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오쿨리의 밤 후기
작년 가을 엘컬처 시리즈 기획 연주를 관람하신 병원 문화담당자께서 올 연초에 병원환자를 위한 연주를 의뢰하셔서 준비한 연주회이다. 나는 연주자들에게 본인이 만족하는 노래보다는 환자나 그 가족들이 듣고 힐링이 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선별할 것을 부탁했었다. 5시쯤 피아노 설치를 위해 좀 일찍 도착해서 로비를 살펴보니 병원은 광고에서 본 것보다 더 안락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병원임에도 문화예술팀장님과 실장님이 계신다는 것도 참 인상적이다. 피아노의 페달이 잘 작동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모두의 연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성공적 연주의 가장 큰 공로자는 이재연 피아니스트이다. 까다로운 연주자들의 주문을 최악의 피아노로 최선의 연주가 될 수 있도록 요구하지 않은 부분까지 섬세히 챙기는 자세에 새삼 존경이 갔다. 내가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이 노래 자체로 웃고 울고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나 또한 한 때 환자였기에 알 수 있다. 내가 앙코르곡을 부르며 객석을 살펴보니 60% 이상이 모두 노래에 심취해서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의 수고가 이들의 통증을 단 1%라도 줄여줄 수 있고 쾌유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음악’에 대한 감사가 드는 밤이다.
서울 송파에 있는 양한방 통합 암 진료 전문병원으로 60병상의 작은 병원이지만 수명이 늘어나고 가족이 핵가족화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병원으로 다가왔다. 상위 5대 병원과 연계하여 진료하는 것은 물론 병원이 아닌 호텔이나 휴양지 같은 느낌이 들도록 실내장식은 물론 환자들의 동선과 시간 관리까지 관여한다. 즉, 의료상의 진료 외에도 이곳에서 문화, 예술, 전시, 공연으로 나누어지는 힐링프로그램은 통해 환자분들에게 쾌유를 돕고 있다. 연주 뒤풀이가 이렇게 화목해도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지인께서 저녁을 사시겠다고 하셔 간단한 일품식사를 생각했었는데 예약된 테이블마다 보쌈에 감자전, 도토리 해물전 등이 세팅되어있었다. 좋은 식사자리라고 이종일 고문님이 커피라도 본인이 사게 해달라고 하시고 이종훈 연구원은 살 기회도 뒤로 밀렸다. 감사하다는 카카오톡과 또 다른 연주를 부탁한다는 카카오톡이 들어왔다. 시인으로 살고 싶은데 계속 음악에 머물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