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혼자 사는 직장인이다. 근 세 달이나 일에 치여온 여자는 오늘 막 휴가를 받아온 참이었다. 손에는 휴가를 축하하는 의미로 캔맥주와 간단한 식품이 들려있었다. 평소와 다른 들뜬 걸음으로 집 앞에 선 여자는 열쇠를 꽂고 문을 힘주어 열었다. 끼기긱- 하고 매일 퇴근길마다 여자의 신경을 긁던, 뻑뻑한 문이 억지로 열리는 소리가 났다. 평소같으면 욕을 하고 발로 찼을 여자지만, 내일 기름칠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집 안으로 들어간 여자의 기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널려진 옷가지와, 사용한 식기가 쌓여 날파리가 날리는 싱크대, 배달 음식의 흔적들. 세 달이나 제대로 쉰 적이 없으니 별 수 없었다고 자위하며, 여자는 조용히 맥주를 마시다 잠자리에 들었다.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난 여자는 샤워를 마치고, 집을 치우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현관문과 창문을 모두 열었다. 구름 한 점없이 맑은 봄 날씨에 여자는 기지개를 피었다. 먼저 널부러진 옷과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처리했다. 쓰레기들은 모두 모아서 집 앞에 버려두었고, 먼지 쌓인 바닥은 청소기를 사용하고, 걸레로 닦기까지 했다. 탈수까지 완벽하게 마친 세탁기에 건조 버튼을 누르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 여자는 버너에 찻주전자를 올려놓았다. 아 그렇지, 문에 기름칠을 하기로 했었지. 여자는 문득 떠올라 주방에서 기름을 꺼내 현관문으로 갔다. 점점 노곤해지는 정신에 고개를 흔들면서 기름의 뚜껑을 열던 여자는 삐이익- 하고 울리는 찻주전자 소리에 하던 것을 멈추고 바로 주방으로 뛰어갔다. 불을 끄고, 컵에 커피를 담은 여자는 느긋한 향기에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내일 할까- 하고 고민에 빠진 여자는 때마침 종료음이 울리는 세탁기에서 섬유유연제 향이 가득한 이불을 꺼내어 느린 걸음으로 방으로 가 이불을 던졌다. 보송보송한 이불을 보던 여자는 저도 모르게 몸을 뉘이고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마저 치우자는 생각을 했다. 점점 잠에 빠져가는 여자는 끼이이익- 하는 먼소리를 들었다. 문을 안 닫았었지, 바람이라도 불었나보다. 운이 좋네- 여자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배고프지 않지만 배고프다 [스마트폰]
나는 요즘 공포에 질려있다, 매일 새벽 4:44에 정확하게 울리는 스마트폰...그래, 바로 이 새로 구입한 스마트 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입수한 첫 날밤,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50대 밖에 없는 한정판이라는 신상 폰을 입수 했다는 사실에 밤 새 가지고 놀고 있었다. 기쁨과 흥분도 잠시... 4:44가 되자 스마트폰이 갑자기 비명소리같은 벨소리를 내며 핸드폰이라고는 믿겨지지 않게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핸드폰을 놓쳐버렸고 발로 핸드폰을 저 멀리 차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귀를 막고 그 끔찍한 비명소리와 바닥에서 드르륵대는 진동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5분이 지나도 폰의 이상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무서움을 무릅쓰고 폰의 전원을 끄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기내어 폰 쪽으로 다가갔을 때 폰의 스크린에는 8이라는 글자가 피에 가까운 색으로 나타나 있었다... 전원을 끄자 핸드폰은 조용해졌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꺼림칙한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마도 한정판 고객들을 위한 서프라이즈겠지? 내일 부터는 이러지 않겠지?'라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 나는 의식을 잃듯 잠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틀렸었다...
그 이튿날에도, 또 그 이튿날에도 스마트폰의 비명은 4:44분만 되면 전원을 꺼놔도 어김없이 시작되었고, 멈추는 방법은 비명이 시작된 후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는 것이었다. 일주일 째 되는 날, 나는 이미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비명소리는 무서웠지만 4:44분에 울리는 괴기한 알람소리라고 합리화시키며 어물쩍 넘어갈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티비 뉴스에서 난 너무나도 무서운 기사을 접하게 되었다.
