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九章 용유진, 촉도(蜀道)에 가다
1.
겨령장의 식솔들이라는 혹을 떼어버려 이전보다 훨씬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진 표행이 산서를 벗어나는 데는 닷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
고 이장도의 명령도 신속하게 지켜져서 산서를 떠나기 전에 삼백 명
가까운 인원이 보충되었다.
그래서 다시 육백 명이 된 표행은 산서의 동천과 함양을 지나 섬서
성(陝西省)의 성도인 장안에 도착하여 일박하고, 서둘러서 길을 재촉해
제갈무후(諸葛武候)의 사적이 남은 한중(漢中)을 후다닥 통과했다. 그리
하여 사천성(四川省)의 북쪽 관문인 광원(廣元)에 도착한 것은 산서를
떠난 지 다시 닷새 만이었다.
이제 표행의 앞에 펼쳐진 것은 사천의 험준한 산령(山嶺)들이었다.
광원에서 하루만 더 가면 검각(劍閣). 거기서부터는 바늘처럼 삼엄하게
솟구친 산봉들이 빽빽이 늘어선 천연의 장벽들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이
다.
원래 사천은 분지(盆地)를 이루고 있다. 성도(成都)를 중심으로 한 사
천의 중심부는 사시사철 춥지 않고 땅은 기름져 곡창지대로 손꼽히기
때문에 원나라 때 이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번성하게 되었다. 험준
한 산봉들이 에워싼 가운데 화분 속같이 기름진 땅이 펼쳐져 있고, 사
천으로 들어오는 길을 방해하는 바로 그 험준한 지형이 안에서 볼 때
는 바람벽이 되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한 번 안에 들어온 사람은 보호해 주지만 대신 쉽사리 길을 열어 주
지 않는 사천 촉산(蜀山)의 장벽들은 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
다. 장강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삼협(三峽)의 길, 그리고 명대(明
代)의 길, 즉 촉도(蜀道)였다.
이장도는 처음부터 이 길을 목표로 전진해온 것이었다. 경사 북경에
서 산서, 섬서를 거쳐 가장 빨리 사천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
문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공도라고 해도 몇십 리를 가야 인가 하나
를 불 수 있을 정도로 인적이 드무니, 떠들썩하게 소문 내고 가는 효
과, 즉 보는 눈이 많아 도적의 행위가 저지되는 효과가 거의 없기는 잔
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이장도의 말이었지만 용유진은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표물을 노리는 자들은 견제하는 효과는 없다고 해도 공도에는 잔도
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다. 길이 넓고 편한 것이다. 표행에 있어서
이것은 도적들에 대한 방비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이번 표행
처럼 무거운 표물을 운반하는 경우에는 우마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인가,
이왕이면 편하게라고 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선적인 고려사
항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해 봤는데 이장도는 한 마디로 일축
해버렸다.
"잔도로 가면 사흘이면 갈 수 있는 곳을 보름 걸려서 돌아가란 말이오?"
그 태도에 심한 짜증이 묻어 나와서 용유진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표
행을 주관하는 것은 이장도, 그가 길을 선택하면 표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바늘을 꽂아 놓은 것처럼 늘어서 무수한 산봉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원숭이도 울며 넘는
길을 무거운 짐까지 끌고 가야 하는 것이다.
용유진은 수레바퀴가 길에 남기는 깊은 궤적을 눈으로 쫓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좋지 않다, 정말 좋지 않아."
길은 정말 좋지 않았다. 공도가 생긴 이후 잔도로는 대규모의 화물
같은 것은 지나가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 길은 수레 하나가 겨우 지
나갈 수 있는 정도의 너비가 고작, 그나마 군데군데 땅이 패고, 어떤
곳은 산이 무너져 내려 사람이니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표행은 악천고투를 거듭하며 간신히 길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표
사들 중 반은 검과 창 대신 곡괭이와 삽을 들고 지나갔다. 그러
고도 불평 한 마디 안 하는 것을 보며 용유진은 내심 감탄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람은 본심을 드러내는 법이다. 표사들처럼 무
술을 익힌 사람은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의연할 수 있어도 지금처럼
수고로운 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게 지속되면 불평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며 불만스런 기색조차 없는
것은 이장도의 통솔력, 내지는 인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생각을 깨워 준 것은 진장자였다.
