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 8집 앨범 [共存]으로 돌아온 YB (윤도현밴드)_ 인터뷰 & 글 : 최세희 (대중음악 전문가) / 자료 제공 : 다음기획
YB를 만난 건, 4월 14일부터 5월 3일까지 그들의 공연이 열리는 한 소극장 대기실이었다. YB 데뷔 12년 만에 통산 여덟 번째 앨범 [共存](이하 '공존'으로 통일)을 발표한 것을 기념해 그들은 특별히 소극장 무대를 준비했다. 그들을 들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매개 없이' 때론 부대낌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들을 나눠주겠다는 마음이었다. 매번 새롭게 출사표를 던질 때마다 일련의 화제와, 그리고 논란을 낳은 그들의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어 보았다.
Album | YB (윤도현밴드)의 정규 8집 앨범 [共存]_ YB 8집 앨범 [共存] 인터뷰
사회의 '共存'을 외치는 YB의 8집 앨범 YB의 총 12곡의 신곡들은, YB가 바라본 세상과 사회에 하고 싶은 거침없는 이야기, 그리고 투박한 사랑 이야기를 비롯, 지루하고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한 일상 이야기까지 담겨진 YB의 현재라고 말할 수 있다. 용산참사로 불거진 철거민 문제 '깃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 88만원 세대들의 청년실업문제 '88만원의 Losing game', 무한경쟁의 입시전쟁으로 내 몰린 아이들의 교육문제 '물고기와 자전거',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촛불들의 작은 목소리 '후회 없어', 네티즌들의 건강한 정보 소통을 방해하는 일부 악플러들의 행태고발 'Talk to me' 등 YB의 사회적 발언이 거칠고 투박하지만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Interview | YB 8집 앨범 [共存] 집중 인터뷰_ YB 8집 앨범 [共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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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소개 좀 해 주세요. 어제 YB의 여덟 번째 앨범 [공존]의 발매기념 콘서트 첫 날이었죠. 늘 하시는 공연이지만 어젠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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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드럼) :'북치는 소년' 김진원입니다. 일자별로 공연 레퍼토리를 바꾸었어요. 우선 화수목은 좌석제고, 금토일은 스탠딩이에요. 평일 같은 경우는 앉아서 보실 분은 보시라는 게 있었고, 조금 차분한 분위기도 고려했어요. 주말은 스탠딩으로 계속해서 록킹하게, 그래서 게스트도 록킹하게 하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어제(화) 게스트는 김장훈씨셨고요. 사실 어제 첫 공연 때는 평일이기도 하고, 분위기가 차분할 줄 알았는데 첫 곡부터 다들 일어서시더라고요. 나중에 공연 끝나고 저희 홈페이지 가 보니까, 게시판에 왜 좌석을 놓았느냐는 불만이 나왔을 정도였어요. 윤도현(보컬) : 윤도현입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어제 축배를 들었어요. 연습실 개판이지? 김진원 : 내가 연습실 다 치웠어 (웃음). 윤도현 : 어제 연습실에서 혼자 샴페인 터뜨렸어요. 어쩐지 그러고 싶더라고요. 빈속에 먹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치킨 시켜서 먹다가 안 치우고... 김진원 : 저는 끝나자마자 바로 지하철 타고 갔어요. 멋있어 보일까 해서 (웃음). 허준(기타) : YB의 기타치는 망나니 허준입니다. '망나니'란 말 꼭 넣어 주세요. 사실 첫 공연은 저희도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오랜만에 하는 소극장이라, 기대했던 것만큼 나온 것 같아요. 김진원 : 실수도 없었고, 사운드체크도 첫 공연치고 성공적이었어요. 너무나 매끄럽게 잘 가더라고요. 윤도현 : 오늘은 안 될 거야. 뭐가 잘 되면 불안해. (좌중 웃음) 박태희(베이스) : 베이스, 박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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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요새 YB엔 좋지 않은 일이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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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음... 선배님 중 한 분의 말씀이 떠오르더라고요. '성공 후엔 복수가 있다. 기찻길이 양쪽이 평행선으로 만나지 않으면서 계속 같이 가는 것처럼, 성공이라는 한쪽 길옆에는 늘 실패의 길이 함께 한다'고 하셨거든요. 저는 뭔가 안 좋은 일이 계속 있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해요. (좌중 웃음) 아무 것도 불편한 것 없이, 순탄하기만 하면 더 불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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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출연 불가 뉴스도 있었고, '아직도 널'의 뮤직비디오가 방송 불가판정을 받기도 했고. 이유가 '엔딩 부분에서 멤버들이 도로의 노란선을 밟고 걷는 장면이 교통법규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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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심의문제가 사실 뜻하지 않은데서 걸릴 때가 있어요. 그리고 심의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통과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심의나 이런 것을 신경 쓰고 만들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그런 일이 닥친 게 기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하시는 것만큼 크게 불편할 것도 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주변 분들이 도리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정말 어떻게 하냐' 는 분들도 있고, 어제 앞 집 돈가스 집에 갔는데 사장님도 제 얼굴 보시더니 '슬퍼 보인다'세요 (좌중 웃음). 그런데, 정말, 정말, 진짜, 진짜 괜찮거든요? 보름 동안 공연이 잡혀 있고, 음악이 있고, 멤버들은 12년 동안 동고동락해 왔고, 음반도 절찬리에 판매되는 건 아니지만 사랑 받고 있고, 불만이 있을 수가 없어요. (* 참고로 '아직도 널'의 뮤직비디오는 이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 방송심의를 통과했다.)
