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드 트래포드로 간다~! 2006/01/10 00:26 | |
'우리는 올드 트래포드로 간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좋아하는 버튼 선수.
공은 둥글고, 그래서 축구가 묘미가 있나봐요.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말도 이해가 가고. 이런 '파란'을 볼수 있어 FA컵이 더더욱 재밌는 거고요. 맨유도 이번 선발 스쿼드는 상대적으로 비주전 선수들이 나서 투지 vs 투지로 맞섰지만 버튼 선수들의 집중력의 한판승으로 보입니다. 미드필더 압박도 좀 더 나아보였고요. 물론 경기전부터 주전들이 나서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이미 한국에도 보도된 적 있지만, 폭설을 우려해 경기장 잔디에 모래를 잔뜩 뿌려놓은 터라 '비싼 몸'들이 다칠까봐 출전시키지 말라는 반 협박, 반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도 했죠. 며칠뒤 있을 칼링컵 4강전과 맨시티와의 더비 등 빡빡한 일정에 주전들이 나서기도 어려웠을 테고요.
오랫만에 경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스콜스와 스미스 역시 몸이 다 낫지 않았다며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호나우두와 박지성, 사아와 로시로 꾸려질 것 같던 공격진 역시 일부 바뀌었고요. 솔샤르를 투입하라는 많은 팬들의 성원인지, 압력인지 때문에 경기 시작전 스쿼드가 바뀌긴 했지만...역시 아직 솔샤르는 예전으로 돌아오려면 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네요.
하여튼, 누구는 그러더라고요. 동네 축구, 조기 축구한테 졌다고요. 5부리그면 우리나라로 치면 그렇게 부를수 밖에 없다고. 하기사 여기 언론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부추겨 댔으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죠. '경기는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없고, 루니 티셔츠만이라도 좀 얻었음 좋겠어요.', '우리 형제 9중 7이 맨유 서포터인데 티켓을 구할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등 버튼 선수들의 인터뷰가 우리에겐 약간 희화돼 소개됐지만, 여기에선 그런 꿈있는 젊은이들의 소박한 소망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올드 트래포드가 '시어터 오브 드림즈(꿈의 구장)'이라는 별칭을 지녔듯, 영국에서 축구 하는 사람치고 올드 트래포드를 한번이라도 밟아보는게 소원인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니까요.
주급 면에서 상대가 안되고 유명세는 더더욱 상대 안되지만 열정과 의지는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 이영표 선수가 그러더군요. 그때 FA컵 1차전에서 3부리그 팀과의 경기서 패했을때였는데, 정말 경기하기 힘들었다고요. 워낙 체격이 좋고, 전술보다는 힘과 투지로 밀어부치기 때문에 굉장히 애를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한번 부딪히면 나자빠질 정도로, 무슨 돌덩이에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대요. 거기다 버튼은 쫀쫀한 수비 조직력까지 갖췄으니.. 아주 작정하고 열심히 뛴 것 같던데...
맨유 팬들도 버튼선수들에게 박수를 치면서 아주 잘했다고 하더군요. 경기장 잔디 상태 같은 건 핑계거리가 안된다고. 열정에서 졌다고. 지난해에도 5부리그 격인 엑세터 시티와 FA 3라운드 '홈'경기서 0대0을 기록한 적이 있던 터라(물론 다음 리턴 매치선 2대0으로 이겼지만), 이번 '참사(?)'도 그리 새로운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물론 버튼 선수들이 거의 5부이하(논리그) 팬들에게 영웅으로 떠오른 건 안봐도 뻔하죠?
버튼 선수들 파트타임이라고들 하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들 선수들이 규정상 주급을 1년 중 38주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지 않고선 축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선수들도 있으니 전부라고 말하긴 그렇고 대부분이 파트타임 축구 선수가 되겠네요.
여기서 14년을 보낸 대런 스트라이드(주장*사진)은 건축가에요. 사장도 본인, 직원도 본인인 1인 사업자이죠. 혼자 기중기를 끌고 다니며 이런 저런 건물을 짓는데, 이번에 650만 파운드(약 120억)를 들여 새로 짓는 버튼 구장도 이 분께서 도와줬다고 하죠.
