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虛와 實 - ‘오늘’을 진단한다 - 무리한 교회건축의 문제 〈上〉 ‘예산’ 고려치 않는 교회당 건축으로 경매 등 ‘부작용’ 속출 과도한 욕심에 따른 건축은 교인갈등 유발시키는 등 어려움 초래 현재의 예산과 중장기 예산 산정해 실정에 맞는 건축을 추진해야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교회건축은 목회자와 교인들 모두를 힘겹게 하고, 갈등을 유발시키는 등 문제점이 심각하다.
교회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교회건축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교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도시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로, 교회건축에 따른 부작용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는 교회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건축을 추진하면서 발생한다.
무리한 교회건축으로 공동체 파괴 교회성장을 위해 추진했던 교회건축이 오히려 교회 공동체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교회가 분열되고, 경매에 넘어가는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이는 결국 교회의 현재 예산이나 향후 몇 년 동안에 사용해야 할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례도 다양하다. 교인들이 상처를 입거나 교회를 떠나는 사례에서부터 부도난 교회당 신축문제로 재산을 저당 잡힌 교인들이 경제적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또 아예 경매로 넘어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인들은 상처만 안은 채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경매로 타교회에 넘어가는 사례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전까지 개신교회였던 교회당 건물이 어느 순간 천주교회로 뒤바뀐 사례도 발견된다. 이 또한 같은 그리스도교라 다행이다. 아예 일반 건물로 탈바꿈해 술집 등으로 사용되는 사례도 있다. 이는 그 교회공동체 교인들에게만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불신자들의 조롱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유익하지 않다. 교인들도 모른 상태에서 교회 담임자가 바뀌는 경우도 목격된다. 담임 교역자는 교인들이 청빙하는 것임에도, 목회자간 거래(?)를 통해 담임자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역지 교환도 있을 수 있으나, 일부 사례에서는 돈이 개입돼 임지를 결정하는 ‘성직매매’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대형교회도 건축문제로 갈등 발생 최근 사랑의 교회(담임=오정현목사)가 새성전 건축안을 내놓으면서 교회건축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경석목사(서울조선족교회)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홈페이지(suhkyungs uk.pe.kr)에 글을 올려 사랑의 교회의 건축에 대해 비판했다. '사랑의 교회의 결정은 단순한 한 개교회의 결정이 아니다'라는 글에서, “성전건축을 위한 땅값만 1천3백억이고 건물신축 비용을 다 합하면 2천5백억원 정도가 들 예정이라고 한다. 사랑의 교회 규모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지만, 그동안 사랑의 교회를 한국교회 가운데 가장 본받을 만한 교회로 생각해 왔던 사람들에게는, 대규모 건축 계획은 큰 충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정현목사는 서목사에게 1천1백억원에 토지를 구입하기로 했고, 2천억원 내로 건축을 완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자료를 제시하며 그동안 사랑의 교회의 공간부족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사랑의 교회 교인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새성전 건축을 원하고 있는지를 전했다. 서목사는 “사랑의 교회와 오정현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지적하는 것이다”면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사랑의 교회가 올바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물론 이렇게 교회공간 부족으로 큰 고통을 받아 온 점을 감안하면, 새성전을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교회 새성전 건축은 다른 교회들에게 큰 성전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시되고 있다.
교회부도겙歷?등의 문제 심각 교회건축의 어려움은 철저히 무리한 계획에 따른 결과다. 건축을 위해서는 교회공동체안에 있는 교인들의 충분한 동의와 결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목회자 개인의 과도한 욕심이 앞서선 안 된다. 또한 현재의 예산과 건축과정을 진행할 때의 예산 등을 충분히 고려해 이에 걸맞는 규모를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절대 경쟁의식에 따른 무리한 건축규모를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떤 교회는 몇평’이란 경쟁의식은 필연적으로 어려움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또 교인들 스스로 결의하고 움직이도록 해야지 목회자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행히도 건축에 성공하면 모르지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일반 평신도들은 아예 손을 놓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회를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이는 신도시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교인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부지를 불하받은 후 교회당부터 짓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다. 실제로 성남 분당이나 고양 일산 같은 신도시에서 이런 사례가 많았다. 물론, 이를 통해 교회의 안정적 정착을 이룬 사례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융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최근 동탄, 용인신도시 등 신도시에 파산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애초부터 무리하게 많은 돈을 들여 교회건물을 크게 지었다가,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다. 이렇게 파산한 교회들은 가톨릭의 성당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화성시 화산교회의 조시현목사는 “동탄신도시의 교회들은 어제 생겼다가 오늘 없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척한지 얼마 안된 교회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식목사(교회사랑총연합회 회장)는 “아는 선배 목사가 ‘앞으로 예배당 건축할 필요없어. 무리한 건축강행으로 경매물건 나오는 교회건물받으면 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목사는 그 순간 주변의 선후배, 친구목회자들의 교회가 경매에 넘어갔던 사례들이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실제로 2004년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머릿돌교회가 경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 건물은 대지 436평에 지상 12층 지하 2층, 연건평 2264평으로 광진구에서 가장 큰 규모다. 당시 시가가 250억원이고, 대출금이 80억원이었다. 세 차례 유찰 끝에 산울교회(담임=김완식목사)가 낙찰받았다. 다행히 2007년에 갈보리감리교회(담임=강문호목사)가 인수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신암교회건물도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교회는 대지 200여평에 5층건물로 새 예배당을 만들었다. 12억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대출이자만 매달 680여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출석교인이 약 70명에 불과하고, 한 달에 걷히는 헌금이 백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담임목사는 사례금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담임목사가 건축헌금을 부정유용하여, 검찰로부터 200여만원의 약식명령받은 일로 인해 분쟁이 일어났다. 지난 6월 서울노회 전권수습위는 3개월간 당회기능을 정지한다고 결의했다. 현재 시가는 60억원을 넘지만, 단전단수조치로, 교인들은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리는 실정이다.
