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세상에는 보이지 않은 기운이 분명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고 부른다. 무엇인가를 치밀하게 계획을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한 경우를 볼 수 있다. 노력해도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좀 그렇다. 무엇인가를 할 때 어떤 식으로든 내 주위의 환경과 결합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물론이고 각자의 환경에 대한 모든 것들이 관련되어 진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그 아래로는 줄줄이 사탕처럼 여러 상황이 엮어지게 된다. 즉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상황이 결합되고, 그래서 그것이 잘 되어지려면 여러 요소들이 잘 결합되고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세상 일이라는 것이 어디 그럴까? 뭐 하나라도 삐걱거리게 되고, 이것을 운이라는 이름으로 퉁쳐지게 되는 것이다.
무의도. 이 섬만큼 가보려고 했다가 말기를 반복한 섬은 없을 것이다. 한 때는 지금은 운행하지 않은 자기부상 열차를 활용한 방식까지 고려하면서 무의도 trekking 루트를 짰던 적오 있었다. 인천공항 한편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이 섬에 대해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 해 공항이 아닌 영종도를 차로 한 바퀴 돈 적이 있었는데, 영종도 옆으로 해변과 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무의도 였는데 이때 삼 이름 석자를 머리 속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trekking을 하면서 그곳에도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계획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열심히 계획을 했는데, 그만 상황의 변화가 생겼다. 다리가 생겨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럼 더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주말이면 다리 위가 너무 복잡하고 대중교통이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민원이 심하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특히 주말은 완전 포화 상태로 차가 다리 건너편 영종도까지 서 있다는 뉴스가 들려 왔다. 그래서 미련 없이 포기했다. 삼천리 금수강산 배고파서는 가도, 밀려서까지 가는 것은 아니라는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슬그머니 무의도에 대한 기대(?)를 살짝 하게 되었는데, 무의도가 축구선수 김남일의 고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였다. 오호~! 그래? 그럼 또 한번 가 봐야지… 그런데 그 이후 함 가보려고 하는데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 시간표가 어째 까기까리했다. 자기부상열차 시간도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말아 버렸다. 사실 좀더 자세히 알아볼 수도 있었는데, 어쩌면 저변에 깔려 있던 무의도에 대한 의지의 박약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른 출중한 갈 곳이 널려 있는데, 구지 무의도까지~.. 그래서 인천공항까지만 다녔지 그 이후로 넘어서는 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Trekking 천국이라는 장봉도에 밀려서, 소위 “가고 싶은 옹진군의 섬” 리스트의 저 밑으로 더 밀려 버렸다. 말하자면 무의도는 나의 wish list의 바닥을 깔아 준 섬 중의 하나였다. 너무 멀고 무조건 하룻밤 이상을 자고 와야 하는 대청소/백령도 급 섬. 어쩌다 무의도는 운이 없어서 가지 못하는 섬으로 낙인이 찍혀서, 백령도 급이 되었는지 나도 설명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살짝씩 운이 닿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곡 선생님이 후기를 통해서 뭔가 대중교통 시간이 말끔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또한 최근 수명산 선생님이 종종 발걸음을 하시는 것으로 보아 예전보다 인프라가 개선되었고 길이 잘 닦여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래서 한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는데, 그러다가 예전의 트라우마가 살아나 이러다 또 어떤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또 말겠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무의도는 일단 여의도에서 볼일부터 보고~하며 여의도보다 순위가 밀려 버렸다. 저 멀리 지리산이나 설악사에는 가면서도....
사실 무의도가 조금 그랬던 것은 그 안에 있는 실미도가 부분적으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미도에 대한 아픈 역사. 그건 남의 역사뿐만은 아니었다. 그들의 역사와 비슷하게,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아슬아슬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금 반추 되는 빛 바랜 오래 전의 기억들이 별로 달갑지 않았기 때문인지, 몇 번의 시도 후에 운이 따라 주지 않아 더 이상 무의도건 실미도건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호기 있게 그리고 마치 대한민국 국가를 혼자 책임졌던 것처럼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 경우에는 정반대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때 그 시절 이야기. 어쩌면 지금 길동무와 함께 걸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오래 전의 여러 순간들… 그래서 구지 그 섬까지 찾아 “들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을 다시 기억한다는 것이 조금 넌센스처럼 여겨졌다.
