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산청 수선사 -
햇살에 출렁이는 산속
멀리보이는 하늘과 산의 경계가 후련하고 유연하며 산은 첩첩하고 나무는 울울합니다.
산청(山淸)
산이 많고 물이 맑아서 산청,
직관적이고 내추럴한 지명입니다.
이보다 산청을 잘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세명의 장사가 나왔다는 삼장면을 휘감도 도는 덕천강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물빛이 어찌나 맑은지 그야말로 명경지수입니다.
넉넉하게 흐르는 물 따라 기암괴석과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어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입니다.
다시 여장을 꾸려 굽이굽이 펼쳐지는 구절양장(九折羊腸)길을 나서 지리산 응석봉 기슭에 있는 수선사(修禪寺)에 도착했습니다.
오지중에 오지인 산청에 관광객들이 들끓는 곳입니다.
산청을 단번에 유명하게 만든 사찰입니다.
수선사 주지 여경스님이 산비탈 다랑논을 파내면서 나온 돌과 물을 이용해 연지를 조성하고 그 위에 자연목으로 목책로를 만들었습니다.
목책로 입구에 '시절인연'이라는 작은 현판이 달려있습니다.
시절인연 네글자 속에서 수많은 법문(法聞)과 종지(宗智)를 듣습니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고 했던가요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꽃과 열매로 인해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따른다는 말입니다.
포교활동을 하지않아도 감동받을만큼 아름다운 사찰을 만들어 놓으니 사람들이 절로 모여드니 '도리불언 하자성혜'사찰입니다.
목책로를 지나 연지와 사찰을 감상할 수 있는 '꽃자리'카페에 들러 블루베리요거트로 목을 축였습니다.
카페 2층에서 연지와 목책로를 바라보니 흐릿하지만 마음 심(心)의 형태가 비칩니다.
응봉산의 부채꼴을 닮은 능선아래 아담하고 정갈한 수선사는 연지 외에도 수국꽃길과 사찰을 조성하면서 발견된 거북바위가 아름다움과 의미를 더해줍니다.
검은색 대나무 오죽이 들러싼 누각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보전이 나옵니다.
지리산에서 흘러들어온 용천수 한모금을 마시고 극락보전 기둥에 기대어 지리산을 음미해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새겨놓은 주련 기둥에 날개가 무지개처럼 빛나는 말잠자리 한마리가 무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갑니다.
아이 손바닥만한 말잠자리를 보고 있노라니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 설법으로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 떠오릅니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에 의지하고,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라는 말씀입니다.
잠자리가 알에서 태어나 하늘을 날기까지 자신의 껍질을 벗는 변태를 약 10번을 거칩니다.
어찌보면 잠자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유충으로 물속에서 생활할 때는 세상 험궃은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머물지 않고 과감히 허물을 벗어던짐으로서 물밖으로 나올 수 있고 잠자리가 되어서는 그 어떤 곤충보다 멋진모습으로 빠르고 정교한 비행을 하며 창공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잠자리는 두뇌의 80%가 시각이고 머리의 3/2가 눈입니다.
약 2만에서 3만개의 겹눈을 가지고 있어 이 모든 눈을 통해 한꺼번에 사물을 보고 주변을 360도로 볼 수 있습니다.
날마다 진보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말이있습니다.
부처는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진리를 찾으라고 합니다.
과장되고 어처구니없는 말로 들리겠지만 저 기둥에 붙어있는 잠자리야말로 법문을 수행하는 불보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연꽃이 피어있는 연지도 좋았지만 새삼 미물인 잠자리 한마리로부터 얻은 지혜의 공덕이 더 좋았던 수선사였습니다.
잠자리를 보면서 합장을 하고 이렇게 기원했습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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