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골목의 도시이다. 흔히들 부산 여행을 간다고 하면 해운대, 태종대 등 대표적인 부산 관광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자갈치 시장, 국제시장 깡통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감천동 문화마을 등 부산은 골목과 삶이 얽혀 있는 사람의 도시이다.생선 비린내 가득한 자갈치 시장의 좌판대, 아주머니들의 찰진 사투리가 발걸음을 잡는 국제시장과 깡통시장, 오래된 책에 켜켜이 쌓인 먼지 냄새가 정겨운 보수동 책방골목, 감천동 골목마다 길게 널린 알록달록 삶의 흔적들. 구석구석 숨어있는 골목을 찾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해는 저물고 아련한 추억이 가슴에 남는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의 추억이 쌓여간다는 의미. 그래서 부산의 골목길 여행은 느릿느릿 ‘오늘’을 걸으며 ‘내일’을 기대하는 여정이 된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시간을 되새기는 산책, 이번 주말 부산에 가보면 어떨까.
부산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려면 가장 먼저 자갈치 시장을 찾아야 한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진한 생선 비린내와 찰진 아지매들의 사투리가 소란스럽다. 부둣가에서는 배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들이 경매에 부쳐지고, 그 옆으로 대야에 무심히 담긴 생선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질퍽한 생선물이 여기저기 튀고, 신발이며 옷에 검은 구정물이 묻어도 사람들은 치열한 흥정을 이어간다. 웃음과 정이 오가는 재미있는 ‘밀당’이다.
끝없이 펼쳐진 생선 노점에는 고등어, 장어, 문어 등 파닥파닥한 생선들이 넘쳐나고, 줄지어 이어진 ‘자갈치 아지매’들의 억센 사투리에는 거칠지만 푸근한 인정이 담겨 있다. 부산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과연 부산의 상징이라 불릴 만하다. 생선 만물상회라 불릴 만큼 다양한 생선의 종류와 노점 한쪽으로 마련된 곰장어, 갈치, 곱창, 고등어 등 전문 음식점도 즐길 거리 중 하나.
- Tour Point 거대한 항구의 울림과 자갈치 아지매들의 구수한 모습.
- Location 중구 자갈치 해안로 52, 부산 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 4번 출구
- Food 해안도 블록 구역의 곰장어(먹장어) 골목, 양곱창 골목, 고등어정식 골목
- Info 부산 시설공단 자갈치 시장 051-713-8000, 자갈치 시장 홈페이지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의 명물 중의 하나. 요즘이야 인터넷이나 대형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척척 찾을 수 있지만, 변변한 책 한 권 구하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헌책방을 찾아 참고서, 소설책 등을 사고팔던 시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국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됐을 때 피난민이 생활을 위해 책을 팔고, 피난 온 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필요에 의해 사면서 형성되었다.
전성기인 1960~70년대는 약 70개의 책방이 있었는데, 지금도 약 200m의 좁은 골목 구석구석에 50여 개의 책방이 오밀조밀 붙어 운영되고 있다. 각종 분야의 전문 서적은 물론 만화책이나 잡지까지 다양한 책이 모인 만물점 같은 곳이다. 낡은 책더미의 곰팡내와 켜켜이 쌓인 먼지가 자꾸만 책을 들추게 만든다. 국내에 채 얼마 남지 않은 헌책방 골목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곳이다.
- Tour Point 오래된 책 냄새와 허기를 채우는 골목의 중간의 도넛 가게.
- Location 중구 보수동 1가, 부산 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에서 극장가 쪽으로 올라가다가 국제시장을 지나 대청로 사거리에서 보수동 방면으로 진행
- Food
깡통골목 시장통의 충무김밥, 순대, 팥죽, 식혜, 비빔당면과 할매 유부전골(1599-9828) 국제시장 씨앗 호떡, 신창국밥(051-254-5074), 18번 완당집(051-245-0018), 가야할매밀면(051-246-3314), 할매집 회국수(051-246-4741)
- Info 보수동 책방골목 홈페이지
감천 2동 감천고개 꼭대기. 일명 ‘부산의 태극마을’,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감천동 문화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태극도민들이 정착한 집단촌이다. 지금은 종교인들이 대부분 떠나고 부산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하늘 아래 산동네이다. 재미있는 이정표를 따라 네모 반듯 그림 같은 풍경을 거닐다 보면 부산을 정겹게 하는 소박함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수북이 쌓여있는 연탄재, 지붕에 말려놓은 운동화 등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골목 사이로 지나면 가장 진솔한 삶의 모습들과 쉼 없이 만난다. 파랑, 주황, 분홍, 노랑 등 갖가지 페인트로 칠해진 지붕들은 모두 해를 향해 둘려 있다. 단 한 집의 소외도 없이 해가 뜰 때부터 해 질 녘까지 똑같이 햇빛이 머무른다. 어느 집에서든 감상할 수 있는 감천 앞바다의 전경 역시 문화마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축복이다.
