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千年)의 힘이여!
완전한 어둠!
마무정은 제 손바닥도 볼 수 없었다.
빛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생긴 어둠은 아니었다. 이 어둠은 흑무(黑霧)로 인해 나타났다.
검은 안개는 안력과 청력을 방해했다.
안개는 열 가지 병기에서 일어나는 기운이었다.
천하십대마검(天下十大魔劍)!
바로 마병자(魔兵子)가 세상에 기증했다는 마병제천좌(魔兵第千座) 가운데 가장 빼어난 마검 열 자루를 말한다.
금철을 두부처럼 베고 신기를 녹여 버리는 악마의 검, 열 자루.
마왕(魔王), 파천황(破天荒), 유라(幽羅), 장한(長恨), 만사(萬邪), 귀황(鬼皇), 흡혈(吸血), 용무(龍舞), 천마혈(天魔血), 영세X멸(永世滅).
열 자루의 마검은 마혼(魔魂)을 흘린다. 마혼은 신기를 억제하는 p힘을 일으킨다.
카아아아- 카아아-!
잔혹한 울부짖음 소리, 가공할 마의 암경(暗勁), 모든 것은 하나의 진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십방(十方)을 도륙 내는 억만 관의 잠력 한가운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이 하나 있었다.
"으으, 걸려들었다!"
진세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옷자락, 봉두난발 흐트러진 머리카락, 흐트러지는 동시에 번득거리는 기묘한 안광…….
야수(野獸)처럼 강하고, 바람처럼 허허로워 보이는 이상한 기질의 청년 마무정!
그는 극마관(極魔關)의 중심지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가공할 힘! 이 힘은 바로 절대적인 마의 기운이다. 이 기운을 몸 안에 얻거나, 이겨내지 못하고 먼지로 스러지거나 둘 중 하나이다.'
마무정은 이를 악물며 태산을 일거에 허물어 버릴 듯한 압력에 버티어냈다.
온몸을 칭칭 휘감아 도는 대마력(大魔力).
이 곳에서는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커다란 고통이었다.
마무정의 일거수 일투족은 십대마병(十大魔兵)이 토해 내는 기운에 억제된 상태였다.
극마관은 마도사상 가장 위대했던 학자(學者)요, 장인(匠人)이라 불리는 마병자가 친히 설계한 곳이다.
그가 만든 기문진과 병기는 십대마가 곳곳에 퍼져 나갔고, 마병자 한 사람으로 인해 십대마가의 힘은 삼 할 이상 신장되었을 정도였다.
이 곳에는 그가 여생을 바쳐 만든 열 가지 병기가 있고, 그것은 강호가 모르는 마가의 진산병기였다.
천마십병(天魔十兵)!
천하에 드문 흉물(凶物)이며,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마병(魔兵)이다.
한 자루를 쥐면 일성(一省)을, 다섯 자루를 쥐면 일국(一國)을, 열 자루 모두 취하면 천하(天下)를 얻는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열 자루의 마병!
우우… 웅……!
가공할 힘과 더불어 지축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힘을 얻지 못한다면 파멸되고 만다.
'움직이면 안 된다. 고통이 있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마무정은 본능적으로 마병진의 파해법을 느꼈다.
부동(不動)의 해(解)!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모든 것을 푼다!
이것은 불가밀종(佛家密宗)과 같은 이치였다.
만류귀종(萬流歸宗)이랄까?
마가의 절대적인 무공은 정파의 정통적인 무공과 같은 신비를 지니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이겨낸다면 마기(魔氣)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이 정도 고통쯤이야… 능히 이길 수 있다.'
마무정은 이정제동(以靜制動)을 시작하고 있었다.
인내로 고통을 이기고, 고통을 이기는 가운데 마기를 기경팔맥에 담고, 절대적인 마기를 잃은 마병들은 마무정에게 복종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마물이 아니라 하나의 병장기(兵仗器)가 되며, 마무정은 대종사 자격으로 그것을 십 장로(十長老)에게 하나씩 나눠 주는 가운데 군신지례(君臣之禮)를 맺는다.
그리고 마무정은 그들에게 무엇이든 명령할 수가 있다. 죽음까지!
일 일(日), 마무정은 석상이 되어 마기를 이겨냈다.
