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시사회를 다녀왔다.
2023.12.13.
2023년 한 해를 갈무리하는 12월 12일 밤,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의 제작사 초청으로 시사회에 다녀왔다. 좋은 자리, 좋은 시간이라는 대접에 감사했지만, 늦은 시각 8시 반 시작하여 11시가 넘어서 끝났으니 약간은 비몽사몽이었다. 그래도 궁금했던 관심은 과연 이전 영화 [명량]이나 [한산]보다 재미있는가? 잘 만들었는가? 사실(史實)이 반듯한가? 등이었다.
한마디로 노량해전에 관한 기대가 컸던 탓인지, 대략의 내용을 아는 탓인지,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재미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한산보다는 낫고 명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 나만의 생각이다. 시사회에 함께한 배우들은 촬영하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울컥울컥했다는 걸 강조했는데, 도대체 내 눈물은 어디에 숨어 있던 걸까?
과연 충무공 이순신의 그 장엄한 죽음을 [노량]은 어떻게 묘사할까?
실록에 기록된 좌의정 이덕형의 치계만 보더라도 전투는 치열했다. “한참 혈전을 하던 중 순신이 몸소 왜적에게 활을 쏘다가 왜적의 탄환에 가슴을 맞아 선상(船上)에 쓰러졌다.”라고 하는 데, 이 영화는 장엄하게 북치는 이순신으로 화면을 가득 메운다.
왜놈의 총에 맞는 다이내믹한 전투 상황,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했던 드라마틱한 전사 상황, 그 애통의 순간에 대비하여 일부러 준비했던 손수건은 한 번도 꺼낼 일이 없었다. 과연 나처럼 선입견 없이 보는 분들은 정말 울컥하고 슬펐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옆자리 중년 남자를 힐끗힐끗 쳐다보니, 아뿔싸, 이 분은 조는 걸까, 자는 걸까. 아마도 너무 늦은 시각이라 그렇겠지?…
사실(史實)문제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노량해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거북선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전선 끼리 부딪쳐 깨뜨리는 충파도 이전 영화와 동일하고, 배에 올라 칼싸움을 벌이는 백병전도 난무했다. 정유년 9월 16일 난중일기 명량에만 등장하는 항왜 준사는 영화 한산과 마찬가지로 노량에서도 맹활약하며 의(義)의 전쟁을 강조한다.
노량해전의 인물로 이운룡, 송희립, 이회, 이면, 진린, 등자룡 등이 등장하지만, 정작 실록의 기록에서 통제사 이순신과 함께 전사하는 가리포첨사 이영남, 낙안군수 방덕룡, 흥양현감 고득장 등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부제가 ‘죽음의 바다’인데 함께 죽은 이들의 이름은 죽음의 바다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은 바다를 가득 메운 전선과 함대의 장엄함, 밤하늘을 수놓는 격전의 불빛 등 전투 장면은 통쾌하고 영상 기술은 탁월했다. 또한 묵직한 배우들 즉 이순신 역 김윤석, 시마즈 요시히로 역 백윤식, 도독 진린 역 정재영, 부총병 등자룡 역 허준호 등의 중량감 있는 연기가 영화의 신뢰를 더해주었다.
색다른 장면도 있었다. 영화 명량에도, 한산에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아내, [방씨 부인]이란 자막이 큼지막하게 떠올랐다. 냉철한 아내를 연기한 배우 문정희가 영화 속 유일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순간 후손이란 특수관계로 내심 반가웠던 게 사실이다. 살짝 뜬금없다는 생각 뒤로 그토록 강조했던 방덕룡 장군을 대신했나? 혼자서 되뇌었다. 하기야 아내 온양방씨와 어머니 초계변씨, 두 여인의 존재는 이순신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자 의지처였으니 죽음의 순간 너무나 당연한 연출이었다.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의 10년 대장정 그 마지막 작품이다. 관객 동원을 생각하면 국내 상영 영화 역대 1위를 기록했던 2014년 7월 최민식 주연의 [명량]은 1,761만 명, 상대적으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2022년 7월 박해일 주연의 [한산]은 726만 명이었다. 과연 이순신 최후의 해전, 최대의 전과였던 노량해전의 영화, 2023년 12월 20일 개봉하는 김윤석 주연의 [노량]도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는 최대의 성과를 기원한다. 온 국민이 이순신 열풍에 휩싸이는 연말연시였으면 좋겠다.
역사영화를 흥행 예술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때, 역사적 이성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로 접근함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와 예술 그 실체적 진실의 차이를 얼마나 근접하는가의 책임은 제작자의 사명으로 넘기더라도, 사실적으로 조선 최대의 국난 임진왜란을 극복한 위대한 장군이 충무공 이순신이라는 진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늘날 우리 국민 모두 겪고 있는 <위기의 시대>, <분노의 시대>의 난관을, 충무공 이순신의 애민과 구국의 정신으로 극복했으면 좋겠다. 위기를 극복하고 분노를 절제하는 이순신의 차원 높은 리더십이 난세를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속에 시나브로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새삼 영화 예술의 순기능에 기대여 의지하고 싶다.