그리고 저희는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무대에서 미친놈이 되는 게 우리가 할 일이고, 그런 장소가 있고, 관객이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어제 샴페인 먹은 이유가, 오늘 공연 때 이야기하려고. (좌중 웃음) 어제 공연 때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갔다가, 오늘 공연 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물론 컨디션이 잘 나올 때 이야기죠. 아니면 술 먹어서 목소리도 안 나올 때 그럼 안 되죠 (웃음). 근데 샴페인 터뜨리는데, 흔들지도 않는데, 혼자서 진짜 큰 소리로 터지더라! 와.... 샴페인이 저를 진짜 반겨주더라고요.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 공연 때 이야기하려고 샴페인을 혼자 마시는 내 모습이.... 내가 음악을 좋아하긴 하는구나. 그러니까 다른 일들은 다 잊었어요.
YB의 여덟 번째 출사표, '공존': 1.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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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앨범 [공존]에 대해서 각자 생각하시는 바를 이야기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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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 물론 다른 앨범도 최선을 다 하고, 없는 것까지 다 짜내서 만들어왔지만, 특별히 이번 앨범은 더 그랬어요. 나중에 내고나서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정말 끝까지 계속 잡고 있었거든요. 녹음 기간만 10개월 정도로 걸릴 정도로 오래 걸렸어요. 중반에 다 뒤집은 적도 있었고.... 그래서 한동안 침체기가 있었다가 다시 재도전한 앨범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별로 후회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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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사운드 면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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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 기타 연주 면에선 '빈티지' 사운드를 낸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제가 요즘 기타의 트렌드를 잘 소리로 내지 못해서(웃음)... 옛날 악기들을 보면, 합주를 해도, 볼륨을 작게 내도, 자기만의 소리로 치고 나오는 생명력이 있거든요. 그런 생명력을 살리는 방식으로 녹음하려고 했어요. 윤도현 : 퍼즈(pause)도 많이 썼어요. 요새 퍼즈 기능은 잘 안 쓰는 편이거든요. 허준 : 더빙이라고, 같은 파트를 두 번 쳐서 소리를 좌우로 나눠서 기타 소리를 '쌔애하게' 만드는 게 있는데, 전 그런 게 예스럽지 않고, 다른 밴드의 소리랑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최대한 안 썼어요 윤도현 : 저는 노래를 할 때 곡마다 그 곡의 분위기에 맞게 목소리를 맞추려고 했어요. 한 마디로, 한 곡 한 곡 독립영화 한 편씩 만든다는 느낌으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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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앨범들에서도 그런 쪽으로 신경 쓰시는 건 읽히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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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그게 왜 그랬냐면, 저희가 밴드의 음악적 정체성을 화두로 삼아 고민한 적이 있어요. 뭔가 한 가지로 일관되게 가야하지 않겠느냐,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를 했다기보다는, 가장 YB다운 음악, 그래서 한 곡 한 곡, 영화 한 편 한 편 만드는 느낌으로 만들자, 톤이나 이런 것으로 통일성을 주자, 싶었죠. 그렇게 믹싱에서 통일성을 주고, 마찬가지로 노래할 때도 그 곡에 가장 어울릴 만한 목소리로 '연기 한다'는 느낌으로 했어요. 그렇다고 만족하는 건 아니에요.