'한정판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들의 의문의 연속사'
'하루에 한 명씩 돌연사, 죽을 때의 모습은 몹시 처참했다'
'주위 지인에 따르면 새벽 다섯시 되기전에 그들은 이상한 알람소리에 시달렸다 한다'
'그리고 또, 그 알람소리와 동시에 스크린에는 숫자 하나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첫째 날 사망자의 스마트폰에는 1, 둘째 날 사망자의 스마트 폰에는 2...' 오늘 새벽에 사망한 사람의 폰에는 7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뒤에 핸드폰 회사 직원이나 경찰, 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일련의 의문사에 대한 갖가지 의견을 제시했지만 내 귀엔 한 글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에는 책상위에 놓여진 폰이 보일 뿐이였고, 첫째 날 새벽에 봤던 '8'이라는 숫자가 뇌리에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오니, 방 시계 바늘은 4: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방위덕후 [열쇠]
오늘 아침 열쇠를 깜빡하고 나오는 바람에 나는 닫힌 현관문 앞에 망연히 서있었다. 엄마 아빠는 항상 밤 늦게 돌아오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열쇠수리점에 전화를 해두고 밑에서 가지고 올라 온 우편물들을 확인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우편물들 중에 무언가 딱딱한게 만져졌다.
무언가가 들어있는 봉투의 겉에는 우리집 주소만 쓰여 있을 뿐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나오는 것은 종이 쪽지 하나와 금빛 열쇠였다. 쪽지에는 '무엇이든 열어드립니다.'라고만 쓰여있었다. 이건 뭘까? 될거라는 생각 없이 그저 무심결에 그 열쇠를 우리집 현관문에 꽂아 돌렸다.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은 바로 열렸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일단 집으로 들어와 방금 문을 연 금빛 열쇠와 책상위에 둔 집열쇠를 대조해봤다. 생김새가 달랐다. 설마하며 집에 있는 온 문을 잠갔다가 금빛 열쇠로 열어봤다. 그 열쇠는 당연한 듯이 모든 문을 끌렀다.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날 이후로 내가 열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열쇠구멍의 크기도 종류도 상관없었다. 이 열쇠를 가졌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진건 아니었지만 만능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비밀은 어쩐지 나를 긴장시켰다. "뭐해?"
라는 평범한 말에도 화들짝 놀란것은 그 탓이었다.
"어? 어.. 그냥 시험공부..."
도서관에 멍하니 앉아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온건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동기 여자애였다. 그 애는 깜짝 놀란 내가 우스웠는지 쿡쿡 웃으며 "이따가 보자." 하고 가버렸다. 깜짝 놀란게 창피하면서도 말을 걸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만능 열쇠를 떠올렸다.
모든 문을 다 열어주는데, 사람 마음도 열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그저 무심결에 열쇠를 꺼내어 저기 보이는 저 여자애의 등 뒤에 대고 천천히 열쇠를 돌렸다.
끼리릭- 찰칵.
이 소리와 함께 그 애의 몸은 두동강이 나서 내장들을 쏟아냈다. 덤으로 열린 사람들의 입은 비명들을 쏟아냈다.
전방위덕후 [총량제]
나는 행복하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친절하며 내 부탁을 거절 한 적이 없다. 뉴스에 나오는 불행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이 곳이 바로 천국이다. 매일매일이 기대된다. 내 인생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행복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분노한다. 항상 뼈빠지게 일하지만 그 결과는 모조리 저 쓰레기 같은 인간들 차지다. 웃는 낯에도 침을 뱉는 그들은 절대적이다. 그들이 똥밭에 구르라면 굴러야 하고 땅바닥에 눌어붙은 껌을 씹으라면 씹어야 한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그들에게 화가 난다. 난 아마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겠지.
나는 또다시 절망했다. 오늘도 잔뜩 화가 나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인 구타를 당했다. 나는 화풀이용 인형이다. 언제나 맞고, 밟히고, 온갖 오물과 욕설을 뒤집어 쓴다. 매일매일 죽음을 생각한다. 단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 사람. 예전엔 우리와 같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나도 언젠가 이 생활을 벗어 날 수 있을까?
나는 알고있다. 몇십 년 전, 과학자들은 이 세상의 감정에도 총량제가 존재한다는걸 밝혀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힘있는 사람들은 '행복'을 독점했다. 물론 이것은 나를 포함해 고위층 몇몇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계층을 만들었다. 나는 이 계층 시스템의 관리인으로, 내가 하는 일은 제 2계층 사람들이 제 1계층 사람들에게 반항하지는 않는지, 최하계층 사람들이 죽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이다. '불행'을 쏟아 낼 그들이 죽으면 곤란하다. 또 누군가를 그 자리에 채워넣어야 하기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들에게 희망고문을 잊지 않는다.
대구오라버니 [열쇠]
"임마 철아 9박10일동안 뭐할꺼냐?"
"일병 박 철! 잘 모르겠습니다! 헤헤"
"그래 임마 9박10일동안 사고치지말고 재밌게 놀다가복귀해 전화하는거 잊지말고~"
오늘은 박철일병의 백일휴가 후 처음 나가는 휴가다. 무려 9박10일짜리 정기휴가!! 박철일병은 휴가나가서 친구들과 술자리도 갖고 여자친구랑도 놀 생각에 기분이 아주좋다.
