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훈련 팀장 이승환입니다.
최근 습했다가 뜨거웠다가 하는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많은 달리기 교실 회원님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 단체톡방에 올려드렸던 일사병, 열사병, 여름철 달리기에 대한 내용들 확인하시고 사고없는 즐거운 달리기 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몇몇분에게서 달리기 자세, 훈련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로 답변을 드리려다가 많은 분들이 함께 읽고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공개적으로 답변드립니다. 아무래도 치료사 생활을 오래했고 그 분야로 공부를 했다는 것을 달리기교실 회원님들이 많이 알고 계시니까 더 여쭈어보시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훈련 팀장이라는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으니 제게 더 많은 관심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죄송그럽게도 딱. 깨끗한, 시원한, 클리어한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고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때라면 정말 신이나서 하루종일도 떠들었을 겁니다. 스스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조금은 낯이 뜨거운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벼가 조금 익었다고 할까요. 내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생각하던게 어떤.. 새발의 피..? 정도로 느껴지다 못해 제가 우주의 먼지가 되어있는 느낌을 받는 요즘입니다.ㅋㅋ
그래도 질문해주신 회원님들에 대한 답변은 드려야하기에 부족하지만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떠들어보겠습니다.
아! 바쁘신 분들을 위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상황따라 다르다" 입니다. 바쁘신 분들은 일 보셔요.ㅋㅋ
1. 달리기를 할 때 우리 몸의 중심을 낮게 유지해야하나요?
치료사들 사이에서 "우세(dominant)"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간단히, 스쿼트를 할 때 고관절, 무릎, 발목이 적절히 움직이면서 앉고 서기를 반복하는데요. 이때 무릎의 사용이 높은 스쿼트를 하는 사람을 무릎 우세 스쿼트, 고관절의 사용이 높은 스쿼트를 하는 사람을 고관절 우세 스쿼트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무릎을 많이 사용하는, 고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는 바로 체형의 차이로 결정됩니다. 다리가 긴지, 다리가 짧은지, 골반이 넓은지, 골반이 좁은지, 허리가 긴지, 허리가 짧은지 또는 유연한지, 유연하지 못한지. 또는 무게를 많이 칠 것인지, 횟수를 많이 다룰 것인지 등 개인의 신체적인 조건에서 환경 조건, 목적까지 고려해서 스쿼트의 방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달리기 자세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신체 특성이, 빨리 달리기 위함인지, 오래 달리기 위함인지 또는... 내가 다치거나 부상이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자세를 찾아가고 만들어가 가는 것입니다. 무작정, 중심이 낮은 것이 좋아. 운동 중심이 어디 있는게 좋아. 회전축이 어디 있는 것이 좋아 라는 말은 교과서 적인 답변일 뿐 그 질문을 하는 당사자에게는 그닥 도움되는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달리기를 할 때 중심이 낮게 잡혀있는 분은 고영석 전회장님, 이진철 회원 정도입니다. 이 두분의 특성은 하체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입니다. 중심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무릎, 고관절의 운동범위가 훨씬 커져야하는데요. 이 큰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들이 42km를 뛰려면 얼마나 많은 힘과 에너지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래서 하체 근력, 지구력이 뛰어난 분들은 체중심을 낮게 해서 최대한 하체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그래서 이런 컨디션의 회원님들은 비교적 높은 하체 사용율 때문에 하체 근육에 걸리는 스트레스를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생기는 것입니다(그런데 하체 근육 우세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은 대게 허리 부상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영석형님이나 진철회원처럼 하체 근력이 탄탄하지 못한 저는 어떻게 할까요. 저는 신체 중심이 높아지지만 않도록 유지하고 회전력을 사용한 달리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는 척추 골반의 회전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팔 다리로 전달만 한다는 느낌 또는 채찍처럼 손잡이에서 툭 쳐서 채찍 끝에서는 큰 움직이 발생하게하는 느낌을 가지고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골반 척추의 회전력을 바탕으로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은 장점을 부각시기키 위해 골반 척추의 회전력과 회전력 코어를 발달시킬 수 있는데 집중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하체의 지지력과 에너지 전달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보조 운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심에 대한 주제를 일단락하면, 중심이 높으면 안된다는 OK, 모두가 중심을 낮게 유지해야한다는 No,
2. 케이던스와 발의 착지.
