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오리사냥法
- 박명호
모든 연애는 실패를 전제로 한다.
쉰이 넘도록 장가 못 간 K는 최근 사랑에 빠졌다. 상대는 이혼녀였다. 그런데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자꾸만 뺀질뺀질 꼬리를 빼고 있다. 단도직입 고백도 해보고, 비싼 선물 공세도 펴보고 심지어 읍소 작전도 써봤지만,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정말 총각 귀신 되지 않을까 고민 끝에 그 방면 고수인 선배를 찾아갔다. ‘백전백패’라는 반어적 별명이 말해 주듯 많은 경험이 있는 그 선배는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옛날 아이들이 청둥오리를 사냥할 때… 오리가 연못으로 날아들면 막대기를 들고 연못 주위를 둘러싸고 시간을 끈다. 오리는 도망치려고 하지만 좁은 연못에서 바로 비상할 수가 없다. 아이들 소리와 막대기 때문에 연못 밖으로도 나오지 못한다. 결국 기진맥진 물가로 나올 수밖에 없을 때 아이들은 쉽게 오리를 잡는다. 몽골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시간 버티기를 하면 연못의 수면이 얼어 오리가 꼼짝 못 하게 된다. 훨씬 쉽게 칼이나 낫으로 벼 이삭 자르듯이 오리를 잡아간다.”
선배 이야기를 듣고 K는 무릎을 쳤다.
아, 사랑에도 밀고 당김이 있음을 깨달았다. K는 여태 그 밀고 당김에서 당기기만 했다. 이제는 줄을 하염없이 풀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상대가 끊어졌을까 여길 때까지, 아니 상대가 오히려 지치고 초조해져서 줄을 마구 잡아당길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릴 것이다. 그래, 사마의는 오장원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며 기다린 끝에 제갈량을 이겼다. 이 기술은 오로지 기다림이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다림이다.
최후의 승리는 늘 기다리는 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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