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 라이온 킹의 첫 공연이 있었답니다... 몇 개월전에 예매를 해둔 날짜는 첫 공연이 있고 일주일 후의 공연이었지만... 첫 공연이 너무 궁금해서 그 일주일을 못 참고 예매를 또 해버렸죠.. 원래 보려던 날짜에 서포터즈 할인으로 젤 좋은 자리를 예매 했던터라... 첫 공은 저렴한 좌석으로 예매를 했답니다.. 그런데 결국은 달랑 이틀밖에 공연을 안하는 ‘맥베드’ 때문에 그날 라이온 킹을 양도하게 되어서... 1층 앞자리에서 언제 또 보게 될지 기약을 못하게 되었다는.... ㅡ.ㅡ
제작 발표회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찾은 샤롯데 극장...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공연장이 완성되기도 전에 방문 했던 적은 처음 이었던터라 인상적이었었는데... 이렇게 공연이 올려지고 난 후,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이것저것 다 갖추어진 공연장에 들어서니 감회가 좀 다르더라구요... ^^
제 자리는 2층 중간 열 제일 뒤에서 두 번째 줄이었는데요... 그러니깐 제일 저렴한 35000원짜리 좌석이었답니다... 제작 발표회때 공연장을 둘러보면서 얼핏 보기로는 2층 뒷자리도 꽤 괜찮았었거든요... 역시나 제 자리.. 아주 괜찮더라구요... 1막 첫 장면에서 객석으로부터 등장하는 동물들을 볼 수 없는 거만 빼고는 너무 좋던데요.. ㅎㅎ 혹시나 가격의 압박이 심하신 분들은 35000원짜리 좌석을 노리시면 될꺼 같아요... 다른 공연장의 2층 뒷좌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고, 객석의 경사도 적당하고, 라이온 킹이라는 공연의 성격상 뒤에서 봐도 좋을 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거든요... 다만, 가족 관객들이 2층에 많이 앉기 때문에, 중간 중간 다소 어수선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매번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는 부분이니깐... ^^;; 암튼... 가격 대비 최상의 좌석이니... 라이온 킹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저렴한 좌석을 노려 보심이 현명할 듯... ^^
2.
제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바로 오프닝이었답니다.. 워낙 보고 오신 분들이 얘기를 많이 하셨던 부분이었기도 하구요... 불이 꺼지고... 라피키의 노래 소리와 함께 극이 시작되고... 모든 동물 들이 객석 사이를 통해서 무대위로 향합니다. 무대에선 프라이드 록이 회전을 하면서 점점 모양을 갖추어 가고.. 무대 앞 양쪽에선 퍼커션 연주자들의 라이브 연주가 들려오구요... 실제 크기의 기린과 코끼리가 등장하고.. 사진으로만 접해 봤었던 그 유명한 동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줄리 테이머가 이 작품을 올리면서 의도 했던 대로... 저는 그 무대 미술 자체에 감동을 받았었나 봅니다.. 라이온 킹 제작 과정에 관한 책도 읽어 보았고... 이미 너무나 많은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고 간 상태라서... 그닥 놀라울 건 없었습니다. 무대를 어떻게 만들고 표현했는지, 동물 캐릭터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죄다 알고 있던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머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직접 몸으로 겪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더라구요... 극이 제대로 채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캐릭터들이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 보고서 눈물이 핑 돌 정도였으니 뭐 말 다했죠... ^^;; 좀처럼 끝날 꺼 같지 않은 화려한 오프닝은 그렇게 저를 비롯한 대다수 관객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답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박수소리가 그치질 않았으니깐 말이죠.. ㅎㅎ
3.