정말 오래된 논란 주제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논란이 된다는 것은 답이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풀코스를 뛰는데 케이던스가 188-192를 왔다갔다합니다. 21km는 190-195, 10km와 5km는 195이상이 나오는데요. 조깅 할 때에는 167...170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케이던스는 속도가 느리면 낮아지구요. 속도가 빨라지면 높아집니다. 문제는. 속도가 빨라져도 케이던스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반대로. 속도가 느려졌는데 케이던스가 낮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셔야합니다.
6분대 7분대 느린 조깅을 할 때에 케이던스가 180 이상 190 이상가는 훈련은.. 예를들어 5km, 10km를 전력으로 뛰고 있는데 케이던스가 180도 나오지 않는다면 당연히 케이던스가 너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높은 케이던스를 경험하고 케이던스를 조금 더 높게 달릴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 맞습니다. 필요에 따라 케이던스 "훈련"을 위해서 느린 조깅을 하며 케이던스를 높게 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6분대 7분대에서도 185 이상 높은 케이던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는 것입니다.
최근 훈련 프로그램 설계를 위해서 공부하고 있는 책이 있는데요. 이 책에서 적정 케이던스를 180정도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케이던스가 높아도 낮아도 지면에 쿵쿵쿵 찍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드러운 롤링을 유지하는 것이 충격, 부상과 관련이 더 깊다고 이야기합니다.
케이던스에 대한 이야기의 흐름은 대게 이렇습니다. 높은 케이던스는 보폭이 짧고 체공시간이 줄어든다. 체공시간이 짧다는 것은 수직 진폭이 낮아 착지시 충격이 덜 하고 부상의 위험이 줄어든다. 또는 낮은 케이던스는 보폭이 크고 체공시간이 길다. 체공시간이 길다는 것은 수직 진폭이 높아 착지시 충격이 커지고 부상의 위험이 늘어든다. 는 논리의 흐름입니다. 완벽합니다. 논리의 흐름이.
하지만 단순히 케이던스의 높고 낮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케이던스가 낮아도 부드러운 롤링이 나오는 사람이 있고 케이던스가 높아도 턱턱턱턱 찍으며 끊키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내지 않고 부드러운 다리 동작으로 충격을 희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착지법의 중요성이 튀어나옵니다. 부드러운 롤링을 위해서는 착지법이 중요합니다. 미드풋이라고 포어풋이라고 부드러운 착지다. 뒤꿈치 착지는 충격이 크고 부드럽지 못하다가 절대 아닙니다. 힐 풋으로도 세계대회 상위권에 들어가는 선수들 많구요. 포어풋 미드풋으로도 입상은 커녕 부상에 시달리다 달리기 그만두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직접 느낌을 찾아보고 해보셔야합니다. 내가 포어풋 착지도 일부러 해보구요. 미드풋도 해보구요. 힐풋도 해봐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끼기에 충격이 덜하고 달리기를 하는데 부드러운 자세가 유지되는 착지법을 선택해서 훈련하는 것입니다.
3. 달리기 자세 교정, 체형 교정.
제가 체형교정.. 도수치료.. 운동 치료 재활 이쪽으로만 10년을 굴러먹었는데요...음... 치료사들도 책이나, 연구나, 교육같은데서 이야기 하는 체형 교정, 자세 교정, 운동 치료 및 교정의 자신이 공부하고 배운 "기준"을 너무 일반화 하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농담반 진담반 디스할 때 이런 말을 합니다. 망치를 들고 있으면 사람 머리도 못으로 보인다. 달리기를 하는 또는 달리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책, 연구, 교육과 같은데서 하는 이상적인 달리기에 대한 기준을 너무 필터없이 불특정다수에게 일반화해버리는 오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개인의 직업. 택배, 현장 업무, 사무 업무, 육체 노동이 격한 업무, 운전, 정신적 스트레스 등 어떤 일을하는지에 따라 체형이 변하고 인체가 받는 스트레스의 그 위치도 변할 것입니다.
