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5. 공감5시
제목: 닭 이야기
1. 오늘은 정유년 닭띠 해를 맞아 닭 이야기를 소개해 주신다고요. 닭은 우리 일상과 참 친한 동물인데요. 먼저 올해가 정유년이잖아요. 그 뜻부터 얘기해 주세요?
정유년(丁酉年)은 60갑자 중의 하나입니다. 60갑자 중의 하나인 정유년은 61년이 되면 한 번씩 돌아옵니다. 다 알다시피 10간과 12지의 조합으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그 조합마다 뜻이 다 다릅니다. 이 중에 정유년은 ‘아주 힘차게 날고 달리는 닭’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 마을제사를 지낼 때 해당 달의 첫 정일(丁日)에 날을 정하는 마을이 많습니다. 그것은 정일이 무성하고 좋은 날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닭은 길조(吉鳥) 중의 하나입니다. 첫 새벽을 알리는 새이면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지네를 잡아먹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악귀를 막아주고, 좋은 일이 생기는 조짐을 열어주는 새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유년인 올해는 나쁜 일은 모두 없어지고, 좋은 일만 있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2. 닭띠 해를 맞아 풍속도 많을 것 같은 데요?
원래 새해가 되면 여러 풍속이 많잖아요. 그 중에 새해를 맞아 도끼와 둥근 칼인 절을 들고 문을 지키는 그림을 그려 붙이는 문배(門排, 밀칠 배)라는 것이 있었고요, 비슷한 의미로 귀신을 그려 문에 붙이고 또 닭 호랑이 매 등을 그려 붙이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이런 풍속은 그림을 그려 붙인다고 해서 세화라고 말합니다. 호랑이나 매는 그 힘이 강한 것 때문이고요. 닭은 강한 부리 때문에 지네를 잡아먹듯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로 닭 그림을 그려 붙였습니다.
3. 닭 풍속을 찾으면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요. 강원도에서는 특별히 행하는 것이 있나요?
강원도에서도 전국적으로 행하는 풍속은 비슷하게 행해집니다. 그런데 제가 2007년 7월 5일에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에 가서 민속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웅치기라는 액막이 풍속과 어부식이라는 액막이 풍속이 있냐고 제보자께 여쭈었습니다. 제보자는 어렸을 때 보았든가 직접 한 사례를 말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 재미있는 풍속이 홍수막이[橫數막이]라는 것인데요. 이것도 일종의 액막이 풍속입니다. 그때 제보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름은 ‘홍수맥이’라 했고요.
“살아있는 닭에다 죽을 운명에 있는 사람의 이름 나이를 써서 산에 가서 버려요. 이것을 대수대명 보내는 것이라고 해요. 그러면 어느 짐승이 물어가든지 한대요. 삼재가 들었든가 죽을 운명에 있는 사람만 해요. 그러니 닭이 죽을 사람 대신에 죽는 것이지요. 이것을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집으로 와야 해요.”
좀 무섭지요. 그러나 이는 예부터 흔히 하던 우리의 풍속 중 하나라 합니다.
4. 닭에 관한 설화로 널리 알려진 것은 무엇이 있나요?
아무래도 닭과 관련한 이야기는 적지는 않을 겁니다. 춘천의 닭갈비 이야기는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닭갈비 이야기는 먼저 말씀드렸고요. 오늘은 닭바위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닭바위는 인제군 남면 신남리 도로변에 있습니다. 옛 국도 옆인데 닭부리처럼 툭 불거져 나왔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남북통일로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위령비가 있는 데요. 위령비는 이 지역에 살던 젊은이들이 대한청년단과 반공특공대원을 결성해서 6.25한국전쟁 때 싸우다 전사한 사실을 기리기 위해서 세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그곳에는 한시를 적어놓았는데요.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과 땅이 둥근 가운데 세상이 있어/ 해와 달과 별은 음양이 되고/한반도 동포는 푸르고 붉은 색으로 물들어/ 높은 원한의 소리 곳곳에 들렸노라/ 독립광명한 세상에서 영혼을 위로하노니/ 산은 높고 물이 아름다음을 인제 남면에서 볼 수 있건만/ 국가충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으니/ 죽은 후 이어 통일의 빛남을 맺을 지어다.”(남면 노인회 일동)
6.25한국전쟁 당시 16살에서 18살의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인민군이나 중공군을 상대로 싸우다가 희생한 사람들을 기린 것입니다. 슬픈 역사의 사실이 닭바위공원 대리석에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사실 이전에 이곳 닭바위에는 부자 망한 설화가 전승하고 있습니다.
5. 닭바위와 부자 망한 설화, 어떤 이야기인가요?
옛날 신라시대에 김 씨라는 부잣집이 이곳 신남에 있었습니다. 닭바위를 바라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지요. 부잣집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가에 있는데다 부자로 살고 있었기에 길손들이 많이 찾았습니다. 하루에도 매일 20여 명씩 이 집을 찾아와서 밥도 막고 자고 가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 며느리는 매일 찾아오는 손님들을 접대하기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하얀 노승 한 분이 이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이 노승에게 자신의 힘든 나날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주는 얼마든지 할 테니 제발 손님이 찾아들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노승은 며느리를 말리면서 손님이 찾아오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으니, 그냥 힘든 것을 감내하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며느리는 막무가내로 스님께 매달렸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지나가는 듯한 소리로 얘기를 합니다. 이 집에 손님이 찾아드는 것은 저기 보이는 저 바위가 닭의 모양을 하고 있어 아침마다 새벽을 알리고 알을 낳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어서 저 닭 모양의 바위에 가서 닭 벼슬로 보이는 곳을 도끼로 깨어버리면 이 집에 손님이 찾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스님은 그러나 그것을 깨면 후회할 것이란 말을 하고 훌쩍 떠나갔습니다.
부잣집의 며느리는 스님이 후회할 것이란 말은 아예 듣지를 않았습니다. 너무 손님을 치르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손님만 안 오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 길로 며느리는 앞뒤 재지 않고 도끼를 들고 가서 닭 바위에 달려가서 닭 벼슬에 해당하는 부분의 바위를 깨뜨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깨진 바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것입니다. 그 후 정말로 그 부잣집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져 한 명도 찾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손님이 찾지 않을뿐더러 집안에 몇 해 동안 계속해서 변고가 생겼습니다. 그러더니 그 많던 재산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김 씨 집안은 망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이 지역에는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새해 첫날 이 마을에 닭 우는 소리가 들리면 흉년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 노인들은 아직도 새해 첫날 닭 우는 소리가 들리면 흉년이 온다고 불길해 하고 있습니다.
6. 이야기 끝이 좋았으면 했는데 아쉽네요.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문면 그대로가 아니겠지요?
부자가 망하지 않았으면 참 좋았는데, 망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방면으로 읽을 수 있는 상징과 비유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상징체계는 부자로 살면서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마다한 것입니다. 곧, 이 이야기의 주인공 며느리는 공동체라는 인간 삶을 부정한 것입니다. 부자로 산다는 것은 결코 혼자 잘 나서가 아닙니다. 누군가 도와주고 희생을 했기 때문에 부자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고 힘든 삶이 있어야 부자로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일이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은 우리 사회의 진리이잖아요. ‘내가 행복한 것은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누군가 주변에서 도와주기 때문이다,’란 말도 같은 뜻입니다. 언제나 고마움을 느끼고, 이웃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인제군 남면 닭바위 설화가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