처음으로 참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지내는 가운데 내성이 생겨 고통스럽기보다 참을 만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오 주야만 버티면 된다. 기껏 오 주야 만에… 나는 절대마가 된다!"
그의 얼굴에 오만한 미소가 떠올랐고, 그리고 허공의 수정벽(水晶壁) 위에서 그를 감시하던 마박사 후백(侯伯)의 얼굴엔 매우 복잡한 표정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가가 전수하지 않은 여러 가지 기질을 갖고 있는 분이오."
"그렇네, 마박사 아우!"
마박사 곁에는 마병야가 있었다. 두 사람은 수정벽을 통해 마무정을 살피고 있었다.
마가의 노인들, 이들은 전 마가의 정통을 숭상하고 있다.
이들은 전 마가의 번영을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었다.
"그 기질 가운데에는 백도의 습관적인 미덕이 있소. 인내라던가, 이유제강(以柔制强)이라던가……!"
마박사는 착잡해 한다.
"개인적으로는 저분을 흠모하나, 마박사되는 입장에서는 아니오. 저분이 종사가 되면 마가의 장래가 불투명해지오."
"불투명?"
"잘은 모르나, 불안합니다!"
"흠……!"
"하여간, 운명의 손길이 정하겠지요. 이제는 그 결정에 따를 뿐,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자네도 기가 꺾일 날이 있구먼? 헛헛……!"
"그렇습니다, 그래요!"
"헛헛……!"
"그렇지만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분이 우리 주인이라는 것은! 왜냐하면 흑강(黑剛)이 있으니까!"
흑강이라는 자(者), 그는 공룡만한 덩치를 지니고 있다.
그가 익힌 철포금강공(鐵袍金剛功)은 천하제일의 외공(外功)이었다. 그는 보도(寶刀)을 맞고도 피를 흘리지 않는다. 그의 피부는 보도보다도 끈질기다. 그래서 그는 갑옷을 걸치지 않았다.
한데, 그가 지금 천잠보의(天蠶寶衣)를 열 겹 껴입었다.
어디 그뿐이랴?
그는 외기(外氣)를 막는 천마호삭(天魔護索)으로 몸을 칭칭 휘감았고, 그 위에 금린대정갑(金鱗大丁甲)을 걸쳤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탓에 그의 거구는 더욱 거대해 보였다.
산(山)… 그는 하나의 금빛 산과 같았다.
그는 번쩍거리는 금빛 비늘이 달린 금린대정갑 자락을 펄럭이며 나타났다. 어깨에 이 장 길이의 천마추를 지니고!
"조심조심……!"
그는 바닥을 보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진세에 접촉할 경우 몸이 천분만열(天分萬裂)됨을 마박사를 통해 알게 되었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걸었다. 좌로 세 걸음 간 후 몸을 돌리고 우로 다섯 걸음, 우측으로 비스듬히 두 걸음 간 후 다시 돌고…….
흑강은 천마추를 둘러멘 채 마무정 쪽으로 다가섰다.
휘이이- 잉-!
금갑을 걸친 채 검은 흑진풍(黑陣風)을 헤치며 다가서는 흑강의 모습은 하나의 사천왕이었다.
마무정은 그 기세에 압도되어 석상처럼 뻣뻣이 선 채 흑강이 다가서는 것을 바라봤다.
"거, 거대(巨大)하군?"
마무정이 흠칫 놀라자, 흑강은 진도에 따라 마무정 쪽으로 다가섰다.
"나의 아버지는 나보다 한 자 더 컸다. 클클……!"
"그분은 일 장 삼 척 칠 촌이었지. 한 끼에 소를 한 마리 드시곤 했지. 크크……!"
마무정은 그의 두 눈을 볼 수 있었다. 흑강은 체구에 비해 아주 작은 눈을 갖고 있었다.
천잠사와 쇠사슬과 금갑으로 몸을 휘감은 흑강, 그는 마무정과 이 장 떨어진 곳에 이르러서야 몸을 세웠다.
"물론, 아버지는 죽었지. 그 덕에 나는 천하에서 가장 거대한 사람이 되었다!"
흑강은 치기 어린 투로 말하며 천마추를 천천히 쳐들었다. 팔백 관(八百貫) 무게의 천마추를 아주 가볍게 들었다.
