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여행을 마치고 지금 집에서 이 글을 씁니다.
사진과 같이 올리면 좋겠지만 제 사진기가 디카가 아니라서...쩝
스캔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사진 올리는 건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이 여행기가 형편없는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국내여행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1. 여섯째날 ( 포항에서 맛난 회를 먹다_10월 12일 )
<용두산 공원에서>
비가올 것 같은 날씨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바다의 짠 냄새가 정겹기만 하다.
이른 아침 남포동 PIFF광장에서 걸어서 용두산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이 공원에서 본 부산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이다.
활력이 넘치는 부산이 보인다. 바다를 항해하는 많은 배들, 빽빽한 집들, 높이 솟은 아파트들...
이곳에도 사람들이 아웅바둥하며 살아가는 구나.
여행을 하면서 항상 자문해 본다.
어떻게 사는게 제대로 사는 걸까?
용두산 공원에서 앉아서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교회에 다니시는 분이 교회로 초대한다.
시간이 되면 점심을 대접한다고 하니까 두말할 것 없이 오케이!!!
울림있는 노래가 나를 생각에 젖게한다.
사람들의 열심과 눈빛이 나를 생각에 젖게한다.
예배후에 점심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물론 공짜니까~~~)
점심을 먹으면서 나와 같이 여행을 하는 분을 만났다.
나이는 30대후반이신데 동해안을 한달동안 도보여행하셨다고 한다.
거침없는 여행의 히스토리에 우리는 지쳐가고 나는 질적으로 낮은(?) 여행자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여행경험담을 얘기하다 보면 좀 더 고생한 사람이 더 많은 경험을 가지게 마련이고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더 느끼게 되는가 보다.
자가용 보다는 버스나 기차, 버스나 기차보다는 자전거, 자전거 보다는 도보여행이 더 힘이들고 더 시간을 들여 사물을 바라보게 되니까 사물과 상황에 대한 이해는 더 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이해한다.
그 분의 도전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시간이 되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갈길이 달라 헤어지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만 꼭 집어서 다니지만 꼭 도보로 국내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비야님 께서 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라는 책을 읽고 도보 여행을 꿈꾼적이 있었는데 그 꿈을 간직하고 있자.
언제 일런지는 모르지만....
배가 든든하다. 나그네를 대접하는 고마운이들이여~
예전에 태종대와 낙동강 하구둑 등을 돌았기 때문에 다시 가고픈 생각이 별로 없어져서 포항으로 가서 후배를 만나고 다음날 울릉도를 가기로 행선지를 결정했다.
일정표가 짜여져 있지 않은 여행이라 마음이 내키는 대로 움직이니까 정말 자유스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내일은 어디로 향할지 항상 고민이 되는 건 단점이기는 하다.
그래도 난 여행하는 동안은 내 마음이 원하는 곳을 갈것이다.
<포항에서>
후배가 포항에서 살고 있어 후배가 이곳 저곳을 안내한다.
북부해수욕장의 바다소리. 해맞이공원. 포항제철의 야경이 기억에 남는다.
더 많은 볼거리가 있겠지만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죽도시장에서 회를 주문했다.
어떤 생선이 횟감으로 좋은지 알지 못하는 관계로 포항아지매에게 "2만원에 맞춰서 주세요" 라고 주문했다.
소주한잔 곁들여서 먹는 회는 정말 끝내준다.
싱싱한 회와 좋은 만남과 소주한잔이 있으니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껄껄껄~~~
하룻밤은 후배의 기숙사에서 머물기로 했다.
저녁에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와서 내일 울릉도 가는 배편이 걱정이다.
아침 10시에 떠나는 울릉도행 카훼리호를 타려고 연안여객터미널로 가보았더니 폭풍주의보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어디로 가야지?
별로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냥 물끄러미 바다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문득 경주가 가고 싶어졌다.
경주에서 불국사,석굴암,경주엑스포도 보고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경주를 느껴보자.
그래 경주로 가는거야.
경주에 도착해서 관광안내소를 찾아가 지도를 얻고 숙소안내를 부탁했다.
왕릉옆에서 노숙을 할까 하다가 편하게 민박집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경주역 근처에 전통가옥으로 된 신라방이라는 민박집이 있다고 정보를 들은뒤 신라방에 짐을 풀었다.
민박집이지만 외국의 게스트하우스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하시고 계셔서 친근감이 든다.
일단 짐을 풀고 시간이 너무 늦어 버스를 타고 불국사만 보러 갔다.
초등학교때 보았던 불국사의 모습...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초중고 학생들이 왁자지껄하며 불국사경내를 돌아다닌다.
수학여행때 보았던 불국사에 대한 느낌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 나이에 강렬한 뭔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땐 뭔가를 얻으려고 숙제하는 것처럼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그런 집착없이 물끄러미 불국사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 어떠리.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하면 어떠리.
불국사를 대충 보고 석굴암을 보러 가긴 싫었다.
그냥 불국사를 물끄러미 오래도록 보고 있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는 뉘엿뉘엿 서쪽으로 지고 있고 나는 청운교,백운교 앞에서 물끄러미 불국사를 바라본다.
볼수록 자연과 잘 어울리는 건물이라고 감탄하게 된다.
석가탑,다보탑앞에서 물끄러미 또 바라본다.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다.
역사적 배경도 모르고 탑의 변천사도 모르지만 여느탑과는 다른 우아하면서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불국사가 가진 유물은 정말 많다.
석가탑,다보탑,석등,광학부도,금동아미타여래좌상,금동비로자나불좌상 등등등....
그러나 내 눈에는 다른 많은 절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유홍준교수가 제시한 불국사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 보기로 했다.
그중에서 내가 반한것은 극락전 바깥쪽 서쪽면 석축이다.
내가 보기에 가장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곳이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여기를 눈한번 흘기고 다른 곳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지만 난 여기에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본다.
해가 이제 산등성이로 넘어가고 나서야 불국사에서 발을 뗐다.
웬지 모를 기쁨이 있어 여기를 나가기가 쉽지 않아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석굴암은 다음 기회에 보기로 했다.
너무 좋은 것을 많이 보니까 눈이 시리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저녁에 민박집에 돌아왔더니 민박집 아주머니가 술한잔 권한다.
다른 여행자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나 밖에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정말 배부르게 술한잔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