디즈니의 스토리야 워낙 허접하기로 유명하니, 스토리에 굳이 태클을 걸 생각은 없구요. ㅋㅋ 이 작품은 무대 미술 하나만 보러 간다고 해도 전혀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라는 말은 꼭 하고 싶네요.. 라이온 킹을 직접 보기 전에 미국에서 공연 되었던 실황을 봤었는데... 지금 올려지고 있는 공연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그대로 올려졌더라구요. 그러니.. 그 유명한 줄리 테이머의 라이온 킹이 궁금하셨던 분들은... 한번쯤은 샤롯데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셔도 될듯해요.. ^^ 오프닝 장면 뿐아니라, 무파사가 죽는 장면의 들소 떼 표현과 웅장한 코끼리 무덤, 그리고 무파사의 얼굴이 별빛으로 보여지는 모습등.. 너무 아름답고, 멋진 장면들이 아주 많답니다.. 어떻게 표현한 것인지 뻔히 보이는 무대 장치라고 해도, 저 장면을 저렇게 표현하다니.. 그러면서도 실제처럼 박진감 넘치게 말이지... 이런 감탄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더라구요... ㅎㅎ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 점은 퍼커션 빼고는 라이브 연주가 아니었다는 점.. 당연히 전체 음악도 라이브 연주 일줄 알았는데... 이 부분은 좀 아쉽더군요... 그리고... 극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아역 배우들... 역시나 아직은 자질이 부족하더라구요... 왜 우리 나라엔 빌리 엘리어트처럼 그렇게 멋진 아역 배우들이 없을까나... ^^;; 그리구 워낙 작품 자체가 배우에게보다 동물 캐릭터자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이긴 하지만... 배우들 모두.. 대사처리나 연기나.. 조금 미숙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구요... 하지만 극의 흐름을 깨거나 심각하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구요... 그리구 여러 명의 배우들이 번갈아 가면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제가 본 날의 배우들만 그랬던 걸수도 있구요..
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키의 라이온 킹... 일단 뚜껑은 열렸습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뻔히 보이는 것이고, 요란하게 대응하던 국내 제작사들의 추이가 앞으로 기대되는군요...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무료 공연이라는 것을 빌미 삼아 관객들을 죄다 끌어모아놓고는 촛불 집회까지 했으니.. 뭔가 생각이 있긴 할테니까요...
제가 아쉬운 것은... 뮤지컬 협회에서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뮤지컬 매니아들이나 주요 관객들이 나서지 않았을까 싶다는 거죠... 그게 대외적으로 보기도 더 좋았을텐데... 섣부르게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고 나서다가.. 결국 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고 공연은 예정대로 오픈이 되어 버렸는데... 정작 한편이어야 할 관객층에게는 미운털만 박힌 꼴이 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아마 꽤 많은 수의 관객들이 뮤지컬 협회가 하는 일에 그다지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을테니 말이죠...
뮤지컬 협회의 초반 반응은, 지금 현 시점에서 관객이라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무소불능의 집단이 공연 매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오히려 제한하는 역효과밖에 못 끌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우리 나라에 최초로 생긴 뮤지컬 전용 극장을 시키에게 장기 대관 해준다고 하는데. 덮어놓고 반가워 할 관객들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 제작사들의 대처 반응이 너무 생각없고, 유치했던 데다가.. 이걸 계기로 불거진 우리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들이 관객들의 심기를 더 긁어 놓기만 했다는 거죠...
제가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라이온 킹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한참 논란이 있을때 읽었던 몇 개의 기사들입니다. 모 제작사의 대표분 말씀이 티켓 가격을 내리면 그만큼 질이 떨어진 공연을 할 수밖에 없다... 는 것이었거든요... 그 글을 읽는데 어찌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그럼.. 그동안 터무니없이 비싼 티켓 가격에 맞는 수준의 퀄리티로 공연을 올리셨냐고 되묻고 싶었죠... 공연의 퀄리티에 따른 합리적이고 정당한 가격이 아니라, 우리도 먹고 살기 위해서 이 정도는 받아야 된다는 식의 논리는 정말 어처구니 없잖아요... 관객들이 무슨 봉도 아니구 말이죠... 그래놓고는 나중에 엄청나게 할인 행사를 해주면서 가격을 내리곤 하는 걸 너무 자주 봐왔었죠.. 대체 무슨 기준으로 티켓 가격을 책정하는 건지... 이해가 안되는 적이 한두번도 아니었구요..