"이장도에게 그런 인덕이 있을 리가 없지."
그는 냉소하며 말했다.
용유진은 전부터 그가 이장도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다느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고 웃으
며 물었다.
"지금 표사들의 행동은 달리 해석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자네 의외로 멍청하군."
진장자는 놀랐다는 듯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면 물론 자네 말대로 참기
어렵지. 하지만 며칠만 고행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면 없던 힘도 솟아나
는 법 아니겠나."
"며칠 안에 끝난다는 겁니까?"
"이장도가 말했잖는가. 사흘만 가면 된다고."
"언제......아.......!"
"험하지만 사흘이면 갈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편해도 보름 걸릴
길로 갈 것인가. 대개의 사람들은 고생 조금 더 하더라도 빨리 일이 끝
나는 것을 바라지."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던가요. 정말로 사흘만 가면 목
적지에 도착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용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 길을 조금 압니다만, 이 길로 사흘을 가봤자 그냥 산중입
니다.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정혀 없다는....."
그러나 진장자는 들은 말이 있었다. 그래서 확신을 하고 있었던 모
양이었다.
"우리에겐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표사들은 이미 다들 아고
있더군. 사흘이면 도착한다고 말이야. 우린 사천으로 간다기에 중경이
나 성도나 등등 그럴듯한 도회지에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일세."
진장자는 피식 웃고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
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이사니 뭐니 하지만 결국 조정의
손길을 피해 숨는 것, 도회지 보다는 산중이 낫겠지. 결국 왕소팔은 쥐
구멍을 찾는 쥐새끼였던 거야."
용유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완전히 납득한 것은 아니
었다.
사천의 길, 특히 잔도는 정말 만만한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사흘을
더 가봐야 검각을 다 지나가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왕소팔의 목적지,
표행의 목적지는 여기 검각이었던 것일까. 원숭이도 울며 넘는다는 이
깊고 험한 산중에 은신처를 만들었단 말인가?
한번 사치스럽게 살던 사라이 그렇게 살지 않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장자가 영락한 지금도 금밥그릇을 사용하는 것에
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왕소팔처럼 호화의 극을 누리던 사람은 궁벽한
곳에서 불편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궁벽한 검각의 한 모퉁이에 그는 거령장만큼 호화스러
운 비밀 궁전이라도 만들어 둔 것일까?
두고 보면 알 일이었다.
용유진은 그런 의문들을 접어 두고 행로에 신경을 집중했다.
수직에 가깝게 경사진 비탈들, 위로나 아래로나 평탄한 곳은 찾아보
기 어려운 산비탈의 중간에 수레가 겨우 지나갈 듯 한 뼘밖에 안되는
길이 나 있었다. 비탈 아래쪽에 표사가 몇 명이나 내려가서 아래로부터
수레와 소를 떠받쳐가며 가야 하는 길이었다.
그나마 그런 길이라도 있는 곳은 다행이었다. 곧 길이 끊어지고, 경
사는 더욱 급해서 이젠 벼랑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곳이 나타났다. 그
벼랑중턱에 나무로 보강해서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잔교(棧橋)가 놓
여 있는데, 이것이 악명 높은 촉산의 잔도, 즉 촉잔(蜀棧)이었다.
위로는 까마득한 벼랑,아래로도 까마득한 벼랑인데 그 벼랑을 끼고
나아가야 다시 길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벼랑 중턱에 말뚝을
박고 나무판을 깔아 다리를 만들었느데, 이게 잔도였다.
푸슬푸슬 썩어가는 나무판대기들이 다리를 이루고, 역시 썩어 문드
러져 가는 기둥들이 한쪽을 받치고 있는 길. 이 길을 몇천 근 짐을 실
은 수레가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팔황웅풍이 선두에서 조심스럽게 다리를 밟았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애써 웃어보였다.
"이상 없습니다. 보기와는 달리 튼튼하군요."
이장도에게 보고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표사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 것이 뻔했다.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안심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어쨌든 명령
에 따라 첫 수레가 잔교에 진입했다. 소도 위험을 아는지 안 가려고 버
티는 것을 억지로 끌고 당겨서 가는 길이었다.
