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세계에 자랑할 명품인데 … 두 가지가 부족해
18일 오전 10시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분화구 앞 산책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에도 등산복을 입은 20여 명이 분화구 쪽으로 올라간다. 해발 104m의 송악산은 분화구 안에 분화구 구조를 갖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중분화구’다. 하지만 분화구 쪽으로 난 길은 이미 많은 사람이 오간 듯 풀은 찾아보기 어렵고,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다. 산 근처에서 민박을 하는 이순주(55·대정읍 상모리)씨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레’ 바람이 불더니 요즘 이곳 산은 상처투성이”라며 씁쓸해 했다.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올레’로 제주의 자연이 신음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는 탐방객 편의를 명분으로 ‘인공길’을 만들어 자연훼손을 더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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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이 자연훼손 앞장=올레 10코스 중 최고로 꼽히는 송악산 올레길은 가장 제주다운 풍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근 산방산과 형제섬은 물론 국토 최남단 마라도까지 전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하지만 이 송악산은 요즘 중병을 앓고 있다. 올레길이 만들어지면서 탐방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 땅이 파헤쳐지고 일부 산책로에선 앙상하게 뿌리를 드러낸 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 ‘송이(Scoria)’라고 부르는 화산재알갱이 층 토양은 분화구 쪽으로 난 길에서 산 아래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탐방객들의 발길로 흙을 지탱하던 풀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송악산 산 정상의 경우 훼손은 더욱 심각하다. 중심부 제2분화구 둘레 500여m에 난 작은 길은 이미 맨땅이 그대로 드러났다.
더욱이 대부분의 올레 코스마다 화장실·휴지통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곳곳에 쓰레기도 방치되고 있다. 여기에 급증하는 탐방객들까지 겹쳐 환경훼손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2007년 9월 첫 올레 코스가 개장하면서 그해 올레 걷기 참가자는 3000여 명으로 추산됐지만 지난해의 경우 1년간 25만1000명이 올레 걷기에 나섰고, 올해는 10월 말까지 벌써 59만4000명이 다녀갔다. 김민정 제주올레 홍보팀장은 “올레 10코스의 일부 구간을 변경, 송악산 분화구 지대를 우회하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 탐방객들의 협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환경 무신경=‘자연 그대로의 소담스러운 풍광’을 모토로 내걸었던 올레길은 행정당국에서 의해서도 훼손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생이기정 길’이 대표적이다, 올레 12코스 중 당산봉 입구에서 용수포구 절부암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해안 절경이 빼어난 구간이다. 주로 낚시꾼과 주민 등이 이용하는 길로 가시덤불이 많았지만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가시풀만 걷어내고 안전목책만 설치한 뒤 자연 그대로의 흙 길로 만들어낸 곳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최근 2억7500만원을 들여 이 빼어난 풍경의 ‘생이기정 길’ 700m 구간을 인공 길로 둔갑시켰다. 현무암 판석으로 디딤돌과 돌계단을 까는 방법으로 연안정비사업을 끝낸 것이다. 제주도는 훼손된 연안을 보호하고 각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사를 펼쳤다고 부연 설명했다. “흙이 파헤쳐지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도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무암 판석을 깔면서 길 폭이 1~2m로 넓혀졌고, 정비를 이유로 주변 지층을 깎아내기까지 했다.
당장 올레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 길을 지나던 김민환(45·경기도 성남시)씨는 “자연 그대로의 흙 길을 굳이 혈세를 쓰면서 돌길로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환경 정비방안 마련 시급=탐라대 김의근 관광학부 교수는 “지금이라도 자연이 수용 가능한 적정 탐방객에 대한 예측조사와 휴식년제 도입 등 보호방안, 친환경적 올레길 정비방안 등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탐방객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레길 자체가 자연을 따라 조성됐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탐방객들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 이사장은 또 “아직도 관이 보는 관점은 토목공사적인 접근이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연길에 화강암이든 시멘트든 인공을 곁들이지 말라는 의미다.
첫댓글 진정한 여행객이라면 그만큼의 생각도 있을텐데 ... 걷는 여행에 관심도 없었고 ...
남들 가니까 가는 그걸 자랑삼아 얘기꺼리 정도로 하려는
사람들은 안왔으면 좋겠어요
동감!!~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제주 올레가 아파하고 있었네요..
올레길 중간중간에 쓰레기들 너무합니다~
올레가 아파하기 전에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았으면...
간세가 탐나는 일인... 바느질하는 간세마랑 올레길에 있는 간세... 누가 하나 구해도~~~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제 어는정도 제주올레는 충분히 알려졌으니까..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행사는 자제하는것이..
저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보니 훼손된곳이 많더군요..자연을 보존하는것 참 중요한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