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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노트르담 성당에서 장관의 딸 결혼식이 치러졌던 날이었다. 뭔가 아쉬웠던지 코 고르당은 피로연 겸 뒷자리로 무도회를 마련했다. 봄을 맞은 저택의 정원에는 흰 백합과 이제 갓 돋은 로즈메리며 붉은 튤립들이 연한 수선화들과 함께 아귀다툼을 하듯 피어 있다. 수목과 꽃들 사이로 난 소롯한 길도 눈이 즐겁도록 정리되어 있다. 프랑스산 인동 덩굴이 꽃과 나무 사이에 질서 있게 뻗어 있고 그 사이에도 연노랑 수선화가 만발했다.
늦오후의 은은한 햇살을 받고 있는 꽃들을 뒤로하고 사이사이에 놓인 긴 테이블과 둥근 테이블 위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접시며 나이프와 포크가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다. 포도주와 치즈며 모자라는 것들을 갖다 놓느라 하녀와 하인들이 분주히 테이블 사이를 오갔다. 무도회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실내악단들의 자리는 체리나무가 서너 그루 무리를 지어 심어져 있는 앞이었다. 악단들은 검정색 조끼에 흰 셔츠들을 똑같이 차려 입고 있어 말쑥해 보였다.
리진은 연푸른 드레스 차림에 챙이 넓지 않은 대신 레이스로 장식된 펠트 모자를 쓰고 손목까지 올라오는 얇은 장갑을 꼈다. 콜랭이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였다. 콜랭은 흰 셔츠에 보타이를 하고 줄무늬 조끼를 덧입고 모닝코트를 입었다. 외무성에서 공식행사가 있을 때 콜랭이 즐겨 입는 예복 차림이다. 리진은 콜랭의 보타이가 틀어지지 않았는지 슬쩍 쳐다보았다. 콜랭은 고양이 카지모도가 물끄러미 쳐다보는 앞에서 보타이를 몇 번이나 고쳐 맸다. 뜻대로 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밤이 되면 추울지도 모르니 모닝코트 대신 프록코트를 입는 게 어떻겠느냐 물었으나 콜랭은 모닝코트를 고집했다. 줄무늬 조끼와 보타이에는 프록코트보다는 모닝코트가 어울린다면서.
두 사람이 손님을 맞이하는 코 고르당 부부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저택의 뜰에 들어섰을 때 먼저 와 있던 봉 마르셰 백화점의 사장 플라사르 부부가 손을 들며 반가워했다. 기메가 초대한 오페라극장에서 비제의 카르멘을 함께 관람한 뒤 처음 만나는 거였다. 아, 오페라. 리진은 그들을 만나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처음 보았던 오페라 생각에 몸에 한순간 전율이 일었다. 검정색 지팡이를 멋스럽게 들고 있는 플라사르의 프록코트 안의 조끼에서 회중시계의 금줄이 보기 좋게 늘어져 반짝거렸다. 장밋빛 드레스 차림의 플라사르 부인이 모자 아래로 내려온 베일을 들어올리며 리진을 반겼다.
―마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러잖아도 만나려고 했었는데 여기서 보는군요.
―제게요?
리진이 묻자 플라사르 부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얘기하기는 그렇고 기횔 봐서 살짝 말할게요.
플라사르 부부의 친절한 인사를 미처 다 받기도 전에 레가미씨가 다가와 콜랭과 인사를 했다. 리진은 레가미를 보자 홍종우도? 싶어 두리번거렸다.
―홍종우씨를 찾습니까?
레가미가 리진의 눈동자를 따라가며 미소 지었다.
―저기 있습니다.
레가미가 입구 쪽을 가리켰다. 오늘도 역시 홍종우는 조선옷 차림이었다. 홍종우는 앙리 필립과 만나 큰 제스처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홍종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리진의 마음에 잠깐 동요가 일었다. 회색 줄무늬 바지에 윙 칼라의 흰 셔츠, 바지에 맞춘 듯한 회색 조끼와 역시 그에 맞춘 듯한 은회색 타이를 매고 콜랭처럼 모닝코트 차림의 앙리 필립과 조선 두루마기에 갓을 쓴 홍종우의 차림은 대조적으로 눈에 띄었다.
―여행가클럽의 앙리 필립이오. 그가 여기 오다니 뜻밖이오.
콜랭이 말해주지 않아도 리진은 앙리 필립을 알았다. 수정된 번역 원고를 전달하기 위해 카르티에 라탱 거리의 카페로 홍종우를 만나러 나갔던 날. 리진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앞장서는 그를 따라가게 되었던 살롱에서 만나게 된 왕족이었다. 탐험가이기도 한 앙리 필립과 함께 귀족들과 정치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유럽과는 달리 비밀과 신비에 싸여 있는 극동의 나라 이야기를 들으려고 홍종우를 특별히 초대한 자리였던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홍종우와 함께 나타난 리진이 조선 여인이라는 사실에 앙리 필립은 반색을 했다. 궁중 무희였다는 홍종우의 소개에 앙리 필립은 아, 당신이 그 여인이오? 하고 되물었다.
체리나무 아래의 실내악단이 생상스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무도회에서의 리진이 다시 한번 춤을 선보일 지도 모르겠다 .. 플라사르 부인의 만남이 잦은데 뱅상얘기가 나오지 않는것을 보면 리진이 주위 환경으로 인해 복잡한 심경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진은 이미 타국에서 많이 알려진 인물이 되었다. 그것은 콜랭의 부인이어서 뿐아니라, 조선에서 타국의 남자를 따라온 조선의 궁중무희로 알려진것이다. 또한 주위의 홍종우와 같은 이가 그를 조선의 궁중무희라는것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신현희)
왜 앙리필립은 반색을 들어냈을까.. 리진이 있으면 불편한 자리인가.
읽고갑니다.
오늘은 다 봐야한다..
콜랭이 외교관이니 참많은 인물들을 만나는군여
읽고 가요
잘 읽고 갑니다.
읽고갑니다^^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군요
읽고갑니다..
!!!~
읽고 갑니다 .. ♥
경영1 김용섭 읽고 갑니다
읽고 갑니다~^^
읽고갑니당
경영1 김용선 다녀갑니다
경영 최금순..읽고 갑니다.
경영_이희월_읽고갑니다!^^
경영 김현철 다녀 갑니다
회계학과 1학년 김연화입니다. 부탁할 것은 춤을..부탁하는 것일까요..
앙리 필립~ 축구선수 앙리가 생각나네요 쩝
회계학과 2학년 정혜련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