선장(禪仗)과 비슷하게 생긴 천마추에서는 검은 빛과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 주인이 되려면… 내가 때려도 움직이면 안 된다!"
"때린다고?"
"마박사는 네가 신골(神骨)이라며 너를 죽이라 했다. 물론 그도 너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내가 그러하듯! 너는 여기 있는 세 사람 모두의 총애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잘생겼으니까!"
흑강은 싱겁게 말하며 천마추를 붕붕 돌렸다.
거대한 천마추는 풍차처럼 돌았다.
"조심! 꽤나 아플 거야!"
휘이이- 잉-!
흑강은 천마추를 휘둘러 마무정의 등판을 후려쳤다.
콰아아- 앙-!
바윗돌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마무정의 입이 쩍 벌어졌다.
피(鮮血),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 나왔다.
"정말… 아프군. 그러나… 나를 혼절시키지는 못해!"
마무정은 선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마병진의 기세에 압도당하는 가운데에도 이화접목(移花接木)의 술법을 써서 흑강의 천마추를 막아낸 것이다.
"나는… 네가 존경스럽다. 그렇다고 매를 중단할 수는 없다. 나는 머리가 나쁘고, 마박사는 머리가 좋아. 그래서 나는 늘 마박사 말을 듣지!"
흑강은 또다시 천마추를 휘둘렀다.
퍽- 퍽-!
마무정은 잇따라 등과 배를 격타당했다. 뼈가 박살나고 창자가 조각조각 끊어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그는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고 참아냈다.
아니, 참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폭발시키지 못한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대인(大忍)!
그것은 이미 그의 모든 것이 되어 있었다.
비록 천 일 간의 기억은 잃었을지라도, 잠재된 대인법은 그를 지키는 가장 완벽한 수단이 되어 있었다.
흑강은 쉬지 않고 천마추를 휘둘렀다.
"죽는다 해도 그대를 존경하오, 작은 거인(巨人)!"
흑강은 난생 처음으로 눈가가 시큰해짐을 느낀다.
지난 나흘 간, 그는 그가 생각하고 있던 모든 것을 능가하는 가장 완벽한 힘을 볼 수 있었다. 뼈에 금이 가고 터진 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도 미소짓는 마무정의 얼굴에서, 그의 젊은 눈동자에서 흐르는 우수의 빛 뒤에서…….
흑강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무공이 아니야. 이것은 가장 강한 것이야. 바로 인간의 정신이다!'
그는 존모지정을 느끼며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을 흘렸다.
그가 존경했던 그의 아버지 흑철(黑鐵)이 죽었을 때에도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한데, 그가 지금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조아리며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자청해서 그대의 종이 되겠소! 그대는 천마단(天魔丹)을 얻고, 나의 주인이 될 것이오."
그의 앞, 혈구(血球) 같은 존재 하나가 있었다.
흑강이 휘둘러댄 천마추 가운데 근골이 으스러지고 마병진(魔兵陣) 가운데로 들이닥치는 암경으로 인해 살가죽이 허물어진 어떠한 것.
"……!"
그는 미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마무정, 그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보라!
가공할 힘이 그의 몸 안으로 흘러들고 있지 않는가?
오오, 천마십병(天魔十兵)!
열 자루의 마문병기들로부터 엄청난 마기(魔氣)가 일어나 빛줄기가 바위산을 덮치듯이 마무정의 몸을 휘감았다.
파팟팟- 팟-!
번갯불이 바위를 때리며 불똥이 튀듯, 무지개가 끊어져 일곱 가지 빛이 흐트러지듯, 마무정을 향해 십대천마기강(十大天魔氣剛)이라 불리는 천 년의 힘이 퍼부어지기 시작한다.
하늘(天)도, 땅(地)도 그 힘을 흩트릴 수 없었다.
흑강은 그 힘으로 인해 이십 장 밖으로 퉁겨진 후였다.
아아, 천 년의 힘이여!
보라! 열 자루의 마검(魔劍)이 가공할 파공음을 내며 위로 떠오르는 것을.
무서운 소리가 거듭되며 천마십병은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무적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열 자루 마병!
제일검 마왕검(魔王劍)!
그 안에는 오행마력(五行魔力) 중 제일이라는 금마단기(金魔丹氣)가 깃들여 있다.