나무판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벼랑에서 흙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금
방이라도 잔교가 무너져 내리고, 수레와 사람이 함께 천길만길 낭떠러
지로 떨어질 것 같아서 보고 있는 사람이 외려 더 조마도마해하는 가
운데 수레는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졌다.
이장도가 명령했다.
"다음!"
두 번째, 세 번째 수레가 한참의 간격을 두고 출발했다. 사고는 다섯
번째 수레가 잔교로 진입했을 때 일어났다. 수레바퀴보다 겨우 한 뼘이
나 넓을까 말까 하는 잔교의 한쪽 귀퉁이 나무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으아아아악---!"
수레가 먼저 기울어져 떨어지고 붙잡고 있던 표사들과 황소가 수레
에 끌려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보고 있는 가운데, 용유진이 몸을 날렸다. 그
는 옆으로 몸을 세워 벼랑을 밟고 달려서 순식간에 잔교 앞까지 온 뒤
에 아래로 뛰어내리듯 몸을 던졋다. 그리고 저 만치 떨어져가고 있는 표
사들을 순식간에 따라잡아서 목덜미를 낚아채 위로 던졌다.
그 반동으로 그는 더 빨리 떨어졌고, 곧 수레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
다. 거기서 그는 수레를 잡고 공중에서 묘기를 보이듯 몸을 회전시켜
벼랑 한 쪽에 손을 박았다. 단단한 암반이 두부처럼 패서 그는 거의 팔
뚝 반만큼이나 손을 박아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덜컥, 수레의 추락이
멈추었다. 자유로운 한 손으로 황소와 수레를 연결한 줄을 잡아채었기
때문이었다.
한 손은 벼랑에 박고, 다른 한 손으로 오백 근 황소가 네마리, 수레
에는 육만 냥의 황금, 합쳐서 거의 오천 근이 넘는 무게를 한 손으로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는 던져진 표사 둘을 받아서 치우고, 진장자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놔, 놓고 그냥 올라오라고!"
용유진이 마주 고함을 질렀다.
"밧줄이나 던지세요!"
그의 몸이 버텨 주느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그의 무게까지 합
쳐서 오천 근이 넘는 이 무게를 지탱하는 것은 벼랑의 암벽, 그리 오래
버텨줄 리가 없다. 벌써 암벽은 무게를 못 이겨 갈라지고 부스러지고
있지 않은가.
밧줄과 함께 진장자와 남궁홍이 내려왔다. 거의 떨어지다시피 급속
도로 날아와서 급히 수레와 황소들의 끝을 묶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진장자가 투덜거렸다.
"이 몸이 이런 막일까지 하게 될 줄이야."
남궁홍이 바쁘게 손을 놀리며 물었다.
"그러게 왜 내려오셨습니까?"
진장자가 용유진을 힐끔 보고 말했다.
"저 친구가 아니었으면 안 왔지. 내가 고작 황금 몇 푼에 이런 일을 할
것 같은가?"
용유진이 힘에 겨워 핏발 선 얼굴로도 웃어 보였다.
"고맙군요."
수레에 밧줄이 묶이고, 위에 선 사람들이 당겼다. 용유진의 팔에 가
해지던 압력이 풀렸다. 하지만 바위는 이미 부스러지고, 그의 팔이 맥
없이 암벽에서 떨어져 나갔다.
진장자와 남궁홍이 짧은 경호성을 울리는 가운데 용유진은 낭떠러지
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누가 들어 받치기라도 하듯 우뚝 공주에 멈춰
서서 옆으로 몇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낭떠러지를 발로 걷어차고는 여
태까지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공중으로 뛰쳐
올라갔다.
깃털처럼 가볍게 잔교 위에 내려선 그를 향해 탄성과 찬사가 퍼부어
졌다. 용유진은 머쓱하게 웃고는 머리를 긁으며 낭떠러지를 내려다보
았다. 진장자와 남궁홍도 이미 올라왔고, 수레와 황금가 조금씩 끌어올
려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순가 수레 위의 짐을 묶은 밧줄이 풀어지면서 상자들이
떨어져내렸다.
"저런-----!"