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이 앨범 가지고 다시 하라면, 1년을 다시 하라고 해도 할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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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쓰신 과정도 설명해 주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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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가사를 제가 써도, 진원이 형이 감수를 하십니다 (웃음). 김진원 : (몸을 수그리며) 가사 감수위원, 김진원입니다 (좌중 웃음). 윤도현 : 제가 아무리 잘 썼다고 생각해도, 진원이 형이 봐서 아니면 가차 없어요. 돌려 말하는 것도 없고, 그냥 표정으로 다 나와요. 그래서 저는 일단 가사를 쓰면 제가 먼저 감수를 하고, 그런 다음 또 진원이 형이나 다른 형들한테 감수를 받아요. 우정을 떠나서 냉정하게, 빈정이 상해도 받아 들여요. 그래야 후회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거죠. 김진원 : 저는 클래식 록, 6, 70년대 하드록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늘 그런 면에 신경을 썼는데 이번 앨범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나온 거 같아요. 드럼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드럼 사이즈를 선택했어요. 큰 사이즈의 드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나지막한 톤, 멜로딕하다기보다는 다이나믹하다고 할까요, 파워풀하면서 다이나믹한 리듬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파워풀한 킥드럼이 잘 살아서 기분이 좋아요. 이번에 드럼 베이스를 연습실에서 녹음해서 시간이나 다른 분위기에 구애 받지 않고 했어요. 그리고 전 드럼 녹음 끝나면 연습실에 잘 안 갔어요. 녹음실 공기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가끔 가서 '이건 아닌데?' 이렇게 지르고 가 버리고 (좌중 웃음) 윤도현 : 그럼 우린 다시 다 바꾸고 (웃음). 김진원 : 밴드가 같이 붙어서 생활을 하다보면 자기오류에 빠져도 모를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전 발을 좀 빼고 거리를 뒀다가 딱 가서 보는 거죠. 그러면 다들 저들끼리 너무 잘 했다고 너무 좋아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아닌데 (좌중 웃음). 그런데 '우리가 열심히 한 것으로 인해서 아름다워 보인다', 이게 오류거든요? 아름다운 건 자체가 아름다운 거지, 열심히 했다는 이유를 감안해선 안 되죠. 그래서 가끔씩 가서 '칼질'을 하는 거죠. 윤도현 : 그래서 진원이 형이 뜨면 다들 긴장해요. 그리고 진원이 형한테 칭찬을 받으면 되게 기분이 좋아 (좌중 웃음). '야, 진원이 형이 좋대!' 이러고. 가사를 쓰고나서 '야, 이건 진짜 예술이야, 나한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야' 하고 진원이 형한테 보여주잖아요? 바로 '아닌데?' 할 때가 많거든요. 그럼 뭐 한동안 먼 산만 바라보고 (웃음), 그래도 그런 과정이 있어야 좋은 가사가 나와요.
YB 뮤직 펙토리 8집 작업 영상 (1주 ~ 4주)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s.hangame.co.kr%2Fnaver%2Fmusic%2Ftoday%2Fspecial%2F1yb04.jpg) 1주차 'YB 뮤직 펙토리 개업' 2주차 'YB, 1박 2일 (독도)' 3주차 'YB, 위기 상황' 4주차 'YB, 취중진담'
박태희 : 저는 이번 앨범에서 베이스 라인에 대해 그 어떤 앨범보다도 깊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일곱 번째 앨범보다 더 다양한 사운드가 나왔어요. 절제할 때는 심플하게, 변주 시엔 화려하게. 예를 들어 타이틀곡인 '아직도 널' 같은 경우는, 편곡할 때 (허)준이가 많이 조언해 주었고, 도현이는 자기가 직접 쳐 보면서 '이러면 어때?'라고 조언해주고, 외부의 친구에게서도 조언을 받았거든요. 그 노래가 발라드 치고는 템포가 정말 빨라요. 드럼 비트도 독특하게, 서정성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심플하면서도 바리에이션을 많이 넣었어요. 그 노래의 베이스 라인은 한 마디로 멤버들의 모든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들으시면 돼요.
그리고 '후회 없어' 같은 경우는 녹음이 끝났는데도 아쉬운 게 있더라고요. 그때 도현이랑 사장님께서 '클라이막스를 달리고 있을 때 베이스에서 감동적인 선율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셔서 뒷부분의 베이스라인을 기타 리프처럼 연출해 살렸어요. 또 '엄마의 노래'도, 원래 이번 앨범에서 누락될 수도 있었어요. 함께 합주를 해도 편곡 면에서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베이스라인을 클럽풍으로, 댄서블하게 연출해 봤어요. 이번 앨범은 처음으로 외부 프로듀서를 들이지 않고 도현이가 맡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윤도현이 리더라고들 말씀들 많이 하시는데, 그 어떤 밴드의 리더보다도 귀가 열려 있는 사람이에요. 진원이가 감수할 때도 진지하게 듣고, 가사 뿐만 아니라 노래 면에서도 그랬어요.
