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nce 2000- 585, 2016. 11. 28. 화>
그리움과 사랑 사이 - 음악이 있었네.
< 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 >
소노 아야코 / 소설가
1931. 9. 17. 도쿄 출생.
세이신 여자대학을 졸업.
1954년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가 되어 문단에 데뷔.
대표작 /
- '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
-'행복하게 나이드는 비결 - 소노 아야코의 중년 이후',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왜 지구촌 곳곳을 돕는가',
-'오늘을 감사하며',
-'성 바오로와의 만남',
-'부부 그 신비한 관계', '천상의 푸르름',
-'녹색의 가르침' 등
-아시아, 아프리카 국제봉사재단 이사, 일본오케스트라연맹 이사, 일본문예가협회 이사, 해외일본인선교사 활동후원회 대표, 일본재단 회장을 역임.
- 1979년 로마 교황청에서 성십자가 훈장 수상, 1993년 일본 예술원상 은사상 수상, 1995년 NHK 방송문화상 수상, 1997년 해외교포선교자활동지원후원회 대표로서 요시카와 에이지 문화상 수상, 1997년 미우리 국제 협력상 수상했고, 2003년 문화 공로자로 선정.
어른 노릇
사람은
주는 것으로 어른이 된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뭔가를 줄 수 있다면
여전히 청년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인간은 오직 받는다.
생기 넘치는 만년의 생활자들은
하나같이 베풂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다.
베풂을 잊지 않는 한,
그가 몇 살이든,
몸이 불편하든
마음만은 건강한 장년이다.
-소노 아야코의
<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 중에서 69-70pp
-
'베푸는 사람'이 곧 어른입니다.
베푸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돈이나 물질,
아니면 시간으로,
손길로,
마음으로 베풀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히고
가슴은 열려야 합니다.
가슴이 열린 만큼
지갑도 열려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어른 노릇도 잘 할 수 있습니다.
-
머리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죽음이 무섭거나 꺼림칙하지 않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 늘 삶의 끝자락에서 만년의 시점으로 살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기억 못하는 유아기가 평탄치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혈압과 마찬가지로 DNA에 의한 생리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바오로가 말한 ‘때가 가까워오고 있다'라는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노년의 감개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기개'로 느낀 것도 나의 생리적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각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만년에 대한 미학이 우리 머리 위의 영롱한 밤하늘에 별처럼 빛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2006년 봄
소노 아야코
목차
- 간소할 것
- 명예보다 행복
-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을 하라
- 자신에게 충실하라
- 나이들어 건강하려면
- 생활의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
- 습관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말라
- 베풀어라
- 자립하라
- 관조하라
-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 죽을 때 침묵하라
- 사람들과 어울려라
- 버림받을지라도
- 남의 경험담도 재산이다
- 손해를 보더라도
- 나만의 삶을 음미하라
- 인생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라
- 때로는 거짓을 말하라
- 굳이 교훈을 이야기하지 말라
- 인생의 무게가 가볍다
*
… 중략 …
사람에겐 각기 자기 그릇에 맞은 생활방식이 있다.
그릇이란 기량과 재능을 말하는데,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과 성격에서 기인하는 면도 있다.
… 중략 …
나이가 젊든, 늙든 죽음은 반드시 찾아온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내가 살면서 얻은 것들을 뒤처리하는 것은 ‘결산'을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
그 필요성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문장이 구양성서 ‘욥기'에 나오는 욥의 독백이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1장 21절)
가져가고 싶어도 죽은 후에는 무엇 하나 가져갈 수 없다.
죽기 전에 인생을 살면서 모으고 즐거워했던 것을
모두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고 속 시원한 일이다.
나도 환갑을 지나면서 오래 전부터 쓰고 싶었던 장편 몇 개와 단편들을 마저 발표하고,
그 동안 모아두었던 시시한 잡동사니를 모두 정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중략 …
간소할 것. 15-18pp
*
정계나 재계 인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실각(失脚)’이라고 한다.
예전에 어떤 분으로부터 ‘실각'과 관련해서 재미난 해석을 들었다.
“어제까지 데리러오고 데려다주던 승용차가 안 오는 거예요.
택시를 타거나 역까지 걸어서 표를 사고 전철을 타야하죠.
그게 비참하고 괴로워서 못 견딜 것 같아요.
그때 다리를 잃었다고 실감한다는 군요.”
… 중략 …
과거 사장님으로 불렀거나, 인기배우였거나, 유명한 운동선수, 혹은 존경받는 정치가였던 사람들은 예전에 대중이 베풀어준 극진한 대우를 잊지 못한다.