뭐 어차피 언젠가는 자연스레 빠질 거품이지만... 이번 기회에 그 거품들이 좀 제대로 빠졌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얼마 전에 불거진 돈주앙 시사회 파문도 그렇고... 사실 그 대표분이 정말 생각없이 말을 내뱉기는 했습니다만... 그 분 뿐 아니라 아마 대다수의 제작자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꺼라는 거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게 참 씁쓸하다는 거죠... 공연을 올리는 이들이 죄다 그런 식으로 관객들을 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어쨌든 라이온 킹 덕분에... 국내 뮤지컬들도 티켓 가격에 신경을 좀 쓰긴 하는거 같긴 합니다만... 엘지 아트센터에서 공연 되었던 라이 센스 작품중에.. 에비타 정도의 가격대가 있었나 싶거든요.. 제 기억엔 없었던 걸루 알구요... 설도윤대표 또한 가격을 책정하는데 라이온 킹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었구요... 그런데.. 이들이 수익도 내지 못할 공연을 이런 식을 올릴 수 있을까요.. 아니거든요... 이 정도의 가격대를 유지해도 공연이 진행이 된다는 말이잖아요... 그렇다면.. 그동안의 그 엄청난 티켓 가격들은 다 뭐였냐는 말이죠... 시키의 국내 진출이 그닥 반갑지 만은 않은데도.. 실제 국내 공연계 현실이 이러하니... 이거 관객들이 시키의 국내 진출을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지 않겠냐구요.. 그들 덕분에 우리 뮤지컬계의 티켓가격들이 정신을 차리고 있는 데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저도 물론, 세계에 유례없는 이런 뮤지컬 직배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수익을 모두 국내 뮤지컬계에 재투자하겠다는 아사리 대표의 말도 당연히 안믿구요. 하지만 시키가 국내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내 뮤지컬들이 발전하게 될까요? 그건 아니거든요. 전용 극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시키처럼 가격 경쟁을 할 수는 없다구요? 과연.. 우리에게 또 다른 전용 극장이 있다고 해도.. 1년 이상 작품을 올리고 관객들을 끌어 갈 수 있을만한 능력이 있는 제작사가 있나요? 문화 침략이니 시장 잠식이니 하면서 뒤늦게 볼멘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히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부터 키워야 하는 게 아닐까요...
관객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자신의 돈을 지불해서 소비를 하려는 것인데, 허접하고 재미없는 작품을 위해서 돈을 낭비할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물론 라이온 킹을 시키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내 제작사에서 디즈니로부터 수입해서 들여왔더라면.. 더 좋았겠죠..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할 투자자며 제작사가 국내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지 않습니까... 고무풍선처럼 시장 규모만 키울려고 하지말고, 이제는 내실을 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질 좋은 작품에겐 오지 말라고 해도 관객들의 발길이 가게 마련입니다.
하여간에... 라이온킹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을 시작하면 이렇게 쓸데없이 길어지네요... 그래서 여지껏 이 부분에 대해선 일부러 얘길 안했던건데... 어쩔수 없이 몇자 끄적이게 되었네요... 저는 사실 이런 현실 자체가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줄리 테이머의 라이온 킹이라는 작품 자체에 대해서 말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국내 뮤지컬계와 시키와의 신경전에 대해서만 너도 나도 떠들어 대고 있는 이 상황이 말이죠... 줄리 테이머는 이렇게 다루어 져도 될만한 인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ㅡㅡ;;
첫댓글 그러게요~ 뮤지컬을 전공한다고 말하는 나 역시도 민감한 문제이기에 딱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안타깝다 든지 미묘하다든지 라고 말하기도 싫고... 중요한 것은 브로드웨이나 프랑스에서 들여온 것이라면 이렇게 말하진 않을 것 같은데....
가격 상승이 오늘의 영화 발전의 요인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비록 캐스팅 비용 상승이나 제작비 부담과 같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뮤지컬의 티켓비 적정성? 지금은 극장이 유도하지만 앞으로는 관객이 이끌고 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들 이름이 무비(Movie Kim)랍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라고 지어주었는데... 가끔 영화를 보고 감탄을 하길래 미스 사이공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었는데... 기대 이하 ㅎㅎ 헌데, 라이온 킹의 경우 정말 교육적 효과가 클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을 다르게 했답니다
앗... 이름이 정말 무비? 오호... 멋져요... ^^
큰 애는 여자인데 무늬랍니다^^ 무늬와 무비
국내 첫 뮤지컬 전용 극장을 시키에게 장기대여해줬다는 점은 마음에 안들지만.. 해외 유명 작품을 국내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관객의 입장에선 환영할만 한 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