윤도현 : 완전히 다시 부른 노래도 있었어요. 박태희 : 그래서 [공존]이라는 제목은 그런 면에서도 해석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유난히 싸운 일도 많은 앨범이기도 했고, 그래서 살벌한 분위기까지 갔던 앨범이고... 공존이라는 타이틀부터 가사, 편곡, 믹싱, 심지어 수록곡 순서까지... 철저하게 논의하고 합의를 보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고요. 윤도현 : 또 앨범 재킷,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김진원을 가리키며) 진원이 형이 감수를 했고요. 김진원 : (다시 고개를 숙이며) 감수담당 김진원입니다. (좌중 폭소) 창작적인 면에선 드럼을 맡고 있고요 드럼 감수도 직접 합니다(웃음). 윤도현 : 프로듀서로서 녹음할 때를 이야기하면, 준이가 엔지니어의 트랙킹을 해 줘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고요. 진원이 형은 이번 앨범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해 냈어요. 드럼 영역에선 창작의 면에서 자기 할 바를 철저하게 다 했고, 상상력을 많이 넓혔어요. 제가 프로듀서를 했다지만, 프로듀서로서도 이야기할 게 없었어요. 드럼 자체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악기도 그게 몇 인치야? 김진원 : 26인치. 윤도현 : 26인치짜리, 엄청 크죠. 그래서 옛날의 레드 제플린 사운드가 복원되는 것 같은 그런 희열을 맛 봤어요. 그리고 태희 형 같은 경우는, 전반적인 생각들, 음악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라는 철학적인 면, 우리의 음악적인 정체성 등등의 면에서 어른스럽게 이끌어 줬어요. 가사도, 무리수를 두지 말고 써야 되는데 그러지 못할 때, 태희 형이 '이럴 때는 이런 표현보다는 이런 표현이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줬고요. 이름만 프로듀서지, 사실 제가 한 건 녹음실 스케줄 잡고요 (웃음), 이러저러하게 짜 맞춘 정도지, 멤버들의 역할들이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져 합쳐진 결과 같아요. 김진원 : 각자 성격대로, 능력대로 자리를 잡아간 상징적인 앨범이 [공존]이에요. 이른바 '팀워크','구력'이라고... 횟수가 된 밴드가 할 수 있는 거죠 (웃음). 윤도현 : YB가 개개인의 연주력이나 테크닉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세션을 하시는 연주자 분들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죠. 하지만, YB라는 안에서 하나로 합쳐지면, 제 생각엔 완벽해져요. 그런 면에서 모두를 정말 존경하고요. YB라는 팀 안에선 멤버들 각자의 기량과 에너지, 서로 함께 하면서 빚어내는 화학작용이 너무 좋아서, 저로선 부러울 게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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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사운드 면에서 예전에 '한국적인 록'을 하는 YB 밴드라기보다는 보다 '모던한', 국제화된 사운드를 하는 YB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적인' 사운드란 말은 자체로 좀 어폐가 있지만, '한국적 록을 하는 록밴드'로 알려진 밴드에게서 느껴지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지분은 80년대 포크 성향이 발견되는 '꿈꾸는 소녀 TWO'와 '편지','엄마의 노래'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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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 네, 그럴 거예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번 앨범의 음악적인 목표는 클래식 록에 기반한 빈티지 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밴드의 음악이니, 당연히 표현되는 바는 모던하죠. 사운드는 옛것으로 회귀하되, 디지털 프로세싱같은 현대적인 방법을 통해 회귀하는 거니까요.
박태희 : 녹음한 10개월의 기간을 돌이켜보면 음악적으로 큰 틀을 잡을 수 있었던 게, 진원이가 클래식 록을 대표하는 여러 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레드 제플린의 성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편곡적인 면에서 특히... 그런 면이 부각 되어서 큰 축으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축에 따라 다른 면들도 아기자기하게 잘 붙은 것 같아요. 윤도현 : 준이 같은 경우도 요새 유행하는 뉴 메틀이나 그런 스타일의 기타 연주를 못 해요 (허준 웃음). 할 수가 없어요. 전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좌중 웃음). 6집이 좀 실패했던 게 원래 멤버들이 가지고 있던 걸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극대화시켜줘야 되는데 가지고 있지 않은 걸 제가 끄집어내려고, 난리를 쳐서 무리수를 뒀던 것 같아요. 허준 : 제가 예전에 재즈를 공부하고 연주할 때는, 어떻게든 연습으로 해결이 됐거든요. 그런데 록이 어려운 건, 연습으로 해결이 안 되는 뭔가가 있어요. 그걸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그렇게 한계를 조금씩 극복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윤도현 : 저희가 이전에 유럽 투어를 하고, 영국 공연을 하면서 그곳의 음악의 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쌓은 경험을 반영한 결과라는 생각을 해요. 늘 생각하고 있던 건데 이번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나온 거라고 봐요. 영국 같은 경우는, 제가, (자랑스럽게), 이 제가 (웃음) 직접 기획을 해서 그곳 클럽 공연을 하고 왔거든요. 포스터부터 일정까지 전부 직접 짜서 현지 밴드들과 함께 공연을 한 기억이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더 인상적인 건 그곳의 음악 문화였어요. 영국의 젊은 애들은 새로운 음악 말고도 레드 제플린에 열광하는 게, 정말 '올드 앤 뉴'가 공존하는 곳이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저도 더 정신을 차린 것 같아요.
