![^0^](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0.gif)
대형향로를 흔드는 강복의식, 경건하게 느껴지네요..
10/13일이 저희들 카톨릭 달력에는 축일이 아닌 것 같은데... 요즈음에는 특별한 날이 아닐 때에도 '보타푸메이로'라는 향로 예식이 있나 봅니다. 변선생님 내외분 행운이셨네요. 그 예식을 보기 위해 산티아고 입성일을 대축일로 맞추는 순례자가 많은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쨋거나 성당에서도 두 분의 카미노 성공을 축하하는 것 같아서 저도 기쁩니다.
잘 보고 많은걸 배워 갑니다...내년에 시간이 될거 같아 준비 중입니다.. 천주교 신자이고요..사모님께서는 신자분이시네요 성지순례라고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데.. 걷는게 무서워서 까미노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두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