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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외젠 스크리브 <귀스타브 3세 또는 가면 무도회>
대본 안토니오 솜마
초연 1859년 로마 아폴로 극장
배경 18세기말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그 교외(스톡홀름판)
17세기 말 미국의 보스턴과 그 교회(보스턴 판)
<2021 파르마 레조 극장 / 144분 / 한글자막>
필하모니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오케스트라 & 파르마 레조 극장 합창단 연주 / 로베르토 아바도 지휘 / 야코포 스피에리 연출
구스타보(리카르도)..........................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3세(뉴잉글랜드 보스턴 총독).....피에로 프레티(테너)
요한 앙카르스트룀 백작(레나토)......국왕의 친구이자 신하(총독의 비서실장)........................아마투브신 엔크바트(바리톤)
아멜리아...........................................앙카르스트룀 백작의 부인(비서실장 레나토의 부인).....안나 피로치(소프라노)
울리카..............................................점쟁이.............................................................................안나 마리아 치우리(콘트랄토)
오스카르...........................................총독(국왕)의 소년 시종..................................................줄리아나 지암팔도니(소프라노)
크리스티아노(실비노)......................수병................................................................................파비오 프레비아티(바리톤)
호른 백작(새뮤얼).............................총독(국왕)의 정적..........................................................카를로 치그니(베이스)
리빙 백작(톰)....................................총독(국왕)의 정적..........................................................파브리치오 베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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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베르디, 오페라 <구스타보 3세>, 2021년 파르마 왕립 오페라 실황
검열 탓에 제목을 바꾼 <가면무도회>의 원형, 뛰어난 음악성이 돋보인 실황
<가면무도회>(1859)는 1792년 발생한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3세 시해 사건에서 취재한 오페라다. 그러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부득이 배경을 18세기말 보스턴으로, 테너 주인공 이름도 구스타보에서 리카르도로 바꾸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부터는 원래의 스웨덴을 무대로 한 공연도 많아졌으니 <구스타보 3세>란 제목 덕분에 본 영상이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최신 <가면무도회>란 점에 주목하자. 테너 피에로 프레티, 소프라노 안나 피로치는 이탈리아 본고장의 정통파 발성과 연기를 펼치고, 세계적 바리톤으로 성장한 몽골의 아마투브신 엔크바트는 독보적인 음색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장조카인 오페라 스페셜리스트 로베르토 아바도의 지휘는 말할 것도 없다.
1857년 베르디는 나폴리에서 위촉을 받아 새 오페라에 착수했다. 원래 생각한 것은 <리어 왕>이었지만 포기하고,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3세의 암살을 다룬 프랑스 작가 외젠 스크리브의 대본을 선택했다. 이미 다니엘 오베르가 1833년 프랑스 오페라로 작곡한 바 있었지만 나폴리에서는 검열을 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배경을 일단 폴란드로 바꾸었는데 1858년 1월에 이탈리아인들에 의한 프랑스 국왕 암살 미수사건이 터지면서 검열은 더 강화되었다. 배경을 18세기말 미국 동부로 옮기고, 주인공도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보스턴 총독으로 설정하면서 겨우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고, 나폴리가 아닌 로마의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테너 주인공은 '덜 성숙한 젊은 남자'의 상징처럼 묘사되어 왔다. 도니체티와 벨리니의 오페라들이 그랬고, 초-중기의 베르디도 마찬가지였다. 베르디는 성숙한 남성 주인공이 필요할 때면 바리톤을 내세웠다. 그러다가 드디어 테너이면서 성숙한 남자로 그려낸 첫 작품이 <가면무도회>다. 물론 구스타보(리카르도)는 신하의 아내를 사랑하는 금단의 계율을 깨뜨릴 뻔했지만 결국 사적인 욕망을 극복하고 신하 부부를 외국 대사로 보내기로 한다. 그가 암살당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모른 앙카르스트룀(레나토)의 오해 때문이었다.