한때 저희는 급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거든요. 변해야 정체되지 않는다는 불안감도 있었고. 그런데 미국 공연도 2년 연속으로 하고,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페스티벌 (South by Southwest Festival)'에 참여해서 우수 팀으로 뽑혀서, 더 좋은 공연의 기회도 갖게 되고 하면서 공연만이 아니라, 그 곳의 역사화된 음악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된 거죠. 예를 들어서 어떤 공연장에 들어갔어요. 온통 대리석으로 뒤덮여 있고, 모던한 그런 공연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거꾸로 전설의 아스토리아(Astoria)처럼, 라디오헤드부터 수많은 전설적인 밴드들의 공연이 이루어진 현장, 바닥은 찐득찐득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그런 공연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정말 다르지 않겠어요? 그런 '진짜' 경험들이 은연중에 나온 앨범이 이번 [공존]이라고 봐요. YB 뮤직 펙토리 8집 작업 영상 (5주 ~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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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 영국 록을 들으면, 제 느낌이지만, 중저음대로 뭉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미국 록하곤 좀 다른데, 한국에서 어렴풋이 그런 차이를 느끼다가 직접 현장에 가서 아스토리아 같은 공연장에서 보니까 왜 그런지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하다못해 전력상의 몇 볼트 차이가 엠프의 출력차를 만들어내요. 또, 건물도 콘크리트가 아니라 오래된 통나무 기둥에 석회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수십여 년에 달하는 밴드와 관객의 땀과 열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데, 그게 물리적인 사운드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윤도현 : 그런 곳에서 나오는 음악은 사운드가 따뜻해져요, 진짜로. 김진원 : 펍에서 공연한 적도 있었는데 마찬가지예요. 그 펍의 역사와 그 펍만의 문화, 생태가 그 펍에서만 나올 수밖에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여기 사운드가 좀 이런 이런 느낌이다' 그러면 주인이 '이 집 사운드가 원래 그렇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윤도현 : 습도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허준 : 영국에서 작은 녹음실에 간 적이 있는데, '아니, 저 악기들이 아직도?' 할 정도로 오래 된 악기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 악기에서 나오는 사운드는 당연히 달라지죠. 우린 이제 턴테이블을 흔히 볼 수는 없게 됐지만, 거기에선 여전히 흔한 일상이에요.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가서 마스터링을 했는데, 엔지니어 분께서 LP를 다 깎아 줘요. 윤도현 : 저희 6집에 실린 '죽든지 말든지'를 번안한 'Flash And Bones'를 거기서 마스터링 했거든요. 그랬더니 LP도 깎아 주시고, 냉장고에 보관해라, 조언도 해 주셔서 소중히 넣어 두었다가, 그냥 한국으로 돌아와 버리고(웃음). 나중에 EBS 공감스페이스에서 공연할 때 이야기했더니, 담당 PD님이 들으시고, 출장가신 길에 가져다주시긴 했지만. (웃음). 허준 : 저희 6집 녹음 때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녹음스튜디오에서 했는데요. 막상 가보니까 기자재가 전부 다 최신식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그런 점은 좀 아쉬워요. 김진원 : 홍대의 클럽들도 오래 오래 역사가 되면서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사운드가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YB의 여덟 번째 출사표, '공존': 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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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는 언제나 당대의 시국적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밴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번 앨범도 예외는 아니고요. 음악인으로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장 큰 밴드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최근 콘서트에서 '정치는 단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는 뉴스도 접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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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 그걸 정치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희는 생활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저희의 주변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사실 그런 말을 뱉는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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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치적으로 읽히는 바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때 말고, 시국을 이야기할 때의 YB의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게 읽히거든요. 그래서 논란이 되고, 도마 위에 오르고, 밴드의 입장에선 오해받는 것도 많다는 생각도 하실 것 같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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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그런 오해를 푸는 건 인터뷰나 이런 것으로 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오해를 풀려면 YB가 존재하는 날까지 원래의 음악적인 신념을 변치 않고, 끝까지 보여주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박태희 : 세상을 살면서 정치를 떠나서, 교육을 떠나서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YB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것들과 문제들을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건데... YB 밴드를 12년, 13년 함께 하면서 우리의 가사는 언제나 술자리에서 일상에서 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건데, 이게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왜곡되고 극대화되는 게 이상해요.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우리 스타일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프로의 긍정적으로 봐 주는 사람만 있다면 무대에 선다는 심정으로요. 그래서 더더욱 공연장에서 이야기를 건네려고 하는 것이고요.