그랬는데, 역시나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의 노력보다는 역시 “운”이었다. 마침 토요일 여유의 시간이 우연치 않게 나고 – 마치 하늘이 열리듯이 – 또 다시 우연치 않게 수 쌤과의 약속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더불어 다른 선생님들께서 다음 주 무의도 trekking 시간을 전격적으로 바꾸어 주셨다. 말 그대로 "얼떨결에" 무의도행 trekking이 이루어진 것이다. 정말 별로 생각할 틈도 없이 결정이 되었고 그렇게 어려웠던 무의도 행이 진행되었다.
원래는 가고자 했던 곳은 치악산 종주였다. 그곳에 가본 지도 두 해가 넘었다. 그래서 서울부터 원주 터미널, 터미널에서 옛 원주역, 그리고 원주역에서 성남 탐방지원 센터까지 가는 길과, 구룡산에서 서울로 오는 루트에 대한 시간 계획을 모두 세워 놓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간만에 길동무와 조인하고, 또 과꽃 선생님도 나오신다니 이건 무조건 Go였다.
지리산, 설악산을 가다, 무의도를 간다고 생각하니까 준비 자체도 할 것이 없었다. 가뜩이나 수쌤게서 리딩을 하시고 기라성 같은 산타전 선생님과 산티아고 순례길의 본좌 격인 문지방 선생님도 동행하신다고 하지 않는가? 이건 누가 생각해도 놀구먹기 땡 길나섬이었다. 그래서 신경을 쓸 것이 없었다. 그저 출발하는 날 시간 출발 시간 30분 전에 커피 포트에 물을 담는 것 이외는… 요즘은 가볍게 다니느라고 뜨거운 커피도 갖고 다니지 않는데, 이런 날에는 한잔 마셔줘야 기분이니, 오래간만에 커피 포트를 찾아 배낭에 넣는 것만이 조금 신경을 쓰고 할 일이었다. 그리고 물이 어디 있을까? 하고 고민할 일도 없고 스틱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번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그리고 언제 어디까지 오라고 하면 그에 맞추어서 가면 그만일 뿐, 교통편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마치 여행 계획 혼자 짜고 머리에 쥐나다가 여행사 관광 상품 하나 사서 그냥 따라가는 것과 같은 편리함이랄까?
그렇게 무의도를 다녀왔다. 무의도 행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니, 마음 먹은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시긴이 받춰주지 않음을 의미한 것이고 그래서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나중에 시도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세상 일이란 확실히 시기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면 세상의 모든 것은 그대로 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상황도 마찬가지다.
무의도를 다녀오니 찐 숙제를 하나 끝낸 느낌일랄까? 그리고 이제 한번 길을 텄고, 또한 실미도까지 다녀왔으니 이제 본격적인 무의도 투어를 한번을 할 생각이다. 컨셉은 장봉도와 비스무리하게 한번 해볼까 싶다. 물때를 걱정할 필요 없이 상황에 따라 산행이든 아니면 해안 행이든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방식. 사실 장봉도의 장점은 그랬다. 배가 장봉도 선착장에 도착 직후 만일 바다에 물이 잠겨 있으면 바다 대신 바로 산행을 하면 되었다. 그러면 산행 후 가막머리에서 선착장으로 올 때는 해안 길이 열려 있었다. 그래서 오고 가는 길을 버라이어티 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선착장 도착 직후 바닷길이 열려 있으면 바다를 따라 가막머리로 가면 되고 그곳에서 선착장으로 돌아올 때는 능선을 따라 걸어오면 되었다. 나의 걸음 속도와 섬의 남단에서 북단까지의 거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장봉도였다. 그런데 장봉도의 단점이 딱 하나 있는데 운서역부터 삼목항까지의 교통편이었다. 버스가 2대는 있는데 배차 간격이 너무 넓어서 이건 거의 택시 각인 곳이었다.