"충성! 병장 장동건 외 6명 2014년 5월21일부로 각각 휴가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그래 다들 잘놀다오고 오늘 특별히 동건이 마지막 휴가니깐 수송관이 특별히 서울역까지 배차내놨다 타고가"
"헤헤 감사합니다 수송관님 충성!!"
수송분대장 장동건병장의 마지막휴가인 덕분에 당직사관인 수송관이 특별히 서울역까지나 배차를 내줬다. 이번휴가는 왠지 운이 좋을것같다.
"장동건병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제가 복귀하면 민간인이시겠지말입니다?"
"임마 철아 조금만 더 고생해라 니도 금방이다 그리고 병장님이 뭐냐 형이라고 불러 자식아"
"헤헤 미안 형 ㅎㅎ"
서울역에 도착한 박철일병은 선임들과 간단하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휴 오랫만에 휴가나와서 그런가 감 다잃었네.. 보자 일단 집에 들어가서 부대에 연락하고 하루에 한번씩 연락하면 되는건가?'
박철일병은 휴가나온 장병이 해야할일들은 상기하며 잠에 빠졌다
"이번 역은 본 열차의 종착역인 부산역 부산역입니다. 오늘도 이용해주신 승객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리며 안녕히가십시오"
부산역 도착방송이 나오자 본능적으로 박철일병은 눈을뜬다.
"킄...킄킄킄ㅋ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구나 빨리.. 빨리집에가서 에헤헤헤헿헿ㅎ!!"
집에가서 무언가를 할생각에 들뜬 박일병은 부풀은 가슴을 안고 택시에 탄다.
"어? 군인아저씨네? 요새 군대편하죠? 캬 내가 군에있던 1980년대는 말이야...."
"오오오 이게 얼마만에 도착한 우리동네인가? 와 하나도안바꼈네 진짜 캬캬캬캬 빨리 집에가서 에헤헤헿ㅎㅎ!!
헐레벌떡 자기의 집 대문앞에 도착한 박일병은 얼른 열쇠를 찾는다.
"빨리!! 빨리!! 빨리!! ......???"
??
"뭐야이거? 하.... ㅆㅂ.....하..."
박일병의 주머니에는 총기함 열쇠 꾸러미가 들어잇다.
나를 보면 하트를 날려주세요 [열쇠]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주웠다. 얼마나 오래된건지 매우 낡아보였고 열쇠를 쥔손에서는 쇠냄새가 났다.
"어후....냄새.집에가서 삶아야겠다."
우리 집으로 가려면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야한다. 항상 지나는 길임에도 늘 무서워서 오늘도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뚜르르르ㅡ 뚜르르르르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않아...
"에이,뭐야.왜 전화를 안받지?"
퍽
"으억!!!!"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던 바로 그 순간,둔탁한것이 내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희미해져 가는 시야 사이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우리집 지하실 열쇤데,미x놈이 죽기 직전에 나한테 열쇠를 뺐어갔더라고. 그리고는 도망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방금 죽은것도 확인했거든? 킥킥...근데 당최~열쇠가 안보이는거야.근데 마침 너가 그 열쇠를 들고있더라고.큭큭....열쇠에서 쇠냄새났다고 중얼거렸지?그거 피냄새야.잘~기억해둬.다음은 어디 한번,너가 뺏어봐봐.참고로 우리 집에 네 친구가 될 녀석들도 많다?"
남자는 다시한번 들고 있던 벽돌로 내 머리를 내려쳤다.
소롱소롱_ [학원]
나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이 학원에 다녔다. 중간중간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단순히 햇수로만 따진다면 8년 째 같은 학원에 다닌 셈이다. 하지만 지긋지긋하거나 하지는 않다. 너무 오랜 기간 학원에 다니다보니 학원에 가는게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간 다른 과목은 선생님이 많이 바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날 가르친 선생님은 이제 내 가족이었다.
그는 나를 잘알았고, 나도 그를 잘알았다. 그는 내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을 때 습관적으로 입술을 내미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면 귀신같이 알아채서 내 볼을 꼬집고는 했다.
그는 내가 숙제를 안해 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그 페이지를 손으로 짚고 있는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숙제를 안해온 날이면 평소 하지도 않던 숙제검사를 하겠다고 유난을 떨곤 했다. 나는 그가 그러는 것이 나를 놀리기 위해서 임을 알았다. 또한 그가 나를 놀리는것을 즐긴다는것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그에게 흠잡힐 일을 하곤 했다.
