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서 강해 : 2장
아가서 2장은 술람미 여인의 자기 모습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2:1), 곧 바로 두 남녀가 돌아가면서 서로를 칭찬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2:2-3). 앞부분과 같이 2장의 첫 부분에서도 야외 들판이 등장하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정원 나무 아래에서 서로가 나누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서로의 사랑을 들의 꽃이나 열매 맺는 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계절은 겨울이 끝나는 봄이다. 그러므로 꽃은 봄과 더불어 소생하는 생명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I. 술람미의 자기 고백: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구나" (2:1)
(1) 샤론의 수선화:
샤론은 지중해 해안지역으로 갈멜산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욥바 근처의 야르콘강에 이르는 평야지역이다. 고대시대 이곳은 해안으로 따라 형성된 사암층(쿠르카르)으로 인하여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늪지대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샤론평야에는 여러 종류의 풀과 꽃들이 자랐다. '샤론의 수선화'가 정확하게 어떤 꽃을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짙은 붉은 색의 아네모네나 향기가 뛰어난 수선화의 일종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선화'로 번역된 히브리어 '하바첼레트'는 이사야 35:1에서 '백합화'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영어성경은 이를 'rose' 혹은 'crocus'로 번역하고 있다.
(2) 골짜기의 백합화:
'백합화'로 번역된 히브리어 '쇼샤나'는 어원적으로 '즐거움' 이나 '밝음' 등을 의미한다. 페르시아에서도 백합화를 '수산'이라고 불렀고, 페르시아의 중요도시인 '수산'도 그 꽃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술람미는 자신을 이스라엘의 기름진 야외 들판에서 자라는 꽃에 비유하고 있다. 이런 꽃들은 궁전과 같은 화려한 곳에서 가꾸어진 화초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겠지만, 자연 속에서 자라는 청순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술람미는 여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수없이 많이 핀 들판의 꽃들 중 하나와 같다고 고백한다. 이런 고백 속에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자신이 별로 두드러진 인물이 아니라는 자기 낮춤의 표현도 함께 들어있다.
II. 솔로몬의 응답: "여자들 중에서 나의 사랑은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구나" (2:2)
솔로몬의 응답 속에는 앞 절에서 술람미가 고백한 자기표현을 사랑의 칭찬으로 한층 더 상승시켜준다. 백합화가 가시나무보다 월등하듯이 그녀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솔로몬은 노래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가시덤불 가운데 피는 백합화를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솔로몬의 눈에는 술람미의 아름다움이 어느 다른 여자의 아름다움보다 더욱 돋보이고 있다.
가시나무는 잎도, 꽃도, 그리고 열매마저도 모두 보잘 것 없음을 의미한다. 때로 가시나무는 백합화의 꽃잎을 찌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아픔 속에서 백합화는 오히려 더 짙은 향기를 토하여 낸다. 그와 같이 교회는 삭막한 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으나,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처럼 오히려 더 짙은 신앙의 향기를 발하게 된다.
III.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과 함께 즐기는 교제의 환희를 이야기 한다(2:3-6).
(1) 2:3
술람미는 솔로몬의 칭찬에 또 다른 칭찬으로 응답한다. 여기에서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을 사과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사과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맛있는 과일과 더불어 편안한 휴식공간인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런 점에서 솔로몬은 다른 남자들 보다 훨씬 뛰어난 임이다. 그래서 "남자들 중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구나"라고 노래하였다. 그 나무의 열매는 입에 달았고 나무 그늘은 쉼을 얻는 장소가 되었다. 그늘은 보호와 쉼을 상징한다.
(2) 2:4
술람미는 야외의 시골풍경을 '잔치집'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잔치집'으로 번역한 히브리어 '벧 하야인'은 'the house of wine'이라는 뜻이다. 구약시대 '술의 집'은 관용적 표현으로 포도가 자라는 포도원 자체를 의미하였다. 이곳에서 다 익은 포도를 따서 포도즙을 만들고 이것을 항아리에 담아 보관해 둠으로 포도주를 제조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제조한 술을 포도원에서 직접 마시기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잔치집'은 잔치가 벌어지는 집이기보다는 포도원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도원이 있는 정원은 두 남녀가 만나는 사랑의 장소이기도 하었다.
