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목을 베기는 쉬우나 엄중한 전시이므로 잠시 살려 두는 것이 이로울 수 있음”을 강조한 우의정 정탁의 상소문으로 겨우 사형을 면하게 된다. 백의종군로는 경남 초계에 있는 권율(權慄)의 도원수부에 백의종군하라는 처분을 받고 옥문을 나선 4월 1일부터 한양-아산-공주-전주-남원-구례-순천-하동-초계-진주에 이르렀다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는 전날인 1597년 8월 2일까지 걸었던 121일간 600여Km 여정의 길을 말한다. | |
죄인의 몸으로 옥에서 풀려난 이순신은 3일부터 백의종군 노정을 시작한다. 공이 본가가 있는 아산에 도착한 것은 4월5일. 13일엔 이순신 장군은 어머니가 배를 타고 오다가 안흥량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난중일기』에서 “하늘이 캄캄했다.”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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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던 중 이순신은 금부도사의 재촉을 받고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전주ㆍ임실ㆍ남원ㆍ구례를 거쳐 순천에 4월27일 도착한 이순신은 5월13일까지 그의 옛 부하였던 정원명의 집에 머문다. 5월 14일 구례로 가서 경남 하동 악양을 거치고 6월4일 마침내 초계 도원수 진에 도착한다.
7월16일에 원군의 수군이 궤멸되자 이순신은 8월3일 삼도수군통제사를 겸하라는 선조의 교서를 받고 넉 달간의 백의종군이 끝나게 된다. 충무공 이순신(1545~98)이 임진왜란 당시인 1597년 8월 15일 전남 보성 열선루(列仙樓)에서 선조에게 장계를 올리고 사흘 후인 8월 18일 수군을 재정비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칠천량 해전의 참패로 괴멸 위기에 처했던 조선 수군이 정유재란의 전세를 바꾼 역사적 순간이었다. | |
학자들은 당시 충무공이 명량해전에 출전한 것 자체가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격파한 것만큼 기적적인 일로 여긴다. 명량대첩을 치르기 불과 12일 전만 해도‘백의종군(白衣從軍)’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백의종군은 관리가 벌을 받아 관직을 삭탈 당한 채 전쟁에 나가는 것을 말한다. 올해는 1545년 4월 충무공이 태어난지 475주년이자 백의종군로를 걸은지 423년이 되는 해이다.
아래는 답사를 하며 걸었던 코스별 요약이다.
제 1코스는 산수유 지리산 호반길이다. (11.7km, 3시간)
첫 출발지는 산수유 시목지이다. 산동면소재지를 지나, 운흥정, 구만제를 돌아 광의면사무소에 이르는 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국내 최고의 여행상품인 '구례산수유 마을'의 대표적인 계척마을이 출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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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코스는 서시천 꽃길 따라 뚝방마실길이다. (5,9km, 2시간)
광의면사무소에서 출발하여 광의대교, 구례읍 지리산둘레길안내센터까지이다. 잘 정비된 서시천 제방에는 벚꽃나무가 하늘을 가려 상쾌하게 걸을 수 있다.
아름다운 서시천변 이순신장군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 손인필 비각 |
제 3코스는 섬진강 벚꽃길이다. (7,5km, 2시간)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에서 출발하여 손인필비각, 구례읍사무소(옛 구례현청터), 문척교를 건너 우리나라 100대 아름다운 길인 동해마을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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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코스는 섬진강 황전늘품길이다. (11.8km, 3시간)
동해마을에서 시작해서 발산마을을 지나 황전늘품길을 따라 괴목시장, 황전면사무소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은 섬진강을 거슬러 흐르는 황전천을 따라 산자락에 터하여 오순도순 앉아있는 시골마을을 바라보며 걷는다. 맑은 물소리, 부드러운 뚝방길, 군데군데 징검다리를 건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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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코스는 송치재 장군의 눈물길이다. (11.6km, 3시간 반)
황전면사무소에서 출발한다. 백야교를 지나, 용암매실밭, 상동마을, 송치재까지 협곡이자 험난한 고갯길이다. 고개를 넘어 학구마을에서 마친다. 아마 송치협곡을 넘으면서 이순신은 눈물을 흘리며 구국의 신념을 다졌을 것이다.
| 했던 연수원이 자리하고 있다. |
제 6코스는 순천부 구국 다짐길이다. (14.0km, 4시간)
학구마을에서 시작하여 서천 뚝방길을 따라 동산초등학교를 지나고 동천을 따라 순천팔마비를 친견한 뒤 옛 순천부의 서문터에서 마친다.
이순신은 학구삼거리 신촌마을 송원의 객관에 여정을 풀고 정원명과 정사준을 만나 왜군 정황을 들었다. 학구마을은 이순신이 정원명을 만나 구국의 전술을 구상해 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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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코스는 석주관 가는 길이다. (14,7km, 5시간)
지리산 둘레길안내센터에서 출발하여 서시교를 지나고 섬진강 푸른 물을 바라보며 뚝방길을 걷는다. 용호정, 곡전제, 운조루를 둘러보고 단산마을에서 산길을 타고 임진왜란의 명운이 걸렸던 석주관에 이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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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의 백의종군로를 ‘길에서 쓰는 편지’ 마지막회인 100회로 선택한 것은 청사(靑莎) 정소(鄭沼)의 후손으로서 이순신장군이 정소(鄭沼)의 아들인 정원명(鄭元溟)의 집과 동헌에서 4월 27일부터 5월 13일까지 체류하며 나라를 구하려는 방책을 모색했던 자랑스런 조상의 얼을 이어 받고 싶었음이다.
<정원명(鄭元溟)은 임진왜란 때 훈련판관(訓練判官)으로 동생 정상명(鄭翔溟)과 함께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한산대첩 등에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움웠으며 상명은 전사함>
이로써 길에서 쓰는 편지 100회를 마친다. 2016년 6월, 1회를 시작하며 5년간 100회로 마지막을 삼고자 했었다. 그게 1년을 단축하여 4년 만에 이룬 것이다. 사실 길 편지 1회를 쓰기 위해서는 소재가 될 만 한 세 곳 이상을 선택하고 걸었으며, 그중에서 한 곳을 골랐으니 100회의 글은 결국 300곳 이상을 걸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부언하고 싶은 것은 이 길들은 혼자이기도 했지만 동행해 주었던 친구들과 클럽 멤버들의 힘이 컸었다. 이자리를 빌어 모든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언제나 코스를 조사하고 탐색하여 세밀하게 여정을 짜 주었던 사랑하는 아우‘만재’에게 더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100회 백의종군로도 이순신장군과 우리 원명할아버지와의 얽힌 뜻깊은 길이라 권했었으며 총론부분 또한 만재가 써 주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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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쉬임없이 찾고 걸었다. 앞으로도 답사는 계속될 것이다.
100회를 마치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이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는 소감만 밝힌다.
2020. 6. 25. 순천인 정 홍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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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로 코스별 지도 보기
(2,3코스는 거리가 짧아서 이어서 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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