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에는 죽방렴을 제외한 정치망 어민이 40여 명에 이른다. 정치망은 연안에 설치되어 있다. 부두에서 빤히 보인다. 배로 10분 남짓이면 닿는다. 그물은 대체로 T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T의 아래 획은 물고기 유도 그물에 해당하여 위의 가로 획 양쪽 끝에는 물고기가 들어가는 그물이 붙어 있다고 여기면 된다. 물고기가 들어왔을 것으로 여겨지면 가로 획 부분의 그물을 훑어 물고기를 몰아서 뜰채로 건져올린다. 그물은 위아래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 큰 물고기가 멸치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분리해놓은 것이다. 정치망에 들어온 멸치를 뜰채로 건져올려 뭍의 멸막(멸치를 삶아 말리는 곳)으로 이동하는 데 10분 남짓 걸린다. 멸치는 성질이 급해 뜰채로 올리자마자 죽지만 이 시간이면 거의 살아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멸막에서는 커다란 솥에 물을 끓여 준비해두었다가 멸치가 들어오면 곧장 삶게 된다. 이때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삶은 멸치는 채반에서 물기를 빼고 건조기에 들어가 말려지게 된다. 정치망 멸치를 죽방렴 멸치라고 속여 팔 수 있는 것은 멸치 잡이에서 건조까지 단시간에 끝내 멸치의 질이 좋기 때문이다. 기선권현망은 다소 먼 바다에서 조업을 한다. 멸치떼를 쫓아 그물을 던져 양쪽에서 잡아끌어올리므로 멸치가 그물에 손상을 입으며, 배에서 즉시 삶는다고 하더라도 건조까지는 할 수 없으므로 살이 터지고 변색이 되는 등 질이 다소 떨어지게 된다. 정치망 멸치는 그 고급한 질에 비해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남해군에서 정치망 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남해 정치망 자율 공동체’를 조직하여 공동 브랜드 작업을 하고 있어 앞으로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매점에서 파는 멸치에 일본어 표식이 세워져 있는 것을 흔히 본다. 지리, 가이리, 고주바, 주바 등등 크기에 따른 분류 표식이다. 이 일본어로 인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생산자들이 우리말로 분류한 것이 있다. 2센티미터 이하는 자멸, 2~5센티미터는 소멸, 5~7센티미터는 중멸, 7센티미터 이상은 대멸이다. 유통 현장에서도 널리 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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