- Tour Point 골목과 골목 사이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미로 탐험. 감천동 홍보전시관 하늘마루, 마을 안내소(16통장님댁) 비치된 문화마을 지도 지참.
- Location 사하구 감천2동, 부산 지하철 1호선 토성동역 6번 출구 부산대학병원 암센터 앞에서 마을버스 2, 2-1, 1-1번 탑승 후 감정초등학교에서 하차
- Info 마을정보센터 070-4219-5556
광안리 해수욕장을 광안대교의 화려한 야경과 드넓은 백사장이 전부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진면목은 해안가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항구에 있다. 거대한 방파제를 산책로 삼아 등대까지 연결되는 이 길은 어업을 하는 부산 사람들의 삶과 광안대교의 황홀한 모습, 멀리 관람차의 이국적인 풍경까지. 오묘한 조합 속에 정겨움이 묻어나는 이색 통로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버무려진 부산의 현주소가 여기에 있다.
- Tour Point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항구의 소소한 재미가 깃들어 있는 아침 산책로
- Location 수영구 광안2동 192-20, 부산 지하철 2호선 광안역 3번 출구 하차 후 광안리 해수욕장 끝 회 센터 뒤편
- Info 광안리 해수욕장 051-622-4251
문화골목은 경성대학교 주변 젊음의 거리가 밀집한 곳에 위치해 있다. 큰길에서 갈라진 좁은 길. 그 사이로 도심 속 쉼터처럼 마당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부산의 다른 골목 여행과 달리 지명 자체가 ‘골목’으로 붙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건축가인 최윤식 대표가 주택 5채를 매입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기존 건물을 증축 또는 리모델링했다. 갤러리와 소극장, 라이브 카페, 노래방, 전통 주점 등이 들어선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대지 면적은 1천㎡(300평) 정도로, 1970년대 벽돌 구조에 리모델링을 통해 일부 철골과 나무 외장을 더했다. 낡은 자전거와 녹슨 고철, 철로 된 계단과 작은 연못. 즉흥적이면서 부조화스럽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요소가 더해진 공간은 이질적이면서 즐거운 어울림을 만들어 낸다. 오래된 사진기, 고풍스러운 타자기의 예스러운 물건이 더해진 공간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가정집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악과 미술, 연극 등 다방면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 Tour Point 가정집의 정겨움과 낡은 것에 대한 향수로 뒤덮인 공간.
- Location 남구 대연3동 52-4, 부산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1번 출구 하차 후 등지고 첫 번째 골목으로 진입, 서원빌라에서 좌회전하면 소방용품 매장 지나 골목에 위치
- Open 오전 12시~밤 11시 30분
- Info 문화골목 051-625-0730
영화 <해운대>에 등장하는 미포는 세트가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이다. 해운대 백사장 동쪽 끝에 있는 미포는 부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어촌 마을이다. 어선 50여 척이 줄지어 선 작은 포구, 방파제 끝에 노란 천막과 빨간 등대가 있는 미포. 동서로는 해운대 백사장 한국콘도 옆부터 청사포까지, 남북으로는 동해남부선 철길 아래 중1동 일대가 미포다.
미포는 부산에서도 보기 어려운 오래된 자연부락이다. 이 지역 주민 100가구 중 1/5이 어업에 종사하고 나머지는 주로 횟집을 운영한다. 어업 종사자들은 해녀도 있지만 거의 배를 탄다. 해운대와 꼭 붙어있지만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정서가 흐르는 곳이다. 숨겨진 명소인 만큼 발길을 닿는 곳마다 뛰어난 풍경이 드러난다. 드넓은 바다를 마주하고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하듯 이색적인 풍경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는 느낌의 건널목은 단연 최고의 스팟.
- Tour Point 미포로 가는 항구에서 바라본 해운대 해변의 역광.
- Location 해운대구 중동,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 7번 출구 하차 후 미포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직진
- Food 미포 시원대구탕, 파라다이스호텔 옆 전복죽, 청사포 조개구이 및 라면
| Editor 최진경 | Photographer 김경필 | Cooperation 문화골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