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용궁과 의성 서부에서 보낸 하루
10년이 훨씬 넘게 문화재를 보겠다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인연이 잘 닿지 않는 곳들이 있다. 오늘 다녀온 경북 예천군의 용궁면과 안사면 등 의성군의 서쪽 일부 지역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토요일, 8시를 넘어 출발했으니 결코 이른 시간이라 할 수는 없었고, 그 대가는 수도권에서의 상당한 정체를 감수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나무 한 그루로 오늘 답사를 연다. 같은 예천군 감천면의 석송령 등과 함께 드물게도 자신의 이름과 토지까지 소유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 400호 예천 금남리 황목근(黃木根)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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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면 금남리 696번지에 있는데 철길을 넘어 동네를 둘러가는 길은 비좁아서 조심하여 운전해야 한다. 황목근은 나이가 5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 팽나무로 높이 12.7m, 둘레 5.65m이다. 성(姓)에 해당하는 황(黃)은 꽃이 피면 나무 전체가 누렇게 보인다고 하여 붙였다고 한다. 운 좋게도 그 광경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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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때까지 용궁은 예천과는 별개의 지역이었다. 읍부리에는 만파루라는 새로 복원한 누각이 있는데 이 옆에 척화비가 한 기 있다. 척화비에 담긴 의미야 많지만 용궁이 별개의 행정단위였다는 흔적의 하나로도 읽을 수 있다. 용궁은 순대가 무척 유명하여 외지에서 온 차들로 꽤 붐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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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문화재 제210호 용궁향교(龍宮鄕校)는 면소재지에서 좀 떨어진 향석리 266번지, 작은 마을의 산자락 아래에 남향하고 있다. 상당히 큰 누각인 세심루 등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향교이다. 대성전이 있는 제향공간까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는 점도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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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자료 제147호 예천향석리석조여래좌상은 용궁면 향석리 192번지에 있다. 마을에 접근하면 보호각과 삼층석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주차는 조금 곤란할 수 있다. 향석1리마을회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불상은 코, 목 등 수리한 부분이 있지만 비교적 온전한 편이다. 상호도 원만하고, 특히 오른쪽 손목의 선명한 팔찌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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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보호각 앞에 있는 예천 향석리 삼층석탑(醴泉鄕石里三層石塔)은 상처가 무척 많은 석탑이다. 특히 기단부 중석 하나가 아예 없어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난 1월 산천초목님께서 이 안에 잡다한 물건을 넣어두고 있다는 글을 올리셨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여서 안타까웠다. 2층 옥개-3층 옥신, 3층 옥개-노반이 일석으로 조성되었고, 노반은 옥신과 옥개가 별석으로 조성되었으며, 별석의 높은 1층 탑신 굄 등 눈여겨볼 것이 많은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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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 조망점이 있다기에, 답사 길에 잘 넣지 않는 명승을 보기 위해 장안사를 향했다. 하지만 주말에 명승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 주차 공간이 없었다. 큰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돌아 나왔다.
우망리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한국의 사지>>에서 보고 2013년에 도전했으나 찾지 못했었다. 풍양면 우망리 산 13-1이란 지번은 맞지만 매우 넓은 지역이어서 이 지번만으로는 찾기 어렵다. 이후 다녀오신 분들의 글 등을 참고하여 다시 찾아보았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도전했을 때도 거의 근처까지 갔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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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성군으로 넘어간다. 의성의 제법 큰 절집 중 하나인 다인면 비봉산 대곡사(大谷寺)와 이제야 인연을 맺는다. 비록 새로 세운 것이지만 우람한 기둥을 쓴 일주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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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석장승과 부도, 기타 파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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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사는 동향이다. 그런데 내가 대곡사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 반 정도였다. 즉 일주문도, 범종각(범종루)도, 대웅전도 모두 역광인 상황이었다. 정방향 사진을 거의 얻을 수 없으니 뒷모습이나 찍고 있다. 대곡사를 찾으시려거든 꼭 오전에 가실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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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게다가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안 남았다. 당연히 중정은 연등물결이 출렁인다. 뭐 그 자체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절집 유일의 국가지정문화재인 대웅전의 모습을 담기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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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등급은 지정문화재 중 가장 낮은 문화재자료이지만 내가 대곡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재는 의성대곡사다층석탑(義城大谷寺多層石塔)이다. 청석탑의 비조(鼻祖)인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보물 제518호)보다 조금 늦게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나로서는 이로써 완형의 청석탑을 모두 친견하게 되었다는 소소한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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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사는 다행히 내부촬영에도 인색하지 않아서 대웅전, 명부전, 영산전 내부의 여러 존상들을 담을 수 있었다. 불조전에도 무엇인가 있다는데 잘 알지 못했고, 현장에서 들어가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진은 대웅전 불단의 삼존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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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북면 정안리로 향한다. 유형문화재 제175호 의성 정안동 석조여래입상을 만나는 길은 유채, 라일락, 청사과 등 여러 꽃을 만나는 길이기도 했다. 공식자료의 주소가 실제와 약간 다르다. 입구 표지판에 불상까지 400m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00m 남짓이다. 이 표지판이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 표지판 따라 들어간 골목에서 처음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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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은 조각 수준이나 보존 상태 모두 꽤 아쉬움을 준다. 수준이 빼어나다고 하기도 어렵고, 머리, 목, 발 등 손상된 부분이 많은 데다 특히 별석으로 제작하여 끼워 넣게 만들었을 오른손이 없어진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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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안사면으로 향한다. 유형문화재 제177호 의성 안사동(安寺洞) 석조여래좌상을 만난다. 찾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전조사를 열심히 한 덕분에 불상까지 100m 남짓 정도 거리인 저수지까지 차량으로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도착한 시간과 날씨는 거의 최악에 가까웠다. 촘촘한 창살 그림자가 불상에 그대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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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보호각 앞에는 2점의 옥개석과 자연석 등을 쌓아놓은 석탑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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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가운데, 농로 옆에 있는 안사리삼층석탑(安寺里三層石塔)이 오늘 만난 마지막문화재였다. 훼손이 심하긴 하지만 향토유적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고, 안내판과 설명판도 설치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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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달려온 하루해도 어느덧 서산 너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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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긴 그림자를 늘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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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늘 격려의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사면에 옛님이아주 많이 계시는데...
저는
우망리도 쉽게 찾았고.
수고햇습니다.
눈에 밟히는 님들이 많았지만 귀가를 서둘러야 할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망리... 이번에도 포기할 뻔 했습니다.
의성도 하루.이틀 답사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네요.
1박2일 꽤 꼼꼼하게 다녔는데도 시나브로님 글을 보니 저는 의성의 옛님을 반도 못 본 듯 합니다~
저도 당장 안사면에서만도 꽤 여러 님을 찾아보지 못했고요,
의성의 동부지역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의성 예천....ㅎㅎㅎㅎ 자꾸만 듣게되는...이유는 따로있지만...^^
반갑기만 하네요..그곳에 계시는 옛님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시니브로 ㅎㅎㅎ 요즘 하는 운동으로 친구들이
의성, 예천에 살고 있습니다
의성...생각나는 67년.....
67년이면 저는 아장아장~~
@시니브로 ㅎㅎㅎ
@무심천 선생님 여긴 어디예요?
뒤에 탑도 보이네요ㅎ
@법안 부석사 68년 ㅎㅎㅎ
@무심천 제가 태어나기 2년전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