금마단기는 황색 안개로 나타나 마무정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제이검 파천황(破天荒).
그 안에는 수마단기(水魔丹氣)가 들어 있고, 그 힘은 백색 안개로 화해 마무정의 몸 안으로 덮쳐 들었다.
제삼검 유라마검(幽羅魔劍).
을목단기(乙木丹氣)를 품고 잠자던 마검은 안개를 피웠다.
제사검 장한(長恨)에서는 화마단기(火魔丹氣)가, 제오검 만사(萬邪)에서는 토마단기(土魔丹氣)가 일어났다.
그 외, 제육검 귀황(鬼皇)에서는 귀마단기(鬼魔丹氣)가 일어났다.
제칠검 흡혈마검(吸血魔劍)에서는 혈마단기(血魔丹氣)가,
제팔검 용무마검(龍霧魔劍)에서는 용마단기(龍魔丹氣)가,
제구검 천마혈검(天魔血劍)에서는 마마단기(魔魔丹氣)가,
제십검 영세멸검(永世滅劍)에서는 멸마단기(滅魔丹氣)가 안개로 화해 흘러 나왔다.
열 가지 금속의 기운은 마무정의 혈맥 안으로 흘러들었다.
콰아아- 콰아아-!
화산이 잇따라 터지는 듯, 엄청난 힘이 동시에 덮쳐 드는 가운데 하나의 단(丹)이 형성되고 있었다.
천마단(天魔丹).
가장 강하고 가장 신비한 힘, 그 힘이 마무정의 몸 안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부서지지도, 깨어지지도 않는 천마단공(天魔丹功)이 지금 속성되는 것이다.
마치 불(火)로 철을 단련하듯이, 마무정의 몸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기경팔맥(奇經八脈)이 끓는 기름불에 가득 찬 듯 사지백해(四脂百骸)로 열류가 퍼져 나갔다.
그 힘은 혈맥의 막힌 곳을 잇따라 뚫고 지나갔고, 돌연 천지현관(天地玄關)이 무너지며 현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아, 찬연한 마무(魔霧)!
마무정의 털구멍에서는 악마의 안개가 온갖 빛을 뿜으며 흘러 나왔다.
꽃뱀 떼가 몸을 휘감은 듯, 색색의 고운 비단천이 몸을 칭칭 동여맨 듯!
마무정의 몸은 칠채마무(七彩魔霧)에 휘감겼다.
마무정은 결가부좌한 자세였다. 그의 몸 주위에는 뿌연 안개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정말 믿지 못할 일이 그의 신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정수리 쪽에서 딱딱한 피딱지가 갈라지며, 눈같이 흰 피부가 나타난 것이다.
탈태환골지경(脫胎換骨之境)!
마무정은 천마십관을 거치는 가운데 얻은 모든 상처를 허물로 벗어 내고 있었다.
허물 가운데에는 보드랍고 흰 피부가 들어 있었다.
여인의 속살보다도 희고, 비단보다 부드러우며, 질기기는 천잠사보다 더한 피부였다.
마무정은 또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의 길은 이제야 완성되는 것인가?
백팔주천(百八週天) 운기행공(運氣行功) 이후에야 마무정은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가 처음 느낀 것은 허공마냥 가볍게 느껴지고 뱃속에 활화산(活火山)이 든 듯이 힘이 넘친다는 것이고, 그가 처음 본 것은 마병야 호연굉이 흑강과 더불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감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이제… 저희들의 주인이십니다!"
"오오, 전 마가(全魔家)의 위대한 통치자여! 그대로 인해 전 마가의 숙명이 달라지고, 강호사(江湖史)가 새로 이룩될 것이오!"
두 사람은 흐느끼고 있었다.
마병야의 품에는 하나의 금합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이 곳을 세운 삼십일대 혈화삼이 남긴 유품이었다.
마가십천무경(魔家十天武經),
육대비전(六大秘傳),
사대천마수(四大天魔手),
대총수령(大總帥令),
정패일개(正牌一個),
부패십개(副牌十個),
마가천년사(魔家千年史),
마가대전(魔家大典)…….
금합 안에는 전 마가 대총수에게 전해지는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그 중에는 유지(遺旨)도 하나 있었다.
마무정이 제일 먼저 본 것은 그것이었다.
