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도인 중에서
민주주의, 영여, 철도망, 사법제도, 크리켓, 차가 제국주의의 유산이라며
여기서 벗어나자고 국민투표를 요구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설령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그들이 옛 지배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아닐까?
▲ 인도 뭄바이의 차트라파티 쉬바지 기차역, 처음 지을 때는 봄베이의 빅토리아 역이었다.
영국인들은 이 건물을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하던 네어고딕 스타일로 지었다.
인도 민족주의 정부는 시와 역의 이름을 모두 바꾸었지만 이렇게 장엄한 건물을 무너뜨리려는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설사 그것이 외국인 압제자에 의해 건설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설령 우리가 더 이전에 존재했던 진정한 문화를 재건하고 지키려는 희망에서
잔인한 제국의 유산을 모조리 거부하더라도,
보나마나 그때 우리가 지키는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고 덜 야만적인 제국의 유산에 불과할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배로 인해 인도 문화가 불구가 되었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굴 제국의 유산과 그들의 델리 점령을 신성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외래 무슬림 제국의 영향에서 '진정한 인도 문화'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굽타 제국, 쿠샨 제국, 마우리아 제국의 유산을 신성시하는 셈이다.
만일 어떤 극단적 힌두 민족주의자가 있어서
뭄바이 기차역을 비롯해 영국 정복자가 남긴 모든 건물을 파괴한다면,
인도의 무슬림 정복자들이 남긴 타지마할 같은 구조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 타지만할은 '진정한' 인도 문화의 예인가, 아니면 무슬림 제국주의가 만든 이방인의 창조물인가?
문화적 유산이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길을 택하든 그 첫걸음은 이 딜레마가 복잡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과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선인과 악당으로 나누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물론 우리가 보통 악당들의 뒤를 따른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려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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