몽골에서만 자라고 교육받은 아마투브신 엔크바트(1986-)는 수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두면서 세계 무대에 진출했다. 그중에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자 성악 2위 경력도 있는데, 당시 우승자는 한국의 베이스 박종민이었다. 아마투브신 엔크바트는 보통의 바리톤의 음색과는 구별되는 독보적인 발성 스타일로 동양인의 한계를 극복한 성공사례다
=== 작품 해설 === <2010년 9월 26일자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베르디, 가면 무도회
1792년에 실제로 일어난 스웨덴 국왕 시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1859년에 완성해 같은 해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
이탈리아 비극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은 희생과 헌신이 그 특징입니다.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끝까지 사랑하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거나 변심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병들어 죽거나([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라 보엠]의 미미),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목숨을 바치거나([리골레토]의 질다,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 구할 수 없을 때는 함께 죽는 길을 택하기도 합니다([아이다], [토스카]). 이처럼 이탈리아 비극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여주인공이 극의 핵심이 되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 오페라’입니다.
그러나 베르디의 중기 오페라 가운데는 [시몬 보카네그라]나 [가면무도회]처럼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보다 훨씬 중량감을 갖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면무도회]는 마침내 소프라노의 희생 행렬에 종지부를 찍고 테너 주인공에게 죽음을 선사한 전복적인 작품입니다. 넘치는 혈기와 질투심으로 결국 소프라노를 죽게 만드는 테너 주인공의 기본적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가면무도회]의 남자주인공 구스타프 3세는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이며 연인을 배려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현실의 스웨덴 국왕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주인공 구스타프 3세는 18세기에 스웨덴을 통치했던 계몽전제군주입니다. 이 오페라의 원작인 외젠 스크리브의 [구스타프 3세 또는 가면무도회]는 1792년에 실제로 일어난 국왕 시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요. 국왕 구스타프 3세는 귀족들의 횡포를 없애고 평화로운 국가를 만들려고 애썼던 인간적인 통치자였습니다. 형식에 매이는 것을 싫어했고 문화예술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귀족의 권한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귀족들의 불만을 사 앙커스트룀이라는 젊은 장교에게 가면 무도회장에서 암살당했습니다.
이처럼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소재를 취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베르디는 [가면 무도회]에서도 정쟁보다 등장인물의 심리와 관계에 초점을 맞춰 극을 이끌어나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대본작가 안토니오 솜마에게 “애정과 우정을 둘러싼 갈등의 드라마”를 써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솜마는 베르디의 다른 어떤 대본작가보다도 열정적인 시구(詩句)를 짓는 데 능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애정과 우정을 둘러싼 갈등의 드라마
오페라의 첫 장면은 스웨덴 국왕의 넓은 접견실에서 시작됩니다. 귀족들이 모여 국왕 구스타프 3세의 덕성을 찬양하지만, 그 안에는 국왕을 증오하며 암살하려는 무리도 섞여 있습니다. 시동 오스카가 다음날 열릴 가면무도회의 초대손님 명단을 가져오자 왕은 그 명단에서 사랑하는 아멜리아의 이름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아리아 ‘아, 다시 한 번 그녀를 보게 되리’를 노래합니다. 그때 아멜리아의 남편인 충신 레나토가 다가와 국왕 시해 음모를 귀띔하며 왕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때 대법관이 나타나 ‘백성을 현혹시키는 울리카라는 점쟁이를 추방해야 한다’고 왕에게 알리지만, 시동 오스카는 ‘그녀가 빛나는 별을 바라볼 때’라는 아리아로 울리카를 변호합니다. 호기심을 느낀 왕은 뱃사람으로 변장하고 점쟁이를 찾아가기로 하지요.