나는 그가 고양이를 좋아하는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고양이를 그에게 선물했다. 나는 그가 타고 다니는 차를 알았다. 그래서 길에서 그의 차를 보면 굉장히 기쁘고 반가워 하곤했다. 나는 그가 사는 곳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그의 집쪽으로 먼길을 다니기도 했다. 나는 그가 다른제자로부터 받은 손편지를 보며 기뻐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직접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얼마 전 그가 학원을 그만둔것을 알았다. 나는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알아온 나에게 한마디 말도 않고 학원을 떠난 그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그를 학원에 다시 데려왔다. "왜 학원을 그만 두신거에요?" 내가 물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대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신음성만 내뱉었다.
아차. 나는 그의 목을 조르던 손을 조금 느슨하게했다. 그가 거칠게 콜록거렸다. 나는 그가 호흡을 가다듬을때까지 그를 기다렸다. "…모두다 네 짓이었어." 그가 다음 말을 하기를 기다리며 땀에 절어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자 그가 흠칫 떨었다. 그러나 그는 금새 다시 완강한 표정을지으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날 몰래 지켜보던것도, 내 우편함에 죽은 고양이를 넣은것도, 다른 학생의 편지를 내 책상에서 훔쳐 갈갈히 찢어놓고, 대신 소름끼치는 편지를 넣은것도." 나는 환희에 차서 웃었다. 나는 그에게 있어서 마지막으로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학원]
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 일명 특목고를 준비하고 있는 중학생이다. 분명 내가 가고싶어서 준비하는 거지만.... 아직 중학생인데 새벽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니! 수업은 지겹기만하고....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고... 내가 최근 몇주간 항상 이시간쯤 되면 피곤하긴 했지만, 오늘따라 잠이 더 오는거 같다....
아, 물리쌤..! 날 보고 웃었어 우리학원 물리쌤은 정말 젊고...잘생기고...다정하고 소문으론 어느 좋은 대학에 다니다 휴학중이라던데.... 아! 물론 물리쌤 좋아하는 애들도 많지 나만해도 엄청 좋아하니까! 그런데 쌤이 항상 수업전에 나에게만 잠 깨보라고 커피를 주시는거면...그린라이트 아닐까? 크크
아..... 너무 졸린데....이러다가 또 수업 끝나서 물리쌤이 나 깨울텐데.... 제발....졸지ㅁㅏㄹ..........zzz.....z....... . . . . . . <덜컹덜컹>
아....뭐지? 벌써 수업 끝인가... 책상에 엎드려 잤더니 온몸이 쑤시고 갑갑해.... 실눈을 떠보니 운전하는 물리쌤이......
어?
왜 물리쌤이.....
'아.....이런 벌써 일어났구나. 조금만 더 자고 있으렴'
아...이게 아닌데... 근데 아직 너무 졸려.... 아....엄마.....
어디게뭐야 [빗]
그 회색 빗은 참 얇다 작았지만 이가 엄청 듬성듬성있는 빗이다. 손잡이는 두 부분으로 되어있어 겹치면 짧은손잡이. 한쪽을 곧게 피면 긴 손잡이가 되는 그런 빗이였다. 그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묘한 기분과 함께 뭉툭한 빗의 이가 두피를 마사지해주는 느낌까지 들었다. 오늘도 그 빗으로 머리를 빗는데 머리카락에 빗의 이가 걸렸다 약간 힘을 줘서 빗으려는데. 빗이 부러졌다. 빗은 '파삭'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에이. 못쓰겠네" 나는 창고로 가 왼팔이 없는 시체의 나머지 팔을 잘라 말리기 위해 옥상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너무 쪼그라 들지않게 말려야겠다.