그런데 무의도는 장봉도처럼 운서역에서 삼목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버스 시간이 맞나 고민할 필요도 없는 시간이 명확한 버스를 이용한 입도가 가능한 섬이라는 것도 어제 길나섬을 통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다. 당산, 국사봉, 호룡곡산을 돌아 해안길로… 실미도는 갈 수 있으면 다행이고 아니어도 상관없고의 선택 항목으로 남겨 놓고… 가장 빠른 시간에 입도를 하고, 한 바퀴 돌고 나와 다시 서울로 오고… 대략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다녀온 섬. 그리고 또 다른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영감을 준 섬. 내게 무의도는 舞衣島가 아니 말 그대로 無意圖 였다………………..###
첫댓글 어제는 모처럼 길동무와 함께 걸을 수가 있어 좋았습니다. 얼마 전 하루 건너 네 차례 무의도를 걸었지요. 집사람과 정말 무의도가 가까히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 능선 종주 계획이 있으면 참고하세요. 1, 광명항 ~ 소무의도 바다누리길 ~ 광명한 ~ 호룡곡산 정상 ~ 구름다리(하나개큰길) ~ 국사봉 ~ 실미고개 ~ 당산 ~ 큰무리선착장 계단길 직전 갈림길에서 무의도둘레길 1코스 그리고 이번 트레킹 순서대로하면 다 돌아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의도를 그리 자주 가시는군요. 하긴 그만한 교통편이 있는 곳이 어디있을까 싶습니다 배를 타지 않아도, 그리고 버스가 자주 있어서 쉽게 섬으로 오갈 수 있는 곳이니까요. 가뜩이나 인천은 선생님에게 아련한 추억을 안겨 주는 곳이나 사모님과 자주 가시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이 훨신 지났지만,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이 무의도라서 그런지 – 동네 산책길 제외 – 무의도 생각이 아직도 무릇무릇 납니다. 주말 하루가 묶여 있다 보니, 나머지 하루도 역시 집안 일로 바쁘네요.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지만, 또 일도 많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시간은 이렇게 지나갑니다. 감사합니다.
무의도와 실미도 까지 해안선을 따라 다녀오셨군요.
지난번에 아내와 똑 같은 코스인데, 우리는 물때가 안 맞아 실미도를 못 가 보았지요.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해상관광 탐방로를 따라 호룡곡 산을 넘어
광명항으로 넘어 와서 버스를 탓었지요.
시간 될 때 가끔 걸어 볼만한 길이지요
무의도 해안선을 따라 걷는 멋진 트레킹 생동감 있게 잘 봤습니다.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바빠서 빠른 답장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무의도 다녀온 이후로 너무 바빠서… 이렇게 좋은 시즌을 그냥 보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다녀오셨고, 수명산 선생님도 다녀오셨고..
올매나 좋길래 하고 저도 다녀왔습니다.
선생님의 후기는 그냥 아련한 동경을 주었고
제가 직접 걸어보니, 아~ 여기가 여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실미도가 오픈되어서 그곳까지 다녀올 수 있었고요.
오래간만에 길동무와 함께 걸었습니다. 같이 다녀온지가 벌써 일년이 넘었습니다.
살짝 뵈오이, 멀리 문경세제 다녀오셨네요.
주흘산과 부봉, 그리고 마패봉을 통과해서 월악산 방향으로 하산 한 것이
엊그제 같고, 푸르른 잎이 한참이었는데
벌써 형형색색 옷을 갈아 입었네요.
그 산을 보니 다시금 가고 싶은 생각이 가득..
멀리 다녀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고
가을 날의 멋진 백두대간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늘 건보하시기를 바랍니다.
주말마다 빠짐 없이 걸으시는 선생님이 참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의도의 새로운 여정이 언제든 시작되겠군요~
멋진 발걸음을 하시고 오시길 바랍니다~
ㅎㅎ 네. 이제 영점 조정하고 조준선 정렬 끝났으니, 다시 60 메고 호룡곡산하고 국사봉 투어늘 나설 준비가 되었습니다. 언제 짬 한번 보겠습니다. 만나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 많이 나누어서 반가웠습니다. 문지방 선생님과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