아멜리아 역시 왕에 대한 사랑을 잠재울 치료법을 구하러 울리카를 찾아왔다가 비법을 얻어 돌아갑니다. 왕의 손금을 본 울리카는 그가 가까운 친구에게 살해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울리카가 시킨 대로 아멜리아는 음산한 곳을 찾아와 약초를 캐며, ‘풀을 뜯어 내 사랑을 잊을 수만 있다면’ 하는 아리아를 간절하게 부릅니다. 하지만 아멜리아의 뒤를 따라온 왕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격정적인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그때 왕을 시해하려는 무리가 다가온다고 알리러 레나토가 그곳에 찾아옵니다.
왕에게 자기 망토를 입혀 도망시킨 뒤 레나토는 베일을 쓴 여인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려고 합니다. 레나토와 아멜리아를 포위한 암살자들은 여인의 정체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남편이 죽을 위험에 처하자 아멜리아는 스스로 베일을 벗어 던집니다. 레나토는 자기 아내의 얼굴을 보고 경악하며 극도의 배신감을 느낍니다.
집에 돌아온 레나토는 아멜리아에게 자결을 강요하며, 왕의 초상화를 향해 ‘너였구나, 내 영혼을 더럽힌 자가’를 분노에 차서 노래합니다. 반란을 꾀하는 이들은 레나토 집에 모여 제비뽑기로 왕의 암살자를 정합니다. 뽑힌 사람은 바로 레나토입니다. 한편 왕은 사랑을 단념하고 레나토와 아멜리아 부부를 그들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전출 임명장에 서명합니다. 시동 오스카는 ‘가면무도회에 암살자들이 오니 무도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하지만, 왕은 아멜리아에게 작별을 고하러 무도회장으로 갑니다. 레나토는 칼로 구스타프를 찌르고 가면무도회는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죽어가면서 왕은 레나토에게 아멜리아의 순결을 보증한 뒤 암살자들 모두를 사면하고, 백성들에 대한 사랑을 거듭 고백하며 세상을 떠납니다.
절묘하게 배합된 긴장과 이완의 음악
[가면무도회]에는 두 가지 판본이 있습니다. 1859년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된 원작판(스웨덴 스톡홀름 궁정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스톡홀름 판’이라고도 부릅니다)과 ‘국왕 시해’라는 소재가 검열에 걸려 부득이 미국 보스턴으로 배경을 옮겨야 했던 개정판(보스턴 판)입니다. 개정판에서는 국왕 구스타프 3세를 보스턴 총독 리카르도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국왕 구스타프와 아멜리아는 내면의 어린아이 같은 동경과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사회의 규율과 대립하는 행위를 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들보다 훨씬 냉정하고 성숙한 레나토(바리톤)는 사회적 규율과 대의를 위해 왕에게 이성적이고 단호한 통치자의 길을 걷게 하려는 충신이죠. 궁정의 어릿광대 역할을 하면서 왕의 자유로운 감성을 부추기는 앳된 시동 오스카(소프라노)는 레나토의 정반대 지점에 위치합니다.
10대의 시동 역이 늘 그렇듯이. 오스카는 여성 가수가 남자역할을 노래하는 ‘바지역(trouser role)’입니다. 메조소프라노 또는 알토 가수가 맡게 되는 점쟁이 울리카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에 등장하는 발랄한 점쟁이 프레치오실라와는 다른 어둡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음악의 구성은 베르디의 이전 어느 작품보다도 참신합니다. 억눌러 왔던 내면의 격정을 마침내 분출하는 남녀주인공의 이중창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비교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오페라에서 가장 극적인 아리아는 배신당한 레나토가 부르는 ‘너였구나, 내 영혼을 더럽힌 자가’입니다. 도입부에서는 목관악기가 아멜리아의 주제를 연주하면서, 순결하고 행복했던 날들에 대한 레나토의 회상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아리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금관악기가 동반하는 셋잇단음표의 연속적인 리듬이 레나토의 강렬한 복수 의지를 표현합니다. 후반부에는 하프와 플루트가 다시 레나토를 부드러운 회상으로 이끄는 듯하다가 다시 셋잇단음표가 나타나며 현실의 절망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무도회 장면에서도 레나토와 암살자들의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극도의 긴장을 명랑한 오스카의 음악이 이완시키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베르디의 독창성과 음악적 실험정신이 각별히 빛난 작품입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구스타프 3세(구스타보)-아멜리아-레나토-오스카 순
