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염 제조과정
대나무 자르기 : 대나무의 마디를 한 쪽은 뚫리고 한 쪽은 막히도록 자른다.
한마디 씩 잘라서 쓰기도 하고, 두 세 마디씩 잘라 마디 사이의 막힌 부분을 쇠파이프 등으로 뚫어 쓰기도 한다.
죽염가마에 대나무를 쌓을 때 빼곡히 세우기 위해서는 굵은 대와 가는 대가 적당히 섞여야 하므로 굵기가 다양하도록 골라서 잘라 대나무에 묻은 오물을 깨끗이 닦아 한 쪽에 쌓아 놓는다.
소금 다져 넣기 : 간수가 빠진 천일염을 준비한 대통 속에 채워준다
간수가 덜 빠진 젖은 소금으로 구울 경우 굽는 중에 많은 양이 아래로 쏟아져 내리므로 소금의 손실이 많아진다.
또한 굽히면서 대통 속에 가스가 차서 대나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져 소금이 사방으로 흩어질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사람이 부상을 입을 위험도 있다.
불가피하게 젖은 소금으로 굽게 되었을 때에는 첫 번에 한해 대통 위에 황토 마개를 하지 말고 그냥 굽기를 권한다
도란도란 웃음꽃도 피우고 투덜투덜 지겨운 푸념도 해가면서 매일 반복되는 소금 다지기 아침부터 구워진 소금을 꺼내고 어깨가 아프도록 망치로 두들겨 깨어 곱게 빻느라 땀을 뺀 후 점심 먹고 오후의 작업이죠 소금만 다져 넣고 나면 가마에 불을 당길거고 숯불에다가 돼지고기 구워 막걸리 한 잔의 즐거움이 기다립니다. 가마의 불이 사그라들 때까지 오붓하게 정겹게 막걸리 잔을 나누고 나면 오늘의 일과는 끝입니다. |
황토로 대통 막기 : 산속의 3자 이상의 깊이에서 채취한 거름기 없는 황토를 채로 곱게 쳐서 잘 반죽하여 조금씩 떼서 둥그려 납작하게 만든 다음 대통입구를 막아주면 된다
마개의 두께는 적당히 하면 되는데 대충 1~2센티미터 정도면 무난하다.
가마에 대나무 쌓기 : 가마에 대나무를 황토마개가 위로 가도록 세워서 채워주고 다시 그 위에 2층 3층으로 쌓아주면 되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실은 의외로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어야 하는 부분이다.
대나무가 너무 성기게 쌓아지면 불길이 쉽게 위로 빠져 버리기 때문에 가마 안의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못하고 대나무도 덜 타고 부분부분 남게 되므로 다음 공정에 애로가 많아지게 된다.
또한 너무 빼곡하게 쌓아져도 대나무가 타면서 내부온도가 필요이상 올라가게 되면, 구워진 소금기둥이 서로 엉겨 붙어 버리고 속에 타다만 대나무 숯이 박혀 있어 꺼내고 빻는데 안해도 될 고생을 자초하는 셈이 된다.
요는 대나무는 숯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타 버리고 소금은 적당한 강도로 하얗게 기둥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이는 가마 속에 세워지는 대나무의 굵기와 간격을 조화시켜 공기의 소통과 내부의 온도를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경험에 의한 감각이 필요하다
◀ note ▶ 본 건강지기도 죽염을 구울 때 가마에 대나무 쌓는 것은 절대 다른 사람이 손을 못대죠. 위에 주절주절 써놓긴 했지만 몇 번 해보면 사실 별 것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도와주러 온 다른 사람들을 기 죽이려고 괜히 잘난 척 하는 거죠. 왜냐구요? 아, 그래야 그 사람들 생각하기에 제대로 된 죽염을 구우려면 저 같이 오랜 경험으로 뭔가 비법을 터득해야 되는 줄 알거고, 그런 생각이 들면 그만큼 죽염은 신비한 물건이 되는거구, 그래야 그 사람들 죽염 굽는 거 거들어주고 가져가는 죽염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정성껏 먹을 것 아닙니까. 열심히 먹어야 신체의 부실한 부분이 고쳐지고, 그렇게 제 주변 사람들이 건강해져야 고생해서 죽염 구워내는 보람이 있는 거죠. 뭐, 그래서에요. |
가마에 불 지피기 : 위 층에 대나무가 적당히 쌓였으면 아래 아궁이에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데, 불길이 대나무 아래 부분에 고루 닿아 쌓아놓은 대나무의 아래부분이 전체적으로 불이 붙도록 해야 한다. 대나무에 불이 붙은 상태를 자주 살펴 대나무 아래부분이 고루 불이 붙고 가마위로 불길이 조금씩 올라올 때 쯤 아궁이에 있는 장작불을 빼고 가마 안을 깨끗이 쓸어준다. - 아래로 쏟아지는 소금을 받아 쓰기 위함.