윤도현 : 재삼 타이틀을 공존이라고 잘 지은 것 같아요. 공존이란 타이틀이 없었으면 더더욱 다른 식으로 해석하시는 분들이 계셨을 것 같아요. 이건 실제의 경험담인데요. 저한테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있어요. 음악 하는 친구들, 음악만 하기 힘들어서 아침에 우유배달하면서 밤에 공연하는 친구들, 또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 친구도 있고, 외국인 친구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서로 다른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누구 한 명하고도 이렇다 할 커다란 벽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이번 앨범을 놓고 그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눠 봤거든요. 그런데 사장 친구가 '깃발'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해 주더라고요. 그때 참 희한한 희열을, 기쁨을 넘어선 희열을 느꼈어요. 우리가 봤을 때 아무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인데 그 사람도 기업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구나, 그런데 그 음악을 들으면서 에너지를 얻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전혀 다른 사람들을, 각자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포용하는 거라고 봐요. 예전에 재미있었던 게, 저희더러 미국에 진출하려고 하면서 반미 메시지를 내세우고 영어 티셔츠 입고 다닌다, 외제차 몰고 다닌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는 이젠 저희에게 오히려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런 분들에게 '제 차 프라이드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더 웃기잖아요 (웃음). 그런 말들은 그냥 봄철 꽃가루처럼 날아다니다가, 그대로 그냥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는 우리 음악을 듣고 희망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저한테 더 크게 와요. 사람들이 욕하는 것보다 칭찬하는 것을 들으려고 해요.
YB 8집 관련 영상들
'아직도 널' MV '아직도 널' Live 'Talk to me' MV '소극장 라이브 모습'
박태희 : (윤도현을 향해 진지하게) 참 건강한 사람이죠. 허준 : 왜 우리가 정치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까, 생각해본 적은 있는데...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우린 그냥 음악 속에서 하는 거다. 그게 정치적인 것인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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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88만원의 Losing Game' 같은 제목을 보면 딱 YB다운 제목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려는 이야기를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느낌입니다. 피해가거나 은유하지 않고 그냥 현실이나 현상을 분명한 언어로 내려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세련되지 못 했다'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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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숙제죠 김진원 : 숙제예요. 가령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보면, 일제 강압기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목부터가 감동으로 다가오잖아요. 그런 언어상의 세련됨이 저희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언어적인, 멜로디적인, 마술, 은유를 부리는 능력이 저희에게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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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라고 생각했는데 오해였나 봅니다. 사실 '88만원의 Losing Game' 같은 경우도, 제목만 그렇게 가지 않았어도 그렇게 강성으로 들리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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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 한 편으론 사실, 돌려 말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 하거든요? 물론 멤버들이 동의한 거지만, 사장님께서도 '야, 뭔 이야기인지 알게 해라, 아삼삼하게 하지 마라' (좌중 웃음) 라고 하셨어요. 저희도 그게 한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까 말씀드린 은유와 마술도 방법이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거죠.