운동 경험.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 크로스핏, 자전거, 트레일 러닝 등 즐겨해왔던 운동과 취미생활에 따라 운동 신경의 발달 정도가 다릅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저항력도 다를테구요.
취향. 빠르게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함께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혼자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목표하는 것이 기록인지. 완주인지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기 또는 운동의 목적이 바뀝니다. 목적이 다르면 방법이 바뀌고 그 방법에 따라 우리 몸도 맞추어 변할 것입니다.
대충 생각나는 요소들만 나열해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달리는 사람이 10명이면 달리는 자세는 1000가지보다 많을 수도 있겠구나"
달리기 자세, 체형, 운동 치료 및 교정 등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이유입니다. 단순히 지금 내 눈 앞에서 달리는 자세는 앞서 말씀드린 요소들의 집합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요소과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내 눈 앞에서 이렇게 뛰고 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달려보라고 하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독이되는지 득이 되는지는 조언을 하는 사람으로서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고 조언을 구하시는 분들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자신의 히스토리와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고 또는 파악하지 못한 저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고민해보셔야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고민해보고 경험해보고 느껴보며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제일 빠르고 정확합니다.
결론. 그래도. 조심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는 확실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내 몸의 감각을 느끼는 센서를 켜두세요. 달리기를 할 때, 움직일 때, 몸풀기를 할 때, 드릴 운동을 할 때, 인터벌을 할 때, 지속주를 할 때, 근력 운동을 할 때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오늘 조깅을 할 때는 내 발목을 한번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발목을 바깥으로 깠다가, 안쪽으로 깠다가, 뒤꿈치로 딛었다가 앞꿈치로 딛었다가를 고민하고 "느껴" 보세요. 또 오늘은 내 무릎을 조금 더 구부리고 조깅할까. 펴서 조깅할까. 무릎을 바깥쪽으로 놓아볼까. 안쪽으로 놓아볼까. 몸을 조금 더 회전시켜볼까. 턱을 당겨볼까 어깨 힘을 줘볼까. 어깨 힘을 빼볼까. 어깨를 앞으로 당겨놔볼까 뒤로 잡아볼까.
오늘 인터벌을 할 때, 지속주를 할 때 속도를 조금 늦추고. 나의 달리기는 다리 힘으로 차고 나가는지. 롤링은 이렇게 하는것인가 저렇게 하는 것인가. 무릎을 든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뒤꿈치를 엉덩이로 당긴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골반이 안정화 된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이런 힘을 주는것인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온 몸에 감각들에 하나하나 집중하고 생각하며 물음표를 던져가면서 스스로 느끼고 적절한 조언과 훈련이 들어갔을 때. 한마디 조언이었지만 100개 1000개로 효과가 터져나올 수 있습니다. 내 안에 감각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100만원짜리 1000만원짜리 레슨, 킵초게가 와서 가르쳐 줘도 못 받아 들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쭉 써 놓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정말 무책임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들만 장황히 늘어 놓은 것 같으나.. 훈련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솔직하게 쓴 글이니. 천천히 읽어보시고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저 역시 훈련 팀장으로서 "기록"보다 "건강한" 달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도움이되는 자료들이 있다면 밑에 댓글에 첨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함께 만들어가든 달리기 교실이라는 부분.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달릴때 감각의 센서를 켜놓고 집중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나 자세하게 글로 알려주신 훈련팀장님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를 모르고 무작정 달리는것 같습니다. 먼저 이것부터 내 자신에게 물어본후 다음 순서로 넘어가야할것 같네요.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
되게 수준 높은 글이네요~~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하지만 지금도 '이게 나에게 최선, 최적의 방법인가?'는 의문입니다. 항상 물음표와 느낌표의 반복일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만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더라고요. 해답은 그렇게 쉽게 빨리 얻어지지 않겠습니다만 부지런히 하다보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요즘 한계를 느끼고 한참 롤링의 느낌을 알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달려보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개선하려는 의욕이 발전의 가장 큰 동기가 아닐까 싶네요.
많은 도움이 되는 소중한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