가마에 막 불을 붙였습니다 여덟 번 까지는 이런 상태로 굽기만 하면 되지만 마지막 아홉 번 째 녹여 내릴 때는 가마가 보완되어야 합니다 이 상태로도 소금을 녹일 수는 있지만 온도를 충분히 올려 빠른 시간 안에 순식간에 녹이기 위해서는 열 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그래야 붉은 자수정 빛깔의 진짜 죽염이 만들어집니다 |
일단 대나무에 불이 완전히 붙으면 대나무 기름이 스며 나오면서 막강한 화력으로 스스로 잘 타므로 별로 할 일이 없다. 처음에 불길이 올라 오기 시작할 때 대통 위에다 송진을 약간 뿌려주면 불길이 살아나면서 온도가 상승할 뿐 아니라 송진의 약성이 소금 속에 합성된다.
이 때 스며 나오는 대나무기름을 흡수력이 뛰어난 소금이 흡수하면서 단단하게 굳어지게 된다. 습도가 많은 날씨에 작업을 하게 되면 소금 안에 수분이 많아 대나무기름이 제대로 흡수가 되지 않는다. 결국 죽염의 약성이 떨어진다.
완전히 다 타서 불길이 사그라지고 소금기둥이 식을 때 까지 두었다가 하나하나 털어내면서 꺼내 곱게 빻아서 다시 대통 속에 다져 넣고 굽기를 여덟 번 반복한다.
해가 뉘엿뉘엿할 때쯤 불을 붙이고 막걸리 한 잔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하늘은 깜깜해지고 달이 휘영청 밝아져 있습니다. 어느덧 가마의 불꽃은 사그러들고 가마 안에는 소금기둥만 식지 않은 채 발갛게 달아 있습니다. 밤이슬에 젖지 않게 뚜껑을 닫고 내일 아침까지 식도록 내 버려두면 됩니다. 하루종일 중노동으로 피곤하겠다. 막걸리 한 잔에 얼큰하기도 하니 시원하게 샤워하고 나면 잠도 잘 올 수 밖에요. 푹 자야 내일 또 열심히 굽지요. |
◀ note ▶
여기까지는 동일한 작업의 반복이므로 오로지 인내와 끈기만으로 버티면 됩니다. 정말 지겨운 일이죠. 옷이고 뭐고 온통 소금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것이고, 비라도 올라치면 소금은 물에는 쥐약이라 거의 작업을 하기 힘든데, 그 눅눅하고 끈끈함은 말도 못해요. 그런데, 속옷까지 소금가루가 날아들어 버석거리는 것이 그렇게 불쾌하다가도 막상 샤워를 하거나 세안을 해보면 그렇게 피부가 보드라워져 있는거 있죠. 죽염가루를 뒤집어쓰고 일을 하면서 땀을 흘렸으니 본의 아니게 죽염맛사지를 제대로 한거죠, 뭐.
망치로 죽염덩어리를 부수며 "요번이 세 번째지?"
한 쪽에서 "이제 겨우 세 번 째야? 앞으로 여섯 번을 더? 날 죽여라 죽여"
푸념과 엄살, 익살 섞인 농담들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격려해 가며 한 번 한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좁쌀 만한 소금조각이 바닥에 떨어지면 살을 베어내는 듯 아까워 지는 소중한 죽염이 되어 가는 거죠.
해가 뉘엿뉘엿해 질 때쯤 가마에 불을 붙어 놓고 대나무 숯불에 죽염 뿌려가며 돼지고기 구워 막걸리 한 잔 하는 맛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정겨운 모습이구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예고편일 뿐이지요.
마지막 녹여 내리는 대단원 !!!!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짜릿한 흥분과 엄청난 고생을 동시에 경험할 한바탕 푸닥거리가 남았으니까요. 쩝, 이건 말로 설명해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데...
다음 쪽 [녹여내리기]에서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