그래서 단순한 일, 손이 더러워지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 중략 …
후에 ‘걷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가 ‘페리파테오'임을 알았다.
그리스인은 걷는 것을 산다는 의미로 인식했다.
그 인식에서 ‘소요학파(페리파토스)’가 탄생했다.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가르친다는 소요학파의 이상을
학창시절에 본 수녀님들에게서 확인했다.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 중략 …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을 하라. 31-32pp
*
… 중략 …
가망이 없다고 판명된 환자가 ‘실크로드 여행‘ 같은 육체적으로 고단한 여정을 통해 건강했던 자신을 되찾는 광경을 보게 된다.
내가 매년 동행하는 이스라엘 성지순례 및 성서공부 여행단에는 장애자와 고령자가 많다.
그들이 사막의 유목민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사막에서 별을 봤어요.
살아서 사막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하며
감개무량해하는 소감을 말할 때면
정말이지 함께 오길 잘했다고,
도와주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몇 살에 죽든 인간은 죽기 전에 두 가지 일을 점검한다.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깊이 사랑했는가,
또 사랑 받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즐겁게 살았는가 이다.
이 두 가지 점검에서 남들 못지 않았다고 납득되면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한층 쉬워질 것이다.
자신에게 충실하라. 40p
Georg Friedrich Händel (1685.2.23.-1759.4.14.)
- Largo from Xerxes
Cello: Peter Sebestyen, Zoe Stedje, Adam Scheck
Piano: David Szabo
Ombra mai fu
Ombra mai fu divege tabile
carada mabile so ave piu
Ombra mai fu divege tabile
carada mabile so ave piu
carada mabile Ombra mai fu
divege tabile carada mabile
So ave piu So ave piu.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저 푸른 숲이 서늘해 나의 영혼 쉬겠네
항상 편히 쉬겠네 괴로울때나 슬플때나
그 어머니 같은 저 푸른 숲 그늘에
편히 쉬겠네 어느때던지
포근하게 무성한 숲 그늘
이 숨결과 넋은 고이 쉰다
깊이 깊이 깊은 저 숲 그늘
그는 내 생명 내 고요히
저기 저 푸른 숲 그늘에
물어서 쫓아온 이 몸과 맘은
즐겁도다 즐겁도다
Georg Friedrich Händel (1685.2.23.-1759.4.14.)
Largo di Handel : Ombra mai fu :
Aria da Xerxes HWV 40 - Bonazeta YT
Andreas Scholl (1967.11.10.- )
*
…중략…
은퇴 후 유유자적(悠悠自適)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유유자적'에 대한 해석이 조금 잘못되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자적(自適)이란 무엇에도 속박당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즐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세에서 이 ‘자적'이 말 그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자신의 평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은 사회적 룰을 깨고
옛날의 황제처럼 수백 명이 넘는 시녀에게 둘러싸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백 명의 시녀에게 둘러싸인 생활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속박이므로 이 또한 자적과는 거리가 멀다.
은퇴 후 지향하는 유유자적은 자기완결형이다.
산 속의 암자에 혼자 살아도
생존에 필요한 심신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탈이 날 것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나 젊은 날부터 절제라는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 중략 …
모든게 마음가짐이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못할 게 없다.
내가 주체로 나서면 그만큼 자유로워진다.
남들이 해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남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어른이 된 성인의 목적이 아닐까.
노인이든, 병으로 죽음을 코앞에 둔 장년이든,
그 원칙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나이들어 건강하려면. 45-47pp
*
… 중략 …
만년까지 자신의 생활과 투쟁해야 한다.
몸이 움직이는 동안은 스스로 ‘먹이'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동물의 기본자세다.
세상이 좋아져서 돈만 있으면 식사나 가사를 위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시설이 늘어났는데,
마치 제 발로 동물원 우리에 들어가는 사자를 보는 것 같다.
안전한 곳에서 마음껏 먹고,
약육강식이 원칙에 편입되지도 않고,
적에게 습격 받을 위험도 없는
동물원에서의 일생이 반드시 행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병에 걸려 꼼짝 못하게 된 야생동물이 시설에서 보호받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한 동물이라면 털이 닳아 빠지고,
눈이 침침해지고,
다리가 휘청거릴 때까지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 기본원칙을 죽기까지 명심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항상 들려주고 있다.
생활의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 54-55pp
*
자립이란 그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 비틀거려도 좋다 -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자립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이다.
병에 걸렸거나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제외된다.