<마가는 천 년 간 분열되었다. 그리고 분열되었기에 천하를 얻지 못했다.
마가의 적은 백도와 변황이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전 마가의 제일대(第一代) 대총수(大總帥)이고, 그는 이전의 이름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리라!
혈화삼(血花衫) 주도하의 마가조직은 이제 없다. 이제는 천하를 휩쓸 한 줄기 바람이 있을 뿐이다.
그대는 바로 마풍(魔風)!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그대의 발 아래 복종하리라!
그대에게 전할 것 중 가장 거대한 것은 마화성(魔花城)이다.
그 성은 제사장로(第四長老) 주도하에 건립되고 있다.
그는 여인(女人)이고, 비천검대(飛天劍隊)를 이끌고 있다.
그가 죽었다면 그의 전인이 남아 그대를 기다릴 것이다!
그는 대총수의 능력을 시험한 후 충성을 맹세할 것이고, 제일 처음 일천 천마응(一千天魔鷹)을 바치리라!
그녀는 과거 혈화응방(血花鷹坊)의 우두머리였다.
그녀를 거둬 대순찰(大巡察)로 삼으라!
그녀는 마화성을 대총수에게 바칠 것이고, 곧바로 제오장로(第五長老)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
제오장로는 백도(白道)에 잠입해 있다.
그 역시 대총수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살아 대총수를 만나지 못하게 될 경우, 선택된 후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하게 된다!
여기 있는 제일위검대(第一衛劍隊), 제이비검대(第二秘劍隊), 제삼천마병대(第三天魔兵隊)의 수좌(首座)들과 천하 각처에 퍼진 일곱 장로들을 모두 거느리고 천하를 얻으라!
그대는 마풍(魔風)! 천 년의 힘으로 천하를 지배하리라!
이 일을 위해 우리 선배 혈화삼들은 모든 것을 바쳤노라!>
삼십일대 혈화삼의 글은 피를 끓게 했다.
전 마가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전 마가에 남아 있지 않았고, 천하에 퍼져 있었다.
그 일은 구대마가조차 모르고 있던 가공할 비밀이었다.
제일위검대(第一衛劍隊)!
대총수를 바로 곁에서 보호한다.
인원은 일천(一千), 우두머리는 흑강(黑剛).
제일위검대는 일 년(年) 안에 만들어져야 하며, 대총수의 출관과 더불어 활약을 개시한다.
제일위검대가 하는 일은 대총수의 신변 보호.
대총수을 대신해 죽어야 하는 대총수의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
위검대에 드는 사람은 최소한 백 년 공력이어야 함!
마고 안의 영단을 쓰면 내공을 속성시켜 고수를 만들 수 있음!
제이비검대(第二秘劍隊)!
대총수를 뒤에서 보필한다. 인원은 일백, 우두머리는 마박사 후백.
제이비검대에 든 사람은 마학사(魔學士)라 불리며, 마도 대총수에게 천하를 다스릴 계략을 충고한다.
제삼천마병대(第三天魔兵隊).
우두머리는 마병야, 인원은 제한이 없고 하는 일은 대총수의 직전 휘하제자들에게 마병장기를 공급해 주는 일임!
제사비천검대(第四秘天劍隊).
응방(鷹坊)이기도 하며, 순찰당(巡察堂)이기도 함.
제오나찰검대(第五羅刹劍隊).
일명 화왕검대(花王劍隊)!
제육해검대(第六海劍隊),
제칠마왕검대(第七魔王劍隊),
제팔혈왕검대(第八血王劍隊),
제구밀검대(第九密劍隊),
제십밀검대(第十密劍隊)…….
마무정에게는 모든 것이 전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을 다스려 뜻을 이루는 길뿐이었다.
마무정의 눈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무도 그 깊이를 모를 정도로 유심(幽深)하며, 모든 기운을 빨아들일 정도로 깊고, 어떤 때에는 샛별 마냥 반짝거리기도 했으나 늘 담담했다.
그는 천병지기를 얻는 동시에 혈화공(血花功)을 완성시켰고, 이전에 갖고 있던 모든 공력을 하나로 융합시킨 것이다.
"마병야와 흑강! 그대들보다 내게 고생을 시킨 마박사란 사람을 보고 싶었는데, 그는 왜 얼굴을 보이지 않는가?"
