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정선 동강 할미꽃봄처녀도 울고 갈 토종 꽃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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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11. 10:05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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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동강할미꽃
봄처녀도 울고 갈 토종 꽃의 아름다움
매혹적인 꽃술을 드러낸 동강할미꽃
정선과 평창의 기암절벽을 돌고 돌아 굽이쳐 흐르는 이 강은 눈이 시리도록 깨끗한 물줄기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펼쳐지는 주변 절경으로 인해 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그러나 동강이 가장 설레는 때는 봄이다. 석회암 바위틈에서 한국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3월 중순부터 4월이 다 가기까지 피고 지는 이 꽃을 만나러 지금 떠나보자.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전래동요 ‘할미꽃’은 우리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소박한 노랫말을 지녔다.
뒷동산의 할미꽃 / 호호백발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 늙어서도 할미꽃
……
할미꽃도 그렇지만 동강할미꽃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순수한 그 자태가 속세에 찌든 마음까지 두근두근 설레게 한다. 그런데 어이해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할미꽃 이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무척 슬픈 이야기가 전해온다.
동강할미꽃 흰색과 연분홍색 꽃 | 바람의 영향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꽃잎을 오므린 꽃 |
옛날 두메산골에서 두 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큰 손녀는 예쁘나 성질이 못되고 고약했으며 작은 손녀는 인물이 변변치 않았으나 마음이 비단결 같이 곱고 정도 많았다. 때가 되어 큰 손녀는 이웃 마을의 부잣집으로, 작은 손녀는 산 너머 가난한 농사꾼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서 늙고 병이 든 할머니가 큰 손녀를 찾아갔으나 얼마 못 가서 쫓겨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산 너머 사는 작은 손녀를 찾아 나서게 되었는데, 산마루까지 죽을힘을 다해 올랐으나 병 든 몸에 추위와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작은 손녀의 집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작은 손녀가 그 자리에 할머니를 고이 묻어드렸는데, 이듬해 봄부터 무덤가에 허리가 굽은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다.
부채꼴로 피어난 동강할미꽃 | 동강할미꽃이 자라는 동강변의 기암절벽 뼝대 |
사람들은 그 꽃이 할머니의 넋이라 여겨 ‘할미꽃’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이런 슬픈 이야기와는 달리 사실은 흰 털로 덮인 꽃대가 구부러져 있고 꽃이 진 후의 암술이 부풀어 오른 모습이 백발의 노인을 닮았다고 해서 할미꽃이라 부른다. 한방에서는 할미꽃 뿌리를 백두옹(白頭翁)이라는 지사제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엔 노랑할미꽃, 분홍할미꽃, 가는잎할미꽃 등 10여 종이 자생하며 모두 뿌리의 독성이 강하다. 옛날에 봄부터 가을까지 할미꽃의 뿌리를 캐서 생으로나 삶은 물을 재래식 화장실에 뿌려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로 썼다.
강원도의 봄은 동강할미꽃에서 시작
첫 천둥이 치고 그 소리에 놀란 벌레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온다는 경칩(驚蟄. 3월 5일 또는 6일)이 지나면 곧 동강할미꽃이 피어난다.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주로 자라는 할미꽃과 달리 동강할미꽃은 동강변 석회암 절벽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또 대게 꽃대를 구부리지 않고 꼿꼿하게 편 게 특징이다.
처음 싹이 돋아 첫 꽃이 필 때는 한 송이, 이듬해에 두 송이가 피며 해가 거듭될수록 꽃송이가 늘어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어른 손의 한 뼘쯤 되는 높이로 자라고 전체적으로 보송보송한 솜털이 뒤덮고 있다. 꽃은 대체로 분홍빛을 띠지만 청보라색과 붉은 자주색, 흰색 등 다양하며, 한 뿌리에서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귤암리 한 집과 동강이 어우러진 풍광 | 도로에 인접한 동강할미꽃 자생지. 모여든 야생화동호인들 |
사실 동강에 기대 사는 이들은 이 꽃은 그냥 ‘할미꽃’이라 불러왔다. 그러던 것이 ‘동강할미꽃’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얻게 된 이야기는 이렇다. 1998년 봄, 식물사진가 김정명씨가 동강을 거슬러 오르며 생태사진을 찍다가 이 꽃을 발견하고 이듬해 자신의 사진으로 구성한 꽃달력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렸다.