자립이라는 은력을 갖추기란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 중략 …
그러나 자립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공짜로 남의 호의를 이용하려고 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 중에도 이런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
… 중략 …
만년이 다가올수록 우리 모두는 똑똑해진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된 적은 없지만 훌륭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따르는 사람일수록 좋아하는 일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인환시(衆人環視)의 국회에 갇혀있거나,
장관에 취임해 어디를 가든 불편하기만 한 생활이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를 지금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자기가 번 돈으로 원할 때 원하는 곳에 간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만나야 할 때도 있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날 때가 더 많다.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사람들 앞에서 할 필요도 없다.
엄청나게 쌓인 업무에 짓눌리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이 모든 행운은 나의 작은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분수'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균형 잡힌 생활을 유지한다면 누구든지 만년의 시간을
정교하게 빛낼 수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습관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말라. 56-63pp
*
… 중략 …
내가 좋아하는 외국의 명언 중에 ‘사람은 결국 그 나이만큼 늙는다'라는 말이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겉을 꾸미고 가꾸면 조금은 젊어 보일지 몰라도 나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내가 살아온 나이를 숨기지도 못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원봉사활동이 점차 확산되는 까닭은 타인에게 바치는 수고가 결국은 나의 기쁨으로 돌아온다고 실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법적인 강제력도, 교육기관에서의 가르침도 전무한 상황에서 이처럼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기쁘고 대견하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심리학 등을 정식으로 배운 경험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나의 불만이 사라지고,
나만 바라봤을 때와 달리 만족감이 커진다는 심리학적 증명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우리 일반인이 육체의 노화를 이겨내고
언제까지나 건강한 장년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의 여부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베풀어라. 66-72pp
Jacques Loussier (1934.10.26.- ) Trio
Johann Sebastian Bach (1685.3.21.-.1750.7.28.)
Harpsichord Concerto in D major - III. Allegro
*
… 중략 …
하지 못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자립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자율도 생각하지 못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살기 위한
훈련을 등한시했다간 관절, 뇌도 순식간에 녹이 슨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과 두뇌운동에 열심이어야 한다.
조금 벅차더라도 위기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립하라. 79p
*
… 중략 …
여러 가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을 때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다.
히쭉거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화가 나지는 않는다.
풀랫폼 벤치의 두 여자 중 백발에 몸집이 작은 여자는 웃고 있었다.
모쿠지키의 부처도 웃고 있었다.
웃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우는 것처럼 보이는 부처도 있다.
어쨌든 분노하고, 투서하면서 정의가 사라졌다고 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의를 내세워 분노하는 게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감정에만 연연하다간 모처럼 찾아온 개인적인 감동을 잃을까 염려스럽다는 뜻이다.
플랫폼의 두 여자와 모쿠지키 쇼닌이 만든 불상.
전혀 다른 두 광경이 어느 날 내 안에서 즐겁게 연결되었다.
여행이 찾아준 귀한 선물이었다.
관조하라. 86-87pp
*
… 중략 …
침묵은 신과 조우하는 지름길이고,
다변은 어리석은 인간으로 추락하는 지름길이다.
어리석은 자는 어리석은 자들끼리 모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들이 어리석은 자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자의 존재를 알고 존경해야 한다.
침묵하며 죽을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침묵하며 세상을 떠난다면
나의 인생도 꽤나 향기로운 시간들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을 때 침묵하라. 98p
Myung-whun Chung (1953. 1. 22. - )
W. A. Mozart (1756.1.27.-1791.12.5.)
12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K.265 1778
*
… 중략 …
우리는 가끔이기는 해도 거짓말쟁이이며, 인내심이 부족하고, 이기적이고, 타인의 운명에 박정하다.
그런 우리를 신은 버리지 않았다. 아니, 그런 우리이기에 버리지 않았다고 해야 될 것이다.
앙드레 루프는 성 바오로가 쓴 콜로세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3장 12절에서 13절)을 인용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아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배려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야 합니다.
겸손하게 온유와 인내로 관용을 베풀어야 합니다.
남을 용서하고 원한을 품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을 기억하고 여러분도 다른 사람을 용서해주십시오.”
용서는 정복보다 영웅적인 선택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어린아이와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랜 세월의 인생을 통해 노년에 이른 사람, 또는 여러 고난으로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아버린 특수한 상황이 사람들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어울려라. 105-106pp
*
… 중략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여인은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이렇게 기도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줄수 있는 것이 더는 없다.
신에게 사랑하는 그 사람을 맡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에겐 나의 힘보다 신의 힘이 더 필요하다.
내게 사랑받는 것보다 신에게 사랑받는 편이 그의 인생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나의 지혜는 아무런 도움도 못 되지만 신의 지혜는 무한하다.
그래서 … 나 같은 것과 만나면 끝이 안 좋아, 라고 혼잣말로 속삭이며 미소 짓는다.