박태희 : 도현이가 쓸 수 있는 직설적인 가사, 거기에 멜로디를 붙일 수 있다는 게 또 저희의 장점 아닌가 하고 생각하거든요. 또 하나, 개인적으로 대중매체에서 저희에 대한 포커스를 못 맞추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요. 그간 저희들이 무수하게 써 왔던 은유적인, 상징적인 노래들이 있어요. 왜 그런 음악에 대해선 포커스를 맞춰주시지 않을까 아쉬워요. 1집의 '타잔','큰 별은 없어','왕관 쓴 바보', 그리고 5집의 '하노이의 노래' 같은 음악들은 직설이 아니라 상징과 은유로 만들어진 음악들인데, 그런 걸 진지하게 다룬 기사는 못 봤어요. 이번 앨범만 해도 '엄마의 노래','물고기와 자전거'같은 노래는 얼마든지 직설로 풀 수 있는 걸 감정을 삭이고 또 삭여서 쓴 거예요. 특히 '물고기와 자전거'는 학업 부담 때문에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심정을 한달, 보름, 계속 생각해 보며, 그 아이가 한 줄로만 쓴 걸 하나의 스토리로, 은유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했어요. 한 아이를 넘어 모든 사회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려는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제 생각은 YB의 가사를 자세히 보신 분들은 그런 생각 안 하실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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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그런데 'Stay Alive'에서 "혼자서 집에 누워 있으면/ 도시는 움직이지만 나는 어디에도 없어/ 불안한 감정에/ 거꾸로 걷고 있지 Lying home alone / As the city moves I'm nowhere / Feeling insecure / Walking in reverse“ 같은 가사를 읽으면서도 뭔가 정치적인 게 있을 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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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와, 그 가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웃음) 그 가사를 쓴 친구가 알버트라고, 제 친구이기도 하고 통역일을 하는 사람인데, 소위 '록 스피릿'이 몸에 밴 친구예요(웃음). 그 친구에게 가사를 부탁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처한 상황은 늘 혼란 속에 서 있는데, 그 혼란 속에서 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내가 나를 떼어놓고 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써 다오" 라고 부탁했거든요. 각박한 현대에서 혼자 아날로그로 살려는 사람의 슬픔, 고독, 소외감, 그런 걸 표현해달라고요. 그 친구가 완성해 오고, 운율을 맞추거나 대중음악 가사에 맞게 제가 손을 보긴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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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To Me'는 무분별한 인터넷 '악플'에 대한 비판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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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아까도 얘기가 나왔지만 생각이 다른 걸 인정 못 하고, 과도하게 반응하고, 결국 과도한 욕설로 번지는 과정이 안타까운 맘에서 쓴 곡이예요. 하지만 비판한다기보다는 부탁하는 어조로 썼어요. 가사 중간에 보면 반말로 하다가 중간에 존댓말을 하거든요. 의도해서 그렇게 쓴 거예요. '너희 왜 그래!' 이렇게 끝까지 치고나가는 게 아니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말해 봐요' 라고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서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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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To Me'는 앨범 안에서 볼 때 공세적인 사운드나 가사 양면에서 대중친화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디지털 싱글로 먼저 발표하셨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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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저희 딴엔 실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디지털 싱글로 해도 분명히 크게 어필 못할 것이다라는 건, 전제였어요. 박태희 : 역발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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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널'도 기존 YB 스타일의 발라드 형식과는 거리가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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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YB는 지키고 싶은 건 지키지만, 그렇다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 싫거든요. 그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지는 않아요. '갑자기 왜?' 하는 반응도 읽었고요. 하지만 한 사람이 밝은 줄만 알았더니 우울한 면도 발견되는 것처럼 YB도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가운데에서 이런 표현도 할 수 있다고 봐 주셨으면 해요. 또 다른 이유는 비디오아트를 해 보고 싶은 마음에, 그 노래를 내세워 사케오라는 감각이 뛰어난 일본인 비디오아티스트와 뮤직비디오로 만들어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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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imicron Bomb'의 인트로는 윤도현 씨의 영어 '고함'으로 시작합니다. 인트로에서 뭐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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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Are you ready to go to the millimicron bomb places? YB got the Rock! 다들 : 아, 그런 거였어? (웃음) 윤도현 : '다들 millicron bomb의 장소로 갈 준비 됐어? YB는 록이야!' 뭐, 이런 뜻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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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imicron bomb'의 의미는 초소형 폭탄이라는 뜻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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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원래 없는 말인데, 제가 지었어요. 박태희 : 우리 식으로 좀 더 예쁘게 말하면 '콩알탄'? (좌중 폭소)
윤도현 : 애초 그 음악을 타이틀로 정했었는데 막상 다 만들고 보니,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제 딴엔 '이번 앨범을 듣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도를 따져보면 초소형(millimicron)일 것이다. 하지만 앨범을 좋게 들은 분들은 폭탄급(bomb)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잡은 거였는데, 결과물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실험적이진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폭탄 맞은 기분은 아니고 (웃음). 그래서 공존으로 바꾼 것이다. 음악도 원래 스테랑코(Steranko)란 뮤지션이 만든 'Darkness of the Highway'란 곡에서 기타리프만 빼서 편곡한 거예요. 박태희 : 첫 곡으로 들어가서, 묵직해서 힘들 뻔 했는데, 그래도 멤버들의 수다가, 새털처럼 오히려 가볍게 만들어 주었어요.