버튼 경기장 배수로 공사중인 대런 스트라이드. 배수로가 막혀 잔디 관리가 안될까봐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열심히 파대기 시작했다네요. 자기의 이상형(?)인 라이언 긱스를 모시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긱스의 모습은 보지 못했죠.
이쯤에서 두 팀을 비교해 볼까요.
◇FA컵
숫자상으로 보니 규모가 차이가 나긴 나죠?
뭐 대충 대충,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클럽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어제 경기 보신분들 많겠지만 구단주도 있었죠? 클럽 후원사도 꽤 됐고요.
생전의 아버지(오른쪽)와 아들. FA컵을 사이에 두고 포즈.
그래서 어제 스카이 스포츠에서 중계할 때 나이젤의 어머니 모습도 꽤 비춰주더라고요. 브라이언 클라우는 67년 더비라는 팀을 맡아 5년만에 리그 타이틀을 거머 쥐었고, 75년 노팅엄 포레스트를 맡아 2년만에 팀을 디비전 원(지금으로 말하면 프리미어리그)에 올려놨죠. 78년엔 리그 우승을 이끌고 79년엔 유러피안컵을 따냈죠. 80년에 유러피안컵 디펜딩 챔피언에 올랐고요. 그때부터 93년까지 노팅엄 포레스트를 맡으며 포레스트의 전성기를 끌었습니다. 영국 왕실로 부터 OBE(제4급 훈작사) 훈장을 받았고, 2004년 암으로 작고했습니다. 한창 맨유를 키워오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90년대 까지 라이벌관계를 이루더니, 이번엔 그 아들이 대를 이어 퍼기경과 한판 승부를 벌였네요.
94년 나이젤이 리버풀에서 활약하면서 득점 할때
맨시티 때. 맨유의 전설 에릭 칸토나와의 정면 승부.
나이젤이란 이름보단 '클라우 주니어'라고 알려졌던, 그동안 아버지의 명성에 가려 제 실력을 인정받기 힘들었다 했는데, 이제 부턴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겠죠? 안그래도 니겔 감독이 경기 당일 아침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0대0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올드 트래포드에서 경기를 또 한번 할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고 했는데, 나이젤 감독 완전 예언가? ㅋㅋ 참, 그리고 9 형제중 7이 맨유 서포터라고 했던 선수는 어제 막판 감각적인 슈팅을 막아냈던 골키퍼 솔 디니 입니다. 아일랜드 21세 대표팀 출신이라던데, 하여튼 원래 원정경기는 선수라도 보통 3장이상 가족석을 얻기 힘들다 하던데, 아마 팀의 특별 배려로 디니가 7장 모두를 구할 수 있을 건 가봐요!! 게다가, 이번 리턴 매치로, 버튼은 100만파운드(약 18억원)의 추가 관중 수입을 올리게 됐습니다. 오늘 신문보니까 클라우 감독이 '잭팟을 터뜨렸다'고 우스개 소리로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신문 발췌에요. 펌.최보윤블러그 |
첫댓글 니네 어차피 져 -_-
좀 보기안좋네요 말씀하시는게;
OT오면 뭐해 관광이나 할꺼면서 ㅋㅋ
음..그럼 저 선수들은 이겼을 때, 비겼을 때에 대비한 플랜카드를 만들고 있었던건가-_-;; 비기니까 '우리 올드 트래포드 간다~' 꺼내고-_- 졌으면 그냥 박수쳐주면서 들어가고;; 이겼으면 'We beat United'라고 써진 거 꺼냈을까요;;?
나도 가고싶다..ㅠㅠ
ㅎㅎㅎ심히 공감ㅎㅎ
버튼 관광당하러 오는군요. 비록 투지는 좋았지만 이번엔 국물도 없을겁니다. ㅎㅎ
진짜로 멋있다 위에분 말좀 너무하게 하시네...아마추어선수들이 저렇게 하는데 관광이라뇨..
당연 관광이죠..ㅎㅎ 아마추어선수들이 저런다고요? 승부의세계는 냉혹한거죠..저렇게 했다고 일부러 봐주면서 해야하나요?
누가 봐주랬습니까 말이심하다 이거죠 나참 제말의 본질을 못파악하시나
버튼의 열정과 투지는 높이 삽니다.. 하지만 결과는 7:0일테지요.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네요~
그래도 버튼선수들 투지.. 멋지더군요..올드트레포드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