마무정이 물었다.
"그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죽으라는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우 너른 방이다.
본시 이 방에는 만여 권의 고서가 있었다. 그것은 모두 진귀본들이었는데, 어느 날 소각되었다. 그리고 서가는 부서졌고, 서탁 위에는 바둑판과 장기판이 놓였다.
무서재(無書齋).
매우 기묘한 이름이 붙어 있는 서재.
이 곳이 바로 천하제일뇌(天下第一腦) 마도제일학(魔道第一學)이라는 마박사의 거처였다. 그의 거처에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은 지극히 흥미있는 일이었다.
"자결을 명해 주십시오, 대총수! 부탁이라면 깨끗한 시체를 남기게끔 하여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훗날, 저를 숭배하는 마도의 학자들이 제 시신을 보고 절을 하며 울 수 있게끔!"
마박사는 아예 수의를 걸치고 있었다.
마무정은 일 각 이전, 무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마박사는 재미있는 사람이오!"
마무정은 이제껏 방 안을 둘러보다가 처음으로 말했다.
"재미있다니요?"
"어이해 방 안에 책을 두지 않소?"
"그것은 책을 다 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부는 불행히도 기억력이 너무 좋아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흥! 그럼 모든 책을 다 외우고 있단 말이오?"
"예."
"그럼… 걸어다니는 서고(書庫)겠구려?"
"그, 그렇습니다."
"훗훗… 나와는 다르구려."
"예?"
"나는 잘 잊는다오."
마무정은 한쪽 눈을 찡긋했다.
마박사 후백, 그는 천마십관 안에서 마무정을 죽이려 했다.
그는 마무정이 그 일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죽이리라 믿고 수의를 입고 있었는데, 마무정은 그에게 죽음을 명하지 않았다.
"속, 속하를 받아들이시는 것입니까?"
마박사가 감격해 말했다.
"그대는 나를 도와야 하오! 이후 내내, 그대는 나의 가장 좋은 벗이며 말상대가 되어야 하오!"
"감… 감사합니다!"
마박사는 넙죽 절을 했다.
마무정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마박사,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오?"
"두 가지입니다!"
마박사의 대답에는 쉼이 없었다.
"두 가지?"
"첫째는 속하에게 외부의 정황을 소상히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야 속하가 마병책을 꾸밀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출관에 앞서 육대비전(六大秘傳)과 사대천마수(四大天魔手)를 익히시는 것입니다!"
육대비전은 가공할 마도절기이다. 그것은 하나하나 일파를 이룰 만한 방대성을 지니고 있다.
마마비전,
백수비전,
천요비전,
기병비전,
축융비전,
혈해비전.
육대비전은 바로 구대마가의 가장 완벽한 수법이었다. 그리고 사대천마수는 구대마가의 마공을 찰나적으로 녹일 수 있는 무공들이었다.
사우마검(死雨魔劍).
검기를 빗방울처럼 뿌려 백 장 안을 일거에 도륙내는 어검강살(馭劍剛煞)이다.
죽음의 비처럼 만물을 녹이는 악마의 검이다.
뇌정마라궁(雷霆魔羅弓).
가공할 힘을 지닌 지공(指功)으로 발출할 때 큰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는 상대의 기혈을 일순 막히게 한다.
그리고 백 장 거리에 파괴력을 가하는 지력이 일어나 상대를 도륙낸다.
천폭혈화참(天爆血花斬).
마도사상 가장 가공할 장초(掌超).
소리를 내지 않는 가운데 피꽃 같은 혈영(血影)이 흐르고, 피의 그림자에 스치는 자는 형체도 없이 허물어져 죽고 만다.
혈화등천무(血花騰天舞).
사대천마수 중 가장 위력적인 수법으로, 다수의 적이나 소수의 적이나 가리지 않고 모두 참살하는 수법이다.
신법이기도 하고, 검법이기도 하고, 장법이기도 한 혈화등천무!
모든 시련은 그것을 익힐 기재를 찾기 위함이었다.
대총수란 지위는 그 무공을 익힐 수 있는 근골과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 갖는 지위를 말한다.
모든 것은 천 년에 걸쳐 모아졌다.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두 가지 이상 갖지 못했었다.
아아, 운명인가?
마무정이 천 년의 모든 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