이를 보고 연구를 거듭한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에 의해 할미꽃과는 달리 동강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한국 특산 식물임이 밝혀졌고, 꽃이 발견된 지역명인 '동강'을 붙여 세계 학계에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 것. 그 때문에 학명(Pulsatilla tongkangensis Y.N. Lee et T.C. Lee)에 서식지인 동강이 표시되는 아주 귀하고 특별한 꽃이 되었다.
그 즈음 동강댐 건설을 추진 중이던 정부의 정책을 완강하게 반대하며 동강 살리기에 나선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힘을 보태준 것이 동강할미꽃이다. 한국 특산 식물인 동강할미꽃을 내세운 저지세력에 의해 동강댐 건설 계획은 결국 2000년 6월 백지화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많은 이들이 생태와 자연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보전과 보호를 위한 노력들이 들불처럼 일어난 게 사실이다. 수장될 뻔한 수많은 동강변의 동식물과 석회암 동굴이, 더 정확하게는 우리 모두가 동강할미꽃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동강할미꽃 보존 일등 공신인 귤암리 사람들
동강할미꽃 자생지에서 만난 반가운 우리 꽃인 민들레 | 동강의 버들강아지 |
그렇게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남은 동강할미꽃이지만 그 후의 시간들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교통이 좋아지고 고성능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동호인들이 떼로 찾아와 동강할미꽃 서식지를 드나들며 훼손이 심해졌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사진을 찍느라 꽃의 수분 공급과 생존에 필수적인 묵은 줄기와 이파리들을 다 제거해버리거나 사진을 찍은 후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게 아예 꽃을 꺾어버리는 만행까지 저지르며 동강할미꽃을 멸종위기종으로 몰고 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연 재해도 한몫을 했다. 2002년 8월과 이듬해인 2003년 9월 연이어 들이닥친 초대형 태풍 ‘루사’와 ‘매미’ 때문이다.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들려주는 귤암리 마을 박재열 이장.
“그 때 동강이 큰 피해를 입었죠. 마을 앞 동강의 수위가 기록적으로 높아졌는데, 이곳 뼝대에 뿌리내리고 살던 동강할미꽃 대부분이 뿌리째 뽑히며 쓸려 내려가 개체수가 눈에 띠게 줄고 말았습니다.”
위기의 상황에 동강할미꽃의 보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들이 ‘동강할미꽃마을’로 불리는 귤암리의 주민들이다. 2005년부터 마을주민 모두가 회원이 된 ‘동강할미꽃보존회’를 결성, 씨를 받아 모종을 기르고 공급하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동강할미꽃 근처에서 동강고랭이라 부르는 정선황새풀 | 병방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동강의 한반도 지형 |
이와 동시에 매년 3월 마지막 주에 ‘동강할미꽃 축제’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축제는 올해로 벌써 9회를 맞았다. 3월 27일(금요일)~29일(일요일), 귤암리 들머리에 있는 동강생태체험학습장에서 열린 ‘제9회 동강할미꽃 축제’는 동강할미꽃 심기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회와 먹거리 장터, 전통놀이 체험장을 통해 동강할미꽃을 알리고 보존을 위한 생각나누기를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동강할미꽃을 비롯한 동강 생태계 보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나섰다. 2~3년마다 한 번씩 동강에 자연휴식년제를 선포한 것이다. 동강에 기대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씨를 맺으며,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수 있도록 6월 15일까지 계곡 출입을 통제하는 게 그 내용이다. 당연히 이때는 래프팅도 금지다.
올해가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는 해다. 많은 위기를 이겨내고 우리 곁에 남은 동강할미꽃, 바위틈에서 싹을 틔워 푸른 동강에 얼굴을 씻으며 꼿꼿하게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꽃이 꿋꿋하게 우리 곁을 지킬 수 있도록 사랑하고 돌보며 보존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정선 동강길과 같은 우리 야생화(자생식물)가 지역 특화 관광 자원으로 활성화 될 수 있는 지역을 발굴·육성하는 사업을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선 동강할미꽃 - 봄처녀도 울고 갈 토종 꽃의 아름다움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이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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