레오(VlXX) [조화]
뒷마당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집의 주인은 작년 겨울 이사를 오면서 세운 뒤뜰의 커다란 온실 때문에 동네 유명인사였다. 우리 집 담벼락은 제법 높기 때문에 뒷마당을 마주한 이웃이라곤 하나 서로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녔다. 부자네 뭐네 하는 뜬소문이야 어쩌다 간간이 주워 듣기는 했지만, 딱히 왕래 할 이유가 없어 친해질 기회도 없었다. 때문에 처음 몇개월은 어쩌다 길에서 마주쳐도 서로 얼굴을 몰라 인사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이웃집 사람과 왕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해 이제 꽤 더워지기 시작한 초여름 무렵에 있었던 사건 때문이었다. 이불을 털기 위해 뒷마당에 나간 나는 몹시 역겨운 냄새를 맡고 코를 틀어막았다. 흡사 고기 썩는 내 같은 지독한 악취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코를 킁킁거린 결과 뒷마당에 세워진 담벼락 너머, 즉 이웃집에서 풍겨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길로 당장 이웃집을 찾아가 이웃집 사람에게 악취에 대해 따지자, 그는 매우 미안해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로, 뒤뜰에 세운 온실에 여러 식물을 키우며 이것저것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그는 지인을 통해 열대에서 서식하는 한 식물을 입수했는데 수정을 도와줄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내뿜는 그 꽃의 특유한 냄새가 살짝 열린 온실문틈 사이로 새어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연 온실 유리 너머로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커다랗고 꽤나 흉측한 모습을 한 붉은 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은 두 번 다시없도록 주의하겠다는 말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 확인해보니 정말 그 지독한 냄새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퍽 부주의한 성격인지 몇 개월에 한 번씩 그 꽃 냄새가 벽을 넘어 우리 집까지 침범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 때마다 그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이런저런 선물을 보내왔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우리는 서로의 집에 종종 놀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기분 전환 겸 구운 케이크를 들고 이웃집을 찾은 나는 어쩐지 오늘 따라 예의 그 냄새나는 꽃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혹시 그 꽃이 피어있냐고 물었다. 꽃은 피어 있지만 냄새가 고약하기 때문에 직접 볼 만한 것은 아니라고 만류하는 그에게 이미 그 냄새는 익숙해 질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며 딱 한 번만 보여줄 수 없겠냐고 사정했다. 그러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온실의 열쇠를 건네어주었고, 그는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나는 홀로 먼저 온실로 향했다.
과연 온실 문을 열자마자 그 꽃의 지독한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집 뒷마당에서 맡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역겨웠다. 나는 코를 막고 커다란 나무 바로 밑에 피어있는 그 꽃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발을 옮겼다. 정말이지 냄새만큼이나 기괴한 느낌을 주는 큼지막한 꽃이었다. 그런데, 어라,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거 정말 살아있는 꽃이 맞는 건가, 무언가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플라스틱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의도는 그게 아닐거야...... [향초]
오늘 향초를 처음 만들어 봤다. 어제 나에게 고백하면서 향초를 선물해준 스무살의 그녀는 나이에 맞게 귀엽게 느껴져서 좋았고 고백을 받아주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초의 향도 괜찮았고 속으로는 얼른 심지에 불을 붙여보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첫데이트,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멋진 모습만 보이려고 애썻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계획한대로 척척 잘 따라주는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향초를 만들러 우리집으로 갓다. 힘없이 늘어진게 어찌나 무거운지 살려달라고 발버둥칠때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금 그녀는 나와 인형을 선물해준 전여친 앞에서 은은한 향을 내며 스스로 타고있다.
입다쳐말포이♡ [마술]
나는 마술사다. 수년간 단련한 내 마술 스킬들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어린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겐 삶의 휴식을 주는 나름 보람있는 직업이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가 가진것들로 어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웃음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여러 병원 및 고아원들을 다니며 아이들의 웃음을 보자면 너무나도 기쁜 마음이다. 오늘도 난 한 고아원에 가서 멋진 마술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런 종류의 자원봉사는 흔치 않기 때문에 원장도 흔쾌히 허락했다. 원장과 나는 서로 마주보며 씩 웃고는 악수를 하고 나는 원장실을 나왔다.
허름한 고아원의 작은 식당에서 나는 공연을 하기로 했고, 시간에 맞춰 장소에 도착했을땐 이미 많은 숫자의 어린아이가 자리에 앉아 잔뜩 기대를 하는 눈빛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간소하게 마련된 무대위에 올라가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고 이내 마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비둘기 모자 공 등을 이용한 화려한 마술의 연속에 어린 아이들은 넋이 나갔고 아이들은 입을 벌린체 나의 마술에 감탄하고 웃으며 박수를 쳐댔다. 한시간 가까운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았을때, 나는 내 마술에 하이라이트인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이려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여러분~ 재미있었나요?" "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제가 엄청난 마술을 보여주고 오늘의 마술쇼를 마무리할거에요~ 여러분 순간이동이 뭔지 아는 사람?" "저요!!! 저요!!!" "그래요~ 모두들 눈을 감고 순간이동 마법을 도와주고 싶은 친구들이 손을 들면 제가 한명을 골라서 무대에 세울거에요~ 알겠죠?" "네~!!" 나는 아이들에게 모두 눈을 감으라고 한 뒤 순간이동 마술을 도와줄 한 아이를 찾았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 살짝 두드린 뒤, 그 아이에게 한 상자 안에 들어가 팔을 위쪽 구멍으로 내밀고 발을 아래쪽 구멍으로 내밀라고 했다. 그 아이는 상자 안에 들어가 구멍들 사이로 팔다리를 내민뒤 나의 신호를 기다렸다. 나는 아이들에게 눈을 뜨라고 한 뒤 이런저런 특이한 모션을 취하다가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였다. 상자안에 있던 아이의 팔다리가 상자안으로 쏙 들어가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상자를 열었을때 그 안에 있던 아이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소리를 질렀고 그렇게 나의 마술쇼는 끝이 났다. 집에 돌아가는길, 난 휘파람을 불며 조수석에 놓여져 있는 오늘의 수확물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운전을 했다. 아마 아이들은 자신들의 친구중 하나가 순간이동 마법으로 인해 다른 저 멀리로 보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또 다른 보물을 얻은 체로 기분좋게 잠에 들 수 있었다.
