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40614)
선돌* 앞에서/라현자
바위산 하도 험해 하늘 석공(石工) 내려와서
바위에 정을 박고 도끼로 내리친 듯
산 한쪽 쪼개 놓으니 그 단애(斷崖)가 아찔하다.
아득한 서강*물은 청룡처럼 꿈틀대서
백로도 깃을 접고 까마귀도 날지 않나.
절경에 취한 날치들 펄쩍 뛰며 신이 난다.
동강 난 몸이지만 애당초 한 몸이라
오늘도 눈 맞추며 세상 얘기 주고받네
철 따라 고운 옷 입고 제 자랑도 해가면서.
*선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서강 강변에 있는 높이 약 70m의 기암.
*서강 : 선돌 아래 흐르는 강
24.06.14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오랜만에 시가 아닌, 시조 한 편을 소개한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선돌을 보며 선돌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보는 작품이다. 정격시조는 운율에 엄격해서 고아한 글색을 읽으면 풍류에 생기가 돋는 듯하다. 비록 동강난 몸이지만 이라는 문장에서 민족의 아픔도 생각하게 된다. 그 단애 어딘가에서 우리네 잃어버린 서정적 감수성과 향토적인 기상을 엿보는 듯하다. 이번 여름 피서를 간다면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절경에 취한 날치가 될지도 모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라현자 프로필)
시조문학 등단, 조선문학 등단, 전국 운곡백일장 외 수상, 시조집(봄볕이 다정해도 아직 봄은 아니야) 시집 (빨래를 널며), 한국시조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