[음반] 주세페 디 스테파노/마리아 칼라스/티토 곱비/에우제니아 라티 등, 안토니오 보토 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6년 녹음, EMI
[음반] 플라시도 도밍고/카티아 리차렐리/레나토 브루손/에디타 그루베로바 등,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80년 녹음, DG
[DVD] 플라시도 도밍고/조제핀 바스토우/레오 누치/조수미 등, 게오르그 숄티 지휘,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합창단, 존 슐레징거 연출, 199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 실황. TDK
[DVD] 루치아노 파바로티/에이프릴 밀로/레오 누치/해롤린 블랙웰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피에로 파시오니 연출, 1991년 공연 실황, 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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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0월 27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영원히 그대를 잃어버리면
베르디, <가면 무도회>
본래 나폴리의 산 카를로 가극장을 위해 1792년에 일어난 스웨덴 왕 구스타브 3세 암살사건에 의거하여 만든, 스크리베(Eugène Scribe)의 희곡을 솜마(Antonio Somma)가 번안한 대본에 작곡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때와 장소를 바꾸어도 당국에서 검열이 통과되지 않아 나폴리에서의 공연을 단념하고, 17세기 말의 영국 식민지인 보스톤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고쳐 1859년에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했다. 리까르도와 아멜리아의 관계 같은 부분의 묘사가 철저하지 못한 데가 있지만, [라 트라비아타]와 [돈 카를로] 두 명작 사이에 쓴 베르디 중기의 작품 중에서는 대본에 대한 불만도 비교적 적고 줄거리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대비도 변화가 있고 선율도 충분하여 즐길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원래대로 구스타브 3세의 비극으로 돌아가 공연되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쪽이 자연스러움은 두말할 것도 없다.
부하의 아내에 대한 마음을 접으면서 부르는 아리아
17세기 말,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보스톤(보스턴) 교외(복원 판에서는 1792년 스톡홀름 교외)이다. 보스톤의 총독 리까르도는 비서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있다. 레나토는 아내의 배신에 화가 나서 거세게 질책하고, 그 자신이 늘 경계하고 있던 총독 암살단에 참가한다. 리까르도는 레나토를 영국으로 송환하고 자기의 애정도 청산하기로 결심한다. ‘영원히 그대를 잃어버리면’은 이때 부르는 아리아다.
아멜리아는 리까르도의 처지를 걱정한다. 여자 점쟁이에게 죽음을 예고 받았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리까르도는 가면무도회에 출석하여 암살단의 도움을 받은 레나토가 칼로 찌른다. 리까르도는 레나토에게 “귀국 영전(歸國榮轉)의 임명서”를 내밀며 아멜리아의 결백과 부부의 행복을 빌며 숨을 거둔다.
'영원히 그대를 잃어버리면'
비록 그대를 영원히 잃어버린다 해도
아, 내 광명인 그대에게
내 마음의 두근거림은 그리로 향하리라
그녀가 어느 하늘 아래 있더라도.
그대의 추억을 은밀히 간직한 채,
마음 속 깊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로 있겠네
허나 지금, 뭔가 언짢은 예감으로
내 정신은 괴로워하는가.
그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소망(所望)이 되고....
마치 우리 사랑의
마지막 시간이 될 듯한 느낌이 든다?
오 역겨운 예감으로 괴로워하는가,
마치 우리의 사랑이
마지막 시간이 될 듯한 느낌이 든다?
총독 리까르도가 부르는 이 아리아는 마음에 파고드는 절실(切實)함이 있다. 전반은 주인공의 결심을 말하며 드라마의 결말을 알리고 후반은 예감을 뇌까려 드라마의 앞으로의 전개(展開)를 알린다. 이 간결한 전환점으로 이 오페라는 지금까지 병행(竝行)으로 진행된 이 사나이의 남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이 사나이에 대한 암살계획이라는 두 가지 줄거리는, 그 여인의 남편이 가담한 암살을 획책하는 일당들 속으로 뛰어들 결심을 한 리까르도가 비극적인 결말로 꼬인다는 점을 예고한다.