몸과마음 [초감각]
오늘은 월요일,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내 감정. 눈에서 비가 내리고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그런 날엔 항상 이 친구를 만나는 것 같다. 오래된 사이라고 하기도, 오래된 사이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조금 그런 친구.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인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 이유가 뭐였냐하면. 다른 친구들을 만나 내 하소연을 하면 다른 친구들은 위로를 해주거나, 공감해준다거나, 같이 울어주는(오버이긴 하지만) 편이였는데 이 친구는 내가 알던 초등학교 시절 성격과 다름없는 냉소적인 성격으로 문제점같은 것들을 콕콕 집어주며 조언을 해준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이 녀석, 자기말로는 정신과 의사라는데... 새X 소싯적에 나한테 왕따 좀 호되게 당하고, 억울해서 정신과 의사가 됐나보다. 여튼, 성격만으로는 당췌 믿을 수가 없는 직업인데. 그래서 그 친구에게 넌지시 말을 던져봤다.
"동철아, 나 약 좀 처방해줄 수 있냐?" "약? 항우울제?" "응, 그런거. 나 솔직히 그런거 필요하지 않을라나? 괜찮은 약 없냐?" "뭐 항우울제가 다 똑같지. 증상에 따라 독한거, 약한거 있고. 내가 느끼기에, 너 요즘 잠못자는거 같으니, 수면유도제... 뭐 이런. 독한 약하고 약한 약 섞어서 처방하면 될 것 같다."
"나 XX 독한 걸로 줘. 약에 쩔어 살던 어쩌던 이제 진짜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 "그래. 행복해지는 약." 여기까지 대화한 것 같은데. 방금 약을 먹었더니 너무 졸려서 일기는 여기까지. 이 일기는 동철이가 쓰라고 해서 쓰는 건데, 무슨 치료일기? 비슷한 거라네. 동철아 나 잘 좀 봐주라. 너밖에 없다.
오늘은 화요일,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동철아 너 나한테 뭘 준거냐? X발 X나 고마워. 나 진짜 행복해질라 그런다. 나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피우려고 라이터를 켰는데, 라이터가 안켜지는거야. 몇번을 그렇게 계속 불붙이다가 안켜져서 그냥 속으로 욕짓거리 중얼거렸어. 이렇게. "이 XXXX 터트릴까." 근데 라이터 이 XX가 XX 누가 실달아놓은것처럼 슬슬 움직이대? 나를 피하는거야. 그래서 따라갔어. 아니 XX 웃긴거야 XX. 그래서 그냥 계속 따라갔어. 웃으면서. 근데 얘가 밖에 어떤 원피스입은 여자가 신발끈 묶고 있는데. 거기에 멈춘거야. 근데 그 여자 팬티가 보일랑말랑하대? 그래서 내가 그냥. 심심해서 중얼거렸어. "터져봐." 근데 이 XX 진짜 터지대? 그래서 그 X 팬티봤짢아. XX 웃겼어. 무슨 나한테 초능력약을 준거야? 이거 하루에 발휘할 수 있는 양이 있냐? 그 일 있곤 안되네. 여튼, 오늘의 일기 끝. 친구야 XX 고맙다. 사랑해.
오늘르ㅡㄹㅇ수요일. 야. 나 사실 어제 이거 머냐 아 그....뭐지 그 . 약 있지? 할당량잇는거 같아서. 내가 하루에 XX 쓰고싶거든? 그래서 아니 아무튼 XX 내가 그걸 쓰고싶어서 그러니까 내가 약을 다섯개? 먹었어. 원래 하루에 하나 먹는거지? 근데 내가 다섯개 먹었다고. 근데 왜 안되지? 안돼 XX. 졸리긴 XX 졸리고. 긴가민가한게 내가 오늘 비나 오면 좋겟따 햇는데 비가 오긴 오네? 이것도 촌으력이냐? 암튼 빗소리 들으니까 좋다. 빗소리 들으면서 잠이나 자야잊. 오타 미안. 졸려서. 오늘의 일기 끝.
