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열기를 등에 업고 역대 최다관중인 592만 명을 기록하는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8년만에 누적 관중 1억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8개 구단은 올 시즌 사상 첫 600만 명 관중 돌파를 목표로 네이밍 데이 확대, 여성 팬 유치, 구장 시설 개보수 등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각 구단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본다.
KIA - 네이밍 데이 확대
지난해 구단 사상 최다관중(58만2005명)을 기록했던 KIA는 올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33회)와 같은 수준의 네이밍 데이를 계획하고 있다. 네이밍 데이란 구단이 특정 기업이나 학교, 지방자치단체 등의 이름을 걸어주는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관중을 보장받는 마케팅이다.
KIA는 6월 지방선거 이전에는 기업과 대학교 등에 집중하다가 선거 이후 전남지역 지방자치단체들로 네이밍 데이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KIA는 팬 서비스의 질적, 양적 업그레이드를 위해 수시로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팬들의 요구를 청취할 예정이다. KIA는 팬들이 선수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선수단 라커룸 견학 ▲선수단 버스 및 식사 체험 등도 추진할 생각이다.
SK -‘그린스포테인먼트’
올 시즌 마케팅 화두는 ‘그린스포테인먼트’다. 기존의 스포테인먼트와 함께 SK가 올해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젝트는 인천시, 에너지관리공단과 손잡은 ‘그린스포츠’. 그린스포츠의 일환으로 지난 1월 프로야구단 최초로 탄소중립 프로그램에 가입한 SK는 시즌 내내 관중들에게 ‘녹색’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복안이다. 태양광 바비큐존과 고효율 에너지 조명등(LED), 외야 그린존은 물론 선수들도 시즌 중 6차례 그린 유니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가장 낮은 객단가(1인당 평균입장료) 구단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여성팬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는 올 시즌 프로야구단 최초로 여성 전용 휴게실인 ‘파우더룸’을 선보인다. 올 시즌 관중 목표는 지난해 85만 명에서 5만 명 늘어난 90만 명.
두산 -‘퀸스데이’ 강화
두산의 올 시즌 관중 유치 목표는 115만 명이다. 지난 시즌 여성관중 유치를 위해 퀸스데이 등의 이벤트를 마련, 톡톡히 재미를 본 두산은 이번에는 기존 여성관중과 함께 직장인 관중 유치에 중점을 둔다. 지난해 관중 목표는 100만, 시즌 종료 후 집계된 입장 관중은 105만3966명이었다. 직장인을 유치하기 위한 세부 방안은 현재 논의 중이다.
롯데 -‘회원 대통합’
올 시즌 흥행의 키는 역시 ‘부산 갈매기’들이 쥐고 있다. 롯데는 올해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 관중인 150만 명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한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갈아치웠던 롯데답게 올 시즌 성적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다가설 수 있는 수치다.
올해 마케팅 화두는 ‘회원 대통합’이다. 경기장에서의 각종 편의 시설과 응원 문화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장기적인 롯데 팬들만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3월에 대대적인 론칭 행사를 갖고 구체적인 IT 인프라 구축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사직구장 각종 시설도 보다 편리하게 개보수된다. 화장실을 보다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사 중이고, 2층 롯데 박물관과 선수단 라커룸까지 전면 새로 교체를 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팬들 뿐 아니라 야구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분이 좋아야 팬들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올해는 IT적인 측면에서 팬들을 한데 끌어 모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삼성 -‘1컨셉 3타깃’
올 시즌 마케팅 전략은 ‘1컨셉 3타깃’이다. 홍준학 마케팅 팀장은 “올해는 가족과 여성, 어린이 팬들을 야구장으로 모으기 위해 중점을 둘 계획”이라면서 “보다 공격적이고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올 시즌 관중 50만 명을 목표로 잡았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구장을 고려하면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 LG의 100만 관중 달성과 비슷하다. 삼성은 야구팬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입장료 인상을 자제하기로 했다. 일부 내야지정석 요금은 10~15% 올릴 예정이지만 그 밖의 다른 좌석은 동결하기로 했다.
홍 팀장은 “올해는 야구 붐업을 위해 생활 속의 프로야구를 추구할 것”이라며 “대학가와 시내 중심에서의 거리 홍보, 각종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넥센 -‘경기장으로의 초대’
이번 시즌 마케팅의 중점은 ‘경기장으로의 초대’다. 지난해 넥센은 환경미화원, 소방대원, 장애우 등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시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특별한 영웅들’의 시구에 더해 장애우를 둔 부모, 유치원생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구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또 홈경기 ‘네이밍 데이’ 유치에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넥센은 기업과 대학들의 신청을 받아 경기에 이름을 빌려주고 사장과 사원, 총장과 총학생회장의 시구, 시타와 일일 치어리더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목동구장 마운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놀이터’로 바뀌게 된다. 넥센 측은 “지난해에는 ‘리틀 히어로’에게 추억을 안겨주었다면 올해에는 네이밍 데이와 시구를 연계해 다채로운 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LG - 어린이와 여성팬 모시기
겨우내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한 LG의 목표는 등돌린 관중들을 다시 모으는 일이다. 100만 관중을 목표로 내건 LG는 지난시즌에 이어 어린이와 여성팬들을 유치하는 데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경기 전 그라운드 이벤트를 더욱 다양화하고 활성화해 가족 단위 팬들을 끌어 모아 야구장을 놀이 공간으로 정착시킨다는 복안이다. LG는 관중석의 편의 시설도 더욱 확충하기로 했다. 테이블석을 늘리고 옐로우석을 전부 지정석으로 교체,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는 수고를 없애기 위해 두산과 협의 중이다. 또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MBC 청룡 유니폼을 입는 날 등 ‘이벤트룩’데이를 심사숙고 중이다. 정성태 LG 마케팅팀장은 “올해 LG 마케팅의 화두는 역시 어린이와 여성팬 유치”라고 밝혔다.
한화 - 편의 시설 확충
팀 성적의 최하위 추락과 함께 관중 유치에서도 7위(37만5589명)에 그쳤던 한화는 올해를 재도약의 기회로 벼르고 있다. 한화는 팀이 젊어짐에 따라 마케팅 전략도 어린이들과 여성들에게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는 정기적으로 2군 선수들을 방과 후 초등학생 야구지도현장에 투입해 기술전수에 나설 계획이다.
관람 편의를 위해 대전구장 시설도 보완된다. 한화는 조만간 중앙지정석의 의자를 모두 탁자지정석으로 교체한다. 지난해 한화는 1ㆍ3루 지정석을 탁자지정석으로 대폭 확대해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성 관중을 위해서는 외야 가족석을 가족 및 커플석으로 만들고, 여성전용 주차장과 여성전용 매표소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인근 대학교, 기업 등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네이밍 데이를 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베이스볼 클래식 | 글. 한국일보스포츠부 야구팀 / 사진. 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