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추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나
지난 9월 자진 전역 형식으로 불명예 퇴진했던 신현돈(육사 35기) 전 육군 제1군사령관(대장)이 애초에 알려진 것과 달리 술에
만취해 헌병에 업히고 휴게소에서 시민과 승강이를 벌인 일은 없었다고 국방부는 3일 발표했다.
하지만 정확한 진상
조사 없이 징계 절차부터 밟았던 군 당국 입장은 난처해졌다. 최전방 사령관의 인사 문제를 자초지종도 확인하지 않고 청와대의
질책에만 신경을 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신 전 사령관의 음주추태 관련 의혹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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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돈 전 1군사령관
▲ 위수지역 이탈해 술 마셨다?
신 전 사령관은 지난 6월 19일 모교인 청주고에서 안보 강연을 한 후, 인근 식당에서 동창생 등과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를 해외 순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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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령관은 이 자리서 소주 2병가량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나 당시 보도와는 달리 수행 요원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군 조사에서 해명했다. 그는 “지인들의 권유로 술을 마셨지만, 당시 작전 지휘가 불가능할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어서 일찍 자리를 떠야 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 전 사령관이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술에 취해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은 아니다”고 했다. 위수(衛戍)지역 이탈 역시 육군본부에 미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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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령관은 “모교방문 및 안보교육은 기본적으로 육군본부의 사업계획으로 수개월 전에 육군본부에 보고·승인된 사항”이라며
“유사시 즉각 복귀할 수 있는 태세 유지 지침에 따라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헌병 경호차량을 대동해 모교를 방문했다”고 했다.
▲ 한쪽 군화 벗은 채 헌병에 업혔다?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당시 성명을 내 “제보에 따르면 신 사령관은 헌병에 업혀서 화장실을 갔는데, 당시 복장 상태는 군화는 한쪽만 신고 한쪽은 벗은 상태였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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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군 당국 조사결과 휴게소에서 군화가 벗겨지거나 헌병에 업힌 사실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 조사에 따르면 신 전 사령관이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할 때 전투복 상의 지퍼가 20㎝ 정도 내려졌고 한쪽 군화 지퍼가 조금 내려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사령관 측은 “전투복 상의 지퍼는 차에서 내려 복장을 추스를 때 내려져 있는 지퍼를 20㎝ 정도 올렸었고 군화 지퍼도 올린 상태였는데 이동 중 조금 내려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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혔다는 말 역시 화장실 바로 앞에 계단이 있어 부관이 넘어질 것을 우려해 부축한 것이 와전(訛傳)된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상황을
신고한 오모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이야기한 게 아닌 데 있지도 않았던 상황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졌다”고 했다.
▲ 민간인과 승강이 벌였다?
신 전 사령관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동안 헌병이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분노한 민간인과 승강이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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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국방부 측은 “수행원이 과도한 경호를 하긴 했지만 시민과 신체적 접촉이나 승강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신고자인
오씨 역시 “화장실 입구에 도착하자 장관은 오른쪽으로 들어갔고 부관인 듯한 군인이 다른 쪽을 사용하시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에 “일반 시민에게 이러면 안된다”라고만 말했다. 이외에 다른 승강이는 벌어지지 않았다.
▲ 진상 조사 없이 박 대통령 한마디에 해임?
이번 음주 사건은 군 내부적으로 육군총장과 장관이 신 전 사령관에게 강력히 구두 경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8월 말 국감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자료 제공을 요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국방부가 청와대에 뒤늦게 보고하자, 지난 9월 2일 신 전 사령관은 자진 전역했다. 국방부는 이후 신 전 사령관이 군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요지의 브리핑을 했다. 사건 발생 석 달만이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9월 중순에야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신 전 사령관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막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결
과적으로 대부분의 일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지난 10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이 신 전 사령관을 전역조치한 것이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질의하자 한
장관이 “(신 전 사령관이) 인사불성상태까지 취한 것은 아니었다”고 처음 공개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 4성
장군의 퇴임에 관련된 일에 진상조사도 하지 않고, 전역 조치를 하는 게 옳으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제보자인 오모씨 역시
사실과 다르게 일이 알려진 데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타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군의 최전방
방어 책임자가 상관의 허락을 받았다 해도, 대통령 부재 중에 관할 구역을 벗어나고 술까지 마신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최전방
사령관의 문제를 자초지종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옷부터 벗긴 것은 과정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