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국 3백 80여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고 있다. 대체로 은행권 조직 문화는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종창 행장의 부임 이후 변화 관리팀이 행장 직속으로 신설되고 상하 격의 없고 합리적인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종창 행장은 이것을 새로운 은행 경영모델이라고 말한다. 그의 변화론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얀 피부에 살이 붙지 않은 약간 각진 얼굴 가득 미소로 반갑게 기자를 맞는 김종창 행장(53)의 목소리는 다소 사근사근했다. 국책은행의 리더이기에 근엄하고 위엄 있는 한마디로 주위를 긴장시키는 캐릭터일 것이라는 예견은 그를 만나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또한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난 사람인 만큼 기자와 대면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했다. '맑은 호수' 라는 뜻을 지닌 '청호(靑湖)' 라는 아호를 가진 만큼 그의 맑고 순수함을 느끼고픈 욕구가 더욱 생겨났다. 김행장과 남다른 친분을 가지고 있는 코스닥 증권시장 강정호 사장의 그에 대한 다음과 같은 표현은 김행장에 대한 더욱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열정이 넘치는 선비 , 항상 꿈꾸는 미소년 같은 자세로 살아온 그는 깨끗하고 맑은 얼굴색, 긴 목과 다소 웅크린 모습이 마치 학 같습니다. 금융정책 업무를 맡았을 때나 런던 재무관을 지낼 때, IMF 이후 구조 조정 업무를 처리할 때 그는 한결같이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었죠." 『열정이 넘치는 선비, 항상 꿈꾸는 미소년 같은 자세로 살아온 그는 깨끗하고 맑은 얼굴색, 긴 목과 다소 웅크린 업무를 처리할 때 그는 한결같이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었다. "IMF위기를 현장에서 느끼면서 이것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지 때문에 일어났다는 확신이 세워지더군요. 기본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원칙과 기본이라는 것은 바로 시장에서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 기능에 충실한 것이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정도(正道)입니다. "』 이미 주위로부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포용력이 넓으며 합리적인 성품으로 기획력과 추진력을 함께 겸비한 전형적 외유내강형이라는 일반적인 평을 소유한 인물이지만 분명 그에겐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48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김행장은 1976년 서울 상대 재학 중 행정고시 8회에 합격했다. 1970년 12월부터 재정과학시의회의 사무관으로 관계에서 입문,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총무과장, 주 영국 대사관 재무관, 재경원 국제금융증권심의관, 금감위 상임위원을 거쳐 금감원 기획관리 담당 부원장으로 재직 중 지난 5월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됐다. 금감위, 금감원 재직 시 대우 사태와 투신 문제 등 현안을 원만하게 처리했으며 30여 년 정통 재무 관료의 경륜과 금융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기업은행의 새로운 위상 정립과 발전에 기대되는 바 크며 중소기업 육성의 현안을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평가다. 오랜 공직 생활 끝에 기업은행장 행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국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 기업들을 지원하는 본연의 의무를 비롯, 힘있는 우량 은행으로 모델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든 수많은 고객들, 7천여 명의 직원들, 40년 역사를 가진 한 은행의 미래를 담보로 일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이 뒤따르게 마련일 것입니다. 임기 중 기업은행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업무 후에도 은행 업무에 관련된 사람들을 주로 만나게 되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시간을 은행 일과 함께 합니다." ▣ Back to basic 은행 경영 얘기가 화제로 떠오르자 그는 확고한 자신의 경영관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경영의 최고 미덕으로 간주한다. IMF 당시 그 누구보다도 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을 지냈기에 IMF의 원인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물가를 관리하는 부서였는데 금리가 급격히 뛰고 물가도 함께 뛰었습니다. 라면, 식용유 등 생활 필수품들은 시장 품귀현상으로 구하기 힘들었죠.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많은 것을 느꼈죠. 저는 이러한 IMF위기를 현장에서 느끼면서 이것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확신이 세워지더군요. 기본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원칙과 기본이라는 것은 바로 시장에서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기능에 충실한 것이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정도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 기능이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이 '수익성'이라고 김 행장은 강조한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그것을 수익성을 위해 금리를 올린다는 얘기가 아니다.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효율을 높인다는 의미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광하는 팬을 만들어라",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 셋째도 고객",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이 시장에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김 행장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들이다. 김 행장은 경직되고 관료적인 은행 조직 문화를 개혁하고 있다. 조직이나 인사 개혁 등 모든 것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제도나 법규, 관행도 고객 지향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부임하자마자 도입한 사업부제도 결국 고객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종합 서비스와 맞춤 서비스는 물론 예금, 신탁, 카드, 외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선진화된 네트워크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조직을 고객 중심, 상품 중심으로 바꾸고 IT분야와 인적 자원 육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변화를 강조하는 김 행장이 조직 차원에서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은 은행장 직속의 '변화 관리팀'을 신설한 것. 2급 팀장을 포함, 총 5명으로 구성된 변화 관리팀은 변화와 개혁의 밑그림을 주도적으로 그려 나갈 것이다.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의 추진을 가시화 시킨 변화 관리팀의 활동에 김 행장은 물론 온 직원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김 행장은 변화의 요체는 생산성 향상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저비용 고효율'의 추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더 높은 효율과 더 많은 이익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병행할 생각이다. 그는 은행장 수행 비서를 폐지하고 임원 비서를 계약직으로 교체함은 물론 행장실과 임원실을 축소하는 등 본부 사무실을 재배치하고 있다. 곧 사무 지원센터를 설립해 영업점 업무를 경감시킬 것이다. 