"그 사랑이 내 위의 기로다" 여기에서 '기'로 번역된 히브리어 '데겔'은 민수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거기에서 '기'는 이스라엘 진영을 구별하기 위하여 꽂아둔 것이었다. 여러 지파들이 모여 있는 한 가운데 꽂혀있는 기를 봄으로서 그들이 어느 지파인가를 구별할 수 있었다. 솔로몬의 기가 술람미 위에 있다는 것은 곧 그녀가 솔로몬에게 속한 여자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말이다. 또한 기는 바라보는 목표물을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솔로몬의 기가 그녀에게 있음은 솔로몬의 관심이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솔로몬은 사랑하는 술람미를 포도원으로 데려가면서 그녀에게 온갖 마음을 두고 지극한 사랑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3) 2:5-6: 사랑의 병과 회복
술람미는 솔로몬을 사랑함으로 인하여 병이 생겼음을 고백한다. 여기에서의 '병'은 신체적으로 약해짐을 의미한다. 술람미는 임의 사랑에 너무 깊이 젖어들어 몸이 탈진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심리적 긴장을 동반하다. 술람미가 사랑으로 인하여 기력이 소진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으로 인한 심리적 긴장감이 컸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녀는 건포도와 사과로 자신의 기력을 회복시켜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술람미 여인의 원기를 회복시켜 달라는 요청은 사랑하는 임이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주는 것에서 그 응답이 이루어진다. 사랑의 따듯한 손길은 어느 것보다 더 크게 기력의 회복을 가져다준다.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의 품안에서 평안한 잠을 이루고 있다
IV. 솔로몬의 부탁-사랑하는 자를 깨우지 말아다오(2:7)
솔로몬은 예루살렘 여자들에게 사랑하는 자가 깨고 싶을 때까지 자도록 내버려 둘 것을 부탁한다. 이러한 부탁은 3:5과 8:4에서도 거듭 나오고 있다. 그러나 8:4에서는 '노루와 들 사슴'이 빠져있다. 노루와 들 사슴은 모두가 쉽게 놀라고 무서워하는 동물이다. 동시에 이 두 짐승은 고대 근동지방에서 사랑의 여신들과 관련이 있었다. 사랑은 쉽게 깨어지고 손상 받기 쉽기 때문에 노루와 사슴을 다루듯이 조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자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충분히 잠으로 잃었던 기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솔로몬의 요청이다.
V. 술람미의 임을 기다리는 벅찬 가슴(2:8-9)
술람미가 중심 화자인 새로운 시가 시작되고 있다. 아마도 이 시의 내용들은 술람미가 구혼시절 낭만과 연정을 회상하며 부른 노래인 것 같다. 술람미는 아마도 겨울 한철 동안 솔로몬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봄이 되면서 사랑하는 임은 그녀 앞에 들 사슴처럼 늠름하게 달려오고 있다. 임은 봄꽃 냄새를 안고 그녀에게로 달려오고 있다. 집 가까이 도착한 임의 모습이 창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임의 모습이 완전하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임이 오심을 육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벅찬 가슴을 안고 숨 막히는 희열 속에서 온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의 목소리와 산을 넘어 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으며, 창 틈으로 들여다보는 임의 눈길을 느끼고 있다.
VI. 술람미가 소개하는 솔로몬의 초청(2:10-15)
솔로몬은 술람미에게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초청한다. 본문의 배경이 되는 계절은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는 봄이다. 이러한 계절의 이미지는 두 남녀의 사랑이 이제는 무르익어 성숙의 열매를 맺을 때가 다가왔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내용은 지쳐있고 잠에서 깰 것을 걱정하는 2:7의 내용과는 대조적이다.
밖에는 겨울이 지나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는 봄이 되었다.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며 어린 반구의 소리가 들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어가고 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고 있다. 계절과 더불어 두 사람의 사랑도 점차 알차게 익어가고 있다. (2:14) 솔로몬은 술람미를 '나의 비둘기'라고 부른다. 여기에서의 비둘기는 산비둘기로서 높은 절벽의 바위틈이나 깊은 계곡의 틈새에서 숨어 지내는 습성이 있다. 솔로몬은 이처럼 자신을 감추고 사는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과 고운 목소리를 듣고 싶어 밖으로 나와 줄 것을 간청하고 있다.
(2:15) 그들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는 절정에 이르기 직전에 와 있다. 그런데 그들의 사랑이 열매 맺는 일을 방해하거나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꽃이 핀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간청한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는 무화과, 석류와 함께 대표적인 여름과일이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는 한 여름철에 익고 수확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는 여름 동안 여우들은 포도원을 자주 침범한다.
VII. 술람미 여인의 솔로몬에 대한 사랑의 고백 (2:16-17)
술람미의 임에 대한 같은 사랑의 고백이 6:3과 7:10에서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술람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한 몸을 이루고 있음을 고백한다.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구나." 이것은 창세기 2:23에 나오는 최초의 사랑고백인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와 창세기 2:24에 소개되어 있는 불변의 결혼관인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와 같은 내용이다.
여기에서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을 목자로 묘사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목자는 단순히 양을 치는 목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왕도 목자로 이해하였다. 시편 23편에서 볼 수 있듯이, 여호와 하나님도 이스라엘을 인도하시는 목자이시다. 이것은 구약시대 이상적인 지도자상이 양들을 보호하고 인도하는 목자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2:16 후반부는 낮 동안 양들을 돌보기 위하여 집을 떠나있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양들을 돌보는 곳은 단순한 들이 아니라 백합화가 피어있는 아름다운 들판이다. 여기에서 목자의 목양지역을 백합화로 이해한 것은 사랑하는 임의 모습이 아름답고 품위가 있기 때문이다.
2:17은 저녁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목자를 그리고 있다. 술람미 여인은 낮 동안 헤어졌던 임이 이별의 언덕을 넘어 자기에게로 돌아오고 있음을 노래한다. 여기에서도 2:7에서와 같이 노루와 사슴이 등장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돌아오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베데르 산'은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어떤 특정한 산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히브리어 '베데르'는 울퉁불퉁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목자와 그녀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거친 산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베데르 산'은 낮 동안 두 사람 사이를 갈라 놓았던 분리의 산을 의미한다. 술람미는 거친 분리의 산을 한가운데 두고 하루 종일 헤어져 있던 임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권혁승 교수 출처: 대한 에스라 성서 연구원 글쓴이: 장기용(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