오늘은 금요일. 미안해 동철아. 내가 어제 깜빡하고 일기를 못썼다. 아니 내가 깜빡한 건 아니고. 잠을 그 날 하루종일 X잤어. 미안. 근데 너 우리집 온 적 없지? 카메라같은거 설치했냐 ? 아니지???? 아니 그냥. 집에서 X도 치고 그러는데. 그런 짓은 하면 안되지. 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 XX 나한테 무슨 약 맥인거냐 XXXX야 XX끼 너 잡아서 X치고 죽을랜다 xXXX야 넌 XXX 우리 엄마 어ㅓㄱ해XXXX죽여버릴꺼야 너 XXX 내가 .울ㅇ링ㅁ말ㅈㅈ누엿어.가사기야 ㅅ ㅣㅂ
오늘은 금요일. 디데이. 오늘이야. 궁금하지만. 조만간 뉴스에 뜨겠지 뭐. 난 그동안 신변보호나 잘하고 있어야겠다.
복수 끝.
냥냐냐냥 [사랑]
몽롱한 상태로 잠에서 깼다. 어딘지 시야가 부연 느낌에 거울을 보았다.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푸르스름한 연기가 방 안 가득 퍼졌다. 거울속의 나는 웃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거울속의 나는 울었다. 나는 웃었다. 이런, 손가락이 뜨겁다. 끝까지 타버린 담배가 손가락에서 떨어져 나갔다. 가만히 그 꽁초를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나에게서 떨어진 그 자그마한 쓰레기는 꼭 나 자신같았다. 가슴이 답답해서일까, 갑작스레 갈증이 밀려와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을 넘어 가슴으로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탁하던 시야가 조금은 맑아지는 기분이였다. "일어났어요?"
그녀가 말을 건네왔다. 사랑스러움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뭐야, 왜 아무 말이 없어요! 모닝 키스 안 해줘요?"
애교, 어리광으로 말을 건네온다. 나는 담배를 물었다.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그녀에게 모닝 키스를 할 순 없었다.
-삐 삐 삐
냉장고 문을 닫으라는 기계음이 들렸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가만히 거실로 가 쇼파에 앉았다. 쇼파 팔걸이에 기대어 누우니 그녀가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는게 느껴졌다. 그 손을 잡아내렸다.
차갑다. 차갑다. 차갑다. 그녀의 손이 차다. 따듯하게 데워줘야 할텐데.
냄비에 한가득 물을 데웠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담궜다. 가늘고 긴 하얀 손. 그녀의 네번째 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내가 끼워준 것이 아닌 다른 반지. 괜찮다.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가 내가 끼워준 것이 아니여도, 나는 괜찮다. 그녀는 지금 내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차디찬 그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것도, 그리고 그녀의 손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것도 나다. 그러니 괜찮다.
"이제 모닝 키스 해 줄거에요?"
작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끓었다. 그녀의 손이 익으면서 달큰한 벚꽃향이 났다. 냄비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의 벚꽃향에 점점 몽롱해졌다.
"이제 나를 용서해 줄거에요?"
..아아.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고, 냉장고 문이 닫혔다.
황상훈 [얼음]
춥다 춥다 춥다 답답하다
「여기서 벗어나고싶어」
바램이 전해졌던걸까? 누군가 나를 이 춥고 답답한곳에서 꺼내주었다
몸이 점점 따뜻해진다 정신도 함께 몽롱해진다
「좀 더 살고싶어」
두번째 행운은 없던걸까? 결국 나는 어디에도 없게되었다
크리스토프 [노트북]
"아... 젠장..."
도서관 퇴실시간이 가까워 진 무렵, 집에 가기 전 잠시 화장실에 들른것이 화근이었다. 대학 생활 바쁜 시간을 쪼개어 밤낮 구분없이 알바를 한 내가 한푼,두푼 열심히 모아 구매했던 내 노트북. 방금 전까지 쓰고있던 내 노트북이 자리에 없다.
" 아 어떤 망할XX가......"
게다가 당장 내일까지 내야 할 레포트가 노트북 안에 있다는 사실이 내 기분을 더욱 더럽게 만들었다. 레포트 제출 기간은 내일 오전 9시 정각. 지금 시각은 11시 49분. 어떻게든 노트북을 찾아야한다.
"후....."
내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에게 노트북을 가져간 사람을 목격했는지 물어보았지만, 서로 자기 할일에 바빠 눈여겨 보지 않았는지 보지 못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퇴실 시간이 가까워 온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챙겨 나가는 사람은 자연히 집으로 향하는 사람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분노와 절망감으로 내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것만 같다. 이제와서 과제를 다시 하기엔 시간이 턱없이도 부족한데다 대체 그게 얼마짜리 노트북인데.