“전방급신물언아사(戰方急愼勿言我死), 지금 싸움이 한창 급하니 조심하여 내가 죽었다는 말은 내지 말라!” (이분의 행록과 유성룡의 징비록)
“휘언아사물령경군(諱言我死勿令驚軍), 내가 죽었다는 말을 숨겨 장졸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 (이항복의 백사집)
최후의 죽는 순간까지 승리만을 생각했던 이순신 장군, 자기의 죽음보다 자신의 사명을 먼저 생각했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 그 마지막을 돌아보는 [노량:죽음의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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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먼저 보실 기회를 가지셨군요. 저도 20일 개봉하면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감상문을 읽으니 제 예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영화를 역사적 사실로 인식하는 국민이 많은 현실에서 좀 더 이순신의 올바른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방덕룡이 나오지 않는 노량 영화는 오아시스 없는 사막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지극히 개인적 소감이라 조심스럽습니다. 방씨부인으로 퉁치는 게 아니었기를 ㅎㅎ, 다른 어느 구석에 또 다른 내용이 있지 않을까, 총명한 정신으로 한번 더 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손수건을 가지고 영화관에 가려 했던 제 마음이..손수건은 고사하고 휴지 한 장도 지닐 거 같지 않은 마음이네요..ㅎㅎ
아마 명량.한산.노량의 선입견도 있을 테고..명량의 영화 한 편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전쟁의 이미지가 흐릴 수도 있을 테고..
그렇고 그럴 테지..하는 엉뚱한 상상도 작용할 거고..
아무튼 복잡한 감정들이 여러 생각들과 뒤엉킵니다.
볼까?. 말까?..갈등도 생깁니다..ㅎㅎ
아닙니다. 볼까 말까라니요. 반드시 가서 보셔야지요. 영화로서 장군님 최후의 순간을 거슬러 볼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감성 깊은 동자갑선님은 울컥 울컥, 눈물샘이 폭발하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금년에 절친 세 명을 한꺼번에 하늘나라로 보내고, 하도 울어서 눈물이 말라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는 역사, 영화는 영화입니다. 행여 제 소감문으로 영화 노량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일반적 생각으로 보면 충분히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방진님의 감상문을 기초하여 개봉하면 섬세히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거장 김한민 감독의 역작이고 대작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영화 그 자체로 보실 때 재미는 더해질 것입니다.
@방진 1593~1597까지 여수 웅천 송현마을(그때는 본영에서 배타고 8.5Km, 지금은 차타고 5분)에 함께 피난하여 시어머님을 모셨던 장군님의 부인께서 영화에 나오신다니 꼭 기다리고 보겠습니다~~~
유려한 필력으로 꼼꼼히 그려진 감상문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개봉날을 기다리는데 한산 만큼이나 실망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역사 영화는 가능한 한 사실을 근거하여 제작하면 흥행에 실패하는지...
전문가의 조언을 멀리하고 영리를 따지면 젊은이들의 역사관은 한 동안 흐트려질텐데...
또, 당연한 것처럼 거북선이 판옥선보다 해전마다 월등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인식하겠습니다.
영화라 생각하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공연히 개봉도 하기 전에 초를 친 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영화는 엄밀히 말해서 오락물입니다. 역사라는 학문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엄청난 영향력, 파급력 등 순기능을 고려하면 천만 관객을 쉽게 동원하는 거장 감독의 영화 [노량]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순신 연구가들이 그렇게 지적하고 조언하는 문제들을 모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로는 역사에 충실하려 노력한다지만, 현실적으로 흥행이 먼저일 테지요. 대승적 차원에서 이순신 정신이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우리도 많이 보고 주위에도 권유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도 개봉이 되면 다시 한번 볼 생각입니다. 혹시 깜빡깜빡하는 사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있나......꼼꼼히^^..... 감사합니다.
방진님의 시사회 감상문 잘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라 생각하고 꼭 봐야 겠습니다 감사힙니다
아직 개봉은 안 했지만 엄청난 호평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좋은 영화입니다. 꼭 보셔야지요.^^ 옥에 티는 일반 관객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노량, 관음포, 남해의 성지를 다시금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퇴각하는 왜 놈들 한 놈도 살려 두지 말았어야 하는데
일본 놈들이 다시 전쟁을 도발하면 그땐 반듯이 괴멸 시켜 버릴 작계를 세워야 합니다.
비분강개 하시니 일본놈들 감히 도발하지 못할거 같습니다. 화이팅!
노량죽음의바다 단상 해설문 잘 읽었습니다
영화를보게 되면 예비공부. 덕분에 잘 볼수있으러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사회에서 미리 보셨군요. 개봉 전이라 방진님의 글에서 사전 정보를 얻습니다. 개봉날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10년 장정의 결정판 입니다. 선입견 없이 재미있게 감상하세요^^
여수에서는 17일에 시사회를 했구요 김한민 감독님 배우들 다 보고 왔습니다 가까이 못오게해서 멀리서 봤습니다. 한마디씩하고 순식간에 가 버렸습니다. 김윤석배우님은 감기걸려서 마스크를 하고 오셨어요. 얼마나 연기들을 잘 하시던지 신들린 연기가 저런것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재미있게 잘 보고 왔습니다. 꿈에 나타난 아들 면을 구하지 못하는 애비의 심정이 느껴져서 그때부터 눈물샘이 터졌습니다. 손수건이 다 젖을정도로 많이 감동하면서 울면서 본 영화입니다. 많이들 가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드디어 눈물샘 터졌다는 분을 처음 만납니다. 다행입니다.^^
@방진 요 며칠동안 해설을 하면서 노량영화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데~~여자분들은 다 눈믈이 터졌다고합니다.
@천자총통 ^^
방진님의 영화 시사회 감상문을 먼저 읽고 봐야 겠네요. 이해가 되는 감상문 넘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요.
오랫만입니다. 감사하구요^^ Merry Christmas ^^
저도..어제 그제...봤어요. 방진님의 감상평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이제는 영화감독들의 시각에...면역이 많이 되어...좋은 점만 보려고..노력하고 있는 저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감사드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