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아시안컵 축구 8강전 한국과 호주 경기를 보지 못했다. 경기 시간이 자정이 넘어서 하므로 새벽기도회에 가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국가의 명예를 걸고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편히 잠을 자기가 미안하긴 했었다. 새벽에 일어나 확인해 보니 승리를 거두었다.
승리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기쁨이 되었다. 반면 패배한 호주 국민들과 선수들의 심정은 아주 섭섭했으리라. 그것도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리드를 하고 있다가 막판에 동점 골을 허용하고 연장전에서 역전 골까지 먹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린 후 호주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호주의 장신 센터백 해리 수타르는 "우리는 팀으로서 이기고, 팀으로서 진다. 우리는 패배로부터 배워야 한다. 누구나 실수한다. 나도 게임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모든 사람이 실수하고 그것이 그중 하나였을 뿐"이라면서 동점 페널티킥과 역전 프리킥을 허용한 루이스 밀러를 오히려 감싸줬다.
호주 감독 역시 "나는 밀러를 감싸주고, 안아줄 것이다. 인생의 교훈이다. 여기서 배우고, 더 성장할 것이다. 선수들은 각자 팀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도 클럽으로 돌아가야 한다. 분명히 여기와는 다른 환경이고 그는 괜찮을 것이다"라면서 밀러가 상심하지 않길 기도한다고 했다.
호주는 황희찬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한 에이든 오닐의 장면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좋은 매너를 보여준 신사들이었다. 에이든 오닐도 황희찬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주는 충분히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성숙한 패자였다.
반면 우리나라 축구 팬들은 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조규성 선수를 향한 인신공격은 도를 넘었다. “머리를 잘라라. 선수 그만두고 예능으로 나가라.” 심한 악플을 달았다. 선수의 입장에서 얼마나 낙심이 되었을까? 조규성은 마침내 16강 전 경기에서 천금 같은 동점 골을 넣으므로 우리 팀이 8강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제야 팬들은 최고의 찬사를 보내주었다.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선수가 잘할 때 손뼉을 쳐주는 것도 좋으나 졌을 때 응원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도 매너가 좋아야 하겠지만, 팬들도 성숙한 태도를 갖춰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