헤어짐을 앞둔 성실이다.
노년과 만년이 지혜로써 짐을 내린다는 게 있다.
목표를 달성하고 짐을 내려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미완인 채 아무 답도 구하지 못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어도 짐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목적지인지 확인하고 짐을 내려야겠지만
죽음이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배려는 불필요하다.
사람들 눈을 피해 작은 그늘에 짐을 내려 놓는다.
상쾌한 미풍이 우리의 땀이 밴 살결을 부드럽게 위로해준다.
버림받을지라도. 113-114 pp
*
어느 날 갑자기 노년과 만년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긴 세월 끝에 인간은 마침내 거기에 도착한다.
그날에 이르기 전에 사람은 씨를 뿌려야 되는 게 아닐까.
죽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떤 풍경 속에서 살아갈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생은 소망한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라지 않으면 방침도 결정되지 않는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유럽으로 갈 것인가.
선택에 따라 뱃머리가 향하는 곳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중략 …
받지 않고 주기만 해도 삶은 피로하다.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한다면 욕심 많은 사람은 더욱 거만해지고,
성실한 사람은 자기를 잃는다.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인생이야말로 만년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결정적 요인이다.
… 중략 …
손해를 보더라도. 123-129pp
Daniel Barenboim (1942.11.15.- )
Zubin Mehta (1936.4.29.- )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5.7.-1893.121.6)
Piano concerto no.1 B flat minor op.23
3rd / Allegro con fuoco
*
… 중략 …
자기 인생의 해설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세상에는 흔히 타인의 삶을 속속들이 다 아는 것처럼 T는 사람이 있는데,
모두에 대해서 그런 해설이 가능하지는 않다.
단지 우리는 타인이 자신의 생애에서 발견한 지혜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가르침으로써 마음에 담아둘 수는 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단 하나이 술잔,
특별 주문한 미주(美酒)의 맛을 기억하고 싶다.
나만의 삶을 음미하라. 135-136pp
*
… 중략 …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만큼 즐겁고 눈부신 목표는 없다.
그 발견은 의무교육을 통해서도, 유명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굳이 방법을 찾는다면 많은 책을 읽고,
슬픔과 감사를 알고,
이타(利他)를 습관화하고,
모든 상황에서 즐거움을 찾다보면 인생의 의미에 조금은 빨리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환자 중에는 병을 통해 건강했을 때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훌륭해진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병들기를 희망하거나, 타인을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은 건강이다.
다만 신은 인간을 위해 ‘보험'을 들어놓았다.
인간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좋다.
하지만 건강을 잃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건강을 잃는 대신 인간적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이야말로 운명의, 그리고 운명의 배후에 숨어 있는 신의 다정함이 아닐까.
인생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라. 217-219pp
*
… 중략 …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생명은 클로토(잣는 자), 라케시스(재는 자),
아트로포스(끊는 자라는 운명의여신 세 자매가 결정한다.
제우스가 한 사람의 생명이 지니고 있는 무게를 저울에 달아 자매에게 알려준다.
그러면 잣는 자(클로토)가 생명의 실을 자아 올리고,
재는 자(라케시스)가 그 길이를 측량하고,
끊는 자(아트로포스)가 실을 끊는다.
변덕스러운 제우스는 간혹 자기 마음에 드는 인간에게 조금 더 긴 생명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통산적으로 세 자매가 매일 묵묵히 인간의 생애를
잣고, 재고, 끊는다.
다만 인간은 그 길이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인생의 무게가 가볍다. 160p
* 클로토 ( Κλωθώ , Klotho ) – 실을 잣는 여신,
라케시스 ( Lachesis , Λάχεσις) – 측정하는 여신,
아트로포스 ( Ἄτροπος , Atropos ) – 실을 자르는 여신 ‘불가피한 것'.
Astor Piazzolla (1921.3.11.-1992.7.4.)
Libertango for two guitars
Duo Bensa-Cardinot (Olivier Bensa et Cécile Cardinot)
-
‘분수’를 안다는 것은 살아온 자의 지혜이다.
-
사람들 눈을 피해 작은 그늘에 짐을 내려놓는다.
상쾌한 미풍이 우리의 땀에 밴 살결을 부드럽게 위로해준다.
-
|
첫댓글 모두들 축복의 12월 되시기를 바랍니다~♡
옥선선생님도 행복한 12월 되새요🤗
"분수를 안다는 것은 살아온 자의 지혜이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애정다방 건물에 갑니다.
애정.. 볼수록 정이가는 다방이름
장애인 봉사회 사무실에 가는 날은
시간이 후딱 지나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