상자들이 낭떠러지에 튀어나온 암벽들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 안에서 누런 황금 덩어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방형으로 잘 다듬어진 금괴들 수백 개가 햇빛을 받아 번쩎이면서
깊은 계곡 속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그들은 보고만 있어야 했다.
모두들 멍하니 있는 가운데 이장도가 손뼉을 쳐서 주위를 집중시켰다.
"표사들은 나와서 다리를 수리하라."
명령에 따르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다시 말했다.
"이대로는 무거워서 위험하다는 것을 안 이상 짐을 나누어야겠다.
황소들은 수레에서 풀어서 한 마리씩 끌고 가고, 수레는 사람이 끌어
라. 거기 실린 짐들은 다 내려서 역시 사람이 지고 가도록 하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팔황웅풍이 표사들을 독려하며 소리쳤다.
"이 잔교를 건너기 전에는 휴식도 없다. 길이는 겨우 일 리(里:명나
라 때 일 리는 지금의 1km 정도)가 안되니 얼른얼른 하고 쉬도록 하자!"
그 뒤로는 다행히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 일 리 거리를 가는 데
남은 하루가 다 지나갔다.
표행은 아까처럼은 아니지만 역시 위채롭게 경사진 산비탈에서 불안
스러운 야영을 해야만 했다. 달리 선택할 만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었
다.
목숨을 걸고 위험한 장소를 지나온 데다가 위험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고, 옹색한 장소에서 부실한 식사를 하게 되면 의기소침해지는 것
도 당연한 일, 표사들은 피곤에 지쳐 늘어져 있었다. 거기에 이장도가
표두 몇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는 좌중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가운데 품속에서 두루마리 하
나를 꺼내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기대
를 하게 하는 동작으로 두루마리를 펴서 신중히 들여다보는 시늉을 했
다. 그리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벌렸다.
"오랫동안 먼길을 오느라고 고생들을 했다. 이제 한 달간에 걸친 여
정도 곧 끝난다. 목적지가 바로 저기 지척이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그가 가리킨 것은 봉우리 몇 개 뒤에 고개를 내민 한 봉우
리였다. 용유진이 대강 목측을 해보니 심사십 리 정도 떨어진 곳이었
다.
표사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이장도는 손을 들어 진정하라는 표시를 하고 계속 말했다.
"여기 표장(표章)이 있다. 이렇게 씌어 있지."
발송 : 경사 거령장 왕소팔 대인
수취 : 사천 검문산(劍門山) 호치봉(虎齒峰) 거령장 왕소팔 대인
책임 : 중원표국 국주 이장도
이장도는 말했다.
"저기가 바로 검문산 호치봉이다. 왕대인이 제이거령장이 있는 곳이
지. 앞으로 이틀이면 거기 도착하고, 여러 제군들은 미주가효(美酒佳肴)
에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받으며 닷새간의 휴식을 취할 것이다 그리고
간편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디."
표사들이 다시 환소성을 울렸다. 그 환호성은 이장도의 다음 말로
더욱 커졌다.
"주머니마다 듬뿍 보수를 받아가지고 말이다."
진장자가 중얼거렸다.
"과연 그럴까."
용유진은 그를 힐끗 보았다. 입꼬리에 비웃음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진장자의 이장도에 대한 평가는 이미 경멸의 수준에 도
달해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그 이유를 궁금하게 여기면서도 일단은 맞
장구를 쳐주었다.
"최소한 저 봉우리까지 이틀 안에 못 가는 것은 확실하죠. 지금 속
도에 앞으로의 지형을 감안하면 최소한 나흘은 걸릴 겁니다. 게다
가......."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눈까지 내리면 그보다 더 걸리겠죠."
저녁 하늘에는 노을이 짙게 깔려 있었다. 눈이 내릴 징조였다.
지형과 눈, 사람들이 피로에 겹쳐서 또 하나의 장애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그 사이에 그들은 초인적인 노력
을 경주해서 이십 리나 전진한 때였다. 무너져가는 잔도들을 간신히 지
나 이제 겨우 길다운 길을 보게 되나 하는 순간에 도적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복면을 한 자들인데, 그 수가 백여 명에 이르렀다.
첫댓글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ㅈㄷ
감사합니다
감사 ㅎ
즐감~~^*^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