추천 음반 및 DVD
[CD] 안토니노 보토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6) 칼라스(S) 디 스테화노(T) EMI
숱한 CD화된 전곡반 중 최고의 명반은 칼라스, 디 스테화노, 곱비 주연에 보토(Antonino Votto)가 지휘한 것이다. 스칼라 극장에서의 스투디오 녹음이며 목소리를 약간 근접 녹음한 모너랄 음반이다. CD가 되어 듣기 좋아졌다. 칼라스의 아멜리아는 다른 가수들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해내지만, 남편에 대한 정조와 남편이 모시는 총독의 사랑 사이에 끼어 괴로워하는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이 만큼 강인한 목소리로 이처럼 뜨겁고 또 아울러 듣는 이의 공감과 동정을 이끌어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디 스테화노의 리까르도도 아멜리아에게 보내는 격렬한 애정을 총독의 품위를 떨어트리지 않은 채 노래하며, 곱비의 레나토도 꼭 알맞은 역이어서 줄거리가 전개되는 데 따라 변화하는 부분의 표현방법이 남 달리 뛰어나다. 울리카 역의 바르비에리(Fedora Barbieri)와 오스카르 역의 라티(Eugenia Ratti)도 나무랄 데 없는 인선(人選)이다.
[CD] 아바도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79-80) 도밍고(T) DG
도밍고, 브루존(Renato Bruson)의 주종관계(主從關係)를 극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고 그 이상으로 아멜리아에 리치아렐리(Katia Ricciarelli), 울리카에 오브라쪼바(Elena Obraztsova), 오스카르에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라는 여성 가수진의 각기 맡은 역의 목소리의 대조(對照)를 살린 훌륭한 배역도 인상에 남는다.
[CD] 카라얀 지휘, 빈 휠하모니 관현악단(1989) 도밍고(T) DG
이 해 잘쯔부르크 음악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카라얀이 갑자기 죽어 숄티가 대신 지휘했다. 사전에 카라얀이 녹음은 해놓은 뒤여서 음반은 차질없이 출반되었다. 기억할 점은 우리나라의 조수미가 유럽 무대의 신참자(新參者)로 등단하여 밝고 싱싱한 목소리의 오스카르를 노래한 것이다. 바스토우(Josephine Barstow)의 아멜리아 역을 비롯하여 퀴바의 울리카, 도밍고의 리까르도, 누치의 레나토 등 카라얀의 지상주의(至上主義)를 알 수 있는 인선(人選)이며 빈 휠하모니의 풍성한 울림과 함께 카라얀의 유산이 되었다.
[DVD]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91) 파바로티(T) 화찌오니 연출 DG
구스타브 3세 시대로 돌아간 드라마이다. 무대장치, 의상, 연출의 화려한 구성이 출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파바로티, 퀴바(Florence Quivar), 그리고 베르디 바리톤의 누치(Leo Nucci), 베르디 소프리노로 정평이 나 있는 밀로(Aprile Millo)의 배역진은 그야 말로 목소리의 향연(饗宴)이라 할 만하다. 레바인이 그 특유의 명쾌한 지휘로 관중을 열광시킨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매우 자극적인 할리우드 영화답다. 화찌오니(Piero Faggioni)의 연츨도 메트로폴리탄의 무대답게 휘황찬란하여 관중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갈 여유를 주지 않는다. 베르디가 노렸던 방향과는 좀 다르지만 아름다운 목소리의 풍성한 잔치와 명쾌한 구성은 초보자의 입문편(入門篇)으로 알맞다.
[네이버 지식백과] 영원히 그대를 잃어버리면 - 베르디, [가면무도회]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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