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8경
반산 한상철
제1경 화암약수
제2경 거북바위
제3경 용마소
제4경 화암동굴
제5경 화표주
제6경 신선암
제7경 소금강
제8경 몰운대
* 강원도 정선군 화암리 일대에 소재하는 경승지 여덟 군데를 말한다(2002년 기준). 최근 제6경 신선암 대신, 광대곡(廣大谷)을 제8경에 넣었다.
제1경 화암약수(華岩藥水)
송학도(松鶴圖) 멋드러진 절벽 밑 감로천(甘露泉)
일월(日月)도 군침 흘린 저 붉은 빛 톡 쏘는 맛
과객은 한 모금 마셔 신선되어 난다네
* 강원도 정선군 동면 화암리 국민관광단지(1977년 지정) 입구. 오른 쪽 계류 변에 있는 기포 샘이다. 상하 두 곳 있으며, 탄산수로 붉은 빛이 약간 감돈다.
제2경 거북바위〔龜岩〕
두 눈은 멀뚱멀뚱 창천이 그리운가
북녘은 네 땅이니 슬금슬금 기어가서
껍데기 훌렁 벗고선 일광욕을 즐기렴
* 현무(玄武); 수신(水神). 북방의 수호신으로 거북과 뱀이 얽힌 형상. 북쪽은 물, 검은 색, 지(智), 신장 등을 상징한다.
제3경 용마소(龍馬沼)
잠룡이 떠오르니 검푸른 소 회오릴다
투레질 고고성(呱呱聲)에 강바위 갈라지고
퍼드덕 날개를 펴서 구만리를 솟구쳐
* 잠룡(潛龍); 물속에 잠겨 있어 아직 떠오르지 못한 용. 흔히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영웅을 뜻한다. 용마는 물에서는 용이었으나, 승천할 때에는 날개 달린 말로 변한다.
제4경 화암동굴(종유굴)
세월을 반죽하여 여근으로 빚었구나
공알을 슬쩍하다 조물주에 들켰거늘
꿀 먹은 벙어리마냥 홍당무가 되었네
* 여자의 생식기에 숨은 씨 모양(음핵). 이를 닮은 진짜 종유석을 딸 것인가? 동굴전체를 여근으로 생각하여 상상 속에 교합하는 걸까?
제5경 화표주(華表柱)
다북솔 향 좋다만 산작약(山芍藥)은 한결 짙어
뭇바위 침묵해도 꽃바위는 벌을 끌고
우뚝 선 진홍빛 자태 군방(群芳) 으뜸 아니랴
* 화표주는 산작약(산함박꽃)을 많이 닮아 복스럽게 생겼으며, 절벽바위 주변에는 다북솔이 많다. 군방은 향기 나는 여러 가지 꽃들을 뜻한다.
제6경 신선암(神仙岩)
청류에 손 씻으니 선인(仙人)이 오라하네
대작타 화답하다 나도 몰래 취해 졸다
황혼 쯤 깨어나 보니 흰 바위만 내 곁에
제7경 소금강(小金剛)
풍악(楓岳)이 따로 있나 여기는 작은 봉래(蓬萊)
옥류(玉流)는 굽이치고 낭떠러지 까마득해
기경(奇境)에 홀린 나그네 도끼자루 썩느니
* 금강산의 가을 이름은 풍악산이고, 여름 이름은 봉래산이다. 이곳은 격류와 강안(江岸)절벽이 어울린 절경지로, 38번 국도를 따라 그림같이 펼쳐지는데, 흔히 ‘정선소금강’이라 부른다.
제8경 몰운대(沒雲臺)
고송(孤松)은 눈을 감고 백로(白鷺)는 한가론데
동대천(東大川) 물보라에 구름이 잠기건만
천렵(川獵)에 미친 소년은 벼랑 끝을 맴도네
* 동대천을 끼고 있는 절벽 즉, 몰운대는 화암8경중에도 특히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암반 위에서 운치를 풍기든 300년 된 소나무는 아쉽게도, 1990년 말경 고사(枯死)하고 말았다. 동대천은 석회석 물이 녹은 코발트 빛깔로, 물보라 치는 광경이 정말 눈부시다. 몰운대 밑 여름철에 천렵하는 아이들과, 벼랑 끝에 맴도는 구름은 한 폭의 동양화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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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화암8경 110~117면. 2002. 5. 10 발행.
약력; (사) 한국한시협회 회원. (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사)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사) 대한산악연맹 서울특별시연맹 이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