YB의 여덟 번째 출사표, '공존': 3. 공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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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에서 사운드 상으로 귀에 뜨이는 게 펑크인 것 같습니다. 발랄한 네오펑크 '無'나 스카펑크 '깃발'이 묵직하고 공격적인 다른 록 음악들의 무게를 상쇄해 주는 느낌도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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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제가 원래 펑크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요. 영국의 클래식 펑크밴드인 클래쉬(Clash)나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도 정말 즐겨 듣고요. 펑크는 사운드는 단출한데, 에너지가 정말 많은 음악이에요. 그리고 가사도 멋지죠. YB가 직설적이라지만, 그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그래도 영국에선 펑크가 하나의 전통이 됐잖아요? 펑크 같이 이질적이고 반사회적인 음악 스타일도 근본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 있어서 가능한 겉 같아요. 제 나름대로는 미국식 펑크보다는 유럽이나 영국 쪽 펑크 사운드로 사운드 믹싱을 하려고 했어요. 펑크가 아니라 다른 음악 역시 영국 쪽 사운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미국 쪽 하면 임팩트가 강하고, 악기 사운드도 날이 서 있는 느낌이에요. 디스토션이 노래라면 퍼즈는 스크림이거든요. 퍼즈 쪽이 뭉뚱그려서 터뜨리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디스토션보다는 퍼즈 쪽을 세웠어요. 김대성 엔지니어가 정말 잘 해 주셔서 그런 파워는 살리면서도 사운드는 고급스럽게 뽑아 줬어요. 김진원 : '깃발'은 수록곡 중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이 가장 잘 살아있는 음악이에요. 공연장에선 대규모의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는 게 현실적으론 힘드니까, 하드레코더에 오케스트레이션을 플레이백으로 넣어서, 같이 연주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운드의 질감이랑 재킷디자인이랑 잘 어울리지 않나요? 다들 : 재킷 디자인도 진원이 형이 감수했어요 (웃음). 김진원 : 그 '공존'이라는 글씨도 신영복 선생님에게 의뢰해서 만든 거예요.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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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싶으신 말씀들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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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이거 네이버죠? 아, 무서워... 기사 제목 어떻게 나갈지... (웃음). 박태희 : '우린 정치적이지 않다' 이런 제목만 아니게 해주세요. (웃음) 윤도현 : 대인배 YB, 이런 걸로 해 주세요 (웃음). '우린 정치적이지 않다' 이런 것만 제목으로 내세우지 말아 주세요. (다들 웃으며 동의). 그냥 록큰롤입니다! 김진원 : '공존'이란 말이 언급 됐으면 좋겠어요. 박태희 : 저희가 소극장 공연을 하잖아요. 소극장 끝나면 전국 투어, 미국 투어도 하겠지만, 소극장의 의미가 '공존'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해요. 허준 : 록밴드가 앨범을 내는 건 앨범을 사람들이 들어주길 바라서이기도 하지만, 그 앨범을 위한 공연장에 와 주시는 것을 더 바라는 마음이거든요. 시간 되실 때 꼭 오세요. 김진원 : 음반을 낼 때에는 끝났다 싶어도, 내는 것 자체가 다시 시작이거든요. 준이 말대로 공연으로 찾아뵈려고 음반을 준비하는 거예요. 많은 분들과 소통해야만 그 안에서 동조를 얻을 것은 얻고, 부딪칠 것은 부딪칠 수 있죠. 그런 경험들이 또 아홉 번째 앨범으로 이어질 거고요. 많은 조언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에 대해서. 윤도현 : '아직도 널 포기하지 않았어', 이 말 하나 넣어주실래요? (고민하며) '아직도 널 포기하지 않았어, 아직도 널 기다려... 아직도 널 기다려...' 이게 어떤 의미냐면, 저희가 수많은 화살을 맞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신경 안 쓴다고 말씀드렸지만, 가끔은 의욕상실 비슷한 감정에 빠질 때가 없진 않아요. 일정정도는 포기하자, 이런 게 있었는데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찾은 것 같기도 하고요. 소극장으로 일정을 오래 잡은 것도 그런 의미라고 봐 주세요. 저희 마음속엔 아직도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언제든지, 모든 분들을 반기고 안아주고 싶고, 안기고 싶고... 이런 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박태희 : 요새 우리나라 자살율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전 YB의 이번 음반을 통해서 그래서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봐 주셨으면 해요. 저희 YB의 음악을 들으시고, 작은 희망이나마 같이 나눌 수 있으면 합니다. 저희들도 다른 분들을 통해서 그런 의미를 찾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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