더 이상 내가 도서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가까스레 꽉 쥐어지는 주먹의 힘을 풀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과 분노를 참을 수 없어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톡을 날렸다.
★ 아 CB !!!!
☆ 헐 야 무슨일이야;;; 너 또 사고쳤냐 ㅡㅡ
★ 야 ㅡㅡ 내가 무슨 사고를쳤다고 ㅡㅡ 나 지금 기분 ㅈㄴ 더럽다 CB
☆ ?? 왜 ㅋㅋㅋㅋㅋㅋ레포트 날려먹었냐 ㅋㅋㅋㅋㅋㅋ
★ 아니 어떤 CB XX가 레포트 다 써놨더니 내 노트북 훔쳐갔어 CB!!
☆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ㅂㅅ ㅋㅋㅋㅋㅋ 야근데 어떡하냐 벌써 1시 다되어가는데??
★ 아몰라.... 내가 몇 일 동안 이거 한다고 밤새고 난리쳤는데 ㅡㅡ 훔쳐간 XX 가다가 교통사고나 나라!!!
☆ 음.......
★ 야이 망할XX야 넌 나한테 위로라도 좀 해봐라 ㅠㅠ
☆ 아맞다!!
★ 이게 왜이래 ㅡㅡ 맞긴 뭘맞아!!! 열불나 죽겠구만!!!
☆ 야 너, 그!!!! 노트북 처음 샀을때 누가 훔쳐갈까봐 막 난리치면서 깔아둔 도난방지 프로그램 있지 않았어?
!!!!!!!! 생각났다!!! 맞아, 노트북을 처음 샀을 때 혹시나 누가 훔쳐갈까 걱정하며 깔아둔 프로그램이 있었다. 위치추적까지는 아니지만, 노트북이 사용중 일 때 내장된 웹캠을 실행시켜 훔쳐간 사람의 얼굴을 찍어 휴대폰으로 전송해주는 기능의 프로그램.
- 야 내가 있다 연락할게!!!!!!
헐레벌떡 자취방으로 뛰어들어간 뒤, 휴대폰을 이용해 보안프로그램 어플에 접속했다.
"아...제발, 제발 켜져있어라..."
입다쳐말포이♡ [24시 동물병원]
어느 한적한 동네에 허름하게 자리잡은 건물에 낡은 간판 하나가 이곳이 동물병원이라는걸 말해주고 있다. 24시 동물병원이라는 이 건물은 입구부터 스산해서 누가 보아도 사람들이 잘 드나드지 않는다는걸 알 수 있었다. 사실, 건물 자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간판도 5미터정도 앞에서 보아야만 겨우 글씨를 읽을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던건 어찌보면 당연한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은 사람이 끊기는 법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이곳이 아주 특별한 동물들을 치료하는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특이한 병원은 언제나 같으면서 다르게 생긴 동물들을 데리고 오는 주인들이 끊기지 않았는데 아마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그 '동물'들을 고칠수 없기, 아니 고치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주인들은 각기 다른 크기와 성별 그리고 역할 내지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이 동물들이 자기들의 역할을 수행하다 더 이상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상태가 되면 이 동물병원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디에 문제가 있어서 온거죠?"
의사가 말했다. "제가 밤낮으로 너무 괴롭혀서 그런지 그 부분에서 피가 나오는데요...." "어이구 얼마나 괴롭히셨길래....허허허 그럼 어디 한번 봅시다."
의사는 자주 이런 일은 자주 보았다는 듯이 짧게 웃고는 동물을 진찰하기 시작했다. 16살 정도의 앳된 얼굴을 가진 이 동물은 두려움과 고통에 절어있는듯한 모습으로 의사의 손길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체 가만히 진찰대에 누워있었다. "횟수가 너무 많은거 같습니다. 좀 자제하시고 약도 발라주시면 더 오래 키울수 있을거 같습니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며 진찰을 마쳤다. 진찰을 다 받은 동물의 목에 달린 목줄을 이끌며 동물주인은 밤늦은 시간 본인의 차를 타고 어디인지 모르는 곳으로 유유히 떠나갔다.
문재인 [전설]
메리씨 이야기를 아는가??? 재임기간 중 300명을 죽여 블러디 메리라 불리는 그 메리여왕의 이야기 말이다
그 여왕이 죽은 후부터 영국에는 기묘한 전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 아비가 자신의 딸에게 장난 식으로 부른 노래로 인해 죽었다고
거기다 그 이야길 말로 전달하는 자들은 모두 죽고, 듣기 쓰기만 간신히 가능하여 글로 이야길 전달한 외국인만이 살아남았다고 사람들은 속삭였다.
첫댓글 노트북은 무슨말이에요?ㅠ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넴!
크리스토프 노트북 제목이 굵게 안되있네요
네 수정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