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단정하고 깔끔하신 엄니
낮잠을 늘어지게 잔다거나
옷을 아무렇게나 걸친다거나
여자들끼리 뭉쳐다니며 수다를 떤다거나
집안이 지저분하고 더럽다거나
그런거 모르시는 분이
울 엄니셨다
큰 딸에 비하여 얼굴이며 몸맵시가 떨어지는 둘째 딸에게는
머리모양에서 옷색갈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살피시고
딸래미도 할머니가 되가고 있는데
지치지도 않으시는지 지금까지 지적을 하시니
시댁에 갈 때보다 친정에 가려면
오히려 더 신경을 쓰고 가야한다
돌아가실까봐 벌벌떨던 위험수위를 넘기고
이제 거실에 나와 앉아 계시며 하시는 말씀
너는 내가 눈썹문신을 한뒤로 세번째 오면서
아직도 그거 모르고 있지?
엉?
지난번 다니러 왔을 때 자리에 누워있는 엄마 눈썹이
유난히 시커멓길래 아프신데 언제 눈썹을 그렸을까 했더니
눈썹문신 다시 했나벼?
세월따라 문썹문신이 흐려져 그게 신경에 거슬렸든지
팔십사세 노인네가 다시 문썹문신을 하시고
무심한 딸래미에게 한마디 하신 것
엄마가 이제 시집을 갈껴 남자칭구를 사귈껴
그냥 저냥 살아도 될껄 왜 눈썹 문신을 하는겨?
눈섭그리는거 성가셔서 해버렸다
왜 안죽는지 모르겄다
이렇게 아플바에는 차라리 빨리 데려갔음 좋겠다
노래를 부르시는 울 엄니
팔십사세가 되었어도 여자는 여자다
울 엄니 돌아가셔도 내 귀에 쟁쟁한 한마디는
니 시어른께 잘해드려라
어르신 불쌍하게 생각하고 잘해드려라일게다
결혼 삽심삼년 동안
내도 이제 할머니가 되가는데
귀에 딱쟁이 앉도록 하시는 말씀
할머니 할아버지께 해드리는거 외할머니께 몇분의 일만했어도
엄마는 효녀소릴 들었을거야
울 딸래미가 얼마전 나에게 한 소리다
그건 맞는 말이네
그렇다구 시어른께 효부냐면 그렇지도 못한데...
인정도 못받으면서 참 엄마한테는 무심한 딸이지
내도 팔십이 넘어 눈썹이 흐려지면
곱게 곱게 눈썹 문신을 할끼다
엄마 딸이니까...
첫댓글 ㅎㅎㅎㅎ 맞아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 근데 사모님의 친정엄니는 멋쟁이 십니다, 아직도 잔소리 듣고 사시는 성님은 행복한 막내딸이시네요, 내도 엄마가 보고잡은데 ,,,,, 발바닥 불나게 다니시느라 더운데 수고많으세요 간강조심하세요
저 처녀적부터 화장하라구 아모레 화장품 들이밀구 청바지 입고 다니는거 질색하시더니 세상에 육십 바라보는 지를 이렇게 닥달합니다요
ㅎㅎㅎ 오랫만에 둥지에 들어와 사모님 친정어머님의 단정하신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그럼요. 연세가 아무리 많이 드셨어도 스스로를 여미실 수 있으심은 자녀들에게 큰 복이지시요. ㅎㅎㅎ 사모님 친정어머님을 본받아야 되겠구나 싶네요. 사모님!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