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연초 어느 날……
그 당시 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배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고등학교 입학 전형은 고입 연합고사라는 전형을 통하여 최소한의 입시자격을 통과하면, 그 통과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군을 주거지역위주로 나누어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이른바, “뺑뺑이……”
확인할 수는 없으나……
그 당시의 소위 각하가 자신의 유일한 아들이 시원치 않아 명문고 입학이 불가하니, 입시지옥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고교 평준화를 기치로 내걸고 만든 제도라고 합니다.
하여간에 그 입시제도를 통하여 저는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장훈고등학교라는, 난생 들어본 바도 없는 학교에 배정을 받게 됩니다.
그 당시 그 학교의 전방에는 OB맥주, 또 바로 인접한 후방에는 진로소주 등 한국의 주류업계를 장악하던 두 Major 주류회사가 뿜어내는 “맥소” 짬뽕 폭탄주의 술 냄새가 축구 좋아해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저의 점심시간을 방해하였답니다.
아마 지금도 제가 준알코올중독자로 사는 건 그 당시의 간접음주의 조기교육효과일 것입니다.
그리고 중학시절, 저도 시원스럽지는 않았지만……
저보다 공부 못하던 아이들이 소위 전통의 명문고 교복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활보하는 모습과 시내에서 마주치면……
1- 이건 정말 불공평하다…… 어떻게 학교를 뺑뺑이로 정하냐?
2- 나는 졸업만하면 이 학교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3- 설마 내가 이 학교를 추억하랴?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학을 들어가고, 사회를 경험하고 또 한국에서 직장을 영위하고 은퇴(?)하며……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니……
그래도 역시 가장 그리운 것은 그 시절이었습니다.
뺑뺑이가 만들어준 모교이나……
그립고 돌아가고 싶고……
특히 연배나 세대가 딱 그 시절인 영화, 유오성, 장동건의 “친구”를 보던 그 때에……
나의 20여년전을 꿈속으로 인도하게 하던 모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장훈고등학교”
작년 말부터……
장훈고 호주동문 카페에서 교류하던 시드니의 한 후배가……
오늘 급전을 전하는 Call을 했습니다.
“형님, 멜번에 계신 한 선배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형님보다 1년 후배이신데 멜번에 계시다고……
그리고 제가 형님들이 두 분이나 계시니 이제 곧 한번 멜번으로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저도 일정부분 인정하나……
한국을 지연, 학연, 혈연이 건전한 발전을 가로 막는 고질병을 가진 사회로 지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도를 지키지 않아 일탈할 경우의 문제이고……
그 어느 길목에서 만나도……
같이 공부하고 자라고 번민한 울타리의 선배나 후배나 동료가……
금새 울고 웃고 함께 나누게 되는 것도 우리 한국인 아니면 없는 정일 것입니다.
얼마 후에는 그 후배하고 외롭지 않게……
멜번에서 한잔하게 되길 바랍니다.
첫댓글 제가 뺑뺑이 1기라서 편하게 무시험으로 고등학교로 진학했어요 고등학교 선후배간의 정 나이 들어서도 계속 가는 것 같아요
76년 고등학교 입학이시군요....제가 몇년이더라..88년인지...89년인지...
그래도 나와서 같은 고향 학교 이런 사람 만나면 괜하게 반갑고..그렇더라구요...
그렇지요,,,동향,,동문,,,괜시리 정겹고 친근감이 들지요,,,한국사회의 병폐이긴하지만서도,,,ㅎㅎㅎ
우리애의 선배시군요.
그리고 저와 같은 연배군요.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마음은 청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