감당 못할 빚은 건축헌금의 강요로 무리한 교회건축은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교회당 건축 과정에서 자금에 시달리게 되면, 헌금에 대한 설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신앙의 연륜이 높지 않은 이들은 시험에 들고, 상처를 받는다. 심지어 그 교회당에서 떠나 살거나 타교회로 이적하기도 한다. 교회건축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무리한 교회건축으로 목회자와 장로, 집사 등 모든 성도들이 시험에 들 수 있다. 교회건축헌금 부담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도 종종 보게 된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에 다니는 김수자집사는 “원래 집근처에 있는 상가교회를 다녔는데, 새 성전을 건축한다고 해서 큰 교회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렇게 건축헌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형교회로 옮기는 교인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한편, 교회건축 헌금을 하고 나서 시험에 드는 교인들도 있다. 일산의 한 교회집사는 “건축헌금을 내기 위해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을 받아, 5천만원을 헌금했다. 그런데 교회의 분란으로 그 교회를 떠나게 됐다”면서,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출금을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의 한 교회는 몇해 전 새 성전을 건축했다. 오래 자란 아름드리 나무를 자르고, 손때묻은 1층 교회당을 헐어, 4층까지 건물을 올렸다. 그런데, 총예산의 30%정도만 확보한 후 곧바로 시작한 건축이 화근이었다. 건축비는 5년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50%정도가 남아 있고,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설교시간엔 성경말씀을 쉽게 풀이해주고, 잔잔하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던 이 교회 담임목사는 교회가 완공된 시점부터 돌변했다. 예배시간은 늘 ‘건축헌금’의 강요가 많았고, 날센 목소리로 감당못할 빚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헌금강요에 대한 부담은 목회자에 대한 자질논쟁과 비판으로 이어져, 교회내 갈등을 유발시키곤 했다. 또한 돈이 많은 한 교인이 거금을 기부하자, 곧바로 직분을 받기도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한 여성도가 자신이 그동안 모은 적금을 깨 모두 교회건축헌금으로 드린 일이 있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이 일을 두고 설교 때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옥합을 깨 주님께 드린 것처럼, 이 아름다운 성도도 그 마음으로 헌금을 드렸다. 여러분도 형편이 어렵더라도 가장 귀한 옥합을 깨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헌금을 더욱 강요했다. 이러한 예화를 들며 설교를 해나가자, 어려운 형편에 헌금을 낸 이 교인은 주위사람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교회를 떠났다. 교회의 분위기는 암울해 졌고, 이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던 청년들을 비롯한 10여명의 교인들이 목사에 대한 정죄감과 교회건축의 회의감에 빠져, 고민하던 중 교회를 옮기는 일도 있었다. 이 교회는 주변풍경이 아름다워 지역에 소문난 아담한 교회였다. 그래서 “작고 조금 낡았어도 고치며, 사용하자. 교회의 풍경을 해치치 말자”라며, 새 성전 건축을 반대하는 입장이 나왔었다. 그리고 반대로 “더 많은 지역주민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교회건축을 필연적이다”고 맞서며 의견이 양갈래로 나눠졌었다. 이 교회에 30년을 다니며, 지금은 원로가 된 한 교인은 “감당못할 교회건축비로 시름하는 목회자와 임원들을 보면 안타까워 늘 기도한다”면서, “튼튼하고 아름다웠던 교회를 너무 빨리 부수고 다른 교회의 외적 웅장함을 쫓은 것은 아닌가”하고 아쉬움을 전했다. 목회자들은 대출을 많이 해서라도 일단 큰 교회를 짓고 난 후에 교인들을 모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낡거나 증축이 불가피한 교회건축은 물론 꼭 필요한 일이지만, 대출금을 갚을 능력을 벗어날 정도의 교회건축은 무모한 발상이다. 평생 금융기관에 대출금 상환과 이자를 어떻게 갚아야 할 것인가에 골머리를 앓게 되는 결과가 발생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건물의 바벨탑, 무리한 교회 건축'이란 글을 올려, “교회란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곳이 아닌가요? 비 올때 비맞지 않고 눈 올 때 많이 춥지 않게 예배드리기 좋은 장소만 있으면 되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무리한 교회건축을 안타까워 했다. /홍순현·한연희·박은주기자 |