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박지도 반월도-2
이제 ‘소망의 다리’로도 불리는 박지-반월간 퍼플교를 건넌다.
박지도에서 반월도로 가는 나무다리에서도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박지도와 반월도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랑에 빠졌다.
소망의 다리는 사랑하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두 섬을 이어준 오작교인 셈이다.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본 반월도는 커다란 이등변 삼각형 같다.
이쪽에서는 두 봉우리 중 뒤쪽인 대덕산은 보이지 않고 앞쪽에 있는 어깨산만 보인다.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바닷물이 금방이라도 다리 위까지 올라올 것 같다.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반월도 어깨산이 정면에 서서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다리 양쪽에서는 바다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배처럼 출렁인다.
반월도의 뱃길인 토촌포구와 포구에 정박해 있는 작은 배들도 점점 가까워진다.
반월도는 전체가 반월리로 되어있지만 두 개의 마을로 이뤄져 있다.
도선이 닿는 토촌마을과 대부분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안마을이다.
반월도는 해안선 길이 6.7km에 이르는 작은 섬으로 박지도보다는 약간 크다.
2019년 현재 57세대, 199명이 거주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 반월도에 들어서니
‘반월도 천사공원’이라 쓰인 표지석이 맞이한다. ‘어깨산 등산로’라 쓰인 이정표를 따라 산비탈로 오른다.
산길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퍼플교와 박지도, 안좌도의 풍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작은 토촌포구는 산 아래에 고요히 자리잡고 있다.
할아버지당의 딸인 딸신이 모셔진 딸당 역할을 하는 동백나무도 만나고,
원뿔형으로 쌓아놓은 돌탑들과도 눈을 맞춘다.
정상으로 오르는 숲길에서도 나무 사이로 다가오는 아기자기한 다도해 풍경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어깨산 정상(210m)에 도착하니 조금 전 건넜던 퍼플교가 안좌도와 함께 내려다보이고,
비금도와 주변의 작은 섬들도 나무 사이로 조망이 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 정도일 뿐
나무에 가려 사방으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을 시원스럽게 볼 수는 없다.
정상에서의 아쉬움은 동쪽 비탈로 내려서면서 해소된다.
정상에서 100m쯤 걸어가니 만호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바위에 앉아 바라보면 일만 가구가 보인다 하여 만호(萬戶)바위라 부른다.
만호바위 위쪽에 팔각정자도 있어 쉬었다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정자에 서니 안좌도는 물론 팔금도, 암태도와 압해도에 이르기까지 드넓게 전망이 트인다.
천사대교의 하얀 주탑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림 같은 풍경은 정자에서 10m 쯤 더 내려간 곳에서 펼쳐진다.
북동쪽으로 전개되는 다도해 풍경은 어떤 화가도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이다.
비금도와 도초도가 멀리서 병풍을 두르고, 그 앞으로 유인도인 상수치도‧수치도·상사치도‧하사치도와
수많은 무인도들이 배치되었다. 우목도·대장도·담박도·대서도 같은 작은 섬들은 지척에서 재롱을 부린다.
특히 초미니섬인 대서도는 두 개의 섬 사이에 백사장이 곡선을 그리고 있어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면 하의도·상태도·장산도와 주변의 작은 섬들이 섬 공화국을 이룬다.
바다너머로 멀리 해남과 진도의 산봉우리들도 자기존재를 드러낸다.
땀 흘리고 올라와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니 대견스럽고 오지다.
박지도와 반월도를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변길만 걷고 있을 때
우리는 약간의 발품을 팔아 눈부신 다도해를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달래면서 안마을로 내려선다. 반월도는 절골재를 사이에 두고 어깨산과 대덕산이
비슷한 모양으로 솟아 있다. 절골재를 지나 안마을로 내려서는데 마을 앞에 방파제로 연결된 노루섬이 재롱을 부린다.
노루섬 뒤로 장산도가 멀지 않은 거리에서 우뚝 서 있다.
북동쪽 멀리 목포와 압해도를 연결한 압해대교도 바라보이고, 그 뒤로 무안 쪽 산줄기들이 하늘금을 긋는다.
반월리 안마을로 내려섰다. 마을에는 폐교된 안좌초등학교 반월분교장도 있다.
마을 입구에는 반월마을 당숲(반월당)이 있다. 이 당숲은 2013년 (사)생명의 숲과 산림청이 주관한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600여 년 전 마을이 생기면서 심은
팽나무·느릅나무·후박나무·동백나무 등이 노거수를 이루고 있는 반월마을 당숲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다.
이제 1차선 도로를 따라 걷는다. 반월당까지 왔다가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200m 쯤 떨어진 노루섬으로 연결된 시멘트길은 바닷물이 차올라 이미 잠겨버렸다.
소망의 다리 입구에 도착한다. 다시 두 개의 퍼플교를 건너니 안좌도 두리선착장이다.
퍼플교와 박지도, 반월도를 바라보며 아쉬운 작별을 한다.
우리는 안좌면소재지에 있는 세계적인 화가 김완기 선생의 생가로 향한다.
일정은 팔금도 삼층석탑, 암태도소작쟁의기념탑, 자은도분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섬 투어로 이어진다.
오후 늦게 천사대교를 건너는데 석양빛이 다도해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2019. 5. 18)
*여행쪽지
-천사대교 개통으로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박지도, 반월도 등 4개면 8개 섬이 육지가 되었다. 그중 가장 남쪽에 있는 안좌도에서 박지도, 반월도를 잇는 나무다리와 두 섬을 일주하는 트레킹코스가 인기를 누린다.
-코스 : 안좌도 두리선착장→퍼플교→박지선착장→기바위→박지당→돌담길→박지선착장→퍼플교(소망의 다리)→반월도 천사공원→어깨산→만호바위→반월당→반월도 천사공원→소망의 다리→퍼플교→안좌도 두리선착장(9.6km, 3시간 30분 소요)
-난이도 : 약간 어려움(산에 오르지 않고 해변길만 걸을 경우 쉬움)
-출발지점 내비게이션 주소 : 신안 안좌도 두리선착장(신안군 안좌면 소곡리 597-1)
-안좌도에는 면소재지에 몇 개의 식당이 있다. 신정(061-262-9290)의 갈비탕, 한서네(061-271-6552)의 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