생각을 조금 바꾸면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이로써 기업은행의 소임인 중소 기업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고히 하고 동시에 내부 경쟁 체제를 도입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것이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열린 경영, 직원들에게 가시적인 비전 제시, 공정한 인사로 사기 진작을 꾀할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수익 중심적이고 고객 중심적인 조직 문화 창출로 인한 성과 관리, 종합 수익 관리,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은행 경영 모델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작금의 경영 환경은 빛의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선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낙오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번에 큰 변화를 할 순 없지요. 전 이젠 공무원이 아니라 확실한 민간인이 될 것입니다. 미래를 한발 앞서 예측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기본에 충실한 CEO, 어쩌면 아주 평범한 CEO입니다. 변화를 위한 기초적인 마인드세트 (mind set)를 가지는 것이죠."』 ▣ 변화는 거창한 외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많은 CEO들이 '변화'하는 말을 천명하고 있듯이 김종창 행장 또한 변화 경영 (change management)을 은행 경영의 새로운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진정 김 행장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성과 관리 시스템이니, 종합수익 관리 시스템이니,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니 하는 등 거창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변화는 거창한 외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시장 기능에 충실한 것을 말한다. 그 무엇이 되든 경영의 원칙과 기본이 고객을 섬기기 위한 작은 변화를 위한 노력이다. "작금의 경영 환경은 빛의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선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낙오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번에 큰 변화를 할 순 없지요. 전 이젠 공무원이 아니라 확실한 민간인이 될 것입니다. 미래를 한발 앞서 예측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기본에 충실한 CEO, 어쩌면 아주 평범한 CEO입니다. 변화를 위한 기초적인 마인드세트 (mind set)를 가지는 것이죠." 이것을 위해서는 CEO로서 가지는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조직을 위해 사심 없이 자신의 소임에 전념하는 것이다. 흔히 CEO가 빠지기 쉬운 유혹 중 하나인 단기적인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인기를 위해 조직원들에게 일시적으로 잘해주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망치는 일일 수 도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CEO로서의 소임을 꿋꿋이 해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CEO의 모습니다. 김종창 행장도 이점을 높이 사고 잇다. 그는 부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갖가지 일들이 임기 중에 당장 효과를 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고 한다. 그것은 모범적인 은행을 만들기 위한 장기투자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임기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근 그는 여러 중소기업들을 방문하고 잇다. 기업 은행의 잘못된 제도가 잇다는 얘기를 듣고 나면 바로 고치지 않으면 맘이 편치 않다. 당장 아쉬운 것은 기술이 있으되 당장 수익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 신용 대출을 손쉽게 해주지 못하고 있는 미비한 현실적 제도, 그는 이를 위해 곧 신용 평가 방법을 수정할 생각이다. ▣ 패밀리 레스토랑을 즐겨 찾는 은행장 CEO는 조직원들 이상의 자기 계발과 혁신이 필요하다. 부단한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김종창 행장은 술을 마시고도 책을 읽을 정도로 습관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분야는 가리지 않는다. 책 속에는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갖가지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집트 문명에 관한 책을 읽었다. 피라미드, 성형 문자 등으로 대표되는 5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집트 문명이 어떻게 해서 쇠퇴하게 되었는가를 다운 책이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을 가졌다 할지라도 주위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곧 퇴보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공부했으며 더욱이 중학교 때는 6km나 떨어져 있는 학교를 도보로 통학해야 했다. 시험 기간에는 통학 시간이 아까워 걸으면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피나는 노력이 현재의 성공을 그에게 선물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생활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항상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생활을 즐긴 것이 성공한 CEO가 되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생각하다. 그래서 묵묵히 즐겁게 살림을 이끌어 가는 중소기업인들은 쉽게 그의 눈에 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는 대스타 CEO가 됐지만 무명일 때 안철수(안철수 연구소 CEO), 윤윤수( 휠라 코리아 CEO)씨처럼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신나게 도전하는 삶의 자세를 높이 산다. 그는 진실된 시장에서 진실된 평가를 받는 기업인들을 사랑한다. 『"어렸을 때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공부했으며 더욱이 중학교 때는 6km나 떨어져 있는 학교를 도보로 통학해야 했다. 시험 기간에는 통학 시간이 아까워 걸으면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피나는 노력이 현재의 성공을 그에게 선물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생활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항상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생활을 즐긴 것이 성공한 CEO가 되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생각하다. "』 김 행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하고 싶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성경 공부와 봉사활동을 하며 종교 활동도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다. 퇴임하면 할 일이 더욱 많아 질 것 같다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모시고 있는 여든이 넘는 노모가 워낙 좋아해서 가족들과 함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즐겨 갈 정도로 자상한 면도 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산업경영대학원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 금융 구조조정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하기 위해 그는 단국대학교로 향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내면서 금융 구조 조정을 직접 지휘해 온 경력이 있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며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김 행장의 조용한 변화론을 많은 CEO들이 고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제공 : 월간 CEO(지난 2002년 